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1장: 막추, 나다!
예전에 말했듯이 북명검파는 역사상 두 명이 천형을 피하면서 신마 심판을 통과했다.
첫 번째 사람이 북명검파 최대의 배신자가 되어서 북명검파를 분열시켰다. 그때 북명대법도 둘로 나뉘어서 그중 일부가 흡성대법으로 변했다.
그로부터 수백 년 뒤, 또 한 사람이 천형을 피했다. 그는 북명검파의 종주가 된 뒤, 북명검파의 분열 세력을 섬멸해서 북명검파를 다시 통일시켰다.
하지만 흡성대법은 여전히 행방불명이었다.
“물론 우리는 스스로를 북명검 북종(北宗)이라고 부르고, 우리야말로 북명검파의 정통성을 지녔다고 말한다. 하지만 승자가 왕이 되고, 패자는 도둑이 되는 게 세상의 이치니, 수백 년 전에 우리가 소멸된 후에 남종이 북명검파의 정통이 되었다. 수치스럽구나, 수치스러운 일이야.”
노괴물이 쉰 목소리로 말했다.
‘북명검파의 북종, 남종?’
두변은 그 점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하나도 없었다. 더군다나 배신자 세력이라고 불리는 북종이야말로 정통이라고?
노괴물이 조금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너희 서른두 명은 거의 예외랄 것도 없이 모두가 북명검파의 적이다. 그건 몹시 잘된 일이야. 너희 모든 이가 정선된 사람들이니까. 물론 한 사람은 예외지만!”
물론 두변은 자신이 바로 그 예외라는 것 정도야 알고 있었다.
그런데 자신이 예외라면 어째서 상대방은 송옥진에게 환멸도의 입구를 가르쳐준 것일까? 그건 자신을 이곳에 끌어들이기 위함이 아닌가?
노괴물이 말했다.
“대략 60년 전에 나는 흡성대법을 얻었다. 나는 본래 강호를 종횡무진 누비려고 했지. 그런데 이 지고무상한 비급을 얻은 지 13년 뒤, 내 두 다리의 근맥이 다 망가져서 불구가 됐지. 나는 천하무적이 될 새도 없이 폐인이 되어버린 것이다. 슬프고 한탄스러운 일이지.
이제 나는 죽는다. 그러니 흡성대법의 새로운 전수자를 찾을 필요가 생겼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이곳 수십 명의 시선이 뜨거워졌다.
노괴물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내가 규칙 하나를 정하겠다. 첫째, 여기 있는 서른두 명 가운데 단 한 명만 살 수 있고, 나머지 서른한 명은 다 죽어야 한다.”
다들 안색이 변했다.
“둘째, 최후에 살아남은 그 사람만 그 대단한 비급 흡성대법을 얻을 수 있다.”
“셋째, 흡성대법을 얻은 사람은 반드시 자신의 사명을 명심해야 한다. 천하무적이 된 뒤에 북명검파 종주의 지위를 탈환해서 우리 북종의 오명을 씻어주는 사명을 말이다.”
“넷째, 수백 년 전에 우리 북종이 비록 소멸당했지만 지네는 잘려 죽어도 여전히 꿈틀댈 수 있다고 하지. 수백 년간 발전한 끝에 온 천하에 다 우리 북종의 세력이 퍼졌다. 흡성대법을 얻은 이는 자동으로 북종의 주인이 되니, 모든 북종의 잔여 세력을 찾아야 하고, 또 그들을 완전히 단결시켜야 한다.
수백 년이 지나면서 우리 북종의 잔여 세력은 몹시 강력하게 발전했다. 만약 그들을 응집하고 단결시킬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강력한 힘이 될 것이야. 어쩌면 북명검파 남종과 일전을 벌여서 북명검파의 정통이라는 지위를 탈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네 가지를 기억하겠나?”
“네, 기억했습니다!”
두변을 제외한 나머지 서른한 명이 일제히 대답했다.
노괴물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이제 시작하지! 기억해라. 서른두 명 가운데 단 한 명만 살 수 있고, 나머지는 다 죽어야 한다. 최후에 살아남은 그 사람만 흡성대법을 얻을 수 있어. 대단한 무공 흡성대법의 수련자는 천하무적이 될 수 있다!”
두변은 펄쩍 뛸 정도로 놀랐다.
‘바로 시작이라니? 여기 서른두 명이 서로 죽이기 시작한다고?’
자신은 무공이 이렇게 낮은데 어떡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까?
다른 서른한 명은 전부 종사급 이상의 고수인 데다, 사람을 죽이면서 눈 한번 깜빡이지 않는 막추는 대종사급 고수였다.
그들 중에 누구라도 쉽게 두변을 죽일 수 있었다.
두변은 내력을 모아서 낌새가 안 좋으면 능파미보로 즉시 멀리 도망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의 지나친 생각이었다.
그의 무공이 너무 낮았던 탓에 모든 이가 그를 위협적으로 생각하지 않았고, 다들 그를 없는 사람처럼 취급했다.
종사 서른 명이 서로를 바라보며 말했다.
“여러분, 여기 계신 모든 이는 다 종사급 고수고, 단 한 사람만 예외요. 바로 여마두 막추 말이오. 우리 서른 명이 연합해서 먼저 막추를 죽인 뒤에 우리끼리 서로 쟁탈전을 벌이면 어떻소?”
‘젠장, 너희 무슨 뜻이야? 연합해서 여마두 막추를 죽이는데 나는 왜 쏙 빼놓는데?’
그런데 이런 상황이야말로 사실 정상적이긴 했다. 막추의 무공이 너무 고강해서 군계일학이나 다름없으니 얼핏 봐도 그녀가 이기지 않겠나.
때문에, 모두 연합해서 먼저 막추를 죽인 뒤에 다시 고하를 겨루기로 했다.
여마두 막추는 이런 결과에 대해 충분히 마음의 준비를 한 것처럼 보였다.
절세미인의 얼굴이 한바탕 냉소를 했다. 그런 뒤.
휙.
그녀의 형체가 갑자기 귀영(鬼影)으로 변했다. 이건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귀영’이 되어서 그냥 사라져 버렸다.
휙, 휙, 휙, 휙, 휙.
그녀의 몸이 날쌔게 움직여서 도무지 보이지도 않았다. 또 속도가 한계치를 넘을 정도로 빨랐다.
두변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시스템, 저 여인은…… 무슨 경공을 쓰는 거지? 능파미보보다 더 대단한 거 같은데?’
기이한 불빛이 말했다.
‘이건 능파미보에 귀매결(鬼魅訣)을 더한 것이다.’
‘이게…… 능파미보라고?’
막추의 능파미보는 대단할 정도로 몹시 빨랐다. 막추의 능파미보와 비교해보니 자신이 한 건 완전 초급 수준이었다.
그녀의 속도는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쾅, 쾅, 쾅!
막추가 귀매(鬼魅) 같은 형체를 하고서 일장을 끊임없이 내리쳤다.
그 무서운 유명신장이었다.
이번에 그녀는 이도진을 죽이려 달려들 때보다 더 모질어서, 그녀의 일장이 내리칠 때마다 짙은 남색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이곳은 본래 몹시 뜨거웠다. 하지만 여마두 막추가 유명신장으로 공격할 때마다 주변의 온도가 몇 도씩 떨어지는 걸 명확히 느낄 수 있었다.
쿵, 쿵, 쿵, 쿵.
두변은 그 광경을 보고 완전히 경악했다.
여마두 막추의 무공이 몹시 대단해서 대은구도주 하진을 넘어선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뜻밖에 이 정도로 강할 줄이야?
다 같은 대종사이건만 그녀의 무공은 명백히 영종오와 계청주를 뛰어넘었다.
본래 그녀 개인이 도달한 경지만 가지고 종사 서른 명을 쓰러뜨리기란 몹시 힘겨울 것이다. 더군다나 최고 등급의 종사도 일곱 명이나 있지 않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능파미보가 너무나 대단해서 적들이 그녀를 따라올 수 없으니, 자연히 그녀를 공격할 수도 없는 것이다.
능파미보에 유명신장이 더해지면서 막추는 무적에 가까워졌다.
쿵, 쿵, 쿵, 쿵.
짧디짧은 1분 만에, 종사급 고수 서른 명 가운데 절반이나 바닥에 쓰러졌다.
두변은 그 장면을 보면서 머리가 쭈뼛 설 정도였다.
‘이건 너무 대단한데? 여마두 막추의 무공이 대체 어느 정도로 고강한 거지?’
다만 이렇게 대단한 그녀도 북명검파에서는 죽을 지경으로 탄압받고, 끊임없이 폄하되어서 반란을 일으켜 도망칠 때까지 차마 경솔하게 굴지도 못했다.
그만큼 영도현과 북명검파가 강하다는 의미였다.
자기편이 절반이나 쓰러진 걸 보고 나머지 종사 열다섯 명은 조급해졌다. 그중 최고 등급의 종사 한 명이 크게 소리 질렀다.
“빨리, 빨리 그녀를 포위하시오. 그런 뒤, 사각지대 없이 미친 듯이 공격을 해야 합니다!”
종사급 고수 열다섯 명이 급히 흩어져서 직경 십여 미터의 포위망을 만들더니 두변과 막추를 중간에 두고 에워쌌다.
두변은 재빨리 포위망 밖으로 물러났다.
‘너희들끼리 싸우라고. 나랑 상관없는 일이잖아!’
그의 무공이 너무 낮았던 탓에, 두변이 포위망 밖으로 물러날 때도 아무도 막거나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은 여전히 두변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굴었다.
순조롭게 포위망 밖으로 빠져나온 두변은, 여창 국왕에게 쓰고 남았던 백색 가루를 슬쩍 꺼내서는 공중에 날리듯이 흩뿌렸다.
물론 두변 그 자신은 시종일관 숨을 참았다.
순식간에 환각 작용을 일으키는 가루가 흩어지며 날아갔다.
돌 틈에 박혀 있는 듯한 노괴물은 그 장면을 본 것 같지만 흉악하게 한 번 미소지을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막추가 포위되었다.
하지만 그녀의 비길 데 없이 아름다운 얼굴에는 두려움은커녕 경멸만 서려 있었다.
“죽어라!”
종사 열다섯 명이 여마두 막추를 향해 맹렬하게 일장을 날렸다.
쾅.
강력한 일장 열다섯 가닥이 여마두 막추를 향해 휘몰아쳤다.
막추가 냉소했다.
휙.
그녀의 능파미보는 그 강력한 기운을 빌려서 공중으로 수십 미터 치솟았다.
곧이어 다시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쾅.
그녀의 더할 나위 없이 사나운 일장이 매섭게 지면을 후려쳤다.
이곳의 지면은 암석이나 금속처럼 극도로 견고하건만, 그녀의 일장에 의해 무참히 갈라지고 말았다.
온 바닥이 격렬하게 흔들렸고, 두변은 서 있을 수도 없어 곧바로 날아가 버렸다.
나머지 종사 열다섯 명도 몸이 힘껏 휘청여서 제대로 서 있을 수도 없었다.
다음 순간, 막추가 능파미보를 한계치까지 시전했다.
바람 한 줄기가 스쳐 지나간 것도 같고, 귀신이나 빛이 스쳐 지나간 것도 같았다.
휘이익!
쿠궁쿵!
일장에 한 명씩. 고작 몇 초 만에 종사급 고수 여덟 명이 전부 그녀의 유명신장에 맞아 쓰러졌다.
두변뿐 아니라 돌 틈에 박힌 듯한 그 노괴물도 완전히 충격을 받고 말았다.
‘저, 저 여인이 어떻게 이렇게 강하고, 이렇게 대단할 수 있지?’
두변은 막씨의 여인들이 천부적으로 극도로 놀라운 무도 재능을 지녔으며, 머리가 안 좋을수록 무도 재능이 더 뛰어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 막추는 영도현을 수십 년간 짝사랑해서 정신병이 생길 정도였지만 무공은 대단히 고강했다.
만약 그녀가 흡성대법을 얻는다면 다른 이들은 제쳐두고 그녀 혼자서 천하 무림에 재난을 초래할 것이다.
나머지 종사급 고수 일곱 명은 놀라서 간이 떨어질 지경이었다.
막추가 대결하기 전에는 그녀가 아무리 대종사라고 해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종사 세 명으로 이길 수 없으면 다섯 명이면 충분하겠지 싶었다.
그런데 대종사와 대종사 사이에도 이토록 큰 차이가 있을 줄이야.
더군다나 막추가 능파미보에 유명신장을 결합하니 거의 무적에 가까웠다.
게다가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종사 일곱 명은 머리가 조금 어지럽다고 느껴졌다. 눈앞이 빙빙 돌고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 같았다.
그들이 몰랐던 건 여마두 막추도 환각에 더 격렬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매섭게 손을 쓰느라 필사적으로 숨을 들이켰고, 그로 인해 가루를 가장 많이 마셨다.
지금 그녀의 눈앞에는 이미 환각이 나타났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남은 종사 일곱 명은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로 놀란 상태라서 더는 막추와 전투를 치를 용기도 없었다. 일곱 명은 놀란 새들이 나무에서 흩어지듯이 뿔뿔이 도망치려고 했다.
하지만 막추의 수중에서 누가 도망칠 수 있을까.
막추는 눈앞이 흐릿하고 어지러워지는 걸 애써 참으며, 능파미보를 시전해서 한 명씩 쫓아간 뒤 유명신장을 내리쳤다.
짧디짧은 30초 만에 나머지 종사 일곱 명도 전부 땅에 쓰러졌다.
최후의 순간이 되어서야 여마두 막추는 검을 뽑았다.
솩, 솩, 솩, 솩.
일검에 한 명씩, 머리가 몸에서 떨어졌다.
2분 후. 종사급 고수 서른 명은 그녀 한 사람에 의해서 모조리 죽임을 당했다.
두변은 아무런 소리도 낼 수 없었다.
너무 강해! 어떻게 이토록 강하지?
정말 머리가 안 좋을수록 더 강한 건가?
이런 상황은 두변의 예상을 완전히 뛰어넘는 것이었다.
두변은 난전이 펼쳐진 뒤, 막추와 종사 여러 명이 동귀어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예상밖에 종사 서른 명이 모조리 죽임을 당할 줄이야.
지금 여마두 막추는 너무 많은 분말을 흡입해서 매우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거기다가 이미 조금은 신경병증을 앓다시피 한 사람이었다.
다음 순간, 막추가 두변에게 다가가서 두말하지 않고 한 검에 베어서 두변을 죽이려고 했다.
종사 서른 명을 연속으로 죽일 정도니 그녀가 두변을 죽이는 건 이미 식은 죽 먹기였다.
그때 두변이 갑자기 말을 내뱉었다.
“막추,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