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317화 (317/648)

317장: 사혼

환관이 품속에서 또 다른 성지 하나를 꺼내 낭독했다.

“황제가 명하노라. 두변을 백색 지부, 백색 참장에 책봉하며, 광서의 동창을 대신 관장하게 하노라!”

두변은 완전히 놀라서 얼이 빠져 버렸다.

백색 지부, 백색 참장, 광서 동창, 이 세 가지 직위를 한 사람에게 몰아서 책봉하다니!

이건 광란의 성지이자, 전대미문의 성지였다.

게다가 광서의 동창을 대신 관장하라니, 황제는 또다시 두변이 가진 환관의 색채를 지워버렸다.

백색 지부는 문관이고, 백색 참장은 무관인 데 반해, 동창은 특무 조직이었다.

그 말은 두변 한 사람에게 3대 권한을 모아준 것이다.

성지를 전한 환관이 또 다른 성지를 꺼내며 말했다.

“두변을 대녕 제국의 자작으로 승관시킨다.”

이어서 환관이 다시 성지를 꺼내는데 총 세 개였다. 그중 하나는 뜻밖에도 사혼(賜婚)성지였다. 어쩐지 그래서 두변의 환관으로서의 색채를 철저히 지우려 했구나.

더군다나 사혼의 대상은 두변이 전혀 상상도 못 할 사람이었다.

황제가 뜻밖에 그 여인을 두변에게 하사해 주시다니.

이 세상이 완전히 미치려 하는 건가?

두변은 무척이나 당황했다.

황제가 혼례를 주관하며 하사하려는 그 여인은 뜻밖에 그 모자란 막한이었기 때문이다. 잔혈방 방주, 막씨 잔당의 주인인 그녀 말이다.

기이한 불빛이 말했다

‘막씨 잔여 세력은 대다수 백색부의 향촌이나 산속에 숨어있다. 백색성에는 잔혈방 사람들이 고작 수천 명뿐이지만 깊은 산속과 향촌에 병사 수만 명이 흩어져 있다. 다 예전에 전투에서 패배한 뒤에 향촌과 깊은 산속에 흩어진 막씨의 패잔병들이다. 황제 폐하의 정보에서도 그 점을 잘 알 수 있다.’

예전에 여여해의 배신으로 막씨 병사들이 패배하면서 그중 병사 태반은 당연히 전사하거나 포로로 잡혔다. 하지만 일부 군대는 깊은 산 속으로 흩어졌다. 대부분은 토비(土匪)가 되었으나, 일부는 향민이 되어서 혼인도 하고 가정을 이뤘다.

여여해와 조정 모두 그들을 섬멸하려고 거듭 파병을 했지만 광서의 산속 지세가 지나치게 복잡해서 그들을 섬멸하는 데에 효과를 거둘 수 없었다. 그런 시간이 오래 지나자 그들을 섬멸하는 일이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었다.

이윽고 막씨 패잔병들은 깊은 산 속에 둥지를 틀어버렸다. 적으면 백 명, 많으면 천 명씩 여러 토비 세력으로 나뉘어서 각 산을 점거했다.

그들을 전부 소집한다면 2, 3만 명은 족히 모을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그들은 아직도 건장한 중년의 나이였다.

물론 막씨 토사의 마지막 계승자인 막한이 흩어진 패잔병들을 호령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황제가 막한에게 성지를 내렸다. 그 점이 옛 부하들이 그녀에게 다시 충성을 바칠 이유를 만들어준 셈이다. 결국 누구든 부귀영화를 좋아하지 않는가.

성지를 전한 환관 운봉이 말했다.

“두변, 번거롭겠지만 당신이 이 성지 두 개를 직접 막한에게 낭독해주십시오.”

그 두 성지는 막한에게 내리는 것이었다.

첫 번째 성지.

‘황제가 명하노라. 막한은 규방에 머물며 혼례를 치르기를 기다려라. 두변과 하늘이 내린 한 쌍이자 부녀로서의 미덕을 갖췄으니, 특별히 너를 백색 지부, 백색 참장, 백색 자작 두변의 부인 자리를 하사하겠다.’

두 번째 성지.

‘황제가 명하노라, 두변의 처 막한을 세습 백색 선위사(百色宣慰使)와 제국의 무서후(撫西侯)에 책봉한다.’

두 성지를 읽고 난 두변은 황제의 고심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황제는 두변에게 이 위험한 곳을 떠나라고 했다. 광서의 국면이 이미 붕괴하고 절망적이라서 인력으로 만회할 수 있는 지경이 아니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변이 결단코 떠나기를 원하지 않는 경우를 대비해, 황제도 두변에게 활로를 하나 개척해주었다.

이를 위해 황제는 심지어 자신의 체면을 구겼다. 막씨의 후손 막한을 백색 토사로 재차 책봉하며, 또다시 막씨 선조의 작위를 회복해주었다. 그리고 막한을 두변의 아내로 하사했다.

이 두 가지 성지는 함께 집행되는 것만큼, 막한이 두변에게 시집가는 걸 허락한다면 그녀는 그녀가 줄곧 꿈꾸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다. 선조의 영지와 작위를 탈환하고, 다시 백색 토사가 되는 꿈 말이다.

동시에 막씨의 구세력은 두변 수중에 떨어진다.

물론 황제가 마음에 둔 건 각지에 흩어진 막씨의 옛부하 2, 3만 명이 아니었다. 황제는 향촌과 깊은 산속에 퍼진 막씨의 지반을 염두에 둔 것이다.

식량도 보급품도 없이 사방에 적들에게 포위된 채, 여씨 수십만 대군에게 저항하면서 공성 하나를 지킨다는 건 잠꼬대나 마찬가지인 일이었다. 두변 수중에 있는 몇천 명이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황제는 두변에게 길 하나를 가르쳐준 것이다. 수중에 쥐고 있는 것을 시골과 깊은 산속으로 분산시키라고. 그곳은 여씨의 대군이 도달하기 몹시 어려운 곳이고, 더욱이 두변의 군대를 철저히 섬멸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깊은 산속에서는 식량을 자체적으로 구하기 쉽고, 광산, 심지어 소형 소금 광산도 있다. 그러니 깊은 산속에 있으면 두변의 군대가 보급품을 자급할 수도 있었다.

이 길은 절대적으로 옳은 길이며, 얼핏 봐도 유일한 길처럼 보였다.

막한과 혼인하기만 하면 막씨의 잔여 세력으로부터 지지를 얻을 수 있다. 두변의 재능과 능력에, 천마혈군의 조직력까지 합쳐지면 1년도 안 돼서 5만 대군을 보유할 수 있을 것이다.

5만 대군으로 여씨의 수십만 대군과 대항하는 건 당연히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때 두변이 수만 대군을 거느리고 산에서 맹호가 뛰쳐나오듯이 벼락같이 출격하면 안남 왕국에 근접한 성들을 곧바로 빼앗을 수 있을 것이다. 그 뒤에는 절대적인 맹우인 안남 왕국을 등지고 있으니, 조금씩 북상해서 영토를 집어삼키면 위급한 현재 국면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황제의 이 전략은 명철한 지혜를 발휘했다고 말할 수 있다.

두변은 어째서 황제가 단숨에 그에게 세 가지 권한을 겸비하는 놀라운 관직을 내려주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두변에게 절대적인 권위를 갖게 만들어서 그로 인해 그가 제국을 대표해서 막한과 막씨의 구세력을 제압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막한은 날마다 여왕으로 분장해서 연극 아닌 연극을 한다. 아마도 그녀는 꿈에서라도 조상의 영광을 회복하고, 조상의 영지를 탈환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니 황제의 이 성지는 그녀를 충분히 매료시킬 수 있을 것이다.

두변은 두 성지를 받고 북쪽을 향해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신 두변, 폐하의 융숭한 은혜에 머리를 조아리며 감사드립니다.”

환관 운봉도 그를 따라서 북쪽을 향해 무릎을 꿇고 말했다.

“두변은 어쩌면 모를 겁니다. 내 의부 운주와 당신의 의부 이문회도 비록 처음에는 언짢은 상황이었지만 나중에는 가장 친한 벗이 되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저번에 내 의부 이문회의 본래 관직을 회복시킨다는 성지도 당신이 먼 길을 마다하고 가장 빨리 달려와서 전달해준 걸 알고 있습니다.”

운봉이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폐하께서는 아직 모르시겠지만 우리 같은 밑에 있는 사람들은 이미 소문을 전해 들었습니다. 문관 집단이 이번 일을 계기로 황제 폐하께 퇴위를 압박하려고 도모하고 있습니다.”

“뭐라고요? 그것들 미친 거 아닙니까? 지금 폐하께서 퇴위하시면 대녕 제국의 인심이 모두 무너집니다. 방계 집단의 해외 왕국은 몹시 강대한데 그들은 맞서 싸울 준비가 다 되어 있다는 겁니까? 일단 대녕 제국을 집어삼키면, 곧 만주의 여진 제국, 여씨 왕국을 상대해야 하는데 그런 준비가 다 되어있답니까?”

운봉이 대답했다.

“만약 폐하께서 퇴위를 승낙하시면 방계 집단은 여씨의 모반 세력을 서남 4성 경내에 가두어서 대녕 제국 남부가 완전히 함락되지 않게 만들 것이라고 합니다. 폐하께서 퇴위하지 않으면 그들은 여씨 세력을 막지 않을 뿐 아니라, 도리어 일을 더 크게 만들 거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제국 남부 전부가 함락되고 동부는 방계 집단에게, 서부는 여씨에게 돌아가게 되겠죠.”

두변은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제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황제는 정말로 퇴위한다고 승낙할 수도 있었다.

두변이 말했다.

“폐하께서는 절대로 퇴위하시면 안 됩니다. 안남 왕국 쪽에서 진남공과 여창 국왕이 피를 흘려가며 싸우고 계시지 않습니까. 게다가 한 차례 승리를 거두셨습니다. 이제 퇴로가 차단되어서 몹시 험악한 국면이 펼쳐질 것이나 승리할 희망이 없지는 않습니다.

내 쪽에서는 내가 죽지 않은 한, 제국에 충성하는 신하들이 모조리 죽지 않는 한, 광서는 완전히 함락될 수 없고, 제국 서남의 국면도 아직 완전히 전멸한 게 아닙니다. 폐하께 최후의 한 가닥 희망을 포기하지 말아주십사 간청드립니다.

내게 몇 달의 시간만 달라고 폐하께 아뢰어 주십시오. 청컨대 그 몇 달 동안만 폐하께서 반드시 버텨주셨으면 합니다. 아무리 크나큰 압박을 받아도, 아무리 상황이 더 나빠져도 절대로 퇴위하시면 안 됩니다. 내가 죽으면 당연히 모든 게 중단됩니다. 하지만 내가 살아 있는 한, 몇 달 안에 반드시 서남의 국면을 타개하고 심지어 전략적인 형세를 역전시키겠습니다.”

두변이 이렇게 말하는 건 큰소리치는 셈이었지만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반드시 황제에게 희망을 주어야만 했다.

“반드시 폐하께 아뢰어 주십시오. 앞으로 몇 달 동안 절대, 절대 퇴위하시면 안 된다고.”

“반드시 그대로 전해드리겠습니다.

제국이 재난에 빠졌으니, 두변 대인은 힘써 이 국면을 만회하여 주기를 공손히 청하겠습니다.”

운봉이 허리를 굽히며 말하자, 두변도 허리를 굽히며 답했다.

“나라를 위하여 온 힘을 다 바치고 죽어서야 그 일을 멈출 것입니다.”

“그럼 저는 이만 작별을 고해야겠습니다. 경성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이렇게 만신창이가 되었는데 하루라도 쉬시지 않겠습니까?”

운봉이 상처투성이가 된 다리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그럴 수 없습니다. 두변 아우가 제국을 구하기 위해서 피땀을 흘리는데 내가 하루 쉴 시간이 어디 있겠습니까. 반나절도 쉴 수 없지요.

게다가 아우가 준 약이 몹시 좋아서 그 덕에 가까스로나마 떠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윽고 성지를 전한 환관 운봉은 그대로 그렇게 떠났다. 그는 가장 빠른 속도로 경성으로 돌아가서 두변의 말을 있는 그대로 황제께 아뢸 것이다.

운봉은 일각만 늦어도 때가 늦을까 두려웠다.

이곳에 올 때는 자신을 숨기지 않고 내달렸지만, 경성에 돌아갈 때는 사람들 틈에 자신을 완전히 숨겨야만 했다.

자신에게는 두변 같은 능력이 없으니, 황제 폐하와 제국에 충성을 표시할 수 있는 방법은 이런 방식뿐이었다.

백색성은 텅 빈 성이 되었으나 막한은 여전히 그곳에 있었고 그녀의 백색왕부도 여전했다.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여왕부에서 혼자서 여왕으로서의 연극을 즐기고 있었다.

두변이 또다시 그녀를 만났을 때, 그녀는 마침 바닥에 웅크리고 앉아서 자신의 용의(龍椅)를 조각하고 있었다. 게다가 용의 전체에 금을 둘렀는데, 대체 어디에서 황금을 가져왔는지 알 수 없을 노릇이었다. 저번에 두변이 그녀에게 준 황금도 이미 다 써버렸지 않나.

게다가 이 모자란 여왕은 황금이 생길 때마다 그것으로 병마를 모집해서 가문을 성장시킬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았다. 황금을 바닥에 붙이거나 틀에 부어서 용의를 장식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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