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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관무제-316화 (316/648)

316장: 악랄한 계략

두변은 그에게 차마 진상을 말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잠시 망설인 뒤, 결국 알려주기로 했다.

“두염, 방계 집단은 애초에 이 일을 비밀로 삼으려는 생각이 전혀 없어서, 미리 정보를 알아도 소용없었어. 해외 제국에 있는 방계 집단의 몇만 대군이 이미 광서와 광동성에 상륙했어. 계왕은 두 다리가 잘리고 근맥이 전부 망가졌지. 순무 장양명은 급사로 죽었고, 광서 동창 진무사 이옥당은 여언에게 참살당했어. 광서에 있는 엄당, 진남 공작부, 계왕부의 정예 수천 명이 모조리 죽어버렸어. 광동성은 방계 집단이 이미 가져갔고, 광서성은 여씨와 방계 집단이 나눠 가졌어.

이 백색성을 제외하면 광서는 완전히 함락됐어.”

두염의 얼굴이 갑자기 실룩이더니 온몸에 경련이 일기 시작했다.

두변이 다가가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너에게 진상을 알려주지 않을 수도 있겠지. 네가 편히 눈감고 네가 공헌을 세웠다고 생각하게 둘 수도 있어. 하지만 너를 존중하기 위해서 반드시 진상을 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해.

언젠가 내가 폐하께 아뢸게. 백색부에 나 두변이라는 충신 외에도 두염, 너라는 미숙하고 편협하지만 솔직한 충신이 있었다고 말이야.”

두염이 눈물을 쏟으며 말했다.

“두변, 내가 네 모든 걸 빼앗아 갔어. 네 정혼녀를 앗아갔고, 두씨 가문에 있는 네 모든 걸 앗아갔지. 그건 내가 너는 안 된다고 생각해서…… 서자이지만 내가 두가를 부흥시킬 중임을 맡아야겠다고 생각해서……. 그건 전혀 후회하지 않아. 지금까지도 아무런 후회가 없어. 하지만…….”

“두가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더러워서 네가 부흥시킬 필요가 없어. 두회, 두강과 그들의 아래 세대가 이미 중요한 관직에 올라서 네가 그럴 필요가 없었어. 심지어 너를 독살하는 일도 두회가 알면서도 동의를 했을 거야.”

두염은 마지막까지 지키던 심리적 방어선이 무너졌는지 눈물이 마구 쏟아졌다.

두염이 울면서 물었다.

“어, 어째서지? 나는 그분의 아들인데? 그분은 나를 몹시 소중히 여기셨는데?”

“너는 그자의 아들 중 하나일 뿐이지. 올해에도 아들 하나를 또 낳았더군. 정세가 너무 빨리 변화하니 더 중요한 사람에게 방청의를 보낼 필요가 생긴 거야. 그러니 너는 죽어야 했던 거고.”

두염은 두변의 손을 꽉 잡았다.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 듯했다.

“형, 형…….”

두염은 어째서 자신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는지 알 수 없었다.

아버지라는 자가 자신을 죽이려고 했고 이제 가문에서 완전히 버림당해서, 그의 유일한 가족이라고는 두변뿐이기 때문일까.

두염이 출중한 것은 맞지만 두변처럼 온갖 경험을 쌓지 못해서 아직도 마음은 많이 어리고 나약했다.

두변이 시스템의 눈을 사용해서 두염의 온몸을 살펴보자, 그의 뱃속에 괴상한 것들 한 무더기가 용솟음치는 걸 발견했다. 그것들은 더할 나위 없이 무서운 고충(蠱蟲)들이었다.

안 좋아!

악랄한 두강과 지독한 방계 집단 같으니라고!

두변이 명령을 내렸다.

“모든 이는 전부 물러나라! 이 방에서 완전히 멀리 떨어져라.”

두염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형, 형. 왜 그래?”

“네가 도망쳐 나왔다는 건 거짓이다. 그들이 너를 고의로 놓아줘서 백색부로 돌아오게 한 거야. 네가 동창 백색 천호소로 도망치게 둔 거라고. 너는 중독된 게 아니라 무서운 고충에 당한 거다. 그들은 너를 무기로 사용해서 나와 우리 동창 천호소의 수많은 사람을 죽이려 한 거라고.”

두염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누……, 누가?”

“우리의 그 넷째 숙부 두강, 또 방계 집단이겠지.”

두염이 울면서 물었다.

“사람이 어떻게 그 정도로 악랄할 수 있지?”

그러게나 말이다. 사람이 어떻게 그 지경까지 악랄할 수 있을까.

자신의 아들뿐 아니라, 사위, 조카까지 죽였을뿐더러, 두염의 몸을 무기로 삼아서 또 다른 아들과 조카를 죽이려 하다니.

두회, 두강. 너희 참 대단하구나!

어찌 목석간장(木石肝腸)이라고만 할까, 진정한 사갈심장(蛇蝎心腸)이로구나.

갑자기 숨쉬기가 너무 힘들어지더니, 온몸이 더할 나위 없이 뒤틀렸다.

“아악! 형, 나 많이 아파, 아파…….”

“형, 미안해, 미안해.”

“내 복수를 해줘…….”

펑!

폭발음이 들리고 두변의 동생 두염의 복강에 큰 구멍이 나면서, 수많은 고충들이 폭탄처럼 사방으로 쏘아져 나갔다.

지금 옆에 누군가 서 있었다면 전부 고충에 당했을 것이고, 짧디짧은 며칠 사이에 동창 천호소에 고충들이 퍼졌을 것이다.

대단히 악랄한 계략이었다. 두염의 몸을 무기로 사용해서 두변과 천호소의 사람들을 다 죽여버리려고 했다.

방계 집단과 두강도 이 일에 동의를 했겠지만, 처음 이 일을 꾸민 자는 누구일까?

수많은 고충이 두변의 얼굴로 날아와서 두변의 몸속으로 휙 파고들려고 했다. 하지만 바로 몇 치 정도를 앞두고 고충들이 전부 히긱 놀라더니 미친 듯이 도망쳤다.

두변은 입에 머금은 벽사단을 꺼냈다. 벽사단이 옅은 빛을 발하더니 빛이 닿는 곳곳의 고충들을 일제히 죽어버렸다.

방 안 전체에 폭발해서 나온 고충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지만, 잠깐 사이 두변이 벽사단을 사용해서 전부 다 죽여버렸다.

다시 침상 위에 있는 두염을 보니 그는 완전히 죽어 있었다.

두변은 다가가서 그의 눈꺼풀을 가볍게 쓸어내려 닫아준 뒤 천천히 말했다.

“안심해라. 내가 네 억울함을 풀어주고, 널 위해 복수해줄 테니.”

임계연이 두변 앞에 무릎을 꿇고서 상황을 하나하나 설명하기 시작했다.

“천도회는 철수했고, 홍하회도 철수했습니다. 모든 점포가 철수했으며 성 안 모든 이가 떠났습니다. 왜냐하면 방계 집단이 이미 여씨와의 해외 무역을 독점해서 백색성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여여해가 자신이 왕으로 등극하게 될 때가 백색성을 도살할 시기이며, 이 땅에서 자신에게 순응하는 자는 흥하고, 거역하는 자는 망할 거라고 말했답니다. 그래서 모든 이가 도망치고, 백색성은 공성, 또 죽음의 성이 되어버렸습니다.

현재, 백색성 바깥의 현과 성에 여씨의 대군이 집결되어 있습니다. 우리 백색성은 완전히 포위되어 버렸습니다.”

“우리에게 병마가 얼마나 있습니까?”

임계연이 답했다.

“본래 동창에 이천삼백의 병력이 있었으나 많은 이가 도망쳤습니다. 기대, 기이에게 붙잡혀서 도망친 자들은 모두 죽었습니다. 현재 천 명이 남았고, 거기에 대인이 데려오신 기병 육백 명을 합치면 총 천육백 명입니다.”

“계청주 대인 쪽은 어떻고요?”

두변이 묻자 임계연이 답했다.

“방계 집단과 여씨가 동맹을 맺은 뒤에 정세가 급변했습니다. 광서에 있는 우리의 모든 힘이 뿌리째 뽑혔습니다. 방계 집단의 해외 대군이 양광에 상륙했으며, 광서성은 나누어졌습니다. 이러한 정세에 계정주 대인이 모집한 병사들은 훈련 시간이 너무 짧아서 아직 그들의 인심을 완전히 거두지 못했습니다. 그 신병들은 믿음을 잃고 일제히 도망쳤습니다. 본래 구천 명이었는데 도망쳐서 절반도 채 안 남았습니다.”

그 정도도 적지 않은 인원이었다.

임계연이 말을 이었다.

“며칠 전, 북명검파 종주의 직계 제자와 천도맹의 예상 선자가 청룡회에 나타나서 계청주 대종사와 일전을 벌였습니다. 사람들 앞에서 계청주 대종사를 격파한 뒤, 그분을 북명검파로 잡아가서 처치한다고 합니다.”

“빌어먹을, 예상 그 못된 것이!”

두변도 계청주가 북명검파의 배신자라는 건 알고 있었다. 몇 년 전에 북명검파 대은구도는 줄곧 계청주를 잡으러 사람을 보냈지만 줄곧 실패했다.

그 뒤로 북명검파가 계청주를 잡는 일을 흐지부지되었다.

한데 어째서 지금 다시 예상까지 동원해서 그녀가 직접 계청주를 잡으러 왔단 말인가.

계청주가 황제의 성지를 받고서 대녕 제국의 관원이 되었기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육맥신검 때문에. 아니면 사람들에게 말할 수 없는 어떤 이유 때문일까.

임계연이 말했다.

“계청주 대종사가 잡힌 뒤, 남은 병사들도 전부 흩어졌고 청룡회 제자들도 태반이 도망쳤습니다. 현재, 청룡회에는 가장 충성스러운 제자 대략 이천여 명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렇다. 현재 백색부는 두변 한 사람의 성이었다. 그는 이 성에서 가장 높은 관직을 가진 관원이었다.

이 도시 안의 모든 병력, 대략 사천여 명이 모두 두변에게 속하게 되었다.

백색부 공성은 나의 성이다!

사천 병사들은 나의 군대다!

여여해와 방계 집단에서는 지금 대군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을까

정말 하늘의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이 상황을 역전시킬 수 없겠구나!

황제의 성지를 낭독할 흠차가 드디어 깨어나서 황제의 성지를 읽기 시작했다.

“황제가 명하노라, 두변에게 동창 백색부 대리 천호의 직위를 면직하고, 백색부 동창 천호소를 폐지한다. 두변을 산해관 신군(新軍)의 감군으로 책봉한다.”

두변은 그 성지를 듣고서 완전히 넋이 나갔다.

이, 이건 무슨 뜻일까?

황제가 백색부를 완전히 포기한다고? 광서를 포기하고, 서남을 완전히 포기한다고?

게다가 두변을 영설 공주의 신군으로 파견해서 감군을 하라고?

그건 황제도 절망해서 모든 걸 포기했다는 의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관 한 명을 머나먼 곳으로 보내서 하루에 천 리씩 질주하는 통에 환관의 목숨이 날아갈 뻔했다. 그건 두변의 목숨을 살리기 위한 일이었다.

두변은 황제가 그를 구하기 위해서 치욕적인 상주서 세 부에 인장을 찍었다는 걸 알지 못했다.

황제 폐하, 이건 너무 비전문적인 결정 아니십니까.

어떻게 언급하기도 하찮은 말단 신하를 위해 그렇게 많은 걸 지불하셨습니까?

천윤제가 계왕의 처참한 소식과 광서 순무 장양명의 사망 소식, 광서 동창 진무사 이옥당이 죽은 소식을 들은 뒤, 얼마나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을지, 두변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이제 두변은 광서에 남은 황제의 유일한 후손과도 같았다. 천윤제는 절대로 두변까지 죽게 놔둘 수 없었다. 그러니 실성한 듯이 성지 세 부로 두변의 목숨 하나와 바꿨다.

하지만 상대방은 여전히 두염을 무기로 사용해서 두변을 죽이려 했을 뿐 아니라, 백색부 동창 천호소의 모두를 없애버리려고 했다.

두변은 온몸이 떨리면서 뜨거운 눈물이 차올랐다.

이런 순간이 되었는데도 하찮은 목숨 하나를 염려하다니.

얼마나 황제답지 않은 황제란 말인가. 하지만 황제의 그러한 모습에 두변은 도리어 온몸의 피가 들끓었을 뿐 아니라, 그의 은혜에 감읍해서 눈물을 흘렸다.

그렇다. 영설 공주의 신군으로 가면 당분간 안전해져서 하찮은 목숨을 잠시나마 보전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광서는 곧 완전히 함락될 것이고, 제국의 서남부가 전부 함락될 것이다.

두변은 아직 살아 있으나 이곳을 떠나는 건 도망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자신은 도망칠 자격이나 있을까?

두변 머릿속의 기이한 불빛이 말했다.

‘아니. 너에겐 도망칠 자격이 없다. 네가 도망치면 사명은 영원히 실패한다. 너는 제국 서남부를 얻을 기회를 잃어버리고, 제국의 제후가 될 기회를 잃어버린다. 또 수십만 대군을 보유할 기회마저 잃어버린다.’

‘아 좀! 그 입 닥쳐요!’

두변이 머릿속에서 큰소리를 질렀다.

두변은 성지를 전한 환관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요, 전 안 갑니다. 저는 현재 광서성에서 제국의 최고 관원이 되었습니다. 만약 내가 도망친다면 광서성은 완전히 함락될 겁니다.”

성지를 전한 환관 운봉이 말했다.

“두변, 이건 성지입니다. 이건 황제 폐하께서 극도로 두터운 은혜를 베풀어주신 것입니다.”

두변이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나는 도망갈 수 없고, 최후까지 싸워야 합니다.”

환관 운봉이 물었다.

“확실히 가지 않을 겁니까?”

“가지 않을 겁니다.”

“성지를 거역하는 한이 있어도 떠나지 않을 겁니까. 억지로 끌려가도 안 갑니까?”

“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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