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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관무제-263화 (263/648)

263장. 수술

하지만 다행히도 두변은 황제를 살릴 수 있다는 것에 8할 정도의 확신이 있었다.

“준비하거라.”

황후가 두변에게 말한 뒤, 대신들과 연단 대사들의 경악한 얼굴을 무시하고 궁의 문을 걸어 잠그라 명했다.

문이 닫히기 직전, 십여 명 문무 대신들과 사례감 대환관이 황후를 막아섰다.

이 사람들은 황후가 음모를 꾸밀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생각한 대로 황제가 며칠 뒤에 죽고, 태자가 제위에 오르는 것만을 기다렸다. 누구도 이 순서를 흩트려선 안 되고, 그 어떤 음모나 계략이 있어서도 안 되었다.

황후가 냉랭한 어조로 말했다.

“우리는 폐하의 병증을 치료하려는 것이오. 다들 걱정하지 마시게. 만약 치료가 실패한다면, 본궁과 이연정, 영설 공주와 두변이 폐하와 함께 순장될 것이오. 그러니 다들 조용히 그냥 이곳에서 기다리시게. 아무 소리도 내지 말고, 지금 와서 충신인 척 비통한 척 울부짖지도 말고. 본궁이 경고하는데, 지금부터 본궁의 앞을 막는 자는 이연정의 손에 죽을 것이네.”

이연정은 황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엄청난 현기를 방출했다. 누구든 황후의 뜻에 반할 짓을 한다면 정말로 누구든 죽이겠다는 의지였다.

사실 대신들은 황후가 음모를 꾸미는 게 아니라면, 그녀가 뭘 하든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대신 하나가 나서서 물었다.

“치료에 실패하면 조금 전에 말씀하신 사람들이 전부 폐하와 함께 순장된다는 뜻인지요?”

황후가 그 사람을 빤히 바라보면서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렇네. 함께 순장하시게.”

“그렇다면, 신들은 황후 마마의 명에 따라 밖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대신이 대답하면서 자리에 무릎을 꿇자, 밖에 서 있던 수십 명의 문무 대신들과 대환관들이 조용히 무릎을 꿇었다.

문이 굳게 닫히고, 두변, 이연정, 영설 공주가 질서정연하게 수술 준비를 시작했다.

“이곳의 머리를 깎으라는 것이냐?”

황후가 황제의 뒤통수를 가리키며 묻자, 두변이 고개를 끄덕였다.

황후가 황제의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잘라 냈다.

영설 공주는 뜨겁게 달군 물에 천을 삶았고, 독한 술을 준비해온 뒤 증류를 시작했다.

이연정이 작고 날카로운 칼을 독한 술에 몇 번이고 소독했다.

두변도 자신이 쓸 집게를 소독하고 또 소독했다.

“대인, 시작하시지요.”

이연정이 황제의 뒤통수 두피를 1촌 정도 절개하고, 칼을 동그랗게 움직이면서 두개골에 0.5촌 정도의 구멍을 냈다.

이연정의 동작은 현대 지구의 의료 기술보다 훨씬 더 정밀하고 빨랐다.

이연정은 칼을 쥔 순간부터 숨을 참고 있었다.

이어서 이연정이 대뇌막에 작고 좁은 구멍을 만들었다.

시스템의 천안을 이용해서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있던 두변은 이연정이 신호를 줄 필요도 없이 집게를 들고 기생충이 있는 곳을 향해 빠르게 손을 뻗었다.

슉!

두변은 0.1초도 안 되는 시간에 집게로 기생충을 집어서 밖으로 빼냈다.

‘드디어 해냈다.’

황제의 머릿속에서 뽑아낸 기생충은 39센티미터나 되었고, 두변이 예상했던 대로 뱀 등에 기생하는 기생충이었다.

두변의 말대로 황제의 머릿속에 정말로 기생충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자, 황후가 놀라서 헉, 소리를 냈다.

황후, 영설 공주와 이연정은 두변을 감격스럽게 쳐다보았고, 떨리는 마음으로 황제를 바라보았다.

잠시 후, 황제가 천근만근인 눈꺼풀을 들어 올리면서 희미한 시야로 사람들을 쳐다보면서 물었다.

“짐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오?”

황제가 깨어난 걸 본 황후 등은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황제를 쳐다보았다가 다시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두변을 바라보았다.

진짜 대단한 아이로구나!

황후가 황제의 침상 위로 엎어지듯이 달려가서 눈물을 흘렸다.

“폐하, 드디어 깨어나셨군요. 드디어 깨어나셨어요. 하마터면 신첩이 폐하의 뒤를 따라가려고 했습니다.”

무릎을 꿇고 모든 광경을 지켜보던 대태의 두 명도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

폐하께서 곧 붕어하실 줄 알았는데, 이렇게 살려낸다고?

저놈은 고작 열여덟 살에 불과한 놈인데?

폐하의 머릿속에 벌레가 있다고 헛소리를 하는 줄 알았는데, 진짜로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폐하의 뒤통수에서 벌레를 꺼냈잖아!

진짜 뭐 하는 놈이지? 어디서 저런 신통방통한 놈이 나타난 거지?

대태의들이 넋을 놓고 앉아 있는 동안, 이연정은 기쁜 마음으로 황제의 절개 부위를 봉합하고 머리에 면포를 감았다.

황제는 말을 하려고 입을 두어 번 뻐끔거렸지만, 혀가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지 더듬거리면서 말했다.

“짐, 짐도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구나.”

“폐하, 폐하께선 두변 저 아이 덕분에 깨어나셨사옵니다. 정말 천만다행입니다. 폐하, 이제 막 깨어나셨으니 무리하지 마세요. 신첩이 따뜻한 죽 한 그릇을 준비해 오겠습니다.”

황후가 황제의 손을 잡고 다정하게 말했다.

넋이 나갔던 대태의들이 드디어 정신을 차리고 바닥에 넙죽 엎드렸다.

“경축드리옵니다. 폐하, 옥체 안강하시어 천만다행이옵니다.”

고개를 든 대태의들은 놀랍다는 표정으로 두변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빛에는 놀라움, 무한한 부러움과 시기, 질투가 섞여 있었다.

황제의 목숨을 살려내다니. 저 어린것에게 얼마나 후한 포상이 떨어질까!

밖에 있던 사람들도 대태의들의 외침을 듣고 자신들의 귀를 의심했다.

황제가 깨어났다고?

말, 말도 안 돼! 폐하의 명줄이 여기까지라고 생각했거늘, 어떻게 저 어린놈이 들어가자마자 폐하의 목숨을 살려내?

황제 폐하께서 깨어나셨다고? 그럼 붕어하지 않으신단 말인가? 제위가 그대로일 거란 뜻이군.

밖에 있던 문무백관과 대태의, 그리고 연단 대사들은 복잡한 심정으로 무릎을 꿇고 큰소리로 외쳤다.

“경축드리옵니다. 폐하!”

두변은 황제가 깨어난 뒤, 눈을 끔뻑이며 말까지 하는 걸 보자,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두변은 몸을 휘청이면서 금방이라도 쓰러질 사람처럼 보였다.

그는 8일 내내 제대로 잠도 못 자고 먼 길을 달려왔다. 자신이 조금이라도 늦었다간 황제가 정말로 목숨을 잃을까 봐, 이대로 모든 게 끝날까 봐 두려워서 한숨도 자지 못했다.

그런데 다행히도 제때 도착한 데에 이어서 황제의 목숨까지 살렸으니, 긴장이 풀리면서 온몸에 힘이 쭉 빠져버렸다.

눈치 빠른 영설 공주가 쓰러질 뻔한 두변을 부축했다.

“감사합니다. 공주 전하.”

두변이 말했다.

뒤늦게 두변의 상태를 본 황후가 영설 공주에게 말했다.

“영설, 얼른 두변이 누워서 쉴 곳을 찾아서 데려다주어라. 저 아이가 만 리 길을 쉬지 않고 달려온 터라, 잠도 제대로 못 잤을 것이다. 그리고 두변에게 줄 죽을 준비하라 일러라.”

“알겠습니다.”

영설 공주가 두변을 부축한 채 침전의 안쪽 문을 통해 다른 방으로 향했다.

어차피 환관이니, 두변이 궁 안에서 잔다고 해도 문제가 될 건 없었다.

“공주 전하, 제가 혼자 걸을 수 있습니다.”

두변이 송구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끼리 겉치레할 것 없다.”

영설 공주는 두변의 말을 무시하고 끝까지 그를 부축해서 침상 위로 눕혔다.

두변은 자기가 누운 곳이 어딘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아 참, 계표표 누이가…….”

두변은 잠이 들기 직전에 몽롱한 눈빛으로 말했다.

“걱정하지 말아라. 내가 알아서 잘 챙길 테니까.”

영설 공주는 두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대꾸했다.

두변은 꼬박 이틀 밤, 36시간 동안 잠들어 있었다.

두변이 다시 눈을 떴을 때, 이연정이 옆에서 따뜻한 죽그릇을 들고 수저로 후후 불면서 죽을 식히고 있었다.

“이놈아, 드디어 깨어났느냐?”

이연정이 자상한 미소를 보이며 물었다.

“폐하께선 좀 어떠십니까?”

“이제 앉으실 수도 있고 말을 더듬거리시긴 하지만, 자기 의사 표현을 확실히 하실 수 있다.”

“천만다행입니다.”

두변이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뱉었다.

“그래. 천만다행이지. 너는 정말 하늘이 대녕 제국을 구제하기 위해서 보내준 아이가 맞구나.”

이연정이 말하면서 그에게 죽을 건넸다.

두변은 몸을 일으킨 뒤, 허겁지겁 죽을 비웠다.

이연정이 다정하게 그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일어났으면 깨끗하게 씻고 몸을 단장하거라. 네게서 얼마나 악취가 풍기는 줄도 모르고 공주 전하의 침전에서 잠을 자다니. 향기롭기만 하던 공주 전하의 침전이 너 때문에 썩은 내가 진동하는구나.”

“예?”

두변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경성까지 오는 길 내내 계표표는 연못을 발견하는 족족 몸을 씻었다. 두변이 망을 볼 동안 계표표는 그나마 짧게라도 씻을 수 있었지만, 두변은 시간이 부족할까 봐 몸을 씻은 횟수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나중엔 두변이 너무 더러워서 계표표가 그의 근처에도 다가오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두변이 그런 몸으로 공주의 침전에서 잠이 든 것이다.

죽을 먹은 뒤, 두변은 소궁녀들의 시중을 받으며 목욕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두변이 영종오 대종사에게 수련을 받으러 갔을 때 만났던 영설 공주의 소궁녀도 때마침 이곳에 있었다.

소궁녀도 두변의 목욕을 도우면서 연신 그를 나무랄 정도였다.

두변은 멀끔한 모습으로 단장한 뒤, 정식으로 황제를 알현하러 갔다.

두변이 다시 황제를 보게 되었을 때, 황제는 흰옷이 아닌 용포를 두르고 황관을 쓰고 있었다.

황관 안쪽에는 면포가 감겨 있었지만, 멀리서 보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황제는 조금 나른한 모습으로 옥좌에 앉아 있었고, 황후가 그에게 죽을 먹여주고 있었다.

“짐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 왔구나.”

황제가 두변을 보자마자 자상한 눈빛으로 그를 맞이했다.

태자가 몸을 일으켜서 두변을 향해 허리 숙여 예를 올렸다.

“사제, 부황의 목숨을 구해줘서 고맙다. 영충정(寧充靖)이 사제에게 감사 인사를 올리네.”

태자는 자신을 본왕이라고 칭하지도 않고 자신의 이름을 말하며 두변을 사제라고 칭했다. 스스로의 몸을 낮추어서 두변에게 감사 인사를 올린 것이다.

두변이 서둘러 황제를 향해 무릎을 꿇고 절을 올렸다.

“이건 다 폐하께서 쌓아오신 은덕 덕분입니다. 감히 그 공이 신의 것이라 할 수 없습니다.”

두변이 다시 태자를 향해 예를 올렸다.

“신, 태자 전하를 봬옵니다. 천세, 천세, 천천세.”

두변은 드디어 태자의 생김새를 자세히 볼 수 있었다.

태자는 천윤제보다 더 제왕 같은 용모였다. 떡 벌어진 어깨, 영준한 얼굴, 날카롭지 않지만, 총기가 가득한 눈매. 태자는 천윤제와 달리 희로애락이 얼굴에 드러나지 않는 사람일 듯했다.

두변이 허리를 펴고 고개를 드는 순간, 황제의 옆에 또 하나의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대종사 영종오였다.

대종사도 소식을 듣자마자 만 리 길을 달려서 황궁에 도착한 것이다.

“영사, 참 훌륭한 제자를 키워냈소. 제국의 모든 태의와 연단 대사도 짐의 병증을 알지 못했는데, 자네의 제자이자, 이문회의 의자인 두변이 짐의 병증을 알아냈지 않아. 짐의 머리에 벌레가 한 마리 있는데, 그 벌레가 짐의 뇌혈관을 눌렀다고 말이네.”

영종오가 허리를 숙이며 예를 표했다.

“사실 저였어도 폐하의 이번 병증을 알아내지 못했을 겁니다. 두변이기에 가능했던 것이지요. 신이 제 자랑하는 것이 아니오라, 신의 이 제자는 정말 천재라고 불릴 만한 인재입니다. 이문회도, 신도 두변의 능력을 따라가지 못해 스스로가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두변만큼 총명한 인재는 신이 살면서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오, 그렇소?”

“폐하, 백색부라는 곳을 기억하시는지요?”

“아, 기억하다마다. 그곳은 짐의 치욕이지. 염효가 짐의 은덕을 배신하고 백색부에 있던 제국의 세력을 완전히 없애버렸지.”

“이연정이 두변을 호랑이 굴인 백색부에 파견을 보냈고, 두변은 고작 일곱 명만 데리고 갔습니다.”

“아, 그것도 들었소. 이연정이 짐에게 성지 세 개도 받아 갔지. 이연정의 바람대로 두변이 백색부에서 자리를 잡았는가? 마음을 너무 조급하게 먹지 말게. 여씨의 호랑이 굴이니, 안전이 제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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