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324화 (324/648)

324장: 난쟁이 선지자

대성주는 부씨 성을 가졌고, 이름은 부천애(傅天涯)였다.

기족 족장이자 기성의 성주 이름은 기천은(紀天恩)이었다. 기 소성주의 부친인 동시에, 이번 정책 회의의 발기자였다.

기 족장이 일어서서 말했다.

“두변, 이자는 몇백 년 만에 용신 심판을 통과해서 우리 절세 지하성에 들어온 세 번째 사람이자, 유일하게 녹색 액체를 금색으로 만든 사람입니다. 이자는 우리 절세 지하성에 치명적인 위기가 도사린 걸 통찰했으며, 해결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두변, 네가 올라와서 네가 요구하는 것과 너의 견해를 말해라. 그런 뒤 장로회와 성주회의에서 너의 제안에 대해 결정을 내리겠다.”

두변은 대전의 중앙으로 가서 계단을 따라 3미터 높이의 단 위로 올라가 주위를 둘러싼 장로 수백 명을 둘러보았다.

“존경하는 대성주, 족장, 대장로 구성원과 장로회 구성원 여러분,

절세 지하성은 지금 끔찍한 위기가 닥치고 있습니다. 당신들 앞에 내부의 반역자가 나타났습니다. 그는 절세 지하성에 사악하고 어두우며 무서운 기운을 방출했습니다.

그 사악한 기운이 지금 쥐도 새도 모르게 모든 이의 생기를 집어삼키고 있습니다. 이 위기를 해결하지 않으면 20년 뒤에 모든 사람, 즉 5대 부족의 20여만 명이 전부 죽고, 5대 부족은 멸족을 당할 겁니다!”

그 말을 듣고 모든 이가 가만히 있지 못하고 초조해하기 시작했다.

“여기 계신 모든 분은 다 절세 지하성에서 권력의 정점에 계신 분들이니, 당연히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알 겁니다. 많은 이가 수명이 끝나는 순간까지 살지 못하고 영문도 모르게 죽었습니다. 많은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인 데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돼서 즉시 세상을 떠났습니다. 여기 계신 여러분 가운데 많은 분이 영문도 모르게 잇몸에서 피가 나고, 머리카락이 빠졌을 겁니다.”

장내는 더욱 술렁이기 시작했다. 두변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다.

“이 모든 게 내부의 반역자가 방출한 사악한 암흑 기운이 미친 듯이 여러분의 생기를 집어삼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 두변은 여러분이 이 위기를 철저히 해결하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저만이 절세 지하성의 5대 부족 20여만 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습니다.

한데 교환 조건으로 저는 여러분께서 제 일족 4천여 명이 절세 지하성에 들어와 사는 걸 동의해주셨으면 합니다. 또한 저희에게 천갱 하나를 내주어서 제 일족이 영원히 그곳에서 생활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몇 년 몇 개월이란 시간을 쓸 필요도 없이 심지어 며칠이면 저는 여러분께 즉시 증명해 보일 수 있습니다. 제가 여러분을 구하는 데에는 단 몇 시진만 필요합니다. 여러분은 5대 부족의 운명이 구원되는 걸 똑똑히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제가 그 일을 해내지 못하면 여러분이 저를 갈기갈기 찢어버리십시오.”

두변이 말을 끝내자, 수백 명이 수군대기 시작했다.

대성주 부천애가 입을 열었다.

“정말로 몇 시진만 필요한가? 그 시간 안에 네가 이번 위기를 구하고, 게다가 모든 이가 위기에서 벗어나는 걸 똑똑히 볼 수 있게 만들겠다고?”

“그렇습니다. 만약 제가 그 일을 해내지 못하면 저를 오마분시(五馬分屍: 죄인의 사지와 머리를 말이나 소에 묶고 각 방향으로 달리게 하여 사지를 찢는 형벌)하셔도 됩니다.”

갑자기 어떤 성주가 천천히 말했다.

“하지만 우리 선지자께서 이건 천벌이라 애초에 피할 수 없다고 말하셨다. 천벌에 저항하려 한다면 철저히 파멸할 것이라고 하셨다.”

선지자라!

“그래, 맞다. 일전에 우리가 사공 일족을 없애버릴 때 너무나 비인도적인 방법을 사용해서 신령이 우리에게 천벌을 주신다고 했지.”

“선지자께서 절대로 천벌에 대항할 수 없다고 했다. 거스르면 치명적인 재난을 맞게 될 것이라고 했고.”

“선지자께서 20년 뒤에 천벌이 끝난다고도 말했지.”

“선지자 대인께서는 못하는 게 없으시다. 그분은 신과 통하는 분이니까. 그분이 매번 누가 죽을 것이라고 하면 그 사람은 죽게 되지. 게다가 아무런 조짐 없이 죽어버리지.”

바로 그때, 밖에서 큰소리가 울려 퍼졌다.

“선지자께서 도착하셨습니다!”

순식간에 그곳에 있는 모든 이가 전부 일어났다. 그것만 봐도 이 선지자가 얼마나 덕망이 높은지 알 듯했다.

더군다나 이들의 짧디짧은 대화 속에서도 두변은 그들이 선지자에게 경외감을 가지며, 심지어 두려워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선지자가 누군가가 죽는다고 말하면 그 사람이 죽기 때문일 것이다.

병사 천 명의 호위를 받아도, 가장 견고한 성루 속에 있어도, 아무도 암살하거나 독을 쓰는 사람이 없는데도 그 사람이 이유도 없이 죽는다?

그러니 모든 이 눈에 그 선지자는 헤아릴 수 없이 신비한 인물로 보일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에게 두려움을 가졌을 것이다.

온 장내가 정적에 빠졌다.

이윽고 극도로 늙어빠진 난쟁이 하나가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노인은 정말 너무 늙어서 머리카락은 거의 다 빠졌고 얼굴 주름은 나무껍질처럼 두꺼웠다.

노인이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걸어왔다.

노인은 몹시 작아서 키가 110센티미터 정도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곳의 수백 명이 모두 숨을 멈추고 노인만 바라보는데, 그 시선들에서 경외와 두려움을 볼 수 있었다.

“선지자를 뵙습니다!”

수백 명이 가지런히 인사를 올렸다.

난쟁이 선지자가 계단 아래로 걸어가서 눈을 가늘게 뜨고 두변을 바라봤다.

“이 환관은 천성이 사악한 자다. 너희들을 부추겨 천벌에 대항하려 하니, 이미 신령의 노여움을 샀다.”

선지자가 두변을 가리키자, 갑자기 땅이 흔들리고 바깥쪽 광장에 금이 갔다. 그와 동시에 하늘에서 천둥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면서 번개가 내리쳤다.

설마 정말로 신령의 노여움을 샀나 싶어서 모든 이가 경악했다.

“이자를 태워죽이시오!”

선지자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무사들이 달려와서 두말할 것도 없이 그대로 두변을 잡아서 압송했다.

모든 과정에서 두변은 저항하지 않은 채 그 난쟁이 선지자를 노려보기만 했다.

아무도 막으라는 한마디 없고 가로막는 사람도 없었다.

이 선지자는 공포를 이용해서 많은 사람을 정복했다.

대성주와 기천은 성주는 안색이 보기 안 좋게 변하며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두변은 나무 틀 위로 온몸이 쇠사슬에 굳게 묶여 있었다.

그의 몸 아래에는 장작이 가득 쌓여 있었는데 사람들이 그 장작더미와 두변 몸에도 기름을 뿌리기 시작했다.

명령만 떨어지면 두변은 불에 타서 숯더미가 되어버릴 것이다.

가장 위험한 순간이 다가왔다. 시스템이 전에 말했듯이, 이번 임무의 성공 확률은 고작 3할이었다.

수백 명이 광장에서 그를 둘러싸고 구경했으며, 검은 뱀의 탈을 쓴 무사가 손에 횃불을 들고 있었다.

콰과광.

하늘에서는 두려운 번개가 계속 번쩍이는데, 번개 색이 기괴한 붉은색이었다.

대지의 떨림도 여전해서 바닥에 균열이 끊임없이 나타났다.

난쟁이 선지자가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보았느냐? 이게 바로 하늘의 신령에게 노여움을 산 결과다!

최근 몇 년간 절세 지하성에서 일어난 모든 재난은 전부 신령의 소소한 벌에 불과했다.

한데 두변, 저 환관이 뜻밖에 너희들을 선동해서 신령과 천벌에 대항하게 했지 않으냐. 그러니 하늘이 천지를 흔들고, 천둥 번개를 내리치는 것이다. 이게 바로 하늘의 신령이 너희들에게 경고하는 것이다. 두변을 태워죽이기만 하면 즉시 모든 게 평온해질 것이다.

만약 신령의 노여움을 산 저자가 너희들을 선동하는 데에 성공하고, 또한 그의 더러운 일족 수천 명을 안에 들어와 살게 한다면, 신령은 철저히 진노해서 절세 지하성은 즉시 파멸하고, 모든 이가 전부 죽어버릴 것이다.

이제 너희들이 말해봐라. 저 요물 두변을 태워죽여야 하지 않겠나?

요물 두변을 태워 죽일 것이냐?”

겁에 질린 나머지 수백 명이 하나같이 팔을 휘두르며 외쳤다.

“태워 죽여야 합니다! 요물 두변을 태워 죽여야 합니다!”

난쟁이 선지자 얼굴에 득의만만한 미소가 잔인하게 번졌다.

“불을 붙여라. 저 요물 두변을 태워 죽여서 하늘에 계신 신령의 노여움을 가라앉혀라.”

그때, 두변이 눈을 뜨고 난쟁이 선지자를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당신, 당신이 바로 이 지하성 내부의 반역자이지. 당신이 사악한 암흑의 기운을 절세 지하성에 들였고. 바로 당신이 5대 부족의 20여만 명을 궤멸시키려는 사람이지. 바로 당신이 절세 지하성의 왕족을 완전히 멸종시키려는 자라고.”

난쟁이 선지자가 큰소리로 웃었다.

“하하! 죽을 때가 되어서까지 미친 소리를 하다니. 여기 있는 모두를 바보로 아는 것이냐?

불을 붙여서 태워 죽여라!”

두변이 아랑곳하지 않고 냉랭하게 말했다.

“기공엽! 당신 이름은 기공엽이 아냐. 당신은 사공엽이라고 하지. 당신에게는 형제가 두 명이 있는데, 한 명은 사공멸이라고 하더군. 그는 북명검파의 분열 세력인 북종의 전수자지. 또 다른 한 명은 사공령(司空靈), 당신과 똑같이 난쟁이이며 진정한 선지자이자 점술의 대가지.”

난쟁이 선지자의 눈빛이 흠칫하고 떨리더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두변을 바라봤다.

기음음과 기염염이 쌍둥이인 것처럼, 흡성대법의 전수자 사공멸, 지하성의 선지자 사공엽, 사공령 세 사람은 세쌍둥이였다.

이건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어떤 원인인지 모르겠지만 절세 지하성은 쌍둥이, 심지어 세쌍둥이가 태어날 확률이 바깥 세계보다 훨씬 높았다.

단지 사공 가문의 이 세쌍둥이는 다른 이들과 조금 달랐다. 사공멸 한 사람만 정상인데 반해, 나머지 두 사람 모두 난쟁이였다.

이 비밀은 사공엽 자신 외에는 애초에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걸 두변이 어떻게 알았을까?

두변은 7할은 추론에 의해, 3할은 추측으로 그 일을 알아냈다.

우선 그가 읽었던 견사 대사의 기억에 어떤 난쟁이의 뒷모습이 나타났는데, 절세 지하성의 저수지에 몹시 이상한 것을 던졌다. 암흑 속에서도 녹색 형광을 내는 물건이었다.

견사 대사는 그게 무엇인지 알지 못했지만 본능적으로 그 녹색 물질이 몹시 무섭고 사악하다고 느꼈다.

두변은 이 선지자를 보는 순간, 자신에게 흡성대법을 준 자와 똑같이 생겼다는 걸 발견했다. 그러니 단숨에 그의 진짜 신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난쟁이 선지자가 놀란 틈을 타서 두변이 큰소리로 외쳤다.

“이 선지자가 내부의 적입니다. 이자는 사공엽이라고 합니다. 백여 년 전에 사공 일족의 멸망에서 살아남은 사람이죠! 바로 그가 당신들에게 사악한 암흑 기운을 던져넣었습니다. 그는 복수를 하기 위해 당신들을 전부 죽여버리려고 합니다. 절세 지하성에 있는 20여만 명을 모조리 죽여버리려고 하는 겁니다!”

선지자 난쟁이는 제 신분이 폭로되는 순간 안색이 확 변해서는 큰소리로 외쳤다.

“불을 붙여서 저자를 태워죽여라!”

그러자 횃불을 든 그 무사가 두변 아래에 있는 장작더미로 휙 횃불을 던졌다.

마른 장작에다가 기름까지 가득 뿌렸으니, 불이 붙으면 활활 타올라서 두변을 순식간에 숯더미로 만들기 충분할 것이다.

쾅!

손을 쓴 건 절세 지하성의 대성주 부천애였다.

그가 힘차게 일장을 내려치자, 순식간에 횃불이 꺼지면서 두변 아래에 있는 장작더미가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

난쟁이 선지자가 냉랭하게 말했다.

“대성주, 이건 무슨 뜻이오?”

“선지자, 그를 죽이는 건 급하지 않습니다.”

이윽고 대성주가 기성의 주인 기천은을 바라보며 물었다.

“천은, 선지자 선배는 당신 가문 사람이니, 당신의 숙부뻘이 될 것이오. 그렇다면 당신이 모두에게 알려주시오. 선지자는 당신 조부모의 친자식이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