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108화 (108/648)

제108장: 신기에 가까운 기마술

물론 두변과 말의 정신 교류는 단방향이다. 말은 사람처럼 정신력 각성을 익힐 수 없고 정신 파장을 밖으로 방사할 수 없기에, 말의 정신 파장은 뇌 속에만 존재한다.

게다가 말은 정신 방어력이 몹시 약하기 때문에, 정신력 각성을 한 사람에게 아주 쉽게 정신력을 지배당한다. 그래서 말이 아닌 정신 방어력이 강한 인간을 정신으로 조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된다.

이어서 두변이 해야 할 것은 말의 정신 파장에 전달할 수 있는 정신 명령을 외우는 것이었다.

뛰기, 가속, 오른쪽으로 꺾기, 왼쪽으로 꺾기, 앞다리 들기 등등.

아주 사소한 명령이라도 정신 주파수 대역을 갖고 있어서, 모든 명령을 외우려면 족히 천 줄은 넘는 명령을 외워야 했다.

다행히도 두변의 뇌 사용 효율이 현실보다 열 배는 더 좋기에, 이렇게 많은 정신 명령을 외우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 많은 정신 명령을 원하는 대로 곧바로 사용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지금의 두변은 말에게 뛰어오르라고 명령을 하려면, 뛰어오르는 정신 명령이 무엇인지 먼저 떠올린 뒤에 송과선을 통해 전달해야 했다. 만약 앞에 장애물이 있는 상황이라면, 명령을 생각하는 동안 벌써 장애물에 부딪혀서 말과 함께 굴러떨어질 것이다.

여천천을 이길 정도의 수준이 되려면, 자기 몸을 다루는 것처럼 원하는 대로 말을 조종할 수 있어야 했다.

예를 들면, 사람이 왼쪽 다리를 내딛는다거나, 오른손을 들어 올리는 행동은 굳이 생각을 하지 않고도 바로 할 수 있는 행동들이다. 아주 본능적으로 뇌를 통해 명령만 내리면 그만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러니 원하는 대로 <수어록 기마편>을 응용하려면 천 줄이 넘는 정신 명령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하며, 끊임없이 명령을 써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수는 스스로가 한 필의 말이라고 생각해야만 말과 완전한 정신 융합이 가능하다. 그래야만 자기 몸을 움직이는 것처럼 말을 조종할 수 있다.

기수는 정신 분열을 해서라도 자기 자신을 한 필의 말이라고 생각하면서 무수히 많은 시도와 학습을 해야 한다.

다행히도 두변은 꿈속 세계에서 보름이 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두변은 한 번 또 한 번 정신 명령을 말에게 전달했고, 그렇게 몇백, 몇천, 몇만 번을 반복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의 정신 명령은 사람의 것이 아닌, 말의 방식으로 바뀌었다.

예를 들면, 손을 올리려고 하면 제 손을 올리기도 전에 뜻밖에도 말이 앞발을 먼저 드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두변은 정신 분열의 단계로 들어가야 했다. 하나는 정상적인 인간의 정신이고, 다른 하나는 말과 같은 정신 세계로.

그렇게 두변은 꿈속 세계의 마지막 날이 될 때까지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두변은 자신이 사람이 아닌 말이라고 느낄 정도였으며, 말에게 전달하는 정신 명령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마치 자기가 말이 된 것처럼 즐겁게 뛰놀고 질주했다.

그리고 그는 차츰 말의 다양한 비밀을 알게 되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말의 가장 강력한 잠재력을 자극하는 방법이었다.

말의 뇌 속 아주 깊은 곳에는 뇌하수체가 존재하는데, 그곳에서 다양한 호르몬이 분비된다.

어떤 정신 명령을 전달할 때, 말은 광포한 상태에 이르게 되면서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게 된다. 자극점에 도달한 준마는 여태 달렸던 속도보다 더 빨리, 뛰었던 높이보다 더 높이 뛸 수 있게 된다.

물론 그런 정신 명령은 되도록 쓰지 말아야 한다. 이건 현실 세계에서의 흥분제와 비슷한 효과이므로 잠재력을 돌파한 준마는 꽤 오랜 기간 무기력한 상태에 빠지게 되고 더 나쁜 경우에는 영구성 장애를 겪기도 한다.

두변은 그렇게 다양한 준마의 정신세계를 겪으면서 말의 세계에 푹 빠지게 되었다.

두변은 사막에서, 바닷가에서, 초원에서, 협곡에서, 산봉우리에서, 그 외 아주 다양한 곳에서 미친 듯이 질주했다.

두변은 대종사 영종오를 향해 또 한 번 깊은 경외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두변이 대종사에게 무도를 배우는 방식은 대부분 정신세계의 수련과 이론적인 수준 향상 위주였지, 정말로 칼이나 창을 들고 무식하게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영종오의 무도 비급은 모두 정신력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들이었다.

지금 두변은 영종오가 혼자가 아니며, 그의 배후에는 틀림없이 엄청나게 신비하고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가 있다고 완전히 믿게 되었다.

다음날 동이 트기도 전에 저홍면이 두변을 깨웠다.

이때, 그는 꼬박 다섯 시진을 좌선하는 자세로 앉아 있었고, 꿈속 세계에서 스무 밤을 보낸 뒤였다.

“어떻게 되었느냐?”

저홍면이 의아한 표정을 숨기지 않고 물었다.

두변은 책을 손에 쥐고 정독하는 게 아니라, 조용히 좌선하는 모습이지 않은가.

“거의 다 됐습니다.”

두변이 대답했다.

저홍면은 도무지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고, 두변이 하룻밤 사이에 좌선을 통해 기마술을 익혔다는 것도 믿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홍면은 두변을 한 번 믿어보자는 생각으로 말했다.

“그럼 한번 봐 보자꾸나. 기마술이 아주 뛰어난 기마병을 골라서 너와 한 번 겨뤄보게 할 것이다. 너희가 시합을 벌일 곳은 천룡 마장의 단혼 구간처럼 복잡하고 위험하진 않다. 기껏해야 언덕, 도랑, 울타리 정도의 장애물이 있는 곳인데, 괜찮으냐?”

“괜찮습니다.”

“그래. 네가 만약 내가 준비한 기마술이 뛰어난 기마병을 이기게 된다면, 여천천과 경주 시합을 하러 가도 좋다. 하지만 지게 된다면, 나는 즉시 관음을 데리고 떠날 것이다. 우리는 더는 네 일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고, 네가 벌인 판이니, 네가 알아서 수습하거라.”

“알겠습니다.”

“좋다. 네가 탈 말을 고르러 가자.”

두변의 앞에는 그가 고를 수 있는 말 세 필이 서 있었다. 이 말들은 천리마 수준은 아니지만, 낭군에서 가장 좋은 군마만 골라온 것이었다.

왼쪽부터 차례로 붉은색 군마, 회색 군마, 그리고 흑색 군마가 그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다.

두변은 중간의 회색 말을 선택했다. 이 말은 세 말 중에 강하기는커녕 가장 약한 말이었다. 제일 왼쪽에 있던 붉은색 말이야말로 가장 좋은 말이었다.

“왜 가장 좋은 말을 택하지 않고?”

저홍면이 물었다.

“지금은 생사를 가르는 승부가 아니니, 제일 안 좋은 말을 타야 제 진짜 실력이 드러나겠지요.”

두변의 대답에 저홍면이 고개를 끄덕였다.

낭군 대열에서 기마병 한 명이 앞으로 나왔다. 그는 척후병으로, 굉장히 높은 수준의 기마 실력을 자랑하는 자였다. 십여 년 중 거의 절반의 시간을 말 등에서 보냈으며, 말 등 위에 있는 게 평지에 있는 것만큼 편안한 사람이었다. 그는 말 등에서 화살을 피하는 건 당연하고, 밥을 먹거나 공중제비를 도는 것도 가능했다. 그리고 이 기마병은 군마들의 가장 좋은 친구이기도 했다. 그는 군마의 습성과 성격을 제 손바닥 보듯 훤히 꿰뚫고 있었고, 현대 지구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말 ‘덕후’에 가까웠다. 그는 앞으로도 장가를 가지 않고 평생을 군마와 함께 전장을 누빌 생각으로 살고 있었다.

기마병 낭단(狼丹: 낭군의 일원)이 앞으로 나오자, 두변 앞에 있던 말 세 필이 신나서는 콧김을 내뿜으며 반갑다는 듯 말굽을 굴렀다. 그리고 머리통을 기마병의 가슴팍에 비비면서 흡사 가족을 만난 듯한 친근함을 보였다.

“이자가 우리 낭군 부대에서 말을 제일 잘 타는 자이다. 낭단, 네가 지금까지 경주를 하면서 몇 번을 이겼고, 몇 번을 졌느냐?”

저홍면이 기마병 낭단을 향해 물었다.

낭단은 흑색 준마의 말갈기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면서 대답했다.

“총 38번을 이겼고, 2번을 졌습니다. 지게 된 경주 중 한번이 바로 안륭 토사부를 대표해서 나갔던 여천천과의 시합에서였지요. 그날 여천천이 압승했습니다. 여천천의 한혈보마가 워낙 준수하기도 하고, 여천천도 기마 신동이라고 불리는 정도의 실력자였으니까요.”

낭군 부대에서 내로라하는 정도의 실력자를 압승할 정도로 기마술에 능한 자가 여천천이라는 의미였다. 여천천이 기마술 하나로 서남 지역을 휩쓸고 다닌다는 게 과장된 소문은 아니었다.

낭단은 가장 좋은 말인 붉은색 말을 골랐다.

낭단과 두변은 각자 고른 말을 끌고 연습 경주로로 향했다.

낭군 영지에 마련된 기마 연습 경주로는 그렇게 길지 않았다. 2킬로미터 되는 거리에 도랑, 장애물, 오르막, 내리막길, 계곡, 그리고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 구역이 있었다. 천룡 마장의 단혼 구간만큼은 아니었지만, 꽤 복잡한 경주로라고 할 만했다.

연습 경주장에서 이 시합을 관전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혈관음, 저홍면, 그리고 저영수뿐이었다.

저홍면이 말했다.

“시합의 규칙은 아주 간단하다. 이 경주로는 총 2킬로미터이고, 관문은 총 다섯 개가 있다. 전환점에는 깃발 두 개가 있는데, 붉은색은 두변을, 흰색은 낭단을 상징한다. 두 사람은 가장 빠른 속도로 자신을 상징하는 깃발을 손에 넣어야 하며, 그 깃발을 쥐고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와서 내게 건네줘야 시합이 끝난다. 내게 깃발을 먼저 준 사람이 속도가 더 빠른 것이고, 기마술이 더 뛰어나다는 뜻이니, 그걸로 승패가 나뉠 것이다. 알아들었느냐?”

간단히 말하면 왕복 경주이고, 총 거리는 4킬로미터가 되는 것이다.

“알아들었습니다.”

두 사람이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저홍면이 또 말했다.

“이번 시합에는 포상이나 벌칙 같은 게 없다. 하지만 두변, 네가 질 경우에는 여천천과의 시합에 참가할 수 없고, 스스로 무리한 도전을 하여 굴욕을 자초한 꼴이 되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두변이 대답했다.

만약 두변이 낭단에게 지게 된다면, 여천천과의 시합은 무의미했다. 어차피 지게 될 게 뻔하니, 천리마를 깔끔하게 포기해야만 한다.

“두 사람 모두 제자리로.”

저홍면이 말했다.

저홍면과 낭단은 자신들의 말에 올라탄 뒤, 출발선 앞으로 다가갔다.

두변이 탄 회색 말은 썩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회색 말은 두변의 옆에 있던 낭단을 더 좋아했고, 오늘 처음 본 두변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행히도 성격이 온순한 덕에 성질을 부리지는 않았지만, 오늘 시합에서 최선을 다하진 않을 것 같았다.

낭단은 회색 말의 의기소침한 태도를 단번에 눈치챘고, 저홍면도 이를 눈치챘다.

이렇게 된다면, 이번 시합은 큰 이변 없이 낭단의 승리로 끝날 것이다. 경주마가 이런 의기소침한 상태에 빠지게 된다면, 승리는 이미 물 건너간 것과 같다.

회색 말과 반대로, 낭단이 올라탄 붉은 말은 힘차게 콧김을 내뿜는 것이 활력이 넘쳐 보였다.

두 사람을 지켜보던 혈관음은 지금 이 순간이 너무도 긴장되었다. 혈관음은 단순히 이 시합의 승패가 중요한 게 아니라, 두변을 향한 자신의 믿음이 더욱 중요했다. 만약 두변이 지게 된다면, 두변을 향한 혈관음의 믿음이 산산조각 나게 될 것이다. 두변은 분명히 어제 자기 입으로 여천천과의 시합에서 이길 수 있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혈관음에게 있어서 이 시합은 자신이 믿을 만한 사람을 믿었는지에 대한 스스로의 안목을 확인하는 시합이기도 했다.

경주장에 적막감이 맴돌던 사이, 저홍면 노장군이 오른손을 높이 들어 올렸다.

“준비.”

그리고 그녀가 힘차게 손을 아래로 내리면서 소리쳤다.

“출발!”

이와 동시에 말 두 필이 자신들의 기수를 등에 업고 힘차게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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