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131화 (131/648)

제131장: 이곳에서 죽을 운명이다.

“강현을 여천천 앞으로 데려가서, 여천천이 보는 앞에서 능지처참하여 죽이거라.”

이문회가 명령했다.

“알겠습니다.” 수하가 대답했다.

여씨 별원의 주인인 여천남이 목청을 높였다.

“이문회, 강현을 죽이더라도 체면은 지켜주시지요. 감히 여씨 가문의 사람을 능욕하려고 하는 겁니까? 훗날 당신이 사형수가 되었을 때, 나는 당신의 죽는 꼴을 지켜보면서 당신의 모든 제자를 능지처참해서 참혹한 꼴로 죽일 겁니다. 지금 우리 여씨 가문의 사람을 능지처참하겠다 하면, 나는 배로 갚아주겠단 뜻이외다.” “시끄럽군. 설마 내가, 네놈이 비중 있는 인질이라고 생각해서 네놈을 죽이기 아깝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이문회는 자신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검을 휘둘렀다.

여씨 별원의 주인이자, 여여해의 의형제인 여천남의 머리가 허공에 붕 떴다.

여천남은 죽기 직전까지도 이문회가 자신을 향해 검을 뽑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고, 이문회가 벼를 썰 듯 가볍게 자신의 목을 자를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도진과 여천천을 죽여라!”

이문회가 명령을 내렸다.

삽시간에 이삼천 명의 동창 무사들이 여씨 별원을 향해 밀물처럼 밀려 들어갔다.

같은 시간.

몇십 리 밖에서 삼천 명에 달하는 군대가 나타났고, 그중 일천 명은 기마병, 이천 명은 보병이었다.

군대를 이끄는 자는 남해도장 산장 축무애였다.

“서둘러라. 엄당의 반역자를 잡을 시간이다.

여씨 별원을 구해내고, 제국의 서남 반란을 평정해야 한다!”

두변은 여천천을 죽이기 위해서 밤새 시간과 달리기 시합을 하고 있었다.

현기 각성을 한 뒤, 두변은 곧바로 선와 검법을 익히기 시작했다.

이 검법에 관한 최초의 비적(祕籍)은 이미 사라졌지만, 대종사 영종오가 반 시진만에 검법의 비적을 다시 써냈다.

영종오의 비적을 건네받은 두변은 내용을 보고 또 한 번 감탄했다. 이건 단순한 검법이 아니라, 과학과 무도를 합쳐놓은 무언가였다.

이 검법의 핵심은 현기 내력의 충격을 활용해서 에너지 소용돌이를 만드는 것이었다.

말로는 쉽지만, 실제로 에너지 소용돌이를 만들어 내기란 정말 하늘의 별 따기 수준으로 어려웠다. 몇 번을 보아도 이건 무공 비적이 아니라, 수학과 물리학의 집합체였다.

이 기술에 쓰인 파동과 수학 계산 공식만 해도 몇천 개에 달했다.

누가 됐든, 이 비적을 곁눈질로 한 눈만 보아도 머리가 지끈거리고 어지러울 것이다. 어쩌면 이 세상에서 두변 외엔 이 비적을 읽고 이해하는 사람 자체가 극히 드물 것이다.

두변에게 있어서 이 비적을 이해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어려운 건, 이 모든 것을 현기로 다스리고 실전에 쓰는 것이다.

선와 검법의 비적에 따르면, 에너지 소용돌이를 만들기까지의 모든 과정에서 사소한 하나라도 틀리면 이 기술을 실현할 수 없었다.

꿈속 세계라는 시스템이 없었다면, 두변의 실력으로도 선와 검법을 익히기까지 족히 몇 달은 걸렸을 것이다.

비적을 빠르게 읽은 두변은 서둘러 눈을 감고 꿈속의 세계로 들어갔다.

꿈속의 세계로 들어간 그때, 두변은 자신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뇌의 회전 속도가 열 배나 빨라진 덕에, 두변은 현실에서 보기만 해도 머리 아팠던 비적을 단 하루 만에 내용을 완벽히 이해하고, 200장이 넘는 비적을 외웠다.

선와 검법이란 건, 단순히 1초 1식으로 이뤄진 것이 아닌, 원리를 완벽히 이해해야만 실현해낼 수 있는 기술이었다.

전설의 무초승유초(無招勝有招: 무초식이 유초식을 이긴다.)가 여기에서 특별하게 표현된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리고 두변은 꿈속에서 깨달음을 얻었다.

그 과정은 무척이나 길었다. 몇 시진, 수십 시진, 며칠…….

두변은 모든 주파수 대역, 모든 공식, 그리고 모든 원리를 하나하나 완벽히 이해한 뒤, 자신의 근맥과 현기를 이용해서 에너지를 다루는 법을 익혔다.

꿈속 세계에서 꼬박 엿새의 시간을 들여서 선와 검법을 완파했다.

이어서 실전 훈련이 시작되었다.

에너지 소용돌이를 만드는 과정이 너무도 복잡해서 수도 없이 많은 실패를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이건 하나의 검법이라기보다는 하나의 공정, 또는 응용프로그램에 가까웠다. 영종오 대종사가 써준 비적은 소프트웨어이고, 두변의 몸은 하드웨어인 셈이었다.

모든 과정에서 하나라도 어긋나는 게 있다면 프로그램은 돌아가지 않았다.

두변은 포기하지 않고 수십 번, 수백 번, 수천 번, 수만 번을 시도했다.

대략 오만 번이 지났을 때, 두변은 드디어 선와 검법을 활용하여 에너지 소용돌이를 구현해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두변의 현기가 워낙 약한 터라, 그가 만들어 낸 에너지 소용돌이의 크기도 몹시 작았다. 이 정도 소용돌이로는 두 사람을 감쌀 수도 없었고, 하늘에서 번개를 몰아오기도 역부족이었다.

지금 당장 현기를 대폭 향상할 수가 없으니, 지금 가지고 있는 현기를 최대 효율로 사용하고 낭비를 줄여야 했다.

두변은 무수히 많은 개선과 조정을 거치다가, 마지막엔 비적의 내용을 대대적으로 수정했다.

그리고 드디어, 그는 자신의 현기를 최대치로 사용하여 20미터 높이, 3미터 직경이 되는 에너지 소용돌이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다.

이 정도 크기의 소용돌이라면, 간신히 자신과 여천천을 소용돌이 안에 가둬둘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하늘에서 번개를 몰아오기에 충분했다.

두변이 눈을 떴을 무렵, 태양이 서서히 하늘을 밝히고 있었다.

“어떻게 되었느냐?”

영종오 대종사가 물었다.

“완성했습니다.”

두변이 대답했다.

영종오는 눈을 크게 뜨면서 두변에게 검 한 자루를 건넸다.

그가 건넨 검은 자신이 특수 처리를 해서 거대한 자력을 가진 현철검(玄鐵劍)이었다.

두변은 검을 건네받은 뒤, 깊이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선와 검법을 시도했다.

이 검법은 특별한 동작이 있는 게 아니라, 검을 손에 쥐고 서서히 원을 그리는 것이었다.

두변의 미약한 현기가 현철검을 통해 끊임없이 방출되어, 작은 소용돌이가 서로 층층이 겹쳐지면서 회오리처럼 거대해졌다.

다만, 이 소용돌이는 눈으로 보이지도 않고, 손으로 만져지지도 않았다.

두변의 현기가 현철검을 통해 방출된 것인지라, 그가 만들어낸 소용돌이에 자력이 가득했다.

몇 초가 지나자, 직경 3미터, 높이 20미터의 자성 에너지 소용돌이가 만들어졌고, 그 소용돌이가 쉴 새 없이 회전하면서 주변의 모든 것들을 집어삼켰다.

영종오는 눈을 감고 두변이 만들어 낸 에너지 소용돌이를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두변이 성공적으로 에너지 소용돌이를 만들어냈다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영종오가 한시름을 놓은 듯, 길게 숨을 내뱉으면서 말했다.

“천재는 정말 원하는 대로 다 되는구나.”

영종오는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선와 검법은 진정한 검법이라고 할 수 없지만, 단순한 무공보다 훨씬 더 어려웠다. 에너지 소용돌이를 구현해내는 과정의 난이도와 심오함은 그 어떤 검법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

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영종오가 써낸 비적을 이해도 하지 못했을 테지만, 두변은 하룻밤 사이에, 정확히 말하면 새벽 사이에 비적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대종사, 비금(秘金) 가루는 준비되었습니까?”

두변이 물었다.

영종오가 작은 도자기 병 하나를 꺼냈다. 그 안에는 약 몇십 밀리미터 정도의 비금 가루가 담겨 있었다.

두변은 병 안에 든 비금 가루가 투명해서 마치 물이 흐르는 것 같은 제형에 깜짝 놀랐다.

“이 비금 가루는 무척 귀중한 것이다. 검맥을 만드는 데 유용하게 쓰이는 것이지.”

영종오가 말했다.

절품(絶品) 보검이라고 불릴 정도이면, 날카롭고 단단한 것 외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검기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평범한 금속 검도 내력을 검기로 전환할 수 있지만, 전환하는 도중에 낭비하는 현기가 무척 많다.

쇠도 전기가 통하긴 하지만, 전기 저항이 심한 것과 같은 이치이다.

비금 가루는 지구상의 초전도체와 같은 것으로, 이것을 사용하면 현기 내력을 완벽하게 전환할 수 있고, 전환하는 도중에 낭비하는 현기가 절대로 1할을 넘지 않는다.

그래서 모든 절품 보검에는 이런 비금 가루가 쓰이고, 두 냥 정도의 양이면 충분했다.

비금 가루는 완벽에 가까운 전도체로, 입자가 초미세한 데다 투명하기에 육안으로는 절대 볼 수 없었다. 바람이 살짝만 스쳐도 비금 가루가 사방으로 흩날릴 것이고, 에너지 소용돌이에 섞이게 된다면 거대한 공간 도체로 변할 것이다.

하지만 비금 가루라는 게 너무도 귀한 것인지라, 두변은 차마 이걸 시험 삼아 써볼 수가 없었다.

“이제 모든 것이 준비되었구나. 딱 번개만 빼고 말이다. 언제, 어디에서 번개가 내리칠지 모른다면, 지금껏 준비한 게 다 무용지물이 된다.”

영종오 대종사가 말했다.

두변이 웃으면서 대꾸했다.

“그럼 제가 신선께 여쭤보러 가 보겠습니다. 제게 알려주실지도 모르니까요.”

두변은 갈망에 가까운 기대를 안은 채 다시 눈을 감고 꿈속 세계로 들어갔다.

하지만 꿈속 세계는 두변이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두변은 어느 산봉우리에 서 있는 게 아니라, 바다에 떠 있는 배 위에 서 있었다.

두변의 눈에 들어온 하늘의 광경이 무척 복잡했다. 멀리서는 석양이 지고 있었고, 태양이 반 이상 수평선 아래로 가라앉아 있었다.

그런데 반대편 하늘에는 먹구름이 몰려와서는 하늘 가득 먹구름이 소용돌이 형상을 띄고 있었다.

바다의 먼 곳에는 섬이 하나 보이는데, 섬에는 풀 한 포기 없이 온통 가지각색의 돌뿐이었다.

두변은 저것이 도초(島礁: 간만의 차에 따라 물에 잠겨 암초가 되거나 수면 위로 드러나 섬이 되는 곳)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우웅, 우웅!

이때, 멀리 도초 부근에서 돌고래 울음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몇 초 뒤, 돌고래 한 마리가 수면 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바로 그때, 먹구름 사이에서 번개 한 줄기가 세차게 내리쳤다.

번개는 너무도 갑작스러웠다.

구름 한 점 없이 석양이 물든 하늘인데, 소용돌이 모양의 먹구름이 있는 곳에서만 번개가 내리쳤다. 먹구름이 모여있는 면적이 크지도 않았고, 두께가 두꺼운 것도 아닌지라, 저런 먹구름에서 번개가 만들어질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바다의 날씨는 언제나 예측 불가능하지 않은가!

다만 번개가 너무 작았다. 저걸로 여천천을 죽일 수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두변은 속으로 생각하면서 다음 번개가 내리치길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다음 번개는 나타나지 않았다.

조금 전의 번개가 지나간 뒤, 비가 몇 방울 내리더니 한쪽에 몰려있던 먹구름마저 아예 걷혀 버렸다.

꿈속 세계에서 보여준 예지에 의하면, 번개는 두 번 내리치지 않을 것이란 뜻이다.

두변은 꿈속 세계에서 본 모든 것을 빠르게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 번개가 내리친 시간: 오후 여섯 시 반, 석양이 해수면 위로 반이 남았을 때.

- 번개가 내리친 장소: 다섯 손가락 모양의 도초 부근. 소용돌이 먹구름 아래.

- 번개가 발생하기 전의 특징: 번개가 나타나기 3초 전, 도초 부근에서 돌고래 울음소리가 들렸고, 돌고래 한 마리가 수면 위로 뛰어올랐다.

즉, 돌고래가 수면 위로 뛰어오르기 전까지 에너지 소용돌이를 잘 만들어 둔 뒤, 돌고래가 뛰어오르는 그 순간 검기를 내뿜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이 번개를 한 번 놓치면 기회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단 한 치의 오차도 발생해서는 안 되며, 만에 하나 실패하게 된다면 두변은 죽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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