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319화 (319/648)

319장: 멍청하지 않아!

그 내력 현기가 삽시간에 두변의 근맥과 단전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덕분에 그의 눈앞이 갑자기 하얗게 번쩍이면서 혼절할 것도 같고 곧 폭발할 것만 같았다.

예상 선자는 흡성대법을 당하는 순간 너무 놀라서 잠시 아연실색했다.

2초 뒤.

펑!

큰소리가 울려 퍼졌다.

두변의 손바닥과 그녀의 등 사이에 한 줄기 빛이 폭발하듯이 나타나더니, 두변의 몸이 곧바로 뒤로 튕겨 날아가 버렸다.

아주 간발의 차로 두변의 무도 경지가 돌파할 뻔했다.

예상 선자의 내력이 너무나 순수하면서도 더할 나위 없이 강해서 이렇게 짧은 시간 집어삼키는 것만으로도 경지를 돌파하려고 했으니, 정말로 대단하다 할 만했다.

예상 선자가 아름다운 눈동자로 두변을 한참이나 본 뒤 물었다.

“흡성대법이 당신 수중에 떨어졌나요?”

두변이 더 이상 변명할 필요도 없었다.

이건 예상이 저번에 넘긴 흡성대법이 가짜라는 걸 의미하니까.

북종의 배신자를 만나면 누구든 가차 없이 격살해야 한다.

흡성대법을 배운 사람은 북종의 전수자라는 말이니, 더더욱 살려둘 수 없었다.

그러니 예상 선자가 곧바로 두변을 죽여야 마땅했다.

하지만 일이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았다.

두변이 그저 평범한 북종 배신자였다면 한칼에 죽여버리면 된다.

관건은 두변이 북명검파에 돌아가면 천기도주가 되는 데다가 신마 심판을 피했을 뿐 아니라, 천형을 받았는데도 죽지 않았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두변의 기운이었다.

그는 천형을 받고서도 죽지 않았다. 또 환멸도에서도 의심할 여지 없이 죽을 상황이었으나, 결과적으로 죽지 않고 흡성대법까지 얻었다.

이 모든 게 다 두변이 천운을 가졌다는 걸 증명한다.

예상 선자는 몹시 높은 경지를 이뤘으나 그녀가 이해한 바에 따르면 천운을 가진 사람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은 쉽게 죽여서는 안 될뿐더러, 그 사람의 인생 노선을 쉽게 바꿀 수도 없다.

다른 사람들은 흡성대법을 알지 못하더라도 예상 선자는 달랐다.

북명대법은 배울 필요가 없었다. 그 두루마리 자체가 천지의 원기를 집어삼키니, 수십 년을 집어삼킨 뒤에는 원기가 가득 찬다. 학습자가 그 두루마리를 여는 것만으로도 두루마리 안에 있는 기운이 학습자의 머릿속과 근맥, 단전 안으로 밀려든다. 그런 뒤 그 사람은 북명대법을 장악하게 되는 것이다.

그 말은 두변이 흡성대법을 배우고 난 뒤, 수십 년 안에는 어떤 이도 북명대법을 배울 수 없다는 걸 나타냈다. 왜냐하면 흡성대법은 북성대법의 가장 중요한 절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20년 뒤에는 세상에 격변이 일어날 것이다.

예상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환멸도에서 북종의 노괴물 사공멸이 두변에게 남종을 소멸하고, 영도현을 없애버리겠다는 피의 맹세를 하라고 압박했다. 하지만 두변은 정녕 죽어도 맹세하지 않으려 했다.

그 일을 보아도 두변이 북종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최근 수십 년 안에 흡성대법을 배운 유일한 자가 두변일 것이다. 그 사실은 바뀔 수 없었다. 흡성대법처럼 학습자에게 새겨지는 공법은 정신술을 사용해도 씻어낼 수 없을뿐더러, 그 사람을 죽이지 않는 한 방법이 없었다.

예상 선자는 미간을 찌푸렸다. 육맥신검이 중요하기는 해도 흡성대법과 비교하면 언급할 가치조차 없었다.

이 일은 예상 선자가 장악할 수 있는 국면을 넘어서 버렸다.

예상 선자가 물었다.

“두변, 흡성대법 두루마리는 어디 있죠?”

두변이 답했다.

“나는 그걸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겨놓았고, 언제든지 불태워버릴 수 있습니다. 보름 안에 내가 나타나지 않으면 어떤 이가 흡성대법 두루마리를 불태워버리겠죠. 어차피 난 이미 그걸 배웠으니 말입니다.

예상, 나는 내 군대를 떠날 수 없고 광서를 떠날 수 없어요. 내가 떠나면 내 병사들이 모조리 죽어버릴 뿐 아니라, 광서도 함락되고, 제국 서남부의 국면도 붕괴될 테니까요. 나는 이곳에 남아서 전력을 다해 국면을 만회해야 하니, 절대로 당신을 따라 북명검파에 갈 수 없습니다.

당신이 나를 잡아가면 흡성대법 두루마리도 없어질 테니, 당신들 북명검파의 보물은 영원히 사라지겠죠. 이 일을 놓고 도박을 하려고요?”

예상이 두변을 한참이나 뚫어져라 바라봤다.

“광서는 완전히 함락됐고, 대녕 제국은 끝장났어요. 당신은 구할 수 없어요.”

북명검파의 예상 선자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일단 그녀 입에서 나오는 순간 모든 것이 기정사실이 되는 느낌이었다.

“시도해 보지 않았는데 내가 어떻게 알까요?”

예상 선자의 아름다운 눈동자가 두변을 한참이나 바라봤다.

“흡성대법에 관한 일은 내 권한을 넘어섰으니, 나는 그 일을 장로회에 보고해야 해요. 두변, 내가 또 당신을 찾아올 거예요. 다음에는 종주 폐하와 장로회의 명령을 받들고 올 거예요. 물론 어쩌면 내가 다음번에 왔을 때, 당신은 이미 죽었을지도 모르지만요.”

말을 끝낸 예상 선자는 발로 땅을 차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두변 앞에서 사라졌다.

두변이 갑자기 큰소리로 외쳤다.

“예상, 나와 거래를 하나 할까요?”

“말해요!”

예상의 목소리만 들릴 뿐,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내가 흡성대법 두루마리를 북명검파에 넘겨줄 테니, 당신들이 무사 일만 명만 빌려줘요.”

예상 선자가 냉랭하게 말했다.

“불가능해요. 하지만 기상천외한 생각이긴 하군요!”

“대녕 제국이 멸망하면 천하가 크게 어지러워져서 사방에서 봉화가 일어나고 이민족이 침입할 겁니다. 무고한 백성들이 몇천만 명 죽을지도 모르는데 당신들 북명검파는 무도계의 지도자로서 사람들을 구하지 않을 작정입니까?”

“대녕 제국이 멸망할지 여부에 우리는 조금도 관심이 없어요!”

그리고 예상 선자는 완전히 사라졌다.

두변이 어떻게 알았냐고?

거리에 더 이상 백화가 만발한 느낌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따그닥, 따그닥.

바로 그때, 등 뒤에서 빼곡한 말발굽 소리와 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뒤돌아보니 막한이 머리에 황금빛 작은 왕관을 쓰고 새하얀 천리마를 타고 있었다.

그녀의 뒤로 잔혈방 무사 이천 명이 수레를 끌고 있는데 거의 대부분이 식량이고 그 외에 황금 용교의 하나와 금괴를 운반하고 있었다.

막한의 잔혈방까지 가버렸으니 백색성에는 정말 두변과 몇천 명만 남았다.

그런데 막한은 이렇게 급하게 가버릴 필요가 있었을까? 바로 한 시진 여 전에 찾아갔는데 이대로 사람들을 이끌고 떠나버릴 필요가 있나?

두변을 지나치면서 막한이 말했다.

“막야가 계속 나더러 너한테 시집가서 황제의 성지를 받아들이라고 충고하더군. 나더러 막씨의 구세력을 찾아와서 너와 함께 적들과 전투를 치르라고도 하고.

너희가 이렇게 성가실 정도로 치근덕대니 미리 이곳을 떠날 수밖에. 이렇게 하면 너도 더 이상 내게 기대를 하지 않을 테니까.”

두변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호랑이도 평지에서는 개들에게 물린다더니, 자신이 이들에게 이렇게 얕보일 정도가 된 건가?

막한이 말했다.

“두변, 너는 줄곧 내 머리에 병이 들었다고 생각했겠지. 한데 나는 아주 분명히 알고 있어.

네 그 몇천 명 가지고서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란 걸 말이야. 황제의 그 성지들은 밑천 없이 장사를 하려는 거 아냐? 나 막한에게서 이득을 취하려고? 나는 똑똑하지 않지만 막씨의 구세력 2, 3만 명더러 너를 따라 함께 죽으라고 할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아.

4천 명을 가지고 수십만 적군과 상대하겠다고? 내가 마지막으로 네게 한마디 충고해줄게. 포기해. 이건 절망적인 상황이니, 포기하라고.

네가 날 다시 만나게 될 때 나는 진정한 여왕이 되어있을 거야.”

모지리 여왕은 생애 최고로 많은 말을 했을 것이다. 그러고는 무사들을 이끌고 백색성을 떠났다. 함대 한 무리가 이미 항구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광서에는 이제 두변이라는 임시로 발탁된 4품 관리와 고군분투할 병사 4천 명만 남았다.

예상 선자는 두변이 반드시 패배할 것이라 단언했다.

지능이 딸리는 막한도 두변이 반드시 패배할 것이고, 이건 절망적인 국면이라고 말했다.

두변은 외로이 아무도 없는 텅 빈 거리에 서 있었다.

바람이 그를 불고 지나갔다.

쿠르르릉.

하늘에서 대단한 천둥소리가 울렸고, 먹구름이 머리 위로 드리우기 시작했다.

아무도 창문을 닫거나 옷을 거둬들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이곳은 공성이자 죽음의 성, 종말의 성이었다.

두변은 고개를 들었다. 성벽을 넘어, 들판과 산림을 가로질러서, 빽빽하게 집결한 병마가 보이는 듯했다.

여여해는 곧 왕이라고 자처하며 자신의 나라를 만들 것이다.

일단 그가 왕을 자처하여 자신의 나라를 만들면 수만 대군, 심지어 십만 대군이 맹렬한 기세로 백색성에 밀려들어서 두변의 수천 명을 깨끗하게 죽여버릴 것이다. 가장 앞에 버티고 있는 제국 충신들의 붉은 피로 자신의 왕관을 붉게 물들일 것이다.

어쩌면 수천 명의 머리로 경관(京觀: 전쟁이 끝난 후 적의 시체를 산더미처럼 쌓아놓는 것)을 쌓을지도 모른다. 그럼 두변의 머리가 그 경관의 가장 꼭대기에 놓이리라.

두변이 천천히 말했다.

‘시스템! 1600여 년 전에 이세계의 유성우가 지구에 쏟아졌죠. 그중 가장 큰 유성우가 떨어져서 생긴 천갱(天坑: 카르스트 지형에서 발견되는 대규모 싱크홀. 중국 광서 지역에서 다수 발견된다.)이 절세의 지하 세계를 만들었는데, 그 지하 세계가 세상과 차단된 지 얼마나 지났죠?’

기이한 불빛이 말했다.

‘몇백 년이 지났다.’

‘그곳은 더할 나위 없이 강한 성이자, 함락시킬 가능성이 없는 곳이죠?’

‘그렇다. 그 지하 세계는 쳐부술 수 없고 영원히 함락시킬 수 없다. 게다가 그 당시 이세계의 거대한 유성 덕택에 그 지하 세계는 극도로 강한 이세계 에너지를 보유하게 되었다. 이 세상과 단절된 그곳 사람들은 외부 세계 사람들보다 훨씬 강하다. 그들은 스스로를 유성족이라고 한다.’

‘견사 대사의 기억을 읽으면서 지금이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생각했죠.

가요, 우리는 그 영원히 함락되지 않는 성을 정복하러 가는 겁니다. 그 강대한 인종을 정복해서 그들을 내 무적의 군단으로 만드는 겁니다. 그런 뒤 서남 전체를 휩쓸어버리고, 제국 서남부에 있는 모든 반역자를 없애버리자고요!’

꿈속 시스템이 갑자기 크게 환해지더니 몹시 엄숙한 말투로 말했다.

‘숙주가 교룡으로 탈바꿈하는 임무가 본격화되었다!

임무 목표: 절세의 지하성 정복, 유성족 정복.

임무 포상 1: 희대의 지하 성주가 돼서 함락되지 않는 성을 얻는다.

임무 포상 2: 더할 나위 없이 강대한 유성 군단을 얻는다.

임무 성공 확률: 31퍼센트.

실패하면 숙주의 사명이 완전히 종결된다.

성공하면 숙주는 자신의 영지, 자신의 군대를 보유하게 되며 완전히 탈바꿈해서 세상의 교룡이 된다!’

금색 비늘을 지닌 잉어는 연못에 사는 생물에 불과하지만 변화무쌍한 상황을 겪으면 타고난 운명이 바뀌어서 비늘을 지닌 용으로 변화한다고 한다.

그런데 성공 확률이 30퍼센트 정도라고?

3할이니, 한번 해볼 만하지 않겠나.

두변은 마음속 우울함이 전부 걷히고 더할 나위 없이 호방한 마음으로 야생마에 올라타서 천호소를 향해 달렸다.

동창 천호소에 도착하니, 모든 이가 암담하고 절망이 가득한 얼굴로 곧 죽을 것 같은 기분으로 가득 차 있었다.

두변은 사기를 격앙시키기 위해 큰소리로 외쳤다.

“모든 병사와 모든 사람들은 전부 청룡회에 집결하라. 청룡회의 모든 제자도 전부 집결하라! 우리는 큰 작전을 실행해야 한다!”

그 말을 듣자 모든 이가 살짝 흠칫하는 표정이었다. 그런 뒤 병사 천여 명은 군관의 호령에 따라서 집결하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도 물건들을 정리하며 모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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