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285화 (285/648)

285장. 왜 이러십니까

이도진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왜 그래? 설마 이걸 안 받겠다고? 이건 무려 전설급 비급 흡성대법의 행방인데? 이걸 손에 넣게 되면 천하제일 고수가 될 수 있다고! 만에 하나 여마두 막추가 이 비급을 갖게 된다면 천하가 혼란스러워질 텐데? 아마 천마교주 기음음보다 더한 사람이 되겠지.”

그때, 기이한 불빛이 두변의 머릿속에서 말했다.

‘숙주, 사실 이도진도 살릴 수 있다.’

두변이 깜짝 놀라 물었다.

‘내 현기 내력은 이미 다 소진되었고, 회복되려면 몇 시진이 필요해요. 이도진은 일각 후면 죽고요.’

‘천기도 도주 강 장로가 남겨놨던 환양대법을 기억하나?’

강 장로가 점술을 통해서 너무도 많은 이득을 취해서 하늘의 벌을 받게 되었고, 제일 먼저 받게 된 벌이 그의 고환을 없애는 벌이었다.

아름다운 부인과 첩을 여럿 거느리던 강 장로는 사내구실을 할 수 없게 된 게 너무도 고통스러워서 환양대법을 쓰게 되었고, 이 비급을 통해 양기를 되찾으려고 했다.

기이한 불빛이 말을 이었다.

‘환양대법이 반 토막짜리이긴 하지만, 그중 일부가 쌍수(雙修: 음양의 조화를 이루는 일)에 관련된 내용이다. 음을 채취해서 양기를 보충하는 사악한 공법이지. 여인과 뜨거운 시간을 보낼 때, 여인의 심신이 완전히 개방된 틈을 노려서 여인 체내의 기운을 흡수하는 것이지.’

두변의 두피가 저릿해졌다.

기이한 불빛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어서 말했다.

‘그러니까 환양대법의 사악한 공법을 이용해서 이도진 체내에 있는 저승의 기운을 흡입하고, 네 단전에 있는 교룡의 피로 저승의 기운을 해독하는 것이다. 그럼 이도진이 살 수 있다.’

두변이 말을 더듬었다.

‘저, 저는 아직 태감인데도 쌍수 공법을 할 수 있다고요?’

‘환양대법을 쓸 때, 강 장로도 태감이었다. 쌍수 공법이라는 건 굳이 뭔가를 해야 하는 건 아니고, 두 사람이 온몸의 근맥과 혈도를 완전히 포개서 기운을 흡입하고 전달하는 것이다.’

‘엄청 친밀한 신체 접촉인 셈이네요.’

‘그렇다. 아주 아주 친밀한 신체 접촉이라고 할 수 있지. 네겐 이득인 셈이지 않으냐. 어찌 됐든 이도진은 절세미인이고, 겉으로 봤을 때도 서른이 안 넘어 보이잖아. 계표표와 비슷한 정도지.’

‘제발 좀 그런 말 좀 하지 말아요.’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두변은 이도진을 볼 때마다 드라마 ‘신조협려’의 이막수(李莫愁)가 생각났다.

말로 한 적은 없지만, 매번 ‘신조협려’를 볼 때 그가 마음속으로 좋아한 사람은 소용녀(小龍女)가 아니라 이막수였다.

두변은 그런 게 부끄럽기는 했다.

겉으로 보기에 이도진이 서른도 안 되어 보인다고는 하지만, 차마 그런 마음을 가질 수는 없었다.

기이한 불빛이 말했다.

‘아니면 이도진이 죽게 놔두던지. 어차피 흡성대법의 비밀을 네게 말해줬으니까, 죽어도 별 상관이 없긴 하지.’

이도진은 정말 죽기 직전이었다.

그녀는 눈빛이 점점 더 어두워졌고, 눈의 초점도 잘 맞지 않았다.

이도진은 손에 흡성대법의 행방이 적힌 밀서를 꼭 쥔 채 다시 두변에게 건넸다.

“가져줘. 응? 나도 참 비참하군. 죽기 직전인데, 네가 내게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니.”

결국 두변이 결심을 내리고 말했다.

“이 종사, 사실 제가 당신을 살릴 수 있습니다.”

이도진의 눈빛에 희미하게 생기가 돌았다.

“정말?”

이도진은 방법만 있다면 당연히 살고 싶었다.

두변은 차마 말로 설명하기가 뭐해서 강 장로의 환양대법 비급을 가져와서 쌍수 공법이 적힌 부분을 펼쳤다.

그 부분에는 쌍수 공법을 어떻게 하는 건지, 어떤 원리인지 상세하게 그림과 문자로 설명되어 있었다.

이도진은 두변이 펼친 부분을 흘깃 쳐다보더니, 바로 얼굴이 귀까지 빨개졌다.

사악한 쌍수 공법은 굳이 남녀 간에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아도 되긴 하지만, 무슨 일을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친밀하게 신체 접촉을 해야 했다. 두 사람이 온몸의 근맥과 혈도를 완전히 포개야만 서로 간의 기운을 흡수하고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도진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까 네 말은, 이 사악한 공법으로 내 체내에 퍼진 저승의 기운을 네 몸으로 흡수한다는 것이지? 그럼 네가 위험해지는 건 아니고?”

두변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제 단전에 특수한 기운이 있어서 저승의 기운을 해독할 수 있어요. 사실 저는 이미 수차례 저승의 기운에 중독됐었어요. 당신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요.”

이도진이 두변의 시선을 피하면서 말했다.

“참 사악한 공법인데. 부부 사이도 이렇게 친밀하진 않겠어.”

두변도 창피해서 고개를 돌렸다.

“그만 말해요. 만약 하고 싶다면 얼른 말해주고, 하기 싫다면 그냥 관둬요. 흡성대법의 행방을 제게 주고 이대로 죽던가요.”

이도진이 눈을 잠시 감더니 무척 힘든 고민을 시작했다.

몇 초 뒤, 이도진이 눈을 번쩍 뜨고 곧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한 손에 밀서를 쥐고, 다른 한 손으로 옷깃을 빠르게 풀어헤치면서 말했다.

“살 수 있다면 살아야지. 죽고 싶은 사람이 어딨어? 얼른 서둘러. 이러다 나 죽겠다.”

두변은 깜짝 놀랐다.

저기요, 태세전환이 너무 빠르신데요.

이어서 이도진이 한 행동은 더욱 호기로웠다.

그녀는 자신의 옷을 다 벗자마자 두변의 옷을 벗겨서 그를 바닥에 눕혔다.

“빨리 이 비급에 적힌 대로 해 보자고. 온몸의 근맥과 혈도를 맞춰서 포개기만 하면 되는 거지?”

얼굴에 철판 깔고 목숨을 부지하기로 한 이상, 창피할 겨를도 없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었다.

두변은 그렇게 또 한 번 여인의 밑에 깔리게 됐다.

두 사람은 강 장로가 쓴 환양대법에 따라 온몸의 근맥과 혈도를 맞춘 채, 그녀의 몸에서 정화(精華) 기운과 저승의 기운을 자신의 몸으로 흡수했다.

천기도 도주 강 장로는 이 비급을 남의 몸을 상하게 해서 자신의 몸을 보양하는 목적으로 쓴 것이지만, 두변은 그 방법을 응용해서 사람을 살리고 있었다.

강 장로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얼마나 어이가 없을까.

두변과 이도진은 이루 말로 못 할 정도로 친밀한 신체 접촉을 했고, 반 시진 뒤에 모든 과정이 끝났다.

천기도 도주 강 장로의 공법은 무척 사악했지만, 효과는 아주 좋았다.

적어도 이도진의 몸에 있던 저승의 기운이 완전히 해독됐고, 그 기운이 전부 두변의 몸으로 옮겨졌다.

두변은 그대로 구양진경을 시전했다.

두변이 내력을 조금이라도 회복하게 되면, 단전에 있는 교룡의 피가 두변의 몸에 있는 저승의 기운을 완전히 해독할 것이다.

이도진의 몸에 있던 저승의 기운은 사라졌지만, 그녀는 다른 독에 중독된 듯했다.

바로 약도 없다는 정독(情毒).

그녀의 풍만하고 탄력 있는 몸이 힘이 빠진 것처럼 두변의 몸 위에 그대로 누워 있었다. 두변은 눈을 감고 있어도 이도진이 자신을 끈적하게 바라보고 있는 게 느껴졌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도진이 몇 살은 더 어려진 것 같달까.

원래도 서른 정도 되어 보이던 얼굴이 지금은 더욱 매혹적이고 아름다워져서 서른도 안 된 여인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희민지는 아까부터 계속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도진이 자신에게 살 기회를 양보해줬으니, 이도진과 작별 인사는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희민지가 매정한 편이긴 해도, 그 정도 도의는 지키는 사람이었다.

희민지는 밖에서 반 시진이나 기다렸는데도 두변이 자기를 부르지 않자, 이도진이 이미 죽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시신이라도 수습하려고 석실로 내려갔다.

하지만 아래로 내려온 희민지는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두변은 그나마 속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이도진은 온몸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였다. 그리고 그녀는 뭔가에 홀린 것처럼 흐물거리는 몸으로 두변의 위에 누워있었다.

두변은 ‘유명신장’을 온몸에 맞은 사람처럼 몸 전체가 푸르스름했다.

희민지는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대충 추측할 수 있었다.

그녀는 황당한 동시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이도진, 진짜 대단하십니다. 내가 사매인데, 내 친아들과 이런 짓거리를 한다고?

이 파렴치한 여인 같으니라고!’

희민지는 이게 무슨 짓이냐며 본능적으로 성을 내려고 했지만, 금방 풀이 죽고 말았다.

‘내가 무슨 권리로 이도진을 질책할까. 두변이 내 목숨을 구해준 건, 내가 그를 낳아준 은혜를 갚아준 것뿐인데. 두변이 이제 옷깃도 스치지 않은 남남처럼 지내자고 했으니, 난 더 이상 두변의 어미 노릇을 할 수 없지. 그러니까 난 이 일에 대해서도 무슨 말을 할 자격이 없고.

보아하니 두변이 피치 못하게 사악한 공법을 이용해서 이도진의 목숨을 구해준 것 같은데……. 나도 이도진이 죽기를 바라지는 않아.’

희민지가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소리 없이 석실을 떠났다.

그렇다고 해도 그녀는 자신이 보게 된 걸 받아들일 생각은 없었다. 그저 앞으로 살면서 이도진과 아무런 교류도 하고 싶지 않을 뿐이었다.

몇 시진이 지나자, 두변의 몸에 있던 저승의 기운도 완전히 사라졌다.

두변은 천천히 눈을 떴다.

석실에 밝혀 두었던 촛불들은 이미 꺼졌고, 이도진은 아직도 그의 몸 위에 쓰러져 있었다.

“이 종사, 몸이 아직도 회복이 안 된…….”

두변이 묻는 찰나, 무언가가 두변의 입을 막았다.

깜깜한 어둠 때문인지, 이도진은 부끄러움을 완전히 잊은 사람 같았다.

이도진이 뜨거운 입술을 살짝 떼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날 이 종사라고 부르지 마.”

‘이 종사라고 부르지 않으면 뭐라고 부르라고요. 이름을 부를 순 없잖아요.’

두변이 난감해했다.

“넌 천기도 도주 강 노귀의 계승자니까, 나랑 항렬이 같다고 보면 돼. 앞으로 이 사저라고 불러.”

이도진은 이렇게 해야만 두변과 자기가 같은 연배라고 자기 자신을 속일 수 있을 듯했다.

“이 사저.”

두변이 어렵게 말했다.

이도진이 콧소리로 대답하더니, 가녀린 팔로 두변의 목을 감싸 안았다.

“너는 나중에 태감이 아닐 수도 있잖아. 언젠가 진정한 사내가 되는 거 아니야?”

두변이 흠칫 놀랐다.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

이도진이 해맑게 웃으면서 말했다.

“아까 느껴졌거든.”

이도진이 말끝을 흐리면서 또다시 두변의 입술을 탐했다.

몇 분이 지난 뒤, 이도진이 입술을 떼자 두변이 물었다.

“대은구도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두 사제, 곧 북명검파를 떠날 거야?”

이도진이 다정하게 물었다.

“네.”

이도진이 한참을 고민하다가 말했다.

“나도 대충 둘러대고 너를 따라서 떠나는 건 어때?”

“예?”

“보름도 괜찮고, 한 달이면 더 좋고. 너무 갑자기 헤어지지 말고, 과도기를 좀 거친 뒤에 떨어지면 안 될까? 내가 못 견딜 것 같아서 그래.”

‘에이. 설마요. 왜 이러십니까.’

“두 사제, 우리 같이 흡성대법을 찾는 건 어때? 여마두 막추가 그 비급을 찾으면 절대로 안 돼. 그게 막추의 손에 들어가면, 우리 둘 다 생명이 위태로워질 거라고. 비급을 찾게 되면 네가 먼저 익혀. 난 네가 완전히 익힌 뒤에 읽어도 돼. 나는 그 뒤에 북명검파로 돌아올 거니까, 너를 더는 귀찮게 할 일 없을 거야. 너를 따라서 백색부로 돌아갈 생각은 없어.

아니, 사실 너랑 같이 백색부로 가도 좋아. 이도전과 나는 원수지간이지만, 어쨌든 내 오라버니잖아. 어쩌면 내가 널 도울 일이 생길지도 모르지.”

두변이 다급하게 시선을 회피하면서 말했다.

“그, 그건 나중에 얘기해요.”

“응. 그럼 일단은 그렇게 하기로 한 거다?”

이도진이 말한 뒤에 또 입술을 맞췄다.

‘예? 제가 언제요?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고 했잖아요. 완곡하게 거절하는 말을 못 알아들을 리 없잖아요.’

이도진이 더욱 진하게 입맞춤을 하더니, 동작이 점점 더 거칠어졌다.

“사제, 움직이지 않아도 돼. 내가 알아서 할게. 내가 방법을 터득한 것 같아.”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