소설리스트

환관무제-62화 (62/648)

제62장: 사제 간 2차전 돌입!

“좋습니다. 그렇게 하면 또 열흘의 시간을 아끼는 셈이니 다음 수업을 배우는 데 쓰면 될 거 같습니다.”

“너도 봤다시피 오늘 선생이 변소를 청소하지 않았느냐. 분뇨를 백여 통이나 퍼냈는데 이 얼마나 좋은 거름이냔 말이다. 이만 근이나 되는데 낭비해선 안 되지. 우리 내기를 하자꾸나. 내일 산술 시험에서 90점을 넘으면 내가 그 이만 근의 비료를 산 아래에 있는 농지나 채소밭에 거름으로 주겠다.

하지만 네가 90점을 넘지 못한다면 분뇨 이만 근은 모두 두변 네 몫이 되는 거다. 한 근도 낭비하지 말고 산 아래에 있는 몇백 묘의 토지에 있는 모든 채소에 거름을 주는 거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아주 고약한 똥 냄새가 나는 음모로군!

대종사가 오늘의 원한을 반드시 갚겠다고 마음먹은 게 눈에 훤하게 보였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지는 사람이 이만 근 분뇨를 들고 산 아래로 내려가 몇백 묘 농지에 비료를 주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그뿐이 아니다. 너는 제자로서 선생인 내게 사과해야 한다. 앞으로는 이토록 오만하게 굴지 않고 앞으로 겸손한 태도로 배우겠다고 사과하는 거지.”

“알겠습니다.”

두변이 허리 숙여 예를 올렸다.

“그래 좋다. 나는 문제를 내러 갈 테니 너는 내일 있을 산술 시험을 잘 준비하거라.”

말을 마친 영종오는 바로 문밖으로 나갔다. 발걸음이 힘차고 기개가 충만한 것이,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저 자신감에 넘치는 행동을 보니 이번에는 대종사가 나를 확실히 무너트릴 방법이 있는 건가?

두변은 갑자기 불안해졌다.

만약 이번에 지게 된다면 대종사에게 사과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관건은 심한 악취를 견디며 구질구질하고 피곤해 죽을 수도 있는 고된 노동을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서재에 들어온 영종오 대종사는 머리를 쥐어 짜내며 부랴부랴 문제를 내기 시작했다.

문항은 여전히 10개이지만, 거의 모든 문제에 자신의 산술 지식을 쏟아부었다. 각 문제가 이 세계의 사람들이라면 엄청난 고통에 몸부림칠 만한 난이도였다.

이 시험 문제를 광서 환관 학원, 이강 서원, 남해 도장에 각각 보내도 20점을 넘기는 사람이 다 합쳐 3명도 안 될 것이며 100에 99는 빵점을 받을 것이다.

시험 난이도는 역대 최고였으며 상상을 초월했다.

하지만 두변은 분명 모든 문제를 풀 것이 분명했다. 이런 문제로는 두변을 꺾을 수 없을 것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고 하지 않았던가. 두변의 산술 실력에 대해서는 대종사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두변은 가히 산술 천재라고 불릴 만한 인재였다.

열여덟의 젊은이가 하늘의 달을 보며 직접 달의 지름을 구하고 달과 지구의 거리를 구해냈는데, 그 풀이 과정도 정확했고 간결했다.

이런 산술 천재를 인간이라 볼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대종사는 두변을 이길 만한 방법을 마련해 두었다. 두변은 내일 있을 시험에서 100점 만점에 90점을 받지 못할 것이다.

아니, 아마 이 세상에서 90점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마지막 20점짜리 문제가 핵심인데, 이 문제는 도저히 풀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대종사 본인도 풀지 못할 뿐 아니라 세상의 그 누구도 풀지 못할 문제이며, 300년 혹은 500년의 세월이 지나야 풀릴까 말까 한 세계적 난제였다.

게다가 이 난제는 대종사 본인도 서방의 어느 나라에서 온 선교사에게서 알게 되었는데, 서방의 국가들도 이 난제를 50년이 지나도록 풀지 못했다고 했다.

자그마치 50년 동안 모든 서방 국가의 학자들도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매우 간단해서 단 한 문장일 뿐이다.

“2보다 큰 모든 짝수는 두 소수의 합으로 표시할 수 있다. 이것을 증명하시오!”

이걸 현대 지구에서는 ‘골드바흐의 추측’이라고 부른다.

물론 이 세계에서는 골드바흐의 추측이 아니라 ‘멘데소로스의 추측’이라고 불리고 있었다.

왜냐하면 멘데소로스가 이 추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몇백 년 동안 모든 서방 국가에서 가장 위대한 비술(秘術) 종사이자 산술 종사였고, 서방의 모든 학술 문명을 크게 바꾸어 놓기도 했다.

이 추측은 다른 지구보다 무료 200년이나 앞서 제기된 셈이었다.

이 추측이 맞는다는 건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증명할 수 없기에 이 세계의 난제가 되었다.

바로 이 문제가 두변을 이길 수 있는 대종사의 비장의 무기인 셈이었다!

내일 산술 시험 문제를 낸 후 대종사는 길게 숨을 내뱉었다.

시험은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지만, 결과는 대종사의 승리나 다름없었다.

“아농아, 내일 시험에 이 문제를 내는 건 너무 지나치다고 생각하지 않으냐? 이 정도면 부정행위나 다름없으니, 이긴다 해도 당당할 순 없을 테니 말이다.”

노복이 대답했다.

“어르신, 저는 두변을 볼 때마다 참을 수가 없습니다. 때려주고 싶다는 충동을요. 그런 두변을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면 어떤 방법을 동원하든 다 옳고 정의롭다고 생각됩니다.”

영종오는 갑자기 오늘 변소를 청소하던 지옥 같은 기억이 떠올라 이를 꽉 깨물었다.

“그렇지. 두변 그놈에게 사람 됨됨이를 가르치는 것만으로도 모든 방법은 다 옳지.”

대종사는 산술 시험지를 봉한 다음 방으로 돌아가 잠을 청했다. 하지만 뜻밖에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흥분에 몸을 뒤척일 뿐이었다.

빨리 내일이 되어 두변이 지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못된 꼬맹이 같으니라고. 단단히 각오하거라. 내일 이만 근의 똥오줌이 너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하하하!

노복은 대종사가 호탕하게 웃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두변을 제자로 받아들인 이후로 대종사와 두변은 서로 죽일 듯이 싸워왔지만, 적어도 대종사가 유쾌한 나날을 보내고 있음은 틀림없었다.

자신의 수학 실력에 대해 자신만만해하던 두변은 대종사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전재 대종사를 결코 얕보아서는 안 되지!

그래서 두변은 일찍 잠자리에 들어 꿈의 세계에서 내일 치를 시험 문제를 미리 볼 수 있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꿈의 세계는 이번 시험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는지, 아니면 두변이 똥오줌 이만 근을 퍼 나르는 걸 별로 개의치 않는지, 이도 아니면 대종사와 마찬가지로 이번에 두변에게 본때를 보여주려는 의도였는지 모르겠으나, 밤 내내 꿈도 꾸지 않고 날이 밝을 때까지 잠만 잤다.

잠에서 깨어난 두변은 문밖에 서 있는 대종사의 노복을 발견했다.

“일어났습니까. 대종사께서 곧 시험을 칠 것이니 얼른 세수하고 밥 먹으라고 하셨습니다.”

노복이 말했다.

그 당당한 대종사가 이토록 조급해하는 걸 보니 오늘 승리를 위한 만반의 대책을 마련해 놓은 것이 분명하구나.

대종사가 도대체 어떤 문제를 준비해 놓았길래 이토록 자신감이 있는지, 왜 자신이 못 풀 것이라 확신하는지 두변도 호기심이 생겼다.

지난번 문제들도 충분히 어려웠었고 두변도 고전을 면치 못했었다.

‘달은 우리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가?’는 이 세계에서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한 문제이고 이 시대 산술의 불후의 문제라고 할 법했다.

그럼, 이번에 대종사가 준비한 문제가 설마 이것보다 더 어렵다는 건가.

두변은 기대감으로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는 얼른 세수를 마치고 밥을 먹은 뒤 대종사가 준비해 놓은 임시 교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대종사 영종오는 산술 시험지가 동봉된 봉투를 손에 들고 그곳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도대체 언제부터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었을까.

두변이 패하는 걸 보고 싶은 마음이 저렇게도 간절할 수 있을까.

위풍당당한 대종사가 어찌 기개도 없이 이처럼 조바심을 낼 수 있을까.

“두변, 선생이 제자를 괴롭힌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만약 지금이라도 패배를 인정한다면 산 아래로 들고 내려가 거름으로 줘야 할 이만 근의 양을 절반으로 줄여 주마. 남은 절반은 승려들을 시키도록 할 것이야.”

대종사가 웃으며 말했다.

대종사는 여전히 호의를 베풀어 줄 테니 빨리 패배를 인정하라는 태도였다.

두변이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대종사가 냉소했다.

“참으로 자신만만하구나. 내 너에게 한 가지를 일러줄 것이 있다. 해가 서쪽에서 뜨고, 바다가 뒤집히고, 산천이 거꾸로 돌아 별이 쏟아진다 해도 네가 오늘 90점을 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선생으로서 네가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두변은 자기도 모르게 경악했다.

그 정도라고? 해가 서쪽에서 뜨고 바다가 뒤집혀?

이번에 도대체 무슨 문제를 낸 거야?

“저는 제 산술 실력에 절대적인 믿음이 있습니다.”

“알겠다. 스스로 파멸의 길로 접어드는구나. 나를 원망하지 말아라.”

잠시 후 영종오는 미리 준비해 두었던 산술 시험지를 개봉해 책상 앞에 올려놓고서는 허리 숙여 절했다.

굳이 그렇게까지 과장 안 해도 되거든요?

사실 대종사가 절을 올린 대상은 시험지가 아니라, 서방 문명의 횃불인 비술(秘術) 종사 멘데소로스였다.

절을 올린 대종사는 산술 시험지를 두변에게 건네주고 모래시계를 거꾸로 뒤집어 놓았다.

“산술 시험 시간은 두 시간이다. 시작!”

시험 문제를 받아든 두변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훑어보지도 않고 바로 문제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두변은 문제를 풀며 대종사의 지식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문제들은 하나같이 어려웠고 이 세계에서는 완전히 획기적인 문제들이었다. 현대 세계에서도 고등학생 이상 수준에 해당하는 수학 문제들도 보였고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대학교 수준의 수학 문제까지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두변은 한 문제 한 문제 정답을 써 내려갔다.

첫 번째 문제는 손쉽게 풀었다.

두 번째 문제도 어렵지 않았다.

세 번째 문제는 머리를 좀 썼다.

네 번째 문제는 5분이나 고민해야 했다.

어쨌든 가면 갈수록 문제는 어려워졌다.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두변도 상당히 애를 먹었다. 아홉 번째 문제는 30분이나 씨름한 뒤에 답을 구해낼 수 있었다.

두변은 대종사의 능력에 다시 한번 감탄하며 그가 확실히 범인이 아님을 인정했다.

소름이 돋지 않는가. 여긴 아직 17세기란 말이다!

산술 문제는 총 10문제였고, 지금까지 아홉 문제를 푸는 데 1시간 20분을 할애했기에 마지막 문제는 40분 안에 풀어야 했다.

앞의 아홉 번째 문제도 상당히 어려웠기에 마지막 문제의 난이도가 어떨지 쉽게 상상이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지막 한 문제가 20점짜리라는 것이 관건이었다. 앞의 9문제를 전부 맞히더라도 80점이 될 뿐이었다.

숨을 깊게 들이쉰 두변은 마지막 시험지를 펼치고 열 번째 문제를 바라보았다.

마지막 문제는 비교적 짧았고 넓은 여백에 단 한 줄만 적혀 있었다.

‘2보다 큰 모든 짝수는 두 소수의 합으로 표현이 된다.

이것을 증명하시오!’

문제를 보는 순간, 두변은 넋을 잃고 말았다.

줄곧 자신이 다른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주체였지만, 이번에는 반대로 자신이 놀랄 차례였다.

골드바흐의 추측?

여긴 17세기인데 골드바흐의 추측을 문제로 낸다고?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나 말고 시공간을 초월한 사람이 또 있는 건가?

대종사가 시공간을 초월한 건 아닐 텐데.

하지만 골드바흐의 추측이 17세기에 이 세계에 나왔다는 건, 무려 백여 년이나 빠른 셈인데, 우연의 일치인 건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

두변은 이제야 대종사가 왜 그렇게 자신감에 넘쳤는지 이유를 알 듯했다.

이 문제는 21세기에 사는 사람들도 해답을 내놓지 못하는 문제 아닌가.

두변은 자신도 모르게 매서운 눈초리로 대종사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대종사의 표정은 인삼과(人參果: 페피노멜론. 참외과의 열매. 과즙이 많고 달콤)를 먹은 사람처럼 상쾌하고 생생한 모습이었다.

대종사는 두변의 얼빠진 모습을 보며 속으로 매우 뿌듯해하는 상태였다.

줄곧 자신이 못 푸는 문제는 없다며 오만하게 굴어왔는데 저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니 속이 다 시원해 죽을 지경이었다.

으하하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