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146화 (146/648)

146장. 반란의 목적

“심연 동굴 아래에 우리 사륭 부족의 상징이자, 유일신이자, 무적인 구두사 신이 계신다. 나는 매일 구두사 신께 제사를 지내지. 매일 산 사람을 제물로 바치면서.”

사륭석이 덤덤한 말투로 말했다.

두변은 저도 모르게 털끝이 삐쭉 섰다.

‘그래서 이 동굴에서 죽음의 기운이 이렇게 강하게 뿜어져 나오는구나.

그런데 알 수 없는 신비한 기운이 지옥불처럼 들끓는 게 느껴지는데?’

사륭 대왕이 물었다.

“낯선 자, 이름이 뭔가?”

“두변입니다.”

“두변이라고 불리는 낯선 자, 구두사 신의 지의라고 했으니 직접 내려가서 제사를 지내보아라. 네가 말한 게 진정 구두사 신의 지의라면, 넌 살아서 돌아올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넌 오늘의 제물이 될 것이다.”

옆에 있던 최부가 웃음을 터트렸다.

“두변, 네놈에게도 오늘 같은 날이 있구나. 구두사 신의 맛있는 식사가 된 사람이 몇 명인지 아느냐? 수천, 수만에 달하는 그 제물 중 단 한 명도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다. 칠현금, 서예, 바둑에 능하고, 천부적인 문예 감각이 있으면 뭐 하느냐? 결국 뱀의 배 속에서 생을 마감하게 될 텐데. 꼴 좋다. 인과응보야. 하하하.”

최병정이 말했다.

“내가 내 손으로 네놈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수 없는 게 한이지만, 네가 뱀에게 잡아먹혀서 죽는 것도 나쁘진 않네.”

두변이 두 사람의 비아냥을 무시하고 사륭석에게 물었다.

“사륭 대왕, 제가 구두사 신에게서 살아나오기만 한다면, 제가 한 말이 곧 구두사 신의 지의라는 걸 믿어주시고, 여씨 토사부를 공격해주실 겁니까? 그리고 최병정과 최부도 죽이실 것이고요?”

사륭석 대왕이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렇다.”

두변은 심연의 입구에 서서 눈을 감고,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동굴 깊은 곳에서 죽음의 기운이 끊임없이 올라왔고, 악마의 포효가 두변의 온몸을 끌어당겼다.

‘빌어먹을 꿈속 세계야. 내가 너 백 퍼센트 믿고 있는 거 알지? 절대로 내 뒤통수쳐선 안 돼!’

두변은 눈을 더욱 질끈 감으면서 속으로 말했다.

사륭석 대왕의 놀라워하는 시선, 그리고 최부, 최병정의 통쾌해하는 시선.

두변은 이를 악물고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 속으로 몸을 던졌다.

한편, 영설 공주는 철통 보안을 유지하면서 이문회를 경성까지 호송했다.

황궁 밖, 그새 단식투쟁하는 태학당 학생들과 머리를 조아리며 황제의 결정을 촉구하는 신하들이 더욱 많아졌다.

동창 주인 이연정은 일찍이 칩거하면서 그 누구도 만나주지 않았다.

조운은 여전히 중단되어 있던 탓에 경성의 식량값은 세 배 이상으로 뛰었고, 일부 백성들은 벌써 식량난에 허덕이기 시작했다.

각 성 주부의 동창은 점점 더 많은 세력과 사람들로부터 포위와 공격을 당했고, 심한 곳은 불에 타기까지 했다.

황궁 안으로 밀려오는 혈서도 점점 더 많아졌다.

예전에는 일부 주부의 거인과 수재들이 연합 서명을 했다면, 이제는 일종의 사회운동으로 번지는 형국이었다. 혈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애국자가 아니며, 악질 엄당을 옹호하는 사람은 서생이 아니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탄핵 상주서도 당연히 줄어들긴커녕 몇 배가 되었고, 이미 퇴직하거나 사직한 대신들도 상주서를 써서 청군측을 해야만 노여워하는 백성들을 어루만질 수 있다며 입을 모았다.

이전의 상주서에서는 이연정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고, 오직 이문회만을 겨냥한 거라면, 지금은 몇몇 상주서에서 대놓고 이연정의 이름을 써서 질책했다.

만천하의 문관과 무장 집단이 유례없는 대단결을 이뤄냈다. 두 집단은 천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하는 이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않고 동창을 철저히 무너뜨리고자 했다. 그들의 목적은 황제의 유일하고 날카로운 검을 아예 절단내는 것이었다.

동창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없애야만 향후 두 집단이 이루고자 하는 걸 막힘없이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제는 여전히 이 모든 것을 듣지도 보지도 못한 사람처럼 가만히 있었다.

아무리 많은 혈서가 날아와도, 얼마나 많은 상주서가 밀려와도, 황제는 그저 쓸모없는 종잇장 보듯 콧방귀를 뀌었다.

아무리 많은 사람이 궁문 앞에서 이마에서 피가 날 정도로 큰절을 올려도 본 체하지 않았으며, 국자감, 태학당 학생들이 아무리 아사해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황제는 이미 싹수가 노란 학생들이라면, 몇 명이 죽어 나가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황제는 따뜻한 밥을 하루도 빠짐없이 궁문 앞으로 보내는데, 그걸 먹든 먹지 않든, 그래서 죽든 말든 그건 자기 탓이 아니라는 것이다.

세간에는 황제가 아둔하여, 선조가 물려준 강산을 이대로 망칠 거라는 말이 떠돌았다.

하지만 황제는 이익 집단이 이미 대녕 제국을 안중에 두지도 않고 망치고 있는데, 자신의 그깟 개똥 같은 명성 하나 버린다고 잃을 게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 황제에게 있어서 유일한 직격탄 하나는, 여씨 토사의 반란뿐이었다.

여씨 토사부, 문산성.

여씨 토사의 중심지인 문산에는 문산과 홍하 두 주부가 모여 있다.

매일 무수히 많은 병사가 이곳 문산성으로 모여들었다.

이번 계획에는 여여해의 병마만 있는 게 아니었고, 서남 토사 연맹에서도 병력을 지원했다.

성화교의 최고 지도자이자, 예언 속 죽었다 부활한 성화 마녀의 전령에 따르면, 토사 연맹 전체가 병사를 모아 대녕 제국의 간신을 토벌해야 한다고 했다.

문산성에 모여드는 병사가 갈수록 많아졌다.

일만, 이만, 삼만, 사만, 오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더욱더 많은 병사가 몰려들었다.

여여해는 벌써 천군만마를 손에 쥐고 천하를 통일한 정복감에 취해 있었다.

수십 년 동안, 여여해는 자신의 계획을 서남 토사 연맹의 모든 곳에 침투시켰다. 친딸 하나 희생해서 성화 마녀를 얻어냈으니, 이제 수십 년 계획의 성과를 볼 시간이었다.

성화 마녀가 없었다면, 이렇게 많은 병마를 모을 수 없었을 것이다. 여여해가 비록 서남 토사 연맹의 지도자이긴 하지만, 토사들은 그에 대한 경외심은 있더라도 충성하거나 복종은 하지 않았다. 그러니 성화 마녀가 아니었다면, 다른 토사들이 그의 말을 듣고 병사를 내어줄 리 없었다.

하지만 성화 마녀의 말 한마디에 모든 토사가 반강제적으로 병력 지원을 하게 되었다. 물론 병사의 수가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복종의 뜻을 표한 것이다.

만약 이 세계에도 삼국이 존재했다면, 여여해는 천자를 끼고 제후들을 호령하는 조조가 된 기분이었을 것이다.

여여해는 십만 대군을 집결시킨 후 북상할 계획으로, 대녕 제국을 집어삼킬 기세로 병력을 끌어모았다.

그가 내건 구호는 ‘청군측, 간신 주벌!’이었다.

사실 이문회가 여씨 가문을 건드리지 않았어도, 여여해는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면서 대녕 제국의 변방부터 시작해서 대녕 제국의 영토를 빼앗을 궁리를 했을 것이다. 물론 이문회 덕분에 규모가 훨씬 더 커졌지만 말이다.

여여해는 진남공이 안남 왕국으로 향했고, 서남 지역을 지킬 이가 아무도 없다는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이참에 황제를 겁주면서 이득 볼 생각을 했었는데, 예상치도 못하게 이문회도 이 기회를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문회가 그야말로 맹렬한 기세로 광서에 있던 여씨 거점을 통째로 없애버리고 가차 없이 수천 명에 달하는 여씨 가문의 사람을 죽였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여여해는 화가 치밀어 올라서 피를 토할 지경이었다.

삼백만 냥 은자를 잃은 것도 모자라서, 무역 요충지였던 광서 모든 거점이 송두리째 뽑혀버렸으니, 다시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만들기까지 족히 이삼 년의 시간이 걸릴 게 분명했다.

이삼 년씩이나 여씨 가문의 수입이 반 토막 나는 것이니, 이 일로 인해 크게 원기가 상했다.

여여해는 이문회를 기필코 죽여버리겠다고, 무슨 일이 있어도 이문회를 죽이리라 다짐했다.

물론 여여해가 이번 기회로 정말로 반란을 일으켜서 대녕 제국을 공격하려는 건 아니었다. 여여해는 지금이 황금 시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진남공이 안남 왕국에 간 터라 서남 지역을 정복하는 건 손바닥 뒤집듯 쉽겠지만, 대녕 제국이 아직도 망하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여여해가 서남 지역을 정복하는 즉시, 몇십만 대군의 역습을 감당해내야 한다.

제국의 문무 집단이 여씨 토사를 이용하여 돈을 벌 수는 있지만, 여씨 토사가 진심으로 반란을 일으켜서 자신들의 이익에 위협이 된다면, 제국의 사람으로서 여씨 토사를 진압하는 수밖에 없다.

여여해도 지금 보여주기식이 아닌, 진심으로 반란을 일으킨다면 되레 파멸하게 된다는 걸 아주 잘 알았다.

여씨 가문에게 가장 급선무는 성화 마녀의 교지를 이용해서 몇 년 사이 서남 토사 연맹을 완전히 손아귀에 쥐는 것이었다. 백만 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토지를 하나로 통일해야만 후일 더 큰 도약을 위한 기반을 만들 수 있다.

그때가 되면, 여씨 가문은 몇천 리 강산, 몇천만 인구, 몇십만 대군을 손에 거머쥐게 될 것이다.

몇 년 뒤, 대녕 제국의 기둥이 완전히 좀먹었을 때, 북쪽, 동북 쪽의 전장이 일촉즉발의 상황이 될 때, 여여해가 반란을 일으키는 건 하나의 연쇄반응이 되어 북쪽을 통째로 혼란에 빠트릴 수 있다.

그럼 여여해는 북방이 혼란에 빠진 틈을 타, 수십만 대군을 이끌고 아주 짧은 시간만에 제국의 남쪽을 섭렵할 수 있게 된다.

요약하자면, 여여해가 이번에 반란을 일으키는 데엔 세 가지 목적밖에 없다.

첫째, 군사비 목적으로 오백만 냥 은자를 배상해달라.

여씨 토사가 제국을 위해 변방과 서남을 지키고 있는데, 이렇다 할 공로는 세우지는 않았지만 응당한 대우를 해달라는 의미로 황제에게 오백만 냥 은자를 요구한다.

둘째, 황제를 통해 이문회를 죽이고, 이연정을 몰아낸다.

셋째, 영설 공주를 여씨 가문으로 시집보낸다.

세 가지 목적 중, 마지막 목적이 제일 고민스러웠다.

영설 공주는 여러 면에서 아주 강한 사람이어서, 여씨 가문에 시집오게 되면 나중에 큰일을 그르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여완완이 그의 걱정거리를 말끔하게 없애 줬다.

성화교에는 무척 강력한 정신술이 있는데, 그 정신술은 사람을 걸어다니는 시체처럼 무념무상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었다.

천하를 평정하기 위해선, 천하의 영설 공주를 여씨 가문의 여인으로 만들어야만 했다.

여여해는 만약 자신이 십만 대군을 이끌고 변경에 가까워졌는데도 황제가 미동도 없고, 그의 세 가지 조건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이참에 눈엣가시였던 안륭 토사부도 없애버릴 심산이었다.

토사이지만, 조정의 충실하고 유능한 장군인 저홍면은 여여해가 서남 토사 연맹을 연합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였다.

“얼마나 모였느냐?”

여여해가 물었다.

“지금까지 칠만 명을 모았습니다.”

여여해가 끝없이 이어진 병영을 내다보다가 북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내일 바로 북쪽으로 이동한다. 실제 병사 수가 얼마가 되든, 무조건 십만 대군이라는 칭호를 걸어라.”

“알겠습니다.”

내일 출정한다면 이틀 내에 제국 변경에 도착할 것이고, 대녕 제국의 몇 개 주부에서 변경을 지키기 위해 병사들을 내려보낼 것이다.

두 병력이 대치하게 될 때, 그때가 바로 이문회가 죽을 시기였다.

사륭 대왕 동부.

두변은 심연 속으로 뛰어들었다.

갑자기 아래쪽에서 악마 같은 포효가 들리고, 곧이어 코를 찌르는 냄새와 알 수 없는 거대한 기운이 그를 감쌌다.

아무런 안전 장치도 없이 빠르게 떨어지던 두변은 알 수 없는 기운에 의해 속도가 완만해지고, 천천히,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얼마나 더 내려갔을까.

두변이 뛰어든 심연은 정말로 밑이 없는 동굴인지 족히 2분 이상은 내려온 것 같은데도 밑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미 수천 미터 깊이까지 내려온 듯했다.

두변은 이 길로 자신이 지옥까지 가는 게 아닌가 의심했다.

그렇게 끝도 없이 떨어지던 두변의 몸이 갑자기 멈추면서 허공에 붕 떴다. 무언가가 그의 몸을 숨 막힐 정도로 꽉 조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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