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장. 새로운 역사
기이한 불빛이 단혼영을 포위해서 점 하나로 압축시킨 그 순간, 두변은 빠르게 생기를 되찾았다. 단혼영에게 잡아먹혔던 대뇌 세포가 다시 완전한 형태로 풀려났다.
두변의 호흡이 점점 더 강해지면서 얼굴에 붉은빛이 돌기 시작했다.
두변의 심장 박동까지 힘있게 변한 걸 본 영종오 대종사는 크게 기뻐하면서 말했다.
“됐네. 이겼어! 두변이 정신력 싸움에서 단혼영을 이겼으니, 이제 목숨은 위태롭지 않을 걸세.”
이문회가 눈시울을 붉히면서 기뻐했다.
나의 희망을 잃지 않았구나. 두변을 잃지 않게 되었어!
그 어떤 말로도 이문회 마음속의 기쁨을 표현해낼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왜 아직 깨어나지 않는 겁니까?”
영종오가 흠칫 놀라는데, 두 눈이 감격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그가 흥분한 사람처럼 거칠게 숨을 내쉬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아주 대담한 추측을 해보자면, 두변이 지금 온 세상을 놀라게 할 만한 일을 하고 있는 게야.”
이문회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영종오는 완전히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서는 중얼거렸다.
“만약 두변이 성공한다면 두변은 새로운 역사를 써내는 사람이 될 것이야. 두변에게 엄청난 필살기가 생기는 거지. 무공 실력이 뛰어나지 않아도, 상대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두변이 필살기를 쓰게 된다면, 자기보다 강한 그 누구든 순식간에 죽여버릴 수 있어!”
이어서 영종오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방 안을 빠르게 서성이면서 자기만의 세계에 빠졌다.
“미쳤어. 이건 미쳤다고. 내가 생각한 게 맞기를. 제발 맞기를!
두변이 새로운 역사를 써낼 것이야. 수천 년 이래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단혼영을 자신의 필살기로 만들고 싶어 했는지 몰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정신 공격을 연마하기 위해서 목숨을 잃었는데!
정신 공격은 너무도 무섭고, 말도 안 되는 기술이지. 무공이 아무리 뛰어나도 이 필살기를 맞게 되면 속수무책으로 뇌와 정신이 공격받을 것이고, 목숨을 잃게 돼!
수천 년 동안 단 한 사람도 성공하지 못했는데. 얼마나 많은 종사급 무도 고수가 독을 시험하다가 죽었는데!
만약 두변이 성공한다면, 그는 이 세상에서 최초로 정신 공격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되네. 정말, 정말 무서운 놈이야. 이대로 성공한다면, 정신 공격 공법 하나로 막강한 무도 파벌을 만들 수 있게 돼.
정말 두변이 성공한다면, 난 앞으로 10년 동안 이놈의 정신 공격 비급을 써내야지.
아, 안 되지. 이런 하늘을 거스르는 비급을 세상에 남기게 되면 안 되지. 절대로 안 돼!”
영종오 대종사가 흥분에 빠져서 끊임없이 중얼거리면서 방 안을 서성였다.
영종오 대종사의 말은 전부 맞았다.
단혼영이라는 맹독은 천지의 현기처럼 이 지구에만 존재하는 순수 기운으로, 이걸 내력으로 전환하면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이 점을 알게 된 종사급 무도 고수들은 단혼영을 자기 것으로 만든 뒤, 정신 공격을 연마해서 무도 파벌을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천 년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단혼영을 흡수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세계에는 진정한 의미에서 정신 공격을 할 줄 아는 사람도 존재하지 않았다.
견사 대사가 견사사에서 쓴 기술은 정신 공격과 흡사해 보이지만, 그건 정확하게는 정신 공격은 아니다. 견사 대사는 강력한 정신력과 동굴 안의 약물을 통해 사람을 환각 상태로 만들고, 최면으로 꿈을 꾸게 만든 것이다.
견사 대사가 쓴 기술은 아주 고급의 최면술에 가까웠다.
하지만 단혼영은 사람의 뇌에 아주 직접적인 정신 공격을 가할 수 있고, 최면할 필요도 없이 상대를 곧바로 죽일 수 있게 된다.
대종사 영종오의 말대로, 두변은 머릿속에서 단혼영과의 싸움을 치르고 있었다.
꿈속 세계의 기이한 불빛이 지금 하려는 것이 바로 단혼영을 완전히 제압해서 두변이 정신 공격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었다.
기이한 불빛이 성공하게 된다면, 두변은 정말 엄청난 필살기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두변이 이 필살기를 얻게 된다면, 그 어떤 위험한 상황에서도 목숨을 구할 수 있게 되고,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정신 공격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된다.
꿈속 세계가 두변에게 이번 암살을 예언해주지 않고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었던 것은 자객들이 단혼영을 쓸 줄 알았기 때문이었다.
두변은 어쩔 수 없이 단혼영에 중독돼야 했다.
두변이 머릿속 깊은 곳에서 말했다.
“정신 공격 기술을 얻게 되는 건 세상에 둘도 없는 엄청난 포상인데, 왜 내게 미리 알려주지 않았습니까?”
기이한 불빛이 대답했다.
- 기억해라. 이 세계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다. 낙문이 자객을 시켜서 암살한 것도, 단혼영 맹독을 쓴 것도 전부 우연이다. 낙문은 단혼영이 맹독인 것만 알지, 이게 얼마나 희귀한 건지 모른다. 네 말을 빌리자면, 정신 공격이 포상이 맞긴 하지. 하지만 그건 네가 우리가 설계한 루트대로 가고 있기에 네가 이득이 되는 걸 얻게 도와준 것뿐이지, 그 포상은 우리가 준 게 아니다. 이건 네가 스스로 얻어낸 것이다.
이제 내가 이 단혼영 맹독을 네 대뇌 밖으로 몰아낼 것이다. 네가 해야 할 것은 단혼영을 잘 통제해서 네 근맥을 거쳐 단전까지 가져가는 것이다.
“단전 안에 보관하라는 겁니까?”
- 당연하지. 이건 천지의 현기와 같은 맥락이다. 단혼영도 결국 에너지이니, 네 내력의 일부가 되도록 네가 잘 운용할 줄 알아야 한다. 네가 내력을 분출할 때, 이 치명적인 맹독도 함께 분출될 것이고, 적에게 정신 공격을 가해서 상대방을 즉살할 수 있다.”
두변이 무언가를 깨닫고 물었다.
“내가 졸업 시험에서 수석 할 확률을 마지막으로 계산해줬을 때는 85퍼센트였죠. 그럼 나머지 15퍼센트는 단혼영을 내력으로 전환해서 정신 공격을 할 줄 알게 되면 채워지는 겁니까?”
- 그렇다. 졸업 시험의 마지막 과목이 전투 무도이고, 총점 100점이다. 전투 무도는 말 그대로 무예를 겨루는 것이고, 이긴 사람이 승자가 되는 단순한 시험이다. 너는 7품 하등 무사이고, 당엄은 6품 상등 무사이니, 원래대로라면 너는 절대로 당엄을 이기지 못한다. 너는 번개를 몰아와서 당엄을 벼락 맞아 죽게 하지도 못할 것이고, 다시 구두사 신의 구슬을 얻어올 수도 없다.
그러니 단혼영이 없다면, 너는 싸움에서 질 것이고, 졸업 시험에서도 수석을 차지하지 못한다.
“사실상 단혼영 정신 공격이 내가 당엄을 무찌를 수 있는 유일한 필살기라는 말이군요. 단혼영을 다룰 줄 알아야만 졸업 시험에서 수석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고요.”
- 그렇다. 정신 공격을 활성화하는 것은 네가 졸업 시험에서 수석을 차지하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고, 네가 이 세계에서 해야 할 중요한 임무를 성공시킬 유일한 열쇠이기도 하다.
기이한 불빛이 잠시 침묵했다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 굳이 네게 말해주자면, 이전의 숙주들은 모두 이 관문에서 죽었다. 단기간에 운이 좋아서 대종사급 무공을 갖춘 이들도 있었지만, 단혼영을 제압하지 못해서 죽게 됐지. 이번엔 나도 위험한 모험을 한 것이다. 무도 햇병아리인 네가 단혼영을 다 붙잡지 못할 줄 알았는데, 신기하게도 네가 성공했구나.
이번에 네가 성공할 수 있던 것은 이전 숙주들의 숱한 실패와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도록 해라.
두변은 혀를 내둘렀다.
아주 잔인한 현실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꿈속 세계를 질책할 수도 없었다.
이기는 자가 왕이 되고, 지는 자가 도적이 되는 이치는 싸움에서만 적용되는 게 아니었다.
두변이 현기 내력을 운용하듯이 단혼영을 근맥을 따라 움직이게 한 뒤에 단전까지 끌어왔다.
슉.
그 끔찍한 단혼영 맹독이 드디어 뇌를 벗어나 단전 안으로 들어갔다.
검은 안개 같던 단혼영이 꿈틀대는 작은 불씨가 되어서 두변의 단전 안에 안착했다.
모든 과정이 순조로웠고, 아무런 차질도 생기지 않았다.
“성공한 겁니까? 드디어 단혼영을 얻게 된 건가요? 성공적으로 정신 공격을 활성화한 겁니까? 이제 당엄을 이길 확률이 확실히 100퍼센트 된 거 맞죠?
내가 수석이 될 확률이 100퍼센트냐고요!”
두변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연달아 물었다.
같은 시각.
동창 천호 무천추가 방 안으로 뛰어 들어와서 무릎을 꿇었다.
“주인, 자객 한 명을 잡아 왔습니다.”
이문회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심문해라. 무슨 수단을 써도 좋으니, 어떻게든 그 배후가 누군지 알아내라.”
무천추가 대답했다.
“벌써 배후가 누군지 실토했습니다. 소주인의 암살을 사주한 사람은 광서 순무 낙문이고, 지금 광주 양광 총독부에 숨어있다고 합니다.”
이문회가 살기를 내뿜으면서 이를 부득 갈았다.
“낙문! 내 손으로 네놈을 죽여주마.”
두변이 다시 물었다.
“내가 성공한 겁니까? 정신 공격을 활성화한 거 맞냐고요.”
기이한 불빛이 대답했다.
- 절반 정도.
“왜 절반입니까?”
- 지금 네 무도 수준으로 정신 공격을 가하려면, 여전히 전통적인 무도 공격 방식으로 공격해야 한다. 즉, 너는 단혼영을 내력 공격 방법으로 검기를 통해, 아니면 권강(拳罡)으로 분출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진정한 정신 공격은 송과선을 통해 쏘아내는 것이고, 눈빛으로 상대를 응시하기만 해도 공격할 수 있게 된다.
‘응시하기만 해도 정신 공격을 할 수 있다고?’
‘내가 상대를 한 번 쳐다보기만 해도 강력한 정신 공격이 가능하고, 내 공격으로 인해서 상대가 뇌와 정신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는다고? 이런 기술이 어딨어? 대녕 제국에서는 내력과 검기로만 승부를 보는 줄 알았는데!’
두변은 잠시 눈빛으로 상대를 죽이는 상상을 하다가 모골이 송연해졌다.
‘진짜 소름 끼칠 정도로 강한 거네. 눈빛 한 번으로 사람을 죽인다는 건, 악귀랑 똑같은 강력한 존재가 된다는 거 아니야?’
두변이 물었다.
“어떤 조건을 만족해야 그 정도 수준이 될 수 있습니까? 진정한 의미에서의 정신 공격 말이에요.”
기이한 불빛이 대답했다.
- 네 정신력이 90포인트가 되고, 무도 수양이 일정 수준에 이르렀을 때.
90이요?
두변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어째 목표가 점점 더 터무니없어져 가는 것 같은데?
정신력 90이라고? 그건 거의 달성하지 못한다는 말과 똑같잖아! 그렇게 대단하신 영종오 대종사도 정신력이 77인데, 내가 어떻게 90이 돼?
두변이 물었다.
“정신력 상승 임무가 또 주어집니까?”
기이한 불빛이 대답했다.
- 그렇다. 하지만 그런 임무는 극히 소수에 불과하고, 내가 그 임무를 주고 싶다고 해서 줄 수 있는 게 아니다. 정신력 임무의 생성 여부는 이 세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두변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를 들면, 견사 대사의 죽음 같은 거죠?”
두변이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 참, 견사 대사께서 제게 정신력을 계승해 주실 때, 그분의 일부 기억도 제 머릿속에 들어왔습니다.”
기이한 불빛이 말했다.
- 그 기억을 읽는 건 네 자유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기억을 들춰보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그 속의 어떤 내용은 네 정신세계를 혼란스럽게 만들 것이고, 지금의 네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지금 제가 익힌 게 진정한 정신 공격이 아니라고 해도, 똑같이 당엄을 이길 수 있고, 졸업 시험에서 100퍼센트 수석을 차지할 수 있다는 거죠?”
- 그렇다.
기이한 불빛이 깔끔하게 대답한 뒤, 이어서 말했다.
- 네게 알려줄 게 한 가지 더 있다. 네 단전 안에 있는 단혼영 맹독은 무척 진귀하고 희귀한 것이다. 스스로 재생할 수 없는 것인지라, 한 번 쓸 때마다 더 사용할 수 있는 횟수가 줄어든다. 그러니 꼭 필요한 때가 아닌 이상, 단혼영을 남용하지 말아라.
두변은 미리 예상했었는지 침착하게 되물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다시 보충할 수는 있나요?”
기이한 불빛이 대답했다.
- 보충할 수 있긴 하지만, 단혼영 맹독은 정말 진귀하고 희귀한 것인지라, 그걸 얻으려면 운이 정말 좋아야 한다. 만약 단혼영을 또 보충할 기회가 있다면 내가 꼭 그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귀띔해주겠다. 오늘부터 단혼영은 네게 현기 내력만큼 중요한 존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