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117화 (117/648)

제117장: 여천천을 죽이고 보상을 획득하라

영종오 대종사는 진평을 통해 두변이 염주부로 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쉴 새도 없이 다시 몇백 리 길을 재촉하여 혈교방의 주둔지에 도착했고, 인사불성 상태인 두변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두변을 본 영종오는 격노하였고 누구보다도 속상해했다.

세상에서 둘도 없는 천재 제자이자, 아주 짧은 시간 만에 자기가 가장 아끼는 제자가 된 두변이 고작 며칠 떨어져 있었다고 이 지경이 되어버리다니!

그리고 두변을 이렇게 만든 사람이 제국의 서남 지역 토호, 문산 토사부 여씨 가문이라는 것을 듣자, 영종오는 너무 분개한 나머지 그런 말을 내뱉은 것이다.

“이놈의 대녕 제국은 언젠가 망하게 되어 있구나!”

영종오의 마음속에는 규일을 죽였다는 호쾌함이 싹 사라지고, 실망과 고통스러움이 자리 잡았다.

혈관음이 말했다.

“대종사, 두변을 살릴 수 있을까요? 어떤 대가를 치러도 좋으니, 꼭 두변을 살리고 싶습니다.”

영종오가 대답했다.

“살릴 수 있다. 그것도 아주 쉽게 말이다. 두변은 요미접(妖尾蝶)의 독에 중독된 것이다. 요미접은 지하의 틈새에서 자라는 야광 나비인데, 몸에서 만져지는 모든 가루가 다 맹독이다. 대부분 사람에게는 절대로 해독할 수 없는 독이겠지만, 나는 연단 하나로 그 독을 해독할 수 있다.”

역시 못 하는 게 없는 팔방미인 대종사였다. 하지만 그는 서서히 망해가는 대녕 제국을 어찌하지 못하고 그저 비통하고 절망할 뿐이었다.

영종오의 말을 듣자, 혈관음은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몇 날 며칠째 밤을 지새운 그녀는 영종오의 확답을 듣자마자 더는 버티지 못하고 혼절해버렸다.

영종오는 혈관음이 쓰러지지 않도록 재빨리 그녀를 품에 안았고, 의아한 눈빛으로 그녀의 눈을 뒤집어 깠다.

“너도 중독된 게냐? 바보천치 같으니라고. 자기가 중독된 줄도 모르고 있었던 게야? 간접적인 독인 것 같은데, 설마 두변을 위해서 독을 빨아낸 것이야?”

이미 혼절한 혈관음은 영종오의 물음에 답할 수 없었다.

“쯧쯧. 이게 다 무슨 일이란 말이냐.”

영종오는 탄식하면서 혈관음을 두변의 옆에 나란히 눕혔다.

영종오는 서둘러 각종 약재를 조달해서 단약을 만들어야 했다. 혈관음까지 중독된 걸 알았으니, 큰 연단 한 알, 작은 연단 한 알을 만들어야 했다.

연단을 만드는 데 쓰이는 재료 대부분은 깊은 산속에 있었고, 독을 품은 것이거나, 땅굴 깊은 곳에 숨어있는 에너지성 생물이었다.

“콜록, 콜록, 콜록.”

영종오는 극심하게 기침하면서 또 한 번 피를 토했고, 그가 급하게 봉합했던 가슴 상처 부위가 찢어지면서 피가 새어 나왔다.

영종오는 중상을 입은 터라, 하루라도 빨리 침상에 누워서 자가치유를 하며 요양해야 했다. 그런데 연단 재료를 구하기 위해서 땅굴 깊은 곳을 가야만 했고, 그곳엔 다른 세계의 에너지가 침투되어 변형된 위험천만한 생물이 많았기에 대량의 현기와 무력을 소모해야만 했다.

그건 그의 상처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영종오는 두변을 위해서 즉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십만대산(十萬大山)에 다녀오마. 그동안 너희는 매일 두변과 혈관음에게 삼탕을 먹이면서 그들의 원기를 보존시켜야 한다.”

영종오가 말했다.

“예, 알겠습니다.”

이삼과 혈관음의 심복인 여무사가 대답했다.

또 꼬박 사흘이 지났을 무렵, 영종오 대종사가 돌아왔다.

영종오 대종사는 사람이 거의 한 둘레 줄어든 것만큼 야위었고, 눈구멍은 깊이 파였으며, 반백이었던 머리카락은 거의 완전히 하얗게 세어 버렸다.

영종오는 지금까지 12일째 한숨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

머나먼 삼천 리를 달려서 규일을 죽였고, 다시 삼천 리 길을 달려서 오주부로 돌아갔다가, 또다시 몇백 리를 재촉해서 염주부에 도착했고, 그다음엔 또 쉬지 못하고 십만대산의 온갖 강력한 이계 생물과 맞서 싸우면서 연단 제작에 필요한 재료들을 모아왔다.

십만대산에서 보낸 사흘 동안, 영종오는 무수히 많은 땅굴과 동굴을 돌아다녔고, 최소 천 마리의 이계 생물을 죽이면서 힘겹게 재료를 모았다.

그리고 그는 지체할 겨를도 없이 바로 동굴 안에서 연단을 만들었고, 곧장 두변과 혈관음에게 돌아왔다.

영종오는 큰 연단과 작은 연단을 두 사람에게 각각 한 알씩 먹였고, 삼탕을 두 사람의 입에 따라주었다.

효과는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

새까맣게 변해버렸던 두변의 안색이 차츰 돌아오더니, 그의 호흡이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왔고, 이내 얼굴에 윤기까지 돌았다.

혈관음의 효과는 더욱 빨랐다. 그녀는 연단을 삼키자마자, 얼굴에 껴있던 독 기운이 먹구름 걷히듯 깨끗하게 사라졌다.

반 시진이 지나자, 혈관음의 눈꺼풀이 떨리기 시작했다.

곧 깨어날 것이라는 뜻이었다.

“두변, 두변!

두변, 나 이제 해적 그만하고 싶어. 이제 남의 것을 갈취하는 짓도 그만할래. 나 그냥 너 따라다니면 안 돼? 네가 어딜 가든 함께 있고 싶어!

내가 가진 걸 다 버려도 좋으니까, 그냥 네 곁에만 있으면 안 될까?”

연약한 목소리로 잠꼬대처럼 뱉어낸 혈관음의 혼잣말은 모두 그녀의 진심이었다.

혈관음은 애초부터 혈교방 방주 같은 걸 하고 싶지 않았고, 해적 우두머리가 되고 싶지도 않았다.

비록 자기 자신을 사람들에게 강인하고 용맹스런 사람으로 위장해왔지만, 사실 그녀는 고집이 조금 세고 수를 부릴 줄 모르는 여자일 뿐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해적 우두머리라는 사실에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고, 특히나 두변 앞에 있을 땐 그 사실이 미치도록 창피했다.

하지만 혈관음은 태산과도 같은 은혜를 베풀어준 진남공에게 보은하기 위해서 혈교방 방주도, 해적 우두머리도 그대로 해야만 했다.

대종사 영종오는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이다 보니, 혈관음의 잠꼬대를 들으면서 저도 모르게 코끝이 찡해지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가엾은 아이 같으니라고.”

영종오가 혈관음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다정한 손길로 닦아주었다.

같은 시각, 두변의 뇌리 속.

몇 날 며칠을 혼수상태에 빠져있었던 터라, 사신의 검은 그림자가 그의 정신세계에 내내 드리워져 있었다.

두변이 이 세계에 온 뒤로, 이번만큼 억울하고, 이번만큼 손해본 일은 없었다.

혼절하던 바로 그 순간, 두변의 머릿속에는 딱 한 가지 생각만이 떠올랐다.

‘기필코 여천천을 죽이고 말겠다.’

그는 어떠한 대가를 치러도 좋으니, 어떤 후환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어도 좋으니, 기필코 토사 공주 여천천을 죽여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중 언젠가가 아니라, 두변은 지금 당장 여천천을 죽이고 싶었다.

바로 이때, 그의 뇌리에서 기이한 불빛의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새로운 임무 시작: 여천천을 죽여라.

호북(湖北)에 도착한 이문회.

그는 동창에서 보낸 전서구를 받았다.

‘두변이 여씨 소저에게 당함. 중독되어 사경을 헤매는 중.’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이문회의 온몸에서 엄청난 살기가 치솟았다.

“다른 사람이야 감히 여씨 가문을 건드리지 못하겠지. 하지만 난 아니다.

두변, 이 아비가 너를 위해 여씨 가문을 피로 물들여주마.”

- 새로운 임무 시작: 여천천을 죽여라.

- 임무 보상 1: 양기 10 포인트 추가.

- 임무 보상 2: 십만 대군 프로세스 활성화 성공.

- 여천천을 죽여라 임무를 받을 것인가?

기이한 불빛이 물었다.

꿈속의 두변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받겠습니다.”

안 그래도 여천천을 죽이고 싶어서 혈안이 되어있는데, 꿈속 세계에서 이걸 임무로 줬으니, 이 임무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두변은 한 번도 이런 설움을 겪은 적이 없었다.

기마술 경주에서 이겼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자신의 것이었던 천리마도 얻지 못하고, 한혈보마도 얻지 못했다. 두변은 여천천이 그 귀한 보마들을 죽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물론 두변은 두 보마가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게다가 여씨 가문의 명사수가 비겁하게 자신을 습격해서 하마터면 자신의 목숨까지 잃을 뻔했다.

그래서 두변은 이성이든 냉정함이든 냅다 내팽개치기로 결심했다.

어떤 대가를 치른다고 해도 여천천을 죽이겠다고, 꼭 자기 손으로 죽여버리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꿈속 세계에서 여천천을 죽이는 임무 보상이 놀라울 정도로 후하지 않은가.

양기 포인트는 두변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능력이었고, 그가 정상적인 사내 구실을 할 수 있는 아주 직접적인 요소였다. 그래서 그는 양기 포인트를 보상으로 주는 임무를 몹시 중요시했다.

임무 보상 2는 사실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듣기에는 엄청난 보상 같았다.

십만 대군이라니!

그건 도대체 어떤 개념일까?

진남공의 직계 대군도 십만을 넘지 못한다. 그런데도 진남공은 제국 남방의 하늘을 지탱하는 경천옥주(驚天玉柱)였다. 더 중요한 것은, 진남공의 십만 대군이 모두 그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진남공은 그저 십만 대군을 통솔할 뿐이다.

십만 대군을 얻는 것과, 십만 대군을 통솔하는 건 완전히 다른 개념의 일이었다.

어쩌면 임무 보상 2가 뜻하는 건, 두변이 십만 대군을 얻을 수 있다는 것 아닐까?

달리 말하자면, 만약 두변이 정말로 십만 대군을 얻을 수 있다면, 두변의 손에 들어올 권력은 정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놀라울 것이다. 어떤 면에선 그 권력은 동창의 주인 못지않을 것이고, 두변이 살짝 발을 굴려도 온 제국이 들썩일 수도 있다.

여천천을 죽이기만 해도 십만 대군 프로세스를 활성화할 수 있다고? 꿈속 세계의 로직이 도대체 뭔지 모르겠네.

아무튼, 여천천을 죽이는 건 내 복수이기도 하고, 아주 풍성한 보상까지 얻을 수 있단 말이지?

하, 정말 어쩔 수 없잖아. 여천천, 넌 죽어줘야겠어.

기이한 불빛이 말했다.

- 여천천을 죽여라 임무 개시.

- 임무 실패 시, 두변은 죽는다.

두변은 이 말을 듣고도 더는 예전처럼 비아냥대지 않았다.

남을 죽이는 것을 실패했을 경우, 반대로 그 사람에게 죽임을 당하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기이한 불빛이 사라지자, 두변은 두 눈을 번쩍 뜨면서 깨어났다.

두변이 깨어났을 때, 그의 곁에는 혈관음이 아니라 영종오 대종사만 남아있었다.

무슨 이유 때문인진 모르겠지만, 두변은 혼수상태임에도 혈관음이 잠꼬대처럼 했던 말들을 들을 수 있었다. 그저 그게 정말로 현실에서 혈관음이 한 말인 건지, 자신이 꿈속에서 들은 환청인지 구분하지 못할 뿐이었다.

두변이 눈을 뜨자마자 한 말이 영종오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사부, 다치셨습니까? 어쩌다 이렇게 야위신 겁니까? 머리카락은 왜 새하얗게 변했고요?”

영종오가 손을 저으면서 말했다.

“걱정할 거 없다. 규일을 죽일 때, 그놈 곁에 고수 수십 명이 있더구나. 내가 그놈들을 싹 다 죽이고, 규일까지 죽이긴 했는데, 규일 그놈의 검에 내 폐가 뚫려버렸다.”

두변은 흠칫 놀라면서 두피가 저릿해졌다.

규일은 종사급 무림 고수이고, 그와 함께 있던 수십 명의 고수까지 한꺼번에 사부께 달려들었을 텐데. 도대체 사부의 무공은 얼마나 강한 걸까?

“그들을 죽이는 데 얼마나 걸리셨습니까?”

두변이 물었다.

“일초(一招) 만에 죽였지.”

영종오는 시치미를 뚝 떼고 별일 아니라는 투로 말하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두변의 반응을 주시하고 있었다.

두변은 항상 영종오를 놀라게 했고, 심지어 이 세계에 대한 의구심까지 들게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영종오로서는 대종사로서의 체면이 영 서지 않았다.

단 일초 만에 규일과 수십 명 고수를 죽이셨다고?

두변은 거의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영종오를 쳐다보았고, 온몸이 얼어버린 듯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숨 쉬는 것조차 까먹은 듯한 두변의 반응을 보자, 영종오 대종사는 그제야 사부로서의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 이 맛에 사부 하는 게지!

두변은 정말로 머리카락이 삐쭉 설 정도로 소름이 돋았다. 대종사가 대단한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까지 대단한 사람일 줄은 몰랐다.

일초에 종사 한 명에다 수십 명 고수를 죽였다고? 너무 비현실적인 거 아닌가?

제국에 불만이 많고 맨날 투덜대기만 하던 사람이 이렇게 강력한 무공을 가지고 있었다니, 정말 실감이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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