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5장: 우라늄 광석
기성의 주인 기천은이 난쟁이 선지자를 한참이나 바라본 뒤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 말을 듣고 장내가 술렁였다.
선지자의 이름이 기공엽이라서 모든 이는 줄곧 그가 기족 사람이며, 기 성주의 친숙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기 성주가 뜻밖에 선지자 대인이 자신의 숙부가 아니라고 말한 것이다.
당시, 절세 지하성의 5대 부족은 연합해서 사공 일족을 섬멸했다. 사공 성주 부인은 그때 마침 출산 중이었는데 첫 번째로 사공멸을 낳고, 두 번째로 사공령을 낳았다.
두 아이를 낳고 난 뒤, 사공 성주는 수하에게 두 아이를 데리고 절세 지하성에서 도망치라고 했다.
그렇지만 뜻밖에 사공 성주 부인의 뱃속에 세 번째 아이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 아이가 태어났을 때는 5대 부족이 이미 쳐들어온 후였다. 먼저 쳐들어온 건 그 당시의 선대 기 성주, 즉 지금 기천은 성주의 조부였다.
사공 성주 부인은 당연히 살해되었다.
그런데 선대 기 성주는 도저히 갓난아이에게까지 손을 댈 수 없었다. 게다가 그의 아내도 곧 출산을 앞둔 차였다. 이윽고 그는 몰래 그 갓난아이를 거둬들여서 키웠고, 기공엽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바로 지금의 난쟁이 선지자 말이다.
기씨 일족의 몇 명 이외에는 아무도 난쟁이 선지자가 기족이 거둬들인 아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대성주 부천애, 기성의 주인 기천은이 두변을 쳐다보며 말했다.
“외부인 두변이여, 계속 말해라. 하지만 너는 기억해야 한다. 내뱉은 말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
“3년 9개월 전의 어느 날 밤, 사공엽은 절세 지하성의 흑야 저수지에 녹색 형광체를 던졌습니다. 그건 세상에서 가장 무섭고 사악하며, 가장 어두운 물건입니다. 그런데 흑야 저수지는 지하성 수십만 명의 수원지입니다. 모든 사람과 가축이 다 그 저수지의 물을 마십니다. 심지어 가뭄이 들 때면 모든 논밭과 경작지에도 흑야 저수지의 물을 사용해서 물을 댑니다. 그런 시간이 오래 지나자 그 사악한 암흑 기운이 인체에 배어들었습니다.
결국 많은 이가 분명히 수명이 다하지 않았는데도 비명에 죽게 되었습니다. 더군다나 과일의 색상이 특히나 선명해질뿐더러, 크기가 정상보다 훨씬 커졌습니다. 심지어 기형적인 과일까지 나타났습니다. 많은 이가 이유 없이 머리카락이 빠지고, 잇몸에서 피가 나며, 까닭 없이 피를 토했습니다.”
난쟁이 선지자가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증거가 있지? 게다가 방금 전에 너 때문에 하늘에 계신 신령이 노하셔서 하늘이 찢어지고 대지가 흔들렸다. 모든 이가 다 똑똑히 봤단 말이다.”
“방금 전에 대지가 흔들리긴 했으나 균열된 범위는 몹시 작습니다. 그걸 보면 진짜 지진이 아닌 게 분명합니다. 그보다는 이곳 지하에 더할 나위 없이 강한 괴수가 있습니다. 당신은 나를 죽이러 오기 전에 먼저 괴수의 화를 돋워서 발광하게 만들었겠죠. 이게 바로 대지가 흔들리고 금이 가는 진상입니다. 천둥 번개에 대해서는 당신 같은 사람이 날씨가 어떻게 될지 식별하는 건 식은 죽 먹기입니다.
또 당신이 사악한 물체를 투하했다는 증거를 말해야겠지요? 제 추측이 틀리지 않는다면 당신은 3년 9개월 전 그날 오른손이 절단되었겠죠?”
난쟁이 선지자의 낯빛이 확 바뀌었고, 기 성주도 안색이 살짝 바뀌었다. 두변의 말은 정확했다. 전날 밤까지 멀쩡하던 선지자의 오른손이 다음날 절단되어 있었다. 그에게 어째서 손이 잘렸냐고 물으니, 그는 천기라서 누설할 수 없다고 말했었다.
두변이 말했다.
“당신 오른손이 잘린 건 내 스승이신 견사 대사께서 무심코 당신이 저수지에 녹색 덩어리를 투척하는 걸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거리가 몹시 멀어서 견사 대사를 보지는 못했지만, 어렴풋이 누군가가 당신을 봤다는 것만 느꼈을 겁니다. 그래서 자칫 실수로 당신의 오른손에 그 사악한 덩어리가 닿았던 겁니다. 본래는 견사 대사를 추격해서 죽이려고 했겠지만, 그 덩어리에 손이 닿아서 즉시 그 자리에서 도망쳐서 자신의 손을 자른 겁니다.
하지만 견사 대사를 포함해서 나머지 다른 사람들은 그 녹색 덩어리가 무슨 물건인지 모릅니다. 또 당신이 그런 걸 저수지에 던지는 게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매년 많은 사람이 저수지에 와서 각종 정석을 던지면서 기도하는 의식을 치르기도 하기 때문이죠.”
두변이 말한 것들은 모두 견사 대사의 기억 토막에서 읽은 내용에 자신의 추론을 더한 것이었다.
두변이 절세 지하성에 들어온 세 번째 방문자인 것처럼, 예전에 견사 대사도 이곳에 들어오는 데 성공했다.
견사 대사가 이곳에 들어올 수 있었던 건 정말로 용신의 심판을 통과한 까닭이었다. 교룡은 절대적으로 고상하면서, 아무런 악의도 탐욕이 없는 그를 당연히 지하성 안으로 들여보낸 것이다.
대성주 부천애가 기천은 성주와 서로 시선을 교환하더니 입을 열었다.
“선지자의 덕망을 우리가 더럽혀서는 안 되지. 하지만 만약 두변이 말한 것처럼 선지자가 우리를 완전히 파멸시키려는 내부의 적이 맞다면 이 일은 예삿일이 아니다.”
기천은 성주가 고개를 끄덕였고, 그곳에 있는 성주들도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대성주 부천애가 말을 이었다.
“두변, 만약 흑야 저수지 밑에 정말로 녹색의 사악한 덩어리가 있다는 게 증명될 뿐 아니라, 그게 확실히 우리 모두의 생기를 집어삼켰다는 게 증명된다면 너는 우리 절세 지하성의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한 것이다. 보답하기 위해, 우리는 너의 일족이 절세 지하성으로 이주하는 데에 동의하고, 사공 일족이 살던 천갱을 너에게 주겠다.”
두변이 그 얘기를 듣고 몹시 기뻐하며 말했다
“대성주,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흑야 저수지 아래에 그런 게 없다면 네가 선지자 대인을 모독했다는 뜻이니 너는 능지처참을 당할 것이다. 동의할 것인가?”
“동의합니다.”
대성주 부천애가 난쟁이 선지자를 쳐다보며 말했다.
“선지자, 이렇게 처리하는 데에 당신도 동의하십니까?”
난쟁이 선지자가 반문했다.
“내가 동의하지 않을 수 있겠나?”
선지자의 작디작은 눈이 두변을 쳐다보며 냉랭하게 말했다.
“두변, 만약 네가 그 녹색 덩어리를 찾지 못하면 너는 능지처참당할 것이다.”
두변은 내심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어째서 이 선지자는 저렇게 확신에 찬 모습일까?
설마 그 덩어리가 더는 저수지 밑바닥에 없는 걸까? 그럴 리는 없을 텐데!
대성주 부천애가 말했다.
“가자. 지금 바로 흑야 저수지로 가서 네 말을 증명해라.”
이윽고 다섯 성주와 대장로 여덟 명, 선지자 사공엽, 두변 등 일행은 흑야 저수지로 향했다.
흑야 저수지는 절반은 천연적으로, 절반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이것 자체도 천갱이었다. 게다가 순수하게 암석으로 이루어졌고 바닥이 밀폐되어 있어서 오랜 시간이 지나자 호수가 이루어졌다.
절세 지하성의 부족들이 이곳에 살게 된 후, 이 호수를 다시 개조해서 모든 물줄기를 한데 모아놓아 거대한 저수지를 만들었다.
그런 뒤 수로 여러 개를 확장시켜서 저수지의 물을 여러 부족의 천갱 안으로 끌어들였다. 그러니 이 저수지는 20여만 명이 사용하는 물 태반을 책임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흑야 저수지는 여러 천갱의 중앙에 자리하는데, 면적이 본래 수십 제곱킬로미터에 불과했지만 개조한 뒤에는 수백 제곱킬로미터의 큰 저수지로 변했다.
게다가 풍경 또한 가장 아름다운 장소였다.
지금은 마침 어두운 밤이라서 저수지가 마치 거울처럼 땅에 박혀, 하늘의 별들을 거꾸로 비추는 것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견사 대사의 기억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풍경 중에도 이 흑야 저수지가 있었다.
대성주 부천애가 말했다.
“두변 귀하, 내려가라. 가서 네가 말한 녹색 덩어리를 찾아라. 만약 그걸 찾아서 그것이 우리 절세 지하성에 궤멸 위기를 가져오는 근원이라는 게 증명된다면 너는 절세 지하성을 구한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네 일족이 들어와 거주하는 걸 환영하겠다. 또한 너희는 절세 지하성의 여섯 번째 부족이 될 것이다. 증명하지 못하면 네가 선지자 대인을 모독했다는 뜻이니 능지처참 당해야 한다.”
대성주 부천애가 고개를 돌려 물었다.
“이렇게 처결하면 여러분은 만족하시겠소?”
나머지 성주 네 명과 대장로 여덟 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삼가 대성주의 명에 따르겠습니다.”
두변은 대성주 부천애와 기천은 성주도 사실 선지자를 조금 의심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두변의 출현은 그들에게 오히려 의심을 해소할 하나의 계기가 된 셈이었다.
난쟁이 선지자는 여전히 확신에 찬 얼굴로 눈빛은 잔인하고도 득의만만해하고 있었다.
두변은 내심 어딘지 불안해졌다.
‘설마 그 방사능 덩어리가 이제는 이 저수지 밑바닥에 없는 걸까?’
그러면 자신은 능지처참을 당해야 한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두변은 심호흡을 한 뒤, 비길 데 없이 아름다운 흑야 저수지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 순간 거울 같던 수면이 물고기의 비늘처럼 자잘하게 부서졌다.
이 저수지는 몹시 커서, 수면이 수백 제곱킬로미터에 가장 깊은 곳은 100미터가 넘었다.
두변이 물었다.
‘시스템, 그 방사능 덩어리가 아직도 저수지 속에 있어요?’
‘너한테서 17리 떨어진 곳에 있다. 내가 위치를 표시해주겠다.’
그럼 정말로 이상했다. 방사능 덩어리가 저수지 속에 그대로 있는데 난쟁이 선지자는 어째서 득의양양한 모습이었을까.
이제 두변은 그 녹색 덩어리가 고순도 우라늄 광석임을 대충 알게 됐다.
지구상에서 우라늄 광석은 순도가 몹시 낮아서, 아주 많은 우라늄 광석을 추출해야 순수한 우라늄을 아주 조금 얻을 수 있을 뿐이다. 그러니 우라늄 광석 한 조각만 가지고서 저수지 전체를 오염시키는 건 몹시 어려웠다.
이 세계에 어째서 이렇게 고순도의 우라늄 광석이 나타났는지, 더군다나 난쟁이 선지자 사공엽이 어떻게 그걸 얻을 수 있었는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
그 우라늄 광석이 놀라울 정도로 순도가 높은 이상, 두변이 그걸 찾아내는 건 죽음을 자초하는 짓이었다.
그나마 두변이 벽사단을 가지고 있어서 무탈할 수 있을 것이고, 그의 추측이 틀리지 않다면 난쟁이 선지자도 벽사단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벽사단은 갖가지 독을 해독할 수 있을뿐더러 방사능까지 견딜 수 있었다. 매우 간단한 원리인데, 벽사단은 강력한 역장(力場: 힘의 작용이 미치는 범위)을 방출해서 직접 방사선을 차단한다.
따라서 두 사람 다 우라늄 광석에 가까이 가는 것으로는 문제가 없을뿐더러 방사능 피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고순도 우라늄 광석을 몸에 조금이라도 닿게 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상상하지도 못할 결말을 맞을 것이다. 저 난쟁이 선지자도 실수로 그걸 조금 건드렸다가 곧바로 자신의 오른손을 베어버리지 않았나.
꿈속 시스템이 두변의 머릿속에 고순도 우라늄의 위치를 표시해주었다. 두변은 입에 벽사단을 머금은 채로 끊임없이 앞으로 헤엄쳤다.
우라늄 광석과 점점 더 거리가 가까워졌으니, 온몸에 강한 불편함을 느껴야 마땅했다. 하지만 벽사단을 머금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하게도 이 저수지에 생물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생물 몇 종이 아직도 살아있는 데다 몸에서 옅은 초록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그렇다.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발광체(發光體) 생물일 것이다.
이것들은 방사선에 노출되어도 죽지 않는 걸까?
두변은 강렬한 우라늄 광석과 점점 더 가까워졌다.
천 미터, 900미터, 800미터…….
100미터.
어느덧 50미터.
도착했다. 바로 이 위치다.
이곳은 수심이 몹시 깊어서 거의 130미터가 넘었다.
두변은 끝없이 잠수하면서 온몸이 터져버릴 것만 같은 지경이었다.
이곳의 수압은 극도로 놀라워서 평범한 사람은 애초에 견딜 수가 없을뿐더러, 무사라고 한들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바로 그때, 두변의 단전 안 교룡의 피에서 황금빛 기운이 솟구쳐 나와서 온몸의 근맥을 가득 채웠다. 순식간에 몸 안팎의 압력이 균형을 이루면서 불편한 느낌이 사라졌다.
두변은 마침내 밑바닥까지 잠수해서 도착했다.
녹색 형광체를 발견하지 못했지만 정석 상자가 눈에 들어왔다.
두변은 조심스럽게 상자를 들고 틈새가 보일 정도로만 살짝 열었다.
솩!
어둠 속에서도 눈이 부실 정도로 초록색 빛줄기가 세차게 뿜어져 나왔다.
이 우라늄의 순도는 얼마나 높은 걸까. 광석의 형광빛이 눈을 찌를 정도라니.
두변에게 벽사단이 있어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방사능에 피폭되어서 무참히 죽어버렸을 것이다.
두변은 상자를 닫아서 조심스럽게 손에 쥐고 위쪽을 향해 헤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