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242화 (242/648)

242장. 강력한 무기

네 사람은 제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컴컴한 통로에서 한참을 걸었다.

“멈춰.”

앞쪽에서 또 다른 괴수가 이들의 앞을 막았다.

두변은 앞이 아예 보이지 않아서 괴수의 생김새를 확인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괴수가 눈을 뜨자, 두변 등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괴수는 총 세 개의 눈을 가지고 있었는데, 두 개의 눈은 노란색, 나머지 한 개의 눈은 초록색이었다.

“문제를 맞힐 사람 빼고는 전부 100미터 뒤로 물러나라.”

괴수가 말하자, 기음음 등은 곧바로 100미터 물러났다.

삼안(三眼) 괴수는 두변과의 대화를 그 누구에게도 들려주려 하지 않았다. 이 괴수에게는 지금 자기가 하는 일이 이 세상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내 뒤에 있는 곳이 바로 주인님의 보물이 있는 막씨 왕족의 무덤이다. 이곳에 들어가고 싶다면 내가 내는 세 가지 문제를 맞혀야 한다.”

두변이 알겠다고 대답했다.

“첫 번째 문제다. 네 뇌 속에 뭐가 있는가?”

두변이 놀란 표정으로 대답했다.

“기이한 불빛이 있습니다.”

삼안 괴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답이다. 두 번째 문제다. 그걸 뭐라고 부르는가?”

“꿈속 시스템이라고 부릅니다.”

“또 정답이다. 마지막 문제까지 맞히면 무덤 안으로 들어가서 주인님의 보물을 얻을 수 있다.”

“문제를 내주시지요.”

“꿈속 시스템에게 반항한 적이 있는가?”

두변은 이 세 가지 문제를 낸 건 삼안 괴수가 아니라, 그의 주인이라고 불리는 누군가가 냈다는 걸 눈치챘다.

두변은 마지막 문제를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했다.

만약 반항한 적이 있다고 대답하면,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반항한 적 없다고 대답하면,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두변은 이런 곳에서 거짓말을 하는 건, 정답을 맞히지 못한 것보다 더 안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두변은 깊이 심호흡을 한 뒤, 1분 정도 더 고민한 뒤에 대답했다.

“반항한 적 있습니다.”

두변을 바라보던 삼안 괴수의 눈빛이 서글퍼졌다.

“내 주인님도 반항하셨었는데, 반항했던 것 때문에 돌아가셨다. 주인님의 시신이 무덤 안에 있으니, 잠시 뒤에 너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막씨 왕족의 보물이 막씨 후손을 위한 게 아니라, 자기 같은 초월자를 위한 거라고 이미 짐작하긴 했지만, 삼안 괴수의 확답을 들으니 놀라서 두피가 저릿해졌다.

삼안 괴수가 말했다.

“세 문제를 모두 맞혔으니 무덤 안으로 들어가도 좋다. 주인님의 보물은 다 네 것이다.”

쿠구구궁.

마지막 문이 거대한 굉음을 내면서 열렸다. 문이 열리면서 그 사이로 눈부신 빛이 쏟아져 나왔다.

손바닥을 눈앞에 대고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어둠 속에서 갑작스럽게 눈부신 빛이 나타나자,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할 정도였다.

“같이 들어갈까?”

두변이 뒤에 있던 사람들에게 말했다.

무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그들의 시야 안에 들어온 건 시신 한 구였다.

시신은 황금관을 쓰고 있고, 비단으로 만들어진 황포를 입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전혀 부패하지 않은 듯했다.

두변은 이 사람이 바로 몇백 년 전, 막씨 왕족의 제1대 왕인 막천남(莫天南)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당시 막천남은 정말 말도 안 될 정도로 빠르게 부상해서, 짧은 몇 년 사이에 안남 왕국 전체를 통일하면서 급속도로 안남 왕국의 영토를 늘려갔다. 막천남은 주위에 있던 국가를 수도 없이 침략하면서 거대한 제국을 건립하려고 했다.

당시 전 세계가 달단 왕국에게 짓밟히고 있었고, 달단 왕국은 거의 지구의 절반을 휩쓸고 있었다.

그러던 달단 왕국이 막씨의 안남 왕국을 침략하게 되는 순간, 유례가 없는 참패를 당하고 말았다.

그때 안남 왕국의 국왕이 바로 막천남이었다.

사람들은 막천남이 남아시아 전체를 제패해서 중원 제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막천남은 고작 스물일곱의 나이로 갑작스럽게 요절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 막씨의 안남 왕국은 급속도로 쇠퇴하게 되었고,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여씨 왕조가 안남 왕국을 차지하게 되었다.

두변은 막천남이 어떻게 그렇게 순식간에 안남 왕국을 통일하고, 달단 왕국의 침략을 막아낸 건지 그 이유를 이제 알게 되었다. 그리고 막천남이 왜 갑자기 요절한 것인지도.

막천남은 분명 두변처럼 꿈속 시스템에게 반항했을 것이고, 두변만큼 운이 좋지 못해서 꿈속 시스템에게 삭제 당했을 것이다.

두변이 막천남에게 놀란 건, 막천남은 자신이 삭제될 수 있다는 걸 예측하고 거대한 무덤을 만들어서 무수히 많은 보물을 숨겨놨다는 점이었다.

막천남은 자기 뒤에 올 초월자를 위해 크나큰 선물을 남긴 것이다.

두변이 막천남의 시신을 향해 허리 숙여 예를 올렸다.

“선배, 감사합니다.”

두변은 무덤에 있는 보물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두변뿐만 아니라, 무덤에 같이 들어온 혈관음 등도 산더미처럼 쌓인 보물에 완전히 압도되고 말았다.

무덤 안의 사방이 다 황금이었고, 셀 수 없을 정도로 금괴가 잔뜩 쌓여 있었다. 게다가 그 엄청난 양의 금괴와 벽에 박힌 야광석 때문에 눈을 뜨기조차 힘들 정도로 휘황찬란했다.

그러나 두변은 이렇게 산처럼 쌓인 금괴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계표표를 치료할 성원단을 찾는 게 가장 급선무였고, 백색부 참장 염효의 대군을 무찌를 비밀 무기를 찾는 게 더 시급했다.

조급한 마음으로 주위를 둘러보던 두변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바로 이거다! 저것만 있으면 이길 수 있어! 백색부 참장 5천 대군이 전혀 두렵지 않아!

강력한 비밀 무기가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과, 무덤 안의 모든 게 다 자신의 것이라는 점에, 그의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두변은 한쪽에 빼곡하게 정렬된 갑옷을 먼저 확인했다. 갑옷의 수는 딱 100구였다. 그는 이 갑옷들이 결코 평범한 갑옷이 아니라는 걸 단번에 알아챘다.

갑옷의 색은 은색도, 흰색도 아닌 검은색인데, 평범한 갑옷이 막천남의 무덤에 묻혀있을 리 없지 않은가.

손을 뻗어서 갑옷 한 구를 들어보던 두변은 화들짝 놀랐다.

갑옷은 너무도 가벼웠다.

이 갑옷은 목과 손까지 온몸을 감싸는 완전무장 갑옷 형식으로, 몸과 허벅지 쪽은 판갑(板甲), 목, 종아리, 손목과 장갑 부분은 작은 미늘로 촘촘하게 짜인 쇄자갑(鎖子甲)이었다.

이렇게 전신을 둘러싸는 갑옷일 경우 최소 백 근은 넘을 텐데, 이 갑옷은 기껏해야 30근 정도 나갈 뿐이었다.

“이 갑옷의 강도를 확인해보자.”

계표표가 말하더니, 즉시 칼을 뽑아 들고 갑옷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쨍!

칼과 갑옷이 부딪히면서 불꽃이 튀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갑옷에는 흠집조차 남지 않았는데, 계표표가 들고 있던 칼날은 그대로 구부러졌다.

두변은 놀라서 입이 떡 벌어졌다.

너무 사기인 거 아냐? 계표표의 칼도 엄청 귀한 칼일 텐데, 저게 휘어질 정도면 웬만한 칼과 창으로 뚫을 수 없는 갑옷이라는 거잖아. 이런 갑옷 100구면, 강력한 돌격 선봉대를 만들어서 어떤 방어선도 뚫을 수 있겠어!

누가 봐도 이 갑옷은 이 세계에, 이 시대에 존재하는 금속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었다.

이어서 두변은 갑옷 옆에 놓인 칼로 시선을 돌렸다.

이곳에 있는 칼들도 전부 갑옷과 비슷한 재질로 만들어진 듯했고, 똑같이 검은색에 약 열 근밖에 안 되는 무게로 무척 가벼워 보였다.

계표표가 흑검을 집어 들어서 자신의 칼과 부딪쳐보았다.

쨍!

또 한 번 불꽃이 튀었다.

이번엔 계표표의 칼이 아예 부러져버렸다.

흑검을 바라보는 계표표의 눈빛에서 꿀이 떨어졌다. 그녀는 내친김에 흑검에 내력 내력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강력한 강기가 뿜어져 나왔다.

흑검은 계표표의 검을 두 동강 낼 정도로 강인한 데다, 내력 현기를 한 치의 손실 없이, 심지어 강기를 증폭해서 쏘아낼 수 있을 정도로 너무도 완벽한 검이었다.

이 세계의 무도인들의 검은 강인함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건 내력 현기를 최소한의 손실로 검에 전달하는 것이었다.

정말 엄청난 검의 경우라도 현기 내력을 7할 정도 전달할 수 있을 뿐인데, 흑검은 최소 8할 5푼 이상의 내력 현기를 전달할 수 있었다.

이 흑검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면, 천문학적인 금액을 제시한다고 해도 구하기 힘들 것이다.

두변은 이 보물들을 얻게 되면, 막씨 가문이 아니라 그 어떤 가문도 맨땅에서 재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게 뭐지?”

혈관음이 물었다.

그녀 앞에는 수십 개의 통이 있었는데, 그 안에는 물이 가득 들어있었다. 물 속에는 투명한 수정으로 만들어진 듯한 용기 안에 아주 특이해 보이는 노란색 기름 같은 액체가 담겨 있었다.

두변은 눈을 번쩍 떴다.

세상에. 저건 다이너마이트를 만들 수 있는 초화감유(硝化甘油: 니트로글리세린)잖아! 막천남이라는 숙주는 진짜 천재였구나. 어떻게 이 세계에서 초화감유를 연구해낼 수 있어?

초화감유는 일종의 액체형 폭탄으로, 화약 폭탄보다 열여섯 배 정도 폭발력이 강한 초강력 다이너마이트이다.

초화감유는 조금만 써도 엄청난 살상력을 자랑하는데, 두변의 눈앞에는 이런 용액이 수십 통 있었다.

막천남은 용액의 효력이 떨어질까봐 2천 근 가까이 되는 초화감유를 전부 소분해서 두꺼운 수정 용기에 담은 뒤, 몇 층씩 밀봉한 뒤에 물 안에 넣어두었다.

하지만 막천남이 죽은 뒤로 벌써 몇백 년이 지난 터라, 이 용액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였다.

두변은 또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다.

이번에는 두변도 정체를 알 수 없는 물건이었다.

뭔가 특수한 물질로 만들어진 듯한 통이 50개 있는데, 통 안에는 초록색 액체가 담긴 작은 수정병이 수십 개씩 들어있었다.

두변이 눈대중으로 세어보았을 때, 작은 수정병은 대략 2천 병 정도 되는 듯했다.

두변도 이게 뭔지 잘 몰랐지만, 아주 단단히 밀봉된 걸 보니 무척 위험한 물질이라는 건 추측할 수 있었다.

아마 이 물질도 원래는 이 세계에 존재해선 안 될 재난급 살상력을 가져오는 위험한 물질이라고 추측했다.

갑옷과 흑검, 초화감유와 초록색 액체만 있으면 염효의 5천 대군을 무찌르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두변은 그제야 무덤 안을 가득 채운 금괴를 세기 시작했다.

지금의 두변에겐 황금이 그리 값진 것이 아니었지만, 혈관음 등은 이 많은 금괴에 눈이 돌아갈 지경이었다.

네 사람이 각 구역을 맡아서 금괴를 꼼꼼하게 집계했고, 총 59만 냥 황금, 즉 6백만 냥 은자에 달하는 황금이 이 무덤에 숨겨져 있음을 확인했다.

이 정도 금액은 두변이 이 돈을 한 번에 다 쓰고 싶다고 해도 쓸 곳이 없을 정도로 천문학적인 액수였다.

세 여인이 꼼꼼하게 황금을 재차 집계하는 동안, 두변은 계표표를 치료할 성원단을 찾아 나섰다.

사실 꿈속 시스템이 성원단이라는 존재를 알려주긴 했지만, 성원단이 막씨 가문의 무덤에 있다고는 말한 적이 없어서 은근히 걱정도 되었다.

무덤 안을 뒤지고 또 뒤져도 단약처럼 보이는 걸 찾지 못해서 두변의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갈 무렵, 기음음이 저쪽 구석에서 외쳤다.

“여기 상자가 하나 있는데, 안에 든 게 뭔지 모르겠네. 혹시 맛있는 게 들어있지 않을까요?”

기음음이 일부러 예쁜 짓을 하는 소녀처럼 해맑게 물었다.

누가 보물이 숨겨진 무덤 안에 맛있는 먹거리를 숨겨둘까.

두변이 재빨리 기음음에게 달려가서 상자를 열었다.

상자 안에는 정말로 먹을 게 들어있었다.

상자 안에는 투명한 단약, 붉은 단약, 새까만 단약, 보라색 단약 등, 정말 다양한 단약이 작은 수정병에 하나씩 분리되어서 놓여 있었다.

수십 개의 작은 병 겉면에는 안에 든 단약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

두변은 다급한 마음에 두 손에 병을 하나씩 들고 겉면의 이름을 확인했다.

그는 겉면에 쓰인 글씨를 제대로 읽지도 않고 ‘성’으로 시작하는 글자가 아니면 무조건 내려놓고 다음 병을 집어 들었다.

그러다 열 번째 병을 집어 들었을 때, 그의 눈에 드디어 ‘성원단’ 세 글자가 들어왔다.

두변이 크게 기뻐하면서 서둘러 병의 뚜껑을 열었다.

뚜껑을 열어보자, 입구가 얇은 수정으로 한층 더 밀봉되어 있었다. 두변이 비수를 꺼내서 조심스럽게 입구를 톡톡 쳐서 얇은 수정막을 깨트렸다.

그러자 생전 한 번도 맡아보지 못했던 향긋한 향이 병에서 퍼져 나왔다.

기음음이 손뼉을 치면서 활짝 웃었다.

“내가 맛있는 거라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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