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95화 (95/648)

제95장: 두변의 살기

이런 허창전은 광서 시박사 손임 공공과 죽이 잘 맞아 그를 의부로 섬기게 되었으니, 어느 한쪽의 바람도 아닌 양쪽이 서로 원해 형성된 관계였다.

바로 이 허창전 대인이 오씨 가문의 뒷배를 봐주는 인물 중 하나였다. 예전에 허창전이 오씨 가문에서 술을 마시다가 두평아를 우연히 보고는 그녀의 아름다움과 쾌활한 성격에 마음을 빼앗겨 줄곧 그녀를 잊지 못하고 있었다. 허창전은 여러 번 오씨 가문에 평아를 자신의 침상으로 올려보낼 것을 암시했으나, 오씨 가문은 당연히 자신의 며느리를 욕보이기 싫어 모른 척 해왔었다. 이것이 다시 허창전의 심기를 매우 불쾌하게 만들었다.

이번에 어렵사리 오씨 가문의 꼬투리를 잡게 되었으니, 어찌 두평아를 그대로 포기할 수 있을까. 그는 한평생 어떤 여자와도 다 놀아봤지만 이렇게 쾌활하면서도 아름다운 두평아에게 가장 강한 욕정을 느끼고 있었다. 또한 이미 지아비가 있는 아내를 탐하는 게 그의 취미이기도 했다.

허창전이 두평아를 보는 눈빛은 이미 음란함을 넘어 얼른 덮쳐 옷을 벗기고 싶다는 욕정이 가득한 눈빛이었다.

“소후야, 제 안목이 어떻습니까? 표묘루에 있는 분칠한 여인들보다 훨씬 낫지 않습니까?”

허창전이 옆에 앉은 비단옷을 입은 공자에게 물었다. 이 잘생긴 공자는 대략 스무 살 정도로, 비단옷을 입고 금관을 썼으며 귀티가 넘쳐 보였다. 하지만 경박한 눈빛과 창백한 안색을 보아하니 주색에 탐닉하는 게 분명했다.

예상이 빗나가지 않는다면 이자는 바로 표묘루의 주인으로 봉오후 유무환의 적자인 유몽우일 것이다.

소후야 유몽우는 두평아의 얼굴과 가슴, 허리와 엉덩이를 천천히 훑어본 다음에 감탄했다.

“허 형의 안목이 역시 뛰어나군요. 보기 드문 외모를 가진 여인입니다. 몸매와 성격까지 더한다면 이런 여인은 정말 보기 드물 겁니다. 허 형은 여복을 타고난 게 분명하군요.”

허창전이 말했다.

“소후야도 맘에 드십니까? 좋은 게 있으면 서로 나누는 게 형제고 친우 아닙니까. 오늘밤 우리 형제가 한 번쯤은 동서를 맺는 건 어떻겠습니까? 같이 이 여인을 즐겨봅시다.”

“진심으로 하는 말입니까?”

소후야 유몽우가 흥분한 듯 눈을 반짝거렸다.

“당연하지요.

언제 제가 빈말한 적 있었습니까? 광서에 모르는 이가 없듯이 이 허창전은 벗을 가장 소중히 생각합니다. 그러니 좋은 것이 있으면 같이 나눠야지요.”

“좋군요, 좋아요. 허 형은 정말 좋은 친구이자 형제군요.” 소후야 유몽우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 이 둘이 두평아와 그 시어머니 앞에서 이런 얘기를 주고받는 걸 보면, 평아를 한낱 물건쯤으로 취급하는 듯했다.

이를 지켜본 두변은 화가 나지 않았다.

그저 살기를 내뿜을 뿐.

유무환은 명문가의 자제이지만 어쨌든 재능이 뛰어났고 행동거지가 저급하진 않았지만, 그의 아들은 완전 구제 불능이었다.

두변은 일단 오 부인의 반응을 지켜보기로 했다. 만약 그녀가 두평아를 금수만도 못한 허창전의 침상으로 보내기로 한다면 오씨 가문을 풍비박산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두평아는 이미 온몸을 격하게 떨면서 눈빛에서 불을 내뿜을 지경이었다. 두변이 그런 그녀의 손을 잡으며 가볍게 토닥였다.

이때 오 부인이 아첨의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소후야, 이 아이는 비천한 집안의 여식이라서 두 분을 모시라고 내놓기가 부끄럽습니다. 제가 은자 수천 냥으로 화괴(花魁) 둘을 데려올 테니 그 둘더러 두 분을 모시라고 하는 게 어떻습니까?”

허창전이 정색하며 말했다.

“이 할망구가 이렇게 나올 건가? 당신 며느리를 내게 내놓지 않는다면 당신 남편과 아들이 감옥에서 죽게 될 거라고. 화괴는 무슨, 다들 기녀일 뿐인데. 내가 원하는 건 좋은 집안의 부인이란 말이지.”

오 부인이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몸을 떨기 시작했다.

“허 대인, 제, 제가 나이는 많지만 보기보단 괜찮으니 제가 두 분을 모시는 건 어떻습니까? 제 며느리는 정말 천박하기 그지없어 귀인을 모시기엔 턱없이 부족합니다.”

두변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오씨 가문에 대한 살의를 내려놓았다.

오 부인이 비록 입으로는 까칠하고 억척스럽긴 하지만, 두평아를 아끼는 건 틀림없어 보였다. 하긴 그렇지 않았다면 두평아가 하루가 멀다 하고 오씨 가문의 은자를 친정집에 갖다 바치는 걸 눈감아 줄 리도 없었을 것이다.

나이가 쉰이 넘었음에도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남편과 아들을 구해낼 각오를 했으니, 여장부라 할 만했다.

두평아도 시어머니의 말에 감정이 벅차올랐다.

“어머니, 이만하고 돌아가요. 다른 사람한테 아버지와 염명을 구해달라고 부탁하면 돼요.”

“하하하, 오주부에서 나 말고 누가 너희 오씨 가문을 구해 줄 수 있다고?”

허창전이 호탕하게 웃으며 음란한 눈빛으로 오 부인을 쳐다봤다.

“확실히 아직 쓸 만한 것 같군. 그럼 당신도 당신 며느리와 같이 내 침상으로 가도록 하지.”

허창전이 유몽우에게 말했다.

“소후야, 괜찮겠습니까?”

소후야 유몽우가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

“괜찮고 말고요. 제대로 즐길 수 있겠군요.”

“제가 표묘루에 투자하기로 한 일은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소후야 유몽우가 대답했다.

“말한 대로 진행하지요.”

허창전이 매우 기뻐했다.

“자자자, 우리 평아 낭자, 내 무릎 위에 앉아 소후야와 합환주를 마셔보라고. 하하하.”

표정이 굳어진 오 부인은 몸을 일으켜 허리를 굽혀 절을 했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더는 허 대인을 귀찮게 하지 않겠습니다. 이만 물러나지요.”

그러자 허창전도 정색하며 말했다.

“들어오는 건 마음대로 해도 나가는 건 그렇게 안 되지. 오늘 밤은 저 두평아를 꼭 품어야겠다.

여봐라. 문을 닫거라.”

허창전이 명령했고 수십 명의 무사가 달려들어 능운각을 봉쇄했다.

허창전이 말했다.

“오정융, 네 형수가 얌전히 굴도록 잘 잡고 있어라.”

오정융은 한참을 망설이더니 결국 오 부인의 어깨를 잡았다.

“형수, 형님과 조카를 구하는 게 우선입니다. 두평아는 고작 비천한 집안의 여식일 뿐입니다. 두평아를 내치게 된다고 할지라도 염명의 인품과 우리 가문 정도면 충분히 더 좋은 집안의 여식을 얻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줄곧 두평아의 출신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 기회에 허 대인께 드립시다.”

오 부인이 화를 내며 악을 썼다.

“오정융! 이 금수만도 못한 놈! 우리 오씨 가문에는 너같이 무능한 놈은 필요 없다!”

허창전이 말했다.

“오정융, 당신이 결정할 수 있겠나? 손임 공공이 내 의부이시니 당신네 형님과 조카를 꺼내주는 건 나한텐 일도 아니지. 그뿐 아니라 나한테 절반을 떼어주겠다는 약속만 하면 선박에 있는 물건까지도 다 찾게 해줄 수도 있어.”

오정융이 아첨하며 말했다.

“제가 결정을 내리고 책임지겠습니다. 제 형님과 조카 그리고 물건을 돌려주시겠다고 약조해주시면 대인께서는 두평아를 마음껏 즐기셔도 됩니다.”

협상이 끝나자 이노야 오정융이 오 부인을 잡아끌고 밖으로 나가면서 외쳤다.

“허 대인, 소후야, 재밌게 즐기십시오.”

오 부인이 악을 쓰며 욕설을 퍼부었다.

“오정융, 이 금수만도 못한 놈아! 평아야 도망치거라.”

“하하하, 어딜 가려고?”

허창전이 옷을 벗어 던지며 말했다.

“낭자, 조금 있으면 이 어르신이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알게 해주마. 아마 오늘이 지나면 나한테서 못 떨어지겠다고 하게 될 거다.”

허창전이 양팔을 벌리며 두평아를 껴안으려 했지만, 두변이 앞으로 나가 막아섰다.

“이삼, 순검 하나 죽인다고 일이 복잡해지나?”

지나가는 사람처럼 보였던 이삼과 이사가 손에 음식 그릇을 든 채 방 안으로 들어왔다.

“별로 큰일도 아닙니다. 그저 개 한 마리 죽이는 것과 비슷한 정도니까요.”

“오, 아주 좋군. 그럼 오늘밤 눈앞에 있는 개를 죽여야겠다.”

두변이 말했다.

두변과 이삼의 대화를 들은 오주 순검 허창전은 흠칫 놀라며 정신이 바짝 들었지만, 이내 웃고 말았다. 이 오주부 땅에서 자신을 죽이겠다고 나서는 자도 있으니, 세상에 별의별 놈들도 다 있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순검이라는 게 품계가 높은 관직은 아니지만 그 권력이야 막강했다. 이 지역에서는 양지와 음지를 막론하고 모두가 그의 눈치를 봐야 했다.

하하하, 오주의 지부도 이런 말을 내뱉지 못하거늘, 이 시종처럼 생긴 두 놈이 이런 말 같지도 않은 말을 내뱉으니 참으로 우습지 않은가.

“소후야, 들으셨습니까? 저 두 놈이 저를 죽이겠답니다.

아이구, 무서워서 어쩐다?”

허창전이 겁먹은 척 놀리며 웃자, 소후야 유몽우도 부채를 펼치며 웃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내 오늘 그런 자를 직접 보는군요.”

허창전이 말했다.

“나는 북명검파의 제자이자 오주부의 순검이며 봉오후 세자의 형제다. 더욱이 광서 시박사 손임 공공의 의자이며 광서 동창 진무사 왕인 공공의 의조카인데 네가 감히 오주부에서 나를 살해하겠다고 말하는 것이냐?”

‘북명검파라는 것들은 정말이지 권세가 좀 있다 하는 것들은 어떻게든 연줄을 대지 못해 한이 맺힌 집단이로구나!’

소후야 유몽우도 말했다.

“오주부에서 작위가 제일 높은 사내는 영충요다. 하지만 계왕 세자도 감히 그런 말을 못 한다고 내 장담하지. 만약 허창전을 죽이겠다는 말을 내뱉는다면 계왕부에 따지러 갈 사람이 적지 않을 테니 말이다.”

이 말도 맞는 말이었다. 계왕 세자 영충요는 매우 신중한 성격이어서 사소한 실수에도 크게 신경이 곤두세우는 자였고, 순검을 죽이는 건 생각도 못 할 일이었다. 그렇게 되면 탄핵이 눈덩이처럼 불어서 경성까지 날아갈 텐데, 조정의 문관들이야말로 황실 자제들의 잘못을 고발하는 것을 눈에 불을 켜고 찾는 자들이었다.

“영충요는 불가능하더라도 낙문 순무의 공자는 어떠합니까?”

허창전이 물었다.

소후야 유몽우가 답했다.

“허 형, 건망증이 심하군. 며칠 전에 낙 공자를 이곳으로 초대해 같이 식사도 하고 기녀들을 불러 서로 동서지간을 맺지 않으셨나?”

“아이고, 맞습니다. 제 기억력에 문제가 있나 봅니다.”

순검 허창전은 자신의 이마를 때리고는 다시 두변을 봤다.

“계왕 세자도 감히 못하고, 순무 대인의 공자도 못 할 말인데, 뜻밖의 사람한테 나를 죽이겠다는 소리를 들으니 놀라 자빠질 뻔했소이다. 귀하의 존함과 어느 가문 출신인지 듣고 싶소만. 나를 놀라게 할 만한 답을 줄 수 있소?”

두변이 말했다.

“광서 환관 학원의 학생 두변이다.”

오주 순검 허창전은 어이가 없었지만 흠칫 놀라며 두려워하는 척 말을 이어갔다.

“오호라. 환관 학원의 학생이라면 불알 두 쪽이 없다는 말인데, 이거 등골이 오싹하고 간담이 서늘하구먼.”

허창전의 연기는 다소 과한 면이 없지 않았지만, 꽤 그럴듯했다.

하지만 바로 1초 뒤, 그는 두려워하는 척 연기하던 얼굴을 깨끗이 지우고, 잔인하고 흉악한 표정을 지으며 냉혹하게 말했다.

“여봐라. 이 두 환관 놈의 사지를 잘라버리고 눈알과 혀를 뽑아서 4층에서 내다 던져라.”

두변이 계림부에서 자신의 위세를 충분히 증명해 보였지만 몇몇 수령들만 아는 사실이었을 뿐 여기 있는 허창전은 오주부의 토호라 할지라도 이런 은밀한 소식은 아직 접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니 이름 한번 들어본 적 없는 두변은 그저 땅강아지요 개미 정도 되는 하찮은 놈일 뿐이었다.

“네!”

무사 네 명이 앞으로 다가왔다.

이삼과 이사가 검을 뽑아 들고 앞뒤로 두변을 에워쌌다.

“오호라! 무공도 익히셨다?

소후야, 표묘루에 있는 고수를 좀 빌려주셔야겠습니다.”

허창전의 말에 소후야 유몽우가 손뼉을 쳤다. 갑자기 아래에서 요란한 발소리가 나더니 무사와 궁수 수십 명이 올라와서 두변과 이삼, 이사를 물샐틈없이 둘러쌌다.

허창전이 냉소했다.

“고직 엄당의 환관 놈이 내 앞에서 허세를 부려? 내 의부가 대환관 손임이시고 의백부는 광서 동창 진무사 왕인이시다. 두 분 모두 엄당의 큰 어르신인 데다 이문회와도 안면이 있다. 네놈 같은 피라미들은 내 몇 명이고 마음껏 죽일 수 있단 말이다.”

저 허풍은! 왕인이 이미 두변에게 크게 당한 후 피까지 토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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