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장. 신규 기능
‘정확히 말하면 두 가지 기능인데,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 네가 고르는 기능에 따라 네가 발전할 방향도 결정된다.’
기이한 불빛이 말했다.
‘그 두 가지 기능이 뭡니까?’
‘막천남의 무덤에서 초화감유, 흑갑, 흑검, 식골액(蝕骨液)이 있는 걸 봤지?’
‘어우, 제가 보기만 했을까요. 그 보물들 덕분에 제가 염효와의 전투에서 대승을 거둔 건데요. 진짜 엄청난 사기템이더라고요,’
‘첫 번째 기능은 현대 지구와 이 세계에 존재하는 각종 무기 제조비법을 얻는 것이다. 이 기능을 선택한다면, 우린 네가 어디서 어떤 재료를 수집하고, 어떻게 제조 기반을 다져야 하는지, 연금술사를 어떻게 육성하는지도 알려줄 것이다. 이 기능을 선택한 뒤 8년이 지나면, 아마 너도 흑갑, 흑검, 식골액, 초화감유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예? 8년이나 걸린다고요?’
두변은 경악했다.
‘최단 시간의 경우 8년이다. 재료의 수집과 정련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다. 제조 기반을 위한 건설도 오래 걸리는 시간이고, 연금술사를 대량으로 육성하는 것도 무척 긴 시간이 필요한 일이지. 이 기능을 선택하고 싶다면, 넌 최소 천 리가 넘는 영지가 있어야 하고, 수십만 인력이 필요하다.’
두변도 기이한 불빛이 과장해서 한 말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요약하자면, 열심히 농사를 지어서 패권을 쥐는 노선이네요.’
‘막천남이 간 노선이 바로 이 노선이다.’
‘막천남도 업데이트된 시스템을 사용하게 됐습니까?’
‘그렇다. 막천남의 성장은 아주 순조로웠지. 짧은 몇 년 만에 안남 왕국을 통일했고, 주위의 적국을 노역국으로 삼았지. 그리고 그는 인도를 공격하기 위해서 대군을 정비하던 중이었다. 너무 순조로웠으니, 포상의 의미로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했었지.’
‘그런데 당신들의 명령을 따르지 않아서 죽은 거고요?’
‘그건 말하고 싶지 않은데. 안 하면 안 되나?’
‘그래요. 그럼 두 번째 기능은 뭡니까?’
‘개천안(開天眼)이다.’
두변은 화들짝 놀랐다.
현대 지구에도 개천안이라는 말이 있긴 하다. 주로 소설에서 미간 사이의 제3안을 통해 내시(內視), 미시(微視), 원시(遠視), 투시(透視)를 할 수 있는 것을 뜻한다.
기이한 불빛이 말했다.
‘개천안은 네가 송과선에 정신력을 집중할 때, 기이한 불빛 중 일부가 네 송과선에 머무르게 될 것이다. 그때 너는 한 사람의 근맥과 내력 흐름을 꿰뚫어 볼 수 있고, 어디에 부상을 당했고, 어디가 노화되었고, 어디가 중독되었고, 어디가 파열되었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1척 두께의 벽을 투시해서 숨겨진 황금과 비금 등이 어디 있는지 알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어떤 사건이 발생한 직후에 현장에 남은 에너지 궤적을 읽을 수 있다. 에너지 궤적을 읽으면 직전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있지. 에너지 궤적은 사건 발생 직후 1각 이내까지만 유효하다.’
두 번째 기능도 엄청나지만, 첫 번째 기능만큼은 아니었다. 첫 번째 기능이야말로 온전히 패도의 길을 갈 수 있을 것처럼 들렸다.
기이한 불빛이 물었다.
‘어떤 기능을 선택하겠느냐?’
두변이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만약 예전이었다면, 내게 선택권을 주지 않고 바로 계획된 기능을 줬겠죠?’
‘그렇다.’
‘그럼 내게 무슨 기능을 선택해주려고 했습니까?’
‘두 번째 기능이다.’
‘그럼 저도 두 번째 기능을 선택할게요.’
기이한 불빛에겐 얼굴이 없었지만, 적잖이 당황한 기색이었다.
두변이 말했다.
‘난 자유를 얻고자 했을 뿐이지, 당신의 의지에 반하려고 한 건 아닙니다. 난 당신들이 짜주는 계략과 노선이 대단하다고 느끼고, 나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이한 불빛이 잠시 침묵했다.
‘개천안을 선택한 건, 곧 이 기능이 사용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계청주를 설득할 때 쓰이기도 하고, 북명검파에서도 쓰일 기능이다.’
‘북명검파요? 제가 북명검파에 가야 한다고요?’
이 세계의 블랙홀이라고 불리는 북명검파에는 이 세계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절대 비급이 숨겨져 있다. 대부분의 종사급 이상의 무도 고수가 북명검파에 있는 이유가 바로 그 점 때문이었다.
심지어 두변을 공격하거나 두변과 적대적으로 나오는 사람들 대부분이 북명검파와 연관이 있었다.
‘자세한 건 나중에 얘기하지. 첫 번째 기능은 패왕이 되는 길로 인도하겠지만, 지금의 너는 아직 패왕의 길을 걸을 때가 되지 않았다. 나중에 네가 종사급 무도 강자가 되면, 그때 첫 번째 기능을 포상으로 선물해주겠다.’
‘패왕의 길이라. 제가 반역을 일으키고 싶진 않은데요.’
‘패왕이 되기 위해서 꼭 반역을 일으켜야 하는 건 아니다.’
‘좋아요. 그럼 전 지금 개천안을 선택할래요.’
‘알겠다.’
두변의 머릿속이 갑자기 환해지더니 하얀빛이 나타나면서 그의 뇌리를 텅 비웠다.
기이한 불빛이 두변의 신경, 송과선, 그리고 뇌를 개조하기 시작했다.
조금 전 하나로 합체했던 빨간색 불빛이 두변의 송과선 안으로 쏙 들어갔고, 앞으로 언제나 두변의 송과선에 머무를 것이다.
두변은 무공이 아니라, 꿈속 시스템을 통해서 개천안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계표표는 잠을 적게 자는 편이어서, 천호소에 온 뒤로 자주 동창 천호소의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좌선했다.
남에게 뭘 들키면 안 되는 것처럼 허구한 날 방구석에 숨어서 명상하는 두변과 달리, 계표표는 높고 넓은 곳에서 좌선하는 것을 즐겼다.
이때, 계표표의 대사형이 다급하게 천호소를 찾아왔다.
“사매, 큰일 났다. 사부께서 갑자기 병상에 앓아누우셨다.”
계표표가 화들짝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녀는 층계를 타고 내려올 것도 없이, 표범처럼 민첩하고 조용하게 지붕에서 뛰어 내렸다.
“하루도 무공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으시던 아버지께서 갑자기 앓아누우셨다고요?”
계표표가 놀란 눈으로 물었다.
대사형이 대답했다.
“네가 집을 떠난 뒤로 사부께서 말을 하진 않으셨지만, 마음속에 응어리가 맺히셔서 식사도 거르시고, 술만 주야장천 드셨다. 매일을 그렇게 지내시면서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주무셨는데, 오늘 두변이 승리를 거뒀다는 소식을 들으시고 완전히 앓아누우셨다. 네가 더는 사부를 찾지 않을 거라고, 딸을 영원히 잃게 되었다고 말씀하시면서 말이야.”
이야기를 듣던 계표표가 울음을 터트렸다.
“그럴 리가 있겠어요. 아버지는 영원히 내가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람이에요. 나는 영원히 아버지의 딸이고. 우리의 정치적 입장이 다른 건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녀지간의 관계가 달라질 건 없잖아요.”
“마음의 병은 마음의 약으로 치료한다는 말이 있지 않으냐. 그러니까 어서 가서 사부께 한 번만 져 드려라. 네가 가기만 하면, 사부께서 바로 건강을 회복하실 수 있을 거다. 사부께서는 청룡회의 유일한 기둥이신데, 절대로 사부께 무슨 일이 생겨선 안 된다.”
“알겠어요. 두변에게 얘기하고 바로 갈게요.”
대사형이 발을 구르면서 말했다.
“지금 때가 어느 땐데 두변을 신경 써? 사매, 진짜 급하다고.”
대사형의 핀잔에도 불구하고 계표표는 꿋꿋이 두변을 찾아갔다.
그런데 두변이 아직도 명상하고 있는지라, 그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쪽지 한 장을 남겼다.
‘두변, 아버지를 뵈러 청룡회에 갔다올게.’
계표표는 쪽지를 남기고 대사형의 뒤를 따라 급히 청룡회로 돌아갔다.
청룡회로 돌아가는 가는 동안 계청주가 일부러 자신을 겁주려고 꾀병 부리는 것이길 바랐다. 하지만 방 안에 들어섰을 때, 계청주는 정말로 창백해진 안색으로 누워있었고, 숨 쉬는 것도 조금 힘들어 보였다.
계표표가 들어오자, 계청주의 두 눈이 반짝였지만, 곧바로 벽 쪽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부녀지간의 연도 끊었는데 뭐 하러 온 것이냐. 내가 죽는다고 해도 네가 찾아올 것 없다.”
계표표가 계청주의 손을 잡고 그의 품에 안겨서 울음을 터트렸다.
“아버지, 다 제 잘못이에요. 딸의 철없음을 용서해주세요. 아버지께서 다시 건강해지실 수만 있다면, 제게 뭘 시키셔도 다 할게요.”
“그래? 하지만 나보다 더 든든한 뒷배를 찾았지 않으냐? 두변은 네 주화입마도 치료해줄 만큼 대단하잖아? 두변이 있는데 왜 이 아비가 필요하겠느냐? 이 아비는 벌써 네 마음속에서 지워졌겠지.”
“아니에요. 두변은 저와 마음이 맞는 벗이고 의기투합한 전우지만, 제겐 아버지가 가장 소중하고 가까운 사람이에요.”
굳어있던 계청주의 표정이 한결 누그러졌다.
이때, 문밖에서 연단사가 들어오면서 말했다.
“약이 준비되었습니다. 대종사, 약을 드시지요.”
계청주의 다섯 제자가 연단사가 건네는 약을 한 숟가락씩 떠먹었다.
계청주에게 감히 독을 쓸 사람이 없겠지만, 제자들은 스승을 위해 약에 독이 들어있는지 확인하는 겉치레를 하는 것이다.
대사형이 계표표에게 탕약을 건넸다.
계표표도 깨끗한 숟가락으로 탕약을 한 번 맛본 뒤, 계청주에게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지, 탕약 드실 시간이에요.”
계표표가 계청주에게 약을 먹이려고 하자, 계청주가 고개를 휙 돌렸다.
“안 마신다.”
이 광경을 본 대사형이 서둘러 제자들을 밖으로 내보냈고, 방 안에 부녀 둘만 남게 했다. 하늘과도 같은 사부가 제자들 앞에서 이런 모습을 보이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계표표가 말했다.
“아버지, 제가 잘못했어요. 이제 약 좀 드세요. 네? 약 드시면 다 나을 거예요. 청룡회 몇천 명의 운명이 다 아버지의 손에 달려있어요. 아버지는 청룡회의 기둥이자 백색부의 기둥이에요. 아버지가 안 계셨다면, 파렴치한 놈들이 여기서 얼마나 횡포를 부렸겠어요?”
계청주가 말했다.
“파렴치한 놈 중에 두변도 있지. 두변이야말로 제일 나쁜 도깨비 같은 놈이다.”
계표표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버지의 성화를 더 사지 않기 위해 두변을 대변하지 않았다.
“알겠어요. 두변이 제일 나쁜 사람이에요. 이제 약 드세요.”
계표표가 어린아이 달래듯이 말했다.
계청주가 드디어 계표표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네가 두변을 떠나지 않는 한, 나는 더 살아갈 의미가 없다. 이대로 죽게 내버려 두거라.”
만약 평소였으면, 강직하기만 한 계청주가 이런 약한 말을 할 턱이 있나.
“아버지.”
계표표가 난감해하며 그를 간절하게 불렀다.
계표표가 알겠다고 하지 않자, 계청주가 곧바로 화를 냈다.
“내가 네 마음속에서 영원히 두변보다 못한 존재라는 뜻이구나. 내가 죽는 걸 보더라도 두변을 떠나기 싫다는 말이냐? 그래. 그래. 내가 죽어야지. 내가 죽어야 너희를 막을 사람이 없지.”
계청주가 계표표 손에 있던 탕약 그릇을 내치려고 손을 들었다.
계표표가 재빨리 그의 손을 피하자, 계청주가 더욱 격노하면서 소리쳤다.
“이 불효자 같으니라고. 너는 내가 죽을 지경인데도 두변을 떠나지 않겠다고 하는 거냐! 넌 내가 죽길 바라는 것 아니냐!”
계표표는 이렇게 아이처럼 떼를 쓰는 아버지를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아무리 내일모레면 육순의 연세라지만, 계표표는 아버지가 이렇게까지 막무가내인 모습은 처음이었다.
계표표가 눈시울을 붉히면서 말했다.
“알겠어요. 아버지. 제가 두변을 떠나서 아버지 곁으로 돌아올게요.”
말이 끝나자, 계표표의 두 눈에서 눈물이 또르륵 흘러내렸다.
‘두변, 미안하다. 난 아버지의 병세가 더욱 악화되는 걸 두고 볼 수 없어. 넌 가장 위험한 시기를 넘겼지만, 아버지께선 내가 필요하셔. 난 아버지 곁으로 돌아가지만, 네가 다시 내 도움이 필요해질 때 언제든 달려갈게.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계표표가 속으로 몇 번이고 두변에게 사과했다.
“정말이냐?”
“정말이에요.”
“맹세할 수 있느냐?”
계표표가 머뭇거리면서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자, 계청주가 또 화를 냈다.
“나를 달래기 위해서 거짓말하는 게지? 하하, 썩 꺼지거라.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말아라.”
“알겠어요. 맹세할게요. 두변을 떠나서 아버지 곁을 지키겠다고 맹세하고, 제가 약속을 어길 경우엔 천벌을 받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