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327화 (327/648)

327장: 스파이더맨?

‘똑바로 말해요!’

‘강력한 방사능에 맞닥뜨리면 유전자가 바뀌면서 절대다수의 사람은 순식간에 죽어버린다는 걸 알 것이다. 하지만 일부에게서는 태변이 일어나지.’

‘그건 영화에서나 나오는 거라고요. 거미에 물려서 스파이더맨이 되고, 도마뱀이 강렬한 방사능에 쏘인 뒤 변종이 되고, 그런 것 말이에요.

하지만 현실에서는 피폭된 뒤 유전자 돌연변이가 일어나요. 머리가 세 개 달린 동물이라든지, 다리가 다섯 개 달린 동물 같은 것 말이에요.

나는 사람이에요. 나는 다리 세 개에, 손 네 개가 달린 괴물이 되고 싶지 않다고요.’

꿈속 시스템이 한참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

‘너는 다르다. 너에게는 우리가 있을뿐더러, 너의 단전 깊은 곳에 교룡의 피인 황금 기운이 있기 때문이지. 그러니 너는 태변에 성공하는 사람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럼 당신들은 나를 무엇으로 만들고 싶은 건데요?’

‘너는 여전히 사람일 것이다. 안에서부터 바깥까지 다 사람. 하지만…… 우리는 네게 교룡의 혈맥을 주고 싶다.’

두변이 그 말을 듣고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미쳤군! 당신들은 다 미쳤어!’

‘우리는 미치지 않았다. 이미 궁지에 몰렸을 뿐이다. 막다른 길이란 말이다. 우리는 본래 우리에게 10년이 남았다고 생각했지만……. 우리의 거점이 파괴돼서 지금은 많아야 3년밖에 남지 않았단 말이다. 3년이란 말이다!’

꿈속 시스템의 목소리가 전에 없이 격렬해졌다.

‘너는 애초에 우리가 머지않아 조우하게 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두변, 네가 지금까지처럼 점진적으로 강해지면 3년 뒤 어떤 수준일 것이라고 생각하나?’

두변은 침묵했다.

‘그래. 네게 흡성대법이 있으니 나는 네가 1년여 만에 종사를 돌파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너도 알고 있듯이 흡성대법은 심각한 결함이 있다. 매번 흡수한 내력 현기를 방법을 써서 완전히 정화시켜야 하지. 그렇지 않으면 가벼우면 몸이 마비되고, 무거우면 목숨을 잃는다. 필경 네가 내력 현기를 집어삼킬 대상이 늘 예상 선자 같지는 않을 것이다. 그녀는 최고로 순결한 내력 현기를 가지고 있어서 거의 정화가 필요 없었다. 하지만 네가집어삼킬 상대의 대다수는 다 인간쓰레기일 것이다. 다 사악한 공법을 수련해서 강해진 사람들일 테지.

3년 안에 나는 네가 온전한 북명대법을 얻을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었다. 3년 뒤에 너는 스물둘이 되지. 그때 너는 어쩌면 정점의 종사에 오르거나 조금 더 높은 수준에 도달해서 기존 무도계의 기록을 깨어버리겠지.

하지만 그런들 어떻단 말이냐? 그 수준으로는 아직 부족하고, 턱도 없이 부족하다. 우리는 너를 더욱더, 더욱더 강하게 만들어야만 한다.

숙주, 우리의 본래 계획에는 10년의 시간이 있었다. 그러니 어떤 일들은 4년 뒤에 하거나 6년 뒤에 진행해도 괜찮았지. 하지만 이제는 안 된다. 우리의 거점이 발각당해서 우리 수호자들이 거의 다 죽었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없다. 그러니 일단 천재일우의 기회를 만나게 되면, 우리는 즉시 그 일을 실행할 것이다.

이번에 우라늄 광석 분말이 네 온몸에 쏟아진 일을 포함해서 말이다. 더할 나위 없이 강한 방사능을 순식간에 너의 체내로 밀려 들어가게 만든 이유는, 그것이 순식간에 네 단전에 있는 교룡의 혈맥을 활성화시켜서 너를 탈바꿈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두변이 냉랭하게 물었다.

‘그래서, 성공했습니까?’

꿈속 시스템이 한참이나 침묵한 뒤 입을 열었다.

‘모르겠다.’

‘아니, 뭘 모른다고 하는 겁니까?’

‘이렇게 크나큰 방사능을 맞닥뜨리면 다른 사람이었으면 백 명, 천 명 다 죽었겠지. 하지만 벽사단 때문인지, 아니면 교룡의 피가 가진 황금 기운과 우리가 작용했기 때문인지, 너는 아직 죽지 않았다. 하지만 신체가 발광하며 투명해진 것을 제외하면 네 신체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을뿐더러, 혈맥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다.’

‘당신들이 예상했던 태변이 없다는 겁니까?’

‘당분간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네 신체가 강렬한 방사능에 쏘인 것은 단지 태변의 첫 번째 단계에 불과하다.’

‘시스템, 당신들에게 경고하겠습니다. 나는 인간이에요. 영원히 인간일 겁니다.’

‘나는 네가 인간이고, 계속 인간일 거라는 걸 알고 있다. 우리가 개조하려는 건 네 혈맥과 단전 기해다. 너도 보았지만 인간의 수명은 길어야 백여 세에 불과해. 그에 비해서 괴수는 어떨까? 무려 천여 살이나 살지. 대은구도에서 너도 보았겠지만 천년사요가 얼마나 강했나. 인간에 비해 얼마나 강하냔 말이다. 우리는 너를 진화시키려 하는 거다. 인간의 겉모습을 가졌지만 교룡의 혈맥을 보유하도록 말이다.’

‘미쳤군요, 미쳤어요……. 당신들은 시험을 해봤나요? 성공한 선례가 있었나요?’

두변의 말에 꿈속 시스템이 침묵하다가 답했다.

‘이건 예전에 우리의 가장 중요한 계획이었다. 상황을 역전시키며 위험한 국면을 만회할 수 있는 계획이었지. 하지만…… 계속 실패해서 모든 걸 포기해 버렸다.’

‘그래서 이제 그 계획을 내 몸에 사용했다는 거로군요?’

‘막다른 길에 이르렀고, 3년밖에 남지 않았다. 이 계획이 성공하면 너는 천 년의 수명을 보유해서 거의 장생불사할뿐더러, 교룡 혈맥의 힘을 보유하게 된다. 우리는 너를 진화시키려는 것이다.’

‘그럼 당신에게 묻겠습니다. 성공할 확률은 얼마나 됩니까?’

‘나, 나는 모르겠다. 어쩌면 1할?’

‘빌어먹을!

설령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된다고 해도 당신이 말한 경지까지 도달하려면 얼마나 시간이 필요합니까?’

‘세 단계, 고작 세 단계가 필요하다. 지금은 첫 번째 단계다. 게다가 이 첫 번째 단계가 성공한다면 너에게 크나큰 이득, 네가 예상 못 했던 이득을 가져다줄 것이다.’

‘그럼 이 첫 번째 단계는 성공한 겁니까?’

‘나, 나는 아직 모르겠다.’

‘나는 당신들이 곧 실패할 거라는 게 느껴집니다. 왜냐하면 내 몸이 곧 죽을 것이고, 내 생기가 아주 빠르게 유실되는 게 느껴지거든요. 내 생명의 초읽기가 시작됐나 봅니다.’

이미 내시(內觀: 도가의 수양 방법의 일종으로 정신을 수렴하고, 단전에 기를 집중하며 모든 잡념을 끊은 채로 자신의 내부를 관찰하여 도를 체득하는 방법. 내관內觀이라고도 한다.)를 익힌 두변은 자신의 생명이 초읽기에 들어갔음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아무리 교룡의 피, 꿈속 시스템, 벽사단 등이 제 몸을 지켜준다고 해도, 그렇게 큰 방사능에 노출되었다는 건 너무도 두려운 일이었다.

900초!

899초!

898초!

두변의 남은 생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난 지금 어디에 있는 거죠?’

‘지하 만 미터가 되는 곳에 있다. 절세 지하성의 금지로, 최고로 위험하고 두려운 곳이지.’

‘어째서 이렇게 어둡고 답답하죠?’

‘왜냐하면 너는 무덤의 관 속에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네가 이미 죽었다고 생각한 나머지 너를 매장했다. 이곳은 만 미터 아래의 금지라서 감히 접근할 사람이 없다. 너의 시체가 너무 위험하고, 조금이라도 접근하면 목숨이 위태로워지기 때문이다.’

‘이번 생에 어디든 가봤지만 관이나 무덤에는 들어가본 적도 없다고요!’

861초!

860초!

두변의 남은 목숨을 알리는 초읽기는 계속되고 있었다.

아무리 이런 순간일지라도 두변은 절대로 죽고 싶지 않았다.

자신에게 딸린 수천 명이 있는 데다가, 아직 완수하지 못한 사명이 있었다.

그는 황제에게 약속했다. 서남 전체를 휩쓸고, 반역자들을 없애버리겠다고.

두변은 심호흡을 한 뒤 주먹을 휘둘러서 관을 내려쳤다.

방사능에 의해 몸이 몹시 허약해진 탓에 본래의 무공은 거의 발휘되지 못했다.

몸 옆을 더듬어 보자 자신의 검이 옆에 놓여 있었다. 그는 힘겹게 검을 들고 필사적으로 관을 향해 내리쳤다.

우지직, 우지직, 뿌직.

아무리 힘이 약하다고 해도 짧은 순간 관이 쪼개지더니 흙모래가 쏟아져 떨어졌다.

두변은 다시 필사적으로 칼을 휘둘러서 무덤을 뚫고 뛰쳐나온 뒤 숨을 크게 몰아쉬었다.

그는 이제 자신이 호흡도 하기 힘들어 한다는 걸 발견했다. 설령 필사적으로 호흡을 해도 공기를 아주 조금만 들이마실 수 있었다.

다시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고는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이건 뭐야? 온몸이 투명해서 초록색 빛을 발산해? 사람 모양 전등이 된 것 같잖아!’

게임 ‘폴아웃 4(Fallout 4)’에서는 종종 이렇게 발광하는 방사능 좀비와 방사능 동물을 볼 수 있다. 게다가 현실의 우라늄 광산 동굴에서도 이렇게 초록색 형광을 발산하는 물체를 볼 수 있지만 두변처럼 밝지는 않았다.

500초!

499초!

두변의 남은 생명을 알리는 초읽기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정말로 한계치까지 허약해졌다는 걸 발견했다. 관을 쪼개고 흙을 파헤쳐나온 뒤로는 검을 쥘 수조차 없었다.

온몸의 오장육부가 이미 더 이상 작용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두변은 전적으로 본능만 믿고서 천갱 통로를 따라 아래로, 아래로 달리고 달렸다.

그렇게 계속 지하로 깊숙이 들어갔다.

꿈속 시스템은 자신이 아무런 경로도 안내해주지 않았는데 두변이 정확하게 목적지로 달려가고 있다는 것에 의아해했다.

필사적으로 달렸지만 숨까지 턱에 닿으면서 속도가 점점 느려졌다.

그의 목적지는 어디일까? 무엇일까?

그 자신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그곳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300초!

299초!

298초!

달리는 속도가 점점 더 느려졌다. 심지어 눈도 전혀 보이지 않아서 본능에 따라, 살고 싶다는 의지에 따라서 아래로 내달렸다.

마침내 더는 달릴 수가 없던 나머지 앞으로 확 넘어지고 말았다. 밑으로 구르고 또 굴러떨어지면서 그는 또다시 정신을 잃었다.

머릿속에서는 남은 생명을 알리는 초읽기가 끊임없이 번쩍이고 있었다.

50초!

30초!

두변의 몸이 끊임없이 굴러떨어져서 지하 1만 4천 미터로 깊숙이 떨어졌다.

지하 깊숙한 곳이었으나 특수한 식물들 덕분에 이곳에도 여전히 산소가 존재했다.

하지만 빛이 없어서 어두운 편이었다.

이곳에는 평평한 대(臺)가 있고, 그 아래에는 끝없이 심연이 펼쳐져 있었다.

그 평평한 대는 태양과 같은 따뜻하고, 강하고, 고결한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자세히 보면 그 빛의 근원은 우물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우물 안에는 투명하고 옅은 금빛 액체가 가득했는데 강하면서도 고결한 기운으로 가득했다.

두변은 끊임없이 굴러떨어졌다.

풍덩!

녹색으로 빛나는 몸이 옅은 금빛의 우물 속으로 떨어졌다.

순식간에, 황금빛 고결한 빛이 솟구치면서 기괴한 녹색 빛에 섞여 들어갔다.

두변의 남은 생명을 알리는 초읽기도 끝났다.

그와 동시에, 더할 나위 없이 환하고 고결한 기운이 미친 듯이 두변의 몸속으로 밀려들었다.

이곳은 절세 지하성의 금지 지역이지만, 왜 금지가 되었는지는 두변도 알 수 없었다.

우물에서는 옅은 금빛의 고결한 기운이 가득했는데, 이 우물은 대체 무엇일까?

두변도 알 수 없겠지만, 이 우물이 몹시 중요한 것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황금빛 고결한 기운이 두변의 몸으로 끊임없이 밀려 들어오더니, 하나씩 터지면서 두변 몸속의 어두운 방사능을 폭발시켜서 흔적 없이 사라지게 했다.

마치 태양이 떠올라서 어둠을 몰아내는 것과 같다고 할까.

아, 아니지. 여전히 조금 다른 점이 있었다.

햇빛이 어둠을 내쫓는 건 일방적인 양상이겠지만 이 우물물의 고결하고 밝은 기운이 두변 몸속의 방사능을 파괴하는 건 동귀어진이었다.

그렇다, 동귀어진.

그렇게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두변 몸에서 발산되던 그 무시무시하던 초록색 빛이 점점 옅어지고 이내 정상적인 색을 되찾았다.

이상하게 투명해진 몸도 점차 돌아왔다.

하지만 그 우물에서 발산하는 옅은 금황색 빛도 점차 약해진 반면, 스며든 초록색 빛이 점차 짙어졌다. 금황색과 초록색이 한데 뒤섞였는데 어째서 흑록색이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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