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307화 (307/648)

307장: 묻지 말아!

예전에 경지가 향상되었을 때는 순수한 내력을 빨아들인 것이라서 조금 고통스럽다고 해도 참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에 비해 지금은 살고 싶지 않을 정도로 고통스러워서 차라리 죽고 싶을 정도였다.

그때, 백련화가 이쪽을 힐끗 쳐다봤다가 눈앞의 장면을 믿을 수가 없어서 눈을 휘둥그레 뜨고 말았다.

처음에는 그저 임묘선이 극도로 이성을 잃어서 그런 소리를 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가 점점 더 고통스럽게 들려서 저도 모르게 이쪽을 쳐다보게 된 것이다.

이윽고 임묘선이 온몸의 일곱 구멍에서 피를 흘리며 온몸을 덜덜 떨었다. 뿐만 아니라, 그녀의 몸이 뒤틀리면서 몸 안에 수많은 생쥐들이 기어다니는 것처럼 몸의 덩어리가 우글거리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몸이 끊임없이 움츠러들고 무너져 내렸다. 그건 너무나 괴상하고 두려운 장면이었다.

마치 임묘선의 기가 완전히 어딘가로 빨려들어가 말라비틀어지려는 것 같았다.

백련화가 급하게 검을 뽑아서 번개처럼 두변을 향해 검을 찔렀다.

하지만 두변이 임묘선의 몸을 안고 뒤를 돌자, 백련화의 검이 그대로 임묘선의 몸을 찌르고 들어갔다.

펑!

이어서 임묘선의 단전 부위가 갑자기 폭발하면서 결국 커다란 구멍 하나가 생기고 말았다. 그녀의 단전에 아직 내력이 꽤 많이 남아있었지만 더는 유지하지 못하고 터져버린 것이다.

임묘선은 처절한 비명소리도 내지 못하고 곧바로 죽었다. 게다가 죽은 모습도 말로 표현할 수도 없을 정도로 처참했다.

하지만 임묘선뿐 아니라 흡입한 내력 현기가 두변의 몸속에서 좌충우돌하면서 그의 온몸도 터져버릴 것 같았다.

“흡성대법이냐?”

백련화가 탄성을 질렀다.

본래 그는 단칼에 두변을 죽이려 했으나 이제는 아쉬워서 그럴 수도 없었다.

“흡성대법인 거야?”

백련화의 목소리는 떨리다시피 했다.

‘이게 그 대단한 흡성대법이라니. 천하 무도계에서는 흡성대법을 배우기만 하면 10년 뒤에 천하무적이 된다고 하지 않았나?’

백련화는 흡성대법이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인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두변이 눈앞에서 임묘선을 집어삼키는 걸 보니 흡성대법일 확률이 8할은 되어 보였다.

그러니 아까워서라도 절대로 두변을 죽일 수 없었다.

‘어떻게 미련 없이 죽여? 이자는 이제 움직이는 흡성대법이야. 반드시 이자를 압박해서 흡성대법 비급을 내놓게 해야 해!’

백련화는 눈알을 한 번 굴리더니 즉시 방법이 떠올랐다. 계표표를 인질로 삼아서 두변을 압박하자!

방금 전에 두변은 계표표를 위해서 자발적으로 호랑이 굴에 들어와서 자신을 임묘선에게 내어줬다. 그러니 지금도 분명히 계표표를 위해서 흡성대법 비급을 넘겨줄 것이다!

백련화는 바로 계표표가 있는 침상으로 와서 소리쳤다.

“두변, 계표표가 네 여인이지? 이 여인의 순결을 지키고 싶나? 흡성대법 비급을 내놓으면 그녀를 놔주지. 그렇지 않으면 그녀를 백 번은 유린한 뒤에 죽여야겠다!”

하지만 이때 두변은 몸속 현기가 좌충우돌하면서 무공 경지가 향상된 것은 맞는데, 온몸의 근맥이 끊기고 파열되어서 죽을 지경이었다.

입을 열기만 하면 피가 뿜어져 나올 것 같아서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말을 하지 않아? 그럼 눈을 뻔히 뜨고 내가 당신의 여인 계표표를 유린하는 걸 지켜봐야 할 텐데? 하하!”

백련화가 계표표의 치마를 잡고 힘껏 잡아당겼다. 이제 그녀의 몸이 곧 완전히 드러날 것이고, 백련화에 의해 더럽혀질 것이다.

바로 그때, 계표표가 눈을 떴다.

그녀가 작은 입을 벌리더니 갑자기 차디차게 빛을 내뿜는 물건 두 개를 뱉어냈다.

거리가 너무나 가까운 데다, 계표표가 깨어나서 입으로 암기를 뱉으리라고는 생각도 못 한 그는 전혀 반응하지 못했고, 순식간에 암기를 맞고 말았다.

“아악!”

백련화의 두 눈에 암기가 박히는 순간, 처참한 비명이 찢어지듯 터져나왔다. 백련화가 눈을 뜨지 못한 채 계표표에게 달려 들려서 그녀의 몸을 누르고 목을 조르려고 했다.

솩, 솩, 솩, 솩.

온몸이 폭발할 것 같은 상황에서도 두변은 육맥신검을 쏘아냈다.

백련화 같은 부류는 사악한 무공을 수련하기 때문에 몸에 조문(罩門: 무공을 수련할 때 강해지지 못한 신체의 부분)이 있게 된다.

지금 백련화가 옷을 발가벗고 있었던 탓에 두변은 그의 등 뒤에 있는 조문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푹, 푹, 푹.

육맥신검이 몇 미터 앞의 백련화의 급소를 그대로 공격했다.

시스템이 놀라서 소리쳤다.

‘안 돼. 그자를 죽이지 말아라. 그자의 내력을 아직 집어삼키지 못했는데!’

하지만 때는 이미 늦어서 백련화의 몸이 순식간에 멈칫하더니, 이윽고 새빨간 피를 콸콸 뿜고는 털썩 하고 바닥에 쓰러져 죽었다.

기이한 불빛이 말했다.

‘어째서 그를 죽였지? 흡성대법을 사용할 기회가 얼마나 귀중한지 알고 있나? 그를 죽이지 않았다면 그의 내력을 집어삼킬 수 있었다.’

‘제가 그를 죽이지 않으면 계표표 누이에게 달려들었겠죠.’

‘그래도 그녀는 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몸이 눌렸겠죠. 백련화의 더려운 몸에 닿게 되었을 것이고.’

기이한 불빛이 말했다.

‘네 소유욕이 그 정도는 아니지 않나? 고작 옷을 사이에 두고 몇 번 눌리는 것뿐인데, 그녀가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고.’

‘입 다물어요!’

이윽고 두변은 계표표가 있는 큰 침상으로 달려가서, 그녀의 온몸에 묶인 밧줄 등을 재빨리 풀었다.

몸이 풀린 계표표가 달려들어서 뜨거운 입술로 두변에게 입을 맞추더니, 두 다리로 두변의 허리를 감아서 힘껏 눌렀다.

‘우린 아직도 호랑이 굴에 있다고요!’

두변은 급히 입속에 있는 벽사단을 계표표의 입 안에 넣어줘서 그녀가 정신을 차리도록 했다. 아무래도 그녀는 마합산에 다량 중독되었을 뿐 아니라, 다른 사악한 약에도 당했을 것이다.

계표표를 가볍게 들어 침상에 놓아준 두변은 임묘선의 목을 벤 뒤에 백련화의 목까지 베었다.

그리고 급히 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온몸에서 좌충우돌하는 내력 현기를 점점 안정시켰다.

시스템이 말했다.

‘숙주, 이번에 흡성대법으로 내력을 집어삼킨 결과, 너는 3품 하등 무사로 무도 수준이 성공적으로 향상되었다. 하지만 내 당부에 따랐다면 백련화가 1품 무사에 불과하다고 한들, 그의 내력을 집어삼켰으면 네 수준이 더욱 큰 폭으로 향상되었을 것이다.

너도 이제 흡성대법의 부작용이 얼마나 큰지 실감했겠지. 매번 내력을 집어삼킨 뒤에 항상 몹시 긴 시간을 들여서 체내의 현기를 정화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심각한 경우 급사를 하거나 가벼워도 신체가 마비되지. 그러니 매번 내력을 집어삼키는 기회가 몹시 귀중한데 이번에 한 번의 기회를 네가 낭비해버리고 말았다.’

‘그만 말해요. 같은 상황이 열 번이 와도 나는 여전히 같은 선택을 할 겁니다. 다른 이가 계표표를 모독하게 하고 싶지 않아요.’

기이한 불빛이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사명을 받은 주재자이니, 네 말대로 해야겠지.’

장장 반 시진 뒤에야 두변 체내의 현기가 완전히 안정을 찾았다.

그 사이 계표표도 벽사단을 머금고 있던 덕에 몸에 있는 모든 독이 깨끗하게 흩어지고 무공을 회복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항상 당당하던 그녀가 지금은 유약한 모습이었다.

두변이 바라보는 시선을 깨닫자마자 계표표가 두변의 입을 틀어막고 말했다.

“이 일에 대해 묻지 말아. 나도 내가 정의감에 지나치게 불탔다는 걸 알고 있고, 때때로 멍청해진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그래서 적의 함정에 빠진 것이고. 내 잘못을 알고 있으니까 너도 이 일에 대해 묻지 말아.”

두변이 다정하게 말했다.

“묻지 않아요. 나는 단지 당신에게 다친 데는 없는지 묻고 싶었을 뿐이에요.”

계표표가 고개를 젓더니, 눈가가 순식간에 빨개져서는 곧 눈물을 떨구려 했다.

그녀는 극도로 강인한 여인이라서 평소에는 애초에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지금 그녀가 눈물이 나는 건, 억울해서가 아니라 두변을 말려들게 했기 때문이었다. 그 탓에 두변이 목숨을 걸고 자신을 구하러 왔어야 했고.

이윽고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두변에게 열정적으로 입을 맞췄다.

이어서 두변은 옷을 입은 뒤, 왼손에는 임묘선의 머리를, 오른손에는 백련화의 머리를 들고 선실 밖으로 나갔다.

갑판 위에 도착하니, 마련교 무사들이 두변과 계표표를 보고 본능적으로 도검을 뽑으며 활시위를 당겼다. 하지만 임묘선과 백련화의 머리를 보는 순간 경악하고 말았다.

“너희 수령은 이미 죽었다. 설마 그래도 나와 목숨 걸고 싸우겠느냐?”

두변이 냉랭하게 물었다.

전신의 독을 해독한 계표표는 종사급 고수였다. 그녀가 검을 잡고 두변 앞에 아무런 두려움 없이 서 있었다.

마련교 무사들이 서로의 시선을 교환한 뒤에 소리쳤다.

“죽여라!”

이윽고 그들이 정말 미치광이처럼 달려들었다.

‘수령이 없어졌는데도 저렇게 목숨을 걸고 싸운다고? 마련교가 너희를 얼마나 모질게 세뇌시킨 거냐?’

모두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달려드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휙, 휙, 휙, 휙, 휙.

두변은 들고 있던 머리 둘을 내던지고 미친 듯이 육맥신검을 시전했다.

그 순간 더할 나위 없이 대단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육맥신검이 폭풍우처럼 쏟아지더니, 기관총이 난사되듯 무사들을 크게 쓸어버렸다.

두변이 6품 무사였을 때도 육맥신검의 위력은 놀라울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 3품 하등 무사가 되고 보니, 육맥신검의 위력은 평범한 무사들을 상대할 때 눈 깜짝할 사이에 그들을 깔아뭉갤 정도였다.

짧디짧은 시간에 수십 명이 죽어 나갔다.

계표표는 그보다 더 사납게 날카로운 검으로 미친 듯이 적을 베어 죽였다.

“표표, 대형 쇠뇌와 투석기를 망가뜨려요!”

계표표가 즉시 튕겨 나가서 마련교 배에 있는 투석기 네 대와 대형 쇠뇌 십여 대를 망가뜨리는 사이, 두변은 여전히 미친 듯이 육맥신검을 발사했다.

슉, 슉, 슉, 슉, 슉, 슉.

두변의 앞에 시체들이 빼곡하게 쌓여갔지만 마련교 무사들은 여전히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달려들었다. 다들 정말 미치기라도 한 듯이 눈이 벌겋게 달아 있었다.

이제 곧 현기가 모두 소진될 것 같은데도 이들은 끝도 없이 달려들었다.

“표표, 가요!”

두변이 소리치자, 계표표가 재빨리 달려왔다. 그녀는 두변의 몸을 잡고 십여 미터나 높이 뛰어올라서 두변의 해선으로 뛰어내렸다.

“가자!”

두변의 명령에 해선이 속도를 올렸다.

그런데 배 세 척에 있던 마련교 무사들이 뜻밖에 미친 듯이 바다로 뛰어들더니 두변의 배로 기어오르려고 했다. 그들은 완전히 실성해서 죽음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모양새였다.

두변은 배 위로 기어오르는 무사들에게 육맥신검을 폭우처럼 퍼부었고, 계표표는 일검에 한 명씩 격살했다.

일각 뒤, 두변의 해선은 마침내 마련교 무사들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마련교 해선 네 척이 여전히 미친 듯이 추격해왔지만 그들 해선의 속도는 두변의 해선을 따라올 수 없었다. 게다가 선원도 전문적이지 않고, 대형 쇠뇌와 투석기까지 모두 망가졌으니 원거리 공격도 사실상 불가능했다.

결국 그들은 눈을 빤히 뜨고 두변의 배가 점차 멀어지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두변은 완전히 탈진하다시피 해서 선실 안으로 돌아왔다.

그도 이제는 3품 무사이고 계표표는 종사급 고수지만, 실성한 듯 달려드는 마련교 무사 수백 명을 상대하니 몹시도 머리가 아팠다. 아무리 일부를 죽여도 나머지 태반이 여전히 미친 듯이 달려들지 않았던가.

마련교 무사들은 세뇌를 당했을 뿐 아니라 약에 취한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으면 저렇게까지 실성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두변과 계표표는 마련교 무사들을 닭이나 개를 도살하듯이 죽였지만, 그들의 현기가 소진되면 개미떼가 코끼리를 물어 죽이는 것 같은 위험한 상황이 일어날 수가 있었다.

두변은 녹초가 되어서 선실 침상에 그대로 널브러졌다.

1초 뒤, 계표표가 옷을 벗고 곧바로 두변의 몸 위로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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