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77화 (77/648)

제77장: 결전! 그리고 최부의 몰락.

수천 명의 서생들이 열렬히 호응하며 함께 광서 순무 관아로 향했다.

길을 걸을수록 더 많은 사람이 대열에 합류하더니, 광서 순무 관아에 도착하기도 전에 수만 명까지 불어났다. 거리는 사람들로 새까맣게 깔리고, 그 엄청난 기세는 하늘을 놀라게 했다.

이때 군중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순무 관아에 그칠 게 아니라 최부(崔府)까지 쳐들어가 저들이 몰래 도망치는 걸 사전에 차단합시다.”

“옳소. 옳소.”

결국 군중 속에서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따로 빠져나와 엄청난 기세로 최씨 가문 저택으로 향했다.

바둑판의 가장 중요한 한 수가 결정되었으니, 이제 형세는 두변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반 시진 전.

최현은 은자 이만 냥으로 왕인을 매수한 후 광서 여경사 진무사부로 돌아갔다.

“시작하셔도 됩니다.”

최현은 임진교에게 이렇게 말한 후 즉시 집으로 돌아가 준비를 시작했다.

광서 여경사 연무장.

최정예 무사 팔백 명이 창처럼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우뚝 서 있었다. 그들의 온몸에 매서운 살기가 가득했다.

“이번 전쟁은 우리 여경사의 존엄이 달린 전쟁이다.

최야와 최연, 최병정 등 주요 증인들을 다시 데려오고 두변을 붙잡아라. 누구든 저항하는 자가 있으면 가차 없이 죽여버려라.”

“두변을 잡자! 두변을 잡자!”

“저항하는 자는 모두 죽이자!”

여경사 무사 팔백 명이 일제히 크게 소리 질렀다. 그 기세가 보는 이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정도였다.

임진교가 임원여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번 싸움이 뭘 뜻하는지 아느냐?”

“알고 있습니다! 이문회의 오른팔을 잘라 버리고 동창에게 뒤처졌던 우리 여경사의 위상을 드높이는 계기로 만드는 것입니다!”

만호 임원여의 대답에 임진교가 말했다.

“지금쯤이면 이미 왕인이 계림 동창의 사람들을 전부 집합시켜 내부에서 훈시를 진행하고 있을 것이니 두변 곁에 있는 동창 무사는 백 명이 채 되지 않는다. 너는 그보다 거의 열 배 많은 병력을 거느리고 있다. 만약 이번에 두변을 잡아들이지 못한다면 다시는 살아서 나를 볼 생각은 말아라.”

“이삼, 이사의 무공이 높다고 하지만, 전혀 두렵지 않습니다. 만약 제가 두변을 잡아들이지 못한다면 죽음으로 죄를 씻겠습니다.”

임원여가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군령장(軍令狀: 군령을 받은 다음에 쓰는 서약서. 만약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면 군령에 의하여 처벌 받겠다는 내용을 써넣음.)을 바쳤다.

이번 일은 단지 두변을 잡아들인 것뿐만 아니라 여경사와 동창 사이의 전투이기도 하기에, 임원여가 괜히 일을 요란스레 처리하는 것도 아니고 지극히 엄숙하기만 했다.

임진교가 말했다.

“네 군령장을 받아들이도록 하마.

이미 활시위는 당겨졌으니 일단 출병하면 퇴로는 없다는 걸 잊지 말아라. 두변의 곁에 있는 동창 무사들을 모조리 죽이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두변을 잡아들여야 한다. 두변을 잡아들이는 것만이 이번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만호 임원여가 대답했다.

“출발!”

임원여가 군마에 올라 백 명의 기병과 칠백 명의 정예 보병을 이끌고 두변을 잡기 위해 계림 동창 천호소의 감옥 향했다.

동창 천호소의 감옥 안.

최연, 최병정, 시녀 소민, 그리고 뇌물을 받은 시험 감독관 세 명 등 이번 원시 부정행위 사건과 관련된 주요 인물들이 모두 이곳에 모여 있었다.

밖에서 진무사 왕인이 보낸 심복이 큰소리로 외쳤다.

“진무사 대인의 명령이다! 모든 계림 동창의 일원들은 진무사부로 가서 명을 받아라. 만약 이를 거부하는 자가 있으면 반역죄로 여겨 모두 처벌한다!”

동창의 반역죄는 매우 무거운 죄목으로, 이 죄목으로 처벌을 받게 되면 사지가 온전하지 못한 상태로 동창에서 쫓겨나게 된다.

왕인은 여경사가 그들을 방해하는 이를 모조리 죽이고 두변을 잡아들이는 데 힘을 실어주기 위해 두변의 곁에 있는 모든 동창의 일원들을 불러들이는 것이다.

이때 명령을 내리고 있는 자는 왕인의 의자인 왕맹(王猛)으로 스물여덟의 나이로 벌써 동창 백호의 자리까지 오른 인물이었다.

“적과 내통하는 배신자놈 같으니! 주인이 돌아오시면 분명 네놈의 죄를 물을 것이다!”

이삼이 분개하며 말했다.

밖에서 왕맹이 계속해서 소리치며 천호소에 있던 동창 무사들을 진무사부로 보내고 있었으나 두변 곁을 지키던 동창 무사 91명 중에는 움직이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계림 천호소의 최고 장관은 소백리 천호였으나, 그는 두변이 최연을 잡아 오기 전부터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음을 감지하고는 염주부에 공무를 보는 척하며 미리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왕인의 의자인 왕맹이 더 거세게 몰아붙였다.

“장 백호, 이 백호. 진무사 왕 공공께서 즉시 진무사 관아로 모이라고 명하셨다. 그래도 안 움직이려고 하느냐?”

감옥 안에서는 여전히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고 조용했다.

왕맹이 계속 소리쳤다.

“장 백호, 이 백호! 네놈들이 감히 진무사 대인의 명령을 거스르려는 것이냐? 반역을 꾀하는 것이야?”

반역죄는 그 죄명이 매우 무거웠기 때문에 반역죄로 확정이 되는 순간 장 백호와 이 백호는 둘 다 목숨을 보전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장 백호는 이 시각 동창 감옥이 아닌 학정 관아에 있었다.

두변이 물었다.

“저 왕맹이라는 자의 무공은 어느 수준이냐?”

“환관 학원을 떠날 때까지만 해도 무공이 매우 뛰어난 편에 속했으나 왕인의 의자가 된 후로 무공 수련을 게을리하며 세 치 혀만 놀려 왔습니다.”

이삼이 대답했다.

“왕인이 이렇게 나온다는 건 우리와 반목하겠다는 것이로군.”

“그렇습니다. 넉 달 뒤면 주인께서 진무사로 진급하게 되고 왕인은 은퇴를 하게 되는데 그 전에 기회를 잡아보겠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

“저자에게 활을 쏴라.”

두변이 말했다.

슉! 슉! 슉!

이삼은 즉시 활시위를 당겨서, 빠르고 예리하게 화살을 연이어 세 발 날렸다.

말 위에 있던 왕맹이 재빨리 몸을 피했다.

왕맹의 무공 수준은 첫 번째 화살을 피하고 두 번째 화살을 막아내는 것까지였다. 그는 세 번째 화살을 미처 피하지 못했고, 결국 화살이 푹, 그의 팔에 박히고 말았다.

왕맹이 분노하며 소리쳤다.

“그래, 좋다!

장 백호, 이 백호, 이삼, 이사! 너희들은 명령을 거역했을 뿐 아니라 진무사의 사자를 공격하며 반역을 꾀했으니 나는 즉시 진무사 대인께 이 사실을 아뢸 것이다! 이제 누구도 너희들을 구할 수가 없을 테니 네놈들의 최후가 어떨지 똑똑히 지켜보도록 하마.”

말을 마친 왕맹이 사람들을 끌고 자리를 떠났다.

잠시 후 힘찬 말발굽 소리와 수많은 발소리, 투구와 갑옷, 그리고 병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경사가 도착한 것이다.

일각이 지난 후, 여경사 진무사의 의자인 임원여가 여경사 무사 팔백 명을 이끌고 계림 동창 감옥을 빽빽이 포위했다.

임원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안에 있는 사람들은 들어라. 즉시 최연과 최병정, 최야 등 무고한 인질들을 풀어주고 범죄자 두변을 넘겨라. 그렇지 않으면 모두 죽게 될 것이다!”

임원여가 같은 말을 세 번이나 반복했으나 안에서는 그 누구도 이 말에 반응하지 않았다.

그러다 최병정이 정적을 깨고 소리 질렀다.

“임 대인, 어서 구해주세요!”

최연도 아랫도리의 통증을 참으며 크게 외쳤다.

“임 대인, 저도 여기 있습니다. 구해주십시오. 두변 네놈의 제삿날도 멀지 않은 듯하구나. 하하하!”

임원여가 전투를 기다렸다는 듯 섬뜩한 웃음을 지었다.

스릉!

임원여가 검을 뽑아 들며 외쳤다.

“최씨 가문의 무고한 인질들을 구해내고 두변을 잡아간다. 반항하는 자가 있으면 모두 죽여라!”

여경사 무사 팔백 명이 감옥을 향해 일제히 진격하기 시작했다.

이삼이 이끄는 91명의 동창 무사들은 굳건히 자리를 지켰다.

동창과 여경사의 전투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최씨 가문의 화려한 저택은 계림성 근교에 몇백 묘가 넘는 부지를 차지하고 있었다. 잘 꾸며 놓은 자연경관은 웅장하고도 화려함을 자랑했다.

최씨 가문의 가주인 최현과 그의 적자인 최부는 정자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최부가 말했다.

“두변이 각종 금기서화과 시사 가부는 일품인데 권모술수는 너무 미련하군요. 이문회가 없는 상황에 감히 여경사를 건드리다니 이건 죽음을 자초하는 것 아닙니까. 지금보다 조용하게 일을 처리했다면 누구도 그를 막아서진 못했을 텐데 말입니다.”

최현은 술을 마시고 있었고 밖에서는 미모의 기녀가 아름다운 선율을 연주하고 있었다.

최현이 말했다.

“지금 하늘 아래 그 누구도 두변을 구해줄 자가 없으니 두변은 이미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 우리는 여기서 기다리기만 하면 아마 한 시진 안에 두변의 시체를 보게 될 거다.”

고작 두변 하나를 잡기 위해서 광서의 여러 세력이 연합했다는 것은 이들이 이문회라는 존재를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최부가 말했다.

“할 수만 있다면 두변의 팔뚝뼈 하나를 떼어내 붓을 만들어 아버지께 드리고 싶습니다. 이 얼마나 상징적인 선물입니까?”

최현이 손사래를 치며 옆에 있는 기녀에게 말했다.

“<팔면매복(八面埋伏)>을 연주해 보아라.”

정원에서는 <팔면매복>의 강렬한 가락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이 <팔면매복>의 가락은 다른 지구의 <십면매복>에는 못 미쳤으나 그리 떨어지는 수준도 아니었고 지금 연주하기에 더없이 좋은 곡이었다.

그때 탁자 위에 놓인 잔에 담긴 술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먼 곳에서부터 낮은 굉음이 들려오는데, 온 대지가 벌벌 떨리는 것 같은 울림이 심지어 점점 커지고 있었다.

바로 이때 무사 한 명이 뛰어오면서 소리쳤다.

“가주, 큰일 났습니다. 수많은 인파가 저희 장원을 향해서 몰려들고 있습니다.”

최부가 높은 곳에 올라 주위를 한번 훑어보다가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바로 몇 리 떨어진 곳에 이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개미처럼 운집해서는 구호를 외치며 최씨 가문 저택으로 향하고 있었다.

“과거시험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르고 타인을 음해하는 파렴치한을 파멸시키자!”

“최씨 가문을 무너트리자!”

최현도 정자의 높은 곳까지 올라가서는 거리 가득한 수많은 인파를 확인했다.

“이럴 수가! 어서 시종들을 무장시켜 담 앞에 집결시켜라. 절대 한 명도 들여보내서는 안 된다!”

“반란을 꾀하는 자가 있다고, 어서 군영으로 달려가 병력을 지원받거라.”

“그리고 광서 순무 관아로 달려가 순무 대인에게 병력을 요청하거라.”

최씨 가문은 모든 인력을 동원해서 몇백 명의 시종을 칼과 활로 무장시켰다. 그리고 담장에 올라 방어하라고 분부했으나, 최씨 가문의 저택이 너무 컸기 때문에 몇백 명밖에 안 되는 인력으로는 담장을 촘촘하게 방어할 수가 없었다.

불과 반 시진 만에 무려 이만 명이나 되는 군중이 최씨 가문의 장원을 빼곡히 둘러쌌다. 몇백 명의 서생들이 앞장서 있었고, 나머지는 줄곧 최씨 가문의 호화로움을 시기 질투하던 계림의 민중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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