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298화 (298/648)

진남공 송결이 손바닥으로 내려치자 두변의 몸이 거의 무너지려고 했다.298장: 옥진 군주의 개조

“못된 녀석! 너는 어째 네 아비의 좋은 점은 조금이라도 배우지 않았냐? 네 아비는 미인을 보면 제때 피하지 못할까 봐 늘 걱정했거늘, 너는 도리어 사흘이 멀다 하고 내 딸 옥진을 희롱해? 네가 환관이 아니라면 말이나 되지!

너는 재능이 넘치는 데다가 보기 드물게 충심을 가지고 있으니 나는 정말로 옥진을 너와 짝지어 줘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너는 환관이면서도 여러 번이나 그 애를 희롱했다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너를 때려줘야 하지 않겠느냐?”

진남공 송결의 말에 두변은 땅에 구멍을 파고서라도 숨어버리고 싶었다.

공작 대인! 말씀을 너무 과장되게 하십니다. 무슨 사흘을 멀다 하고 찾아갔다고 하십니까? 견사 대사를 뵐 때 생사의 관문을 넘으며 진실된 말을 한마디 했을 뿐 아닙니까?

게다가 옥진 공주, 당신도 머리가 없는 겁니까? 무슨 말이든 당신 아버지께 말하면, 제 체면은 어찌 되겠습니까!

공작 대인이 웃음을 거두고 정색을 하며 말했다.

“네 아비가 너에게 광서 상황을 이미 말했을 것이다. 나는 그처럼 용의주도하지는 않지만 그보다 더 높은 정치적인 직감이 있다.”

그건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진남공은 공훈을 세운 귀족이 아닌가. 그의 선조는 태조 황제의 의자이며, 대녕 제국의 정점의 권세가였다.

진남공 송결이 두변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한마디 할 테니 너는 놀라 쓰러지지 말거라. 정치적 국면이란 건 네가 몹시 위험하다고 생각했을 때는 사실 반드시 그보다 더 위험할 것이다. 네가 국면이 몹시 엉망이라고 생각했을 때는 반드시 그보다 더 엉망일 것이야. 그러니 너는 마음의 준비를 잘 해두도록 해라. 너는 광서에서 가장 큰 기둥이자 가장 높은 관원이 될지도 모른다.”

두변은 순간 멍해졌다.

제가요? 고작 제국의 남작이자 동창의 대리 천호일 뿐인데요?

진남공 송결이 말을 이었다.

“이건 단지 나의 직감일 뿐이다. 나는 어떤 검은 마수가 이미 움직이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그것은 안남 왕국의 완씨 반왕에게 손을 뻗었을 뿐 아니라 광서와 여씨에게도 손을 뻗었다. 이 생각이 내 단순한 노파심이기를 바란다.

지금 안남 왕국의 상황은 여전히 몹시 위태로워서 우리는 반란군을 남쪽으로 300리 이상 밀어내야 한다. 그래야만 순화부가 충분히 안전해.

그때가 되면 너의 의부 이문회도 광서로 돌아가서 너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전투를 치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안 되지. 전장에 필요한 모든 정보 업무와 후방 물자 조달 업무가 그가 전적으로 혼자 책임지고 있어서 나는 정말 그를 떠나보낼 수 없구나.”

두변이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참, 공작 대인께서는 순화부의 동부 해역에 환멸도가 있는 걸 알고 계십니까?”

“환멸도? 들어본 적이 없다. 혈관음의 함대는 북쪽에서 물자를 운송하고 있으니 옥진을 찾아가도 된다. 그 애는 척후병의 수장이니 주변 섬들의 지세에 대해 가장 익숙할 게야. 지금 그 애는 성 밖 남부 군영에 있을 것이다.”

“예.”

송결이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기억해라. 더는 옥진을 희롱해서는 안 된다. 일개 말단 환관이 어찌 그런 나쁜 걸 배웠느냐? 분명히 영종오에게 나쁜 걸 배웠겠지.”

영종오가 억울하게 의문의 1패를 당하는 순간이었다.

영종오가 옆에 있었다면 이리 말하지 않았을까.

‘두변의 본성이 인간 망나니인데 내가 가르쳐서 나빠질 턱이 있나? 나 영종오는 마음을 바로잡고 인성을 닦은 지 이미 오랜 세월이 지났다고!’

두변이 지혈 깊은 곳에서 긁어온 정석 분말은 정말로 신의 약인 모양이었다. 국왕 여창은 고열이 내린 이후로 더는 열이 나지 않았다.

하루 반나절이 지난 뒤에는 벌써 침상에서 내려와 걸어 다녔고, 혼자 죽을 떠먹을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호전되었다.

두변과 모든 이는 드디어 국왕을 살려냈다는 생각에 한시름을 놓았다.

국왕의 목숨을 구하는 건 안남 왕국의 국운을 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태의와 연단사들이 신이라도 보듯이 두변을 바라봤다.

‘정말로 신묘한 의술을 가졌구나! 장옹은 불치병인데 뜻밖에 두변 남작이 그걸 정복하다니. 대단한 기적이다!’

‘어쩌면 이 두변 남작이야말로 정말 하늘에서 내려준 사람이 아닐까.’

두변이 급히 떠나야 한다는 말에 여창 국왕이 병약한 몸을 이끌고 정식으로 두변을 접견했다. 왕후 영신이 웃음을 머금고 한쪽에 배석해서는 조카 보는 듯한 친밀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여창 국왕이 말했다.

“나는 자네의 많은 시를 들어보았고, 또 자네가 쓴 문장도 읽었다. 만약 내가 예전에 경성에 있을 때 자네처럼 시문에 재능이 있었다면 영신에게 구애할 때 어쩌면 그렇게 고생할 필요가 없었겠다고 생각했다.”

왕후 영신이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본능적으로 그를 꼬집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의 손가락이 그의 팔에 닿는 순간 화들짝 놀라 풀고 말았다. 아무래도 남편은 병이 아직 완쾌되지 않은 상태이니, 그를 꼬집어서 아프게 한다면 그녀 자신도 죽을 정도로 마음이 아플 것이다.

여창 국왕이 탄식을 하며 말을 이었다.

“자네와 내 불행은 이 난세에 살고 있기 때문이겠지. 나는 국왕의 자리를 짊어졌기 때문이고, 자네는 재능이 넘치기 때문에 평범한 사람들보다 더 많은 책임을 짊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나라를 위해 온 힘을 다 바쳐 죽을 때가 돼서야 멈출 테고. 나도 자네가 백색부에서 한 일을 안다.

우리는 모두 어리석은 사람이구나. 분명히 그게 험난한 길이며, 막다른 길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 길로 가려 하니 말이다.”

두변은 몹시 당황했다.

일국의 국왕이 뜻밖에 막역한 지기(知己)를 대하듯 말을 하고 있었다.

여창과 천윤제는 역시나 달랐다. 천윤제는 황족의 후예인 만큼 비록 몹시 고생스럽게 살고 있지만 그에게서는 진룡천자(眞龍天子)의 기운이 짙게 드러났다. 그는 신하들을 지키며, 끝까지 신임하기를 원했으며, 권모술수를 사용하는 걸 원하지 않았다. 그보다 고집스러울 정도로 신하를 신임하며, 그들에게 참된 충성을 원했다.

그에 비해 여창 국왕은 순식간에 두변과 마음을 나눴다. 봄바람이 불고 지나간 듯한 온화한 모습으로 조금도 국왕 내색을 하지 않았다. 말할 때도 지기와 친우 대하듯이 얘기했다.

“두변, 나는 자네를 안남 왕국의 부풍(扶風) 자작에 책봉하겠다. 또 자네를 왕태자의 스승으로 초청하겠네. 자네는 받아들이겠나? 물론 나는 자네가 몹시 바쁘니 정말로 우리 왕태자를 지도할 시간이 없다는 걸 알고 있네. 하지만 만일 시간과 인연이 닿아서 우리 왕태자를 만나게 되면 그 애의 시사와 문장을 지도해주길 바라네.”

두변은 깜짝 놀랐다.

이렇게 엄청난 상을 내린다고?

부풍 자작이란 지위는 사실 별것은 아니었다. 왕국의 작위라서 백색부 남작과 같은 등급이었다.

관건은 여창이 두변에게 안남 왕국 왕태자의 스승으로 삼으려는 것이었다. 지금 말한 스승 자리는 품급은 정해지지 않는다고 하지만 대단한 무게를 지닌 자리임이 틀림없었다.

여창 국왕은 두변이 대녕 제국에서 관직이 오르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 뒤 그가 오늘 내린 구두 명령은 진정한 태자 소부(少傅) 혹은 태자 소사(少師) 책봉으로 바뀔 것이다.

그건 대단히 높은 관직이기도 하지만, 국왕이 두변과 인연을 맺으려 한다는 점이 중요했다.

두변이 잠시 침묵하더니 허리를 굽히며 고했다.

“국왕 폐하의 두터운 사랑에 감사드리옵니다. 외신,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훗날 왕태자 전하를 뵈면 반드시 온 마음을 다하겠습니다.”

그런 뒤 두변이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외신, 이만 물러나 보겠습니다.”

왕후 영신이 말했다.

“네가 중요한 일을 처리해야 하느라 애간장이 탄다는 걸 알고 있다. 가보거라.”

두변이 물러나는 순간, 영신 공주가 한숨을 쉬며 하는 말이 들렸다.

“하아, 이 아이가 왜 환관이 된 걸까요? 그렇지 않으면 영설 그 아이를 시집보냈으면 얼마나 좋아. 아무리 불을 켜고 찾아도 저 아이보다 좋은 신랑감을 찾을 수 없을 것 같은데.”

“두변?”

순화부 남부의 한 산꼭대기에 있는 작은 군영 막사에서 두변은 옥진 군주를 만났다.

‘와우!’

매번 옥진을 볼 때마다 두변은 자신의 호르몬이 꿈틀대는 게 느껴졌다.

매번 몸매 좋은 여인들을 볼 때면, 이 몸매라면 옥진 군주와 비슷하겠지,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매번 옥진 군주를 만날 때면 자신이 틀렸음을 깨닫고야 만다.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었다. 옥진 군주의 몸매는 누구와도 대적할 수 없었다.

‘저기요, 갑옷 좀 입으면 안 될까요? 당신의 비현실적인 몸매를 보여줘서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면 안 된다고요.’

몸에 딱 붙는 뱀 가죽 의상을 입으니, 정말이지 코피가 터질 정도였다. 더군다나 막 목욕을 마치고 나왔는지 머리카락이 조금 젖어있었고, 몸에서 짙은 여인의 향기를 발산했다.

두변의 이상한 눈빛을 본 옥진 군주는 본능적으로 갑옷을 입으려다가 곧 포기했다.

‘저 몹쓸 녀석은 환관이니까, 저런 눈으로 조금 쳐다본다고 해도 별일 아니잖아.’

옥진 군주가 말했다.

“경고하겠어. 너, 그렇게 눈으로 불량배 짓 하지 말고 적당할 때 멈춰. 보지 말아야 할 곳을 쳐다보려고 한다면 반드시 널 때려줄 테니까.”

두변은 본능적으로 ‘어디가 보지 말아야 할 곳인가요?’라고 물으려다가 즉시 입을 굳게 다물었다. 인간 망나니 본성을 너무 자주 드러내는 것도 좀 그렇지 않나.

“말해봐. 무슨 일로 나를 찾아온 거지?”

두변이 찾아와서 그녀도 내심 기뻤다. 두변은 그녀에게는 귀여운 동생이나 마찬가지였다. 비록 환관이면서도 자신의 의자매 혈관음을 침상으로 끌어들였으니 절대적으로 몹쓸 망나니이긴 하지만.

“군주, 당신은 환멸도를 알고 있습니까?”

두변이 묻자 옥진 군주가 바로 대답했다.

“환멸도? 알고 있지.”

“그곳은 섬이 아니고, 그곳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도 몹시 드물다. 그곳은 인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곳이지. 그곳에 가서 뭘 하려고 하는데? 제법 괴상한 곳이라서 가까이 가지 않는 편이 좋다.”

“중요한 일로 반드시 환멸도에 다녀와야 합니다.”

‘흡성대법이 바로 환멸도에 있다고요!’

“좋아. 그럼 내가 곧 너를 데리고 가지. 마침 앞으로 사흘 동안 아무런 전투 임무를 맡지 않았으니까.”

두변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품속에서 건곤혼원단을 꺼내서 옥진에게 건넸다.

“여기, 군주에게 드리겠습니다.”

“뭔데?”

“건곤혼원단입니다. 북명검파에서 받았습니다.”

옥진 군주가 나지막이 탄성을 지으며 물었다.

“그 귀한 건곤혼원단이라고? 근골을 영구히 향상시킬 수 있다는 건곤혼원단?”

“맞습니다.”

“나한테 준다고? 어째서?”

옥진 군주의 목소리가 떨렸다.

건곤혼원단은 실로 너무나 진귀한 보물이었고 막대한 가치를 지닌 영약이라서 무림 세계를 열광케 만들 정도였다.

두변이 어째서 이걸 내게 주는 걸까? 그것도 이렇게 기꺼이?

솔직하게 말하면 송옥진은 한평생 대종사 경지를 돌파할 가능성이 없었다. 천부적인 근골의 한계로 영원히 종사 등급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건곤혼원단을 복용하면 세수벌맥을 통해 영구적으로 근골을 향상시킬 수 있으니, 대종사를 돌파하는 건 가망 없는 일이 아니게 된다.

이건 크나큰 은혜를 베푸는 일이나 마찬가지였다.

“너, 어째서 네가 직접 쓰지 않고, 내게 주려는 거지?”

“아이고, 정말 말씀 많으십니다.”

두변은 자기가 직접 건곤혼원단을 꺼내서 곧바로 송옥진의 작은 입에 밀어 넣었다.

옥진 군주는 깜짝 놀랐으나 즉시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건곤혼원단의 세례를 받아들였다.

아이고!

두변은 속으로 절규했다.

그녀의 몸매가 원래도 죽을 맛이었는데, 가부좌를 틀고 앉으니 허리, 엉덩이, 다리의 폭발적인 곡선이 정말 죽을 지경이었다.

차마 더 볼 수도 없을 정도였다. 환관도 차마 눈길 한 번 더 줄 수 없는데 하물며 정상적인 사람들은 어떨까?

이윽고 옥진 군주의 얼굴이 점점 더 붉어지더니 온몸에서 뜻밖에 하얀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막사 안의 향기가 점점 더 짙어지고 있었다.

파바바박!

옥진 군주의 몸 안에서 콩 볶는 듯한 소리가 간간이 들렸다. 그건 근골의 속성이 향상되고 있는 과정이었다.

“으음…….”

옥진 군주에게서도 고통을 참는 목소리가 들렸다.

두변의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옥진 군주의 키가 아주 조금 커진 듯했다.

가뜩이나 화끈하면서도 길쭉하던 다리가 조금 더 길어졌고, 남들에게 호르몬을 분출하게 만드는 몸매는 더욱더 마녀처럼 변했다.

게다가 체내에서 발산하는 짙은 향기가 사람을 아찔하게 만들 정도였다.

‘이게, 바로 건곤혼원단의 힘인가? 몸매까지 개조한다고?’

한참이 지나고 옥진 군주가 아름다운 눈을 뜨자 그 눈동자가 놀라울 정도로 밝았다. 일어서 보니 역시나 한 치 정도 커졌고, 그 몸매는 너무 뛰어나서 화필로 묘사할 수 없을 수준이었다.

옥진이 두변을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내 근골의 속성이 영구적으로 향상되었다. 장래에는 심지어 대종사를 돌파할 희망까지 갖게 되었어. 이 크나큰 은혜를 어떻게 보답해야 하지?”

지금 두변이 무언가를 잘못했다고 탓하면 절대로 안 될 것이다.

굳이 탓해야 한다면 건곤혼원단이 옥진 체내의 향기를 너무 짙게 방출해서 그걸 맡고 있으니 머리가 조금 흐리멍덩해진 탓이라 할 밖에.

귀신이 곡할 노릇인지, 두변의 입에서 머리를 거치지 않고 말이 튀어나왔다.

“저에게 보답한다고요? 그럼 당신 엉덩이를 한 번만 만지게 해주십시오!”

아니, 아니, 이건 내가 하려던 말이 아니야! 인간 망나니 본성이 갑자기 발작하는데 막을 방법이 없구나. 끝장이야, 끝장났어!

방금 전까지만 해도 송결 공작이 옥진 군주를 희롱하지 말라고 경고했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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