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8장: 진화의 혜택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두변이 눈을 떴을 때, 그의 몸은 여전히 그 신비한 우물물 속에 떠올라 있었다.
하지만 이 우물물은 더 이상 깨끗하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는 태양빛과도 같은 옅은 금빛을 발산하며 깨끗하고 티 하나 없었지만, 지금은 금빛 반, 흑록색 반이었다.
게다가 뿜어져 나오는 빛도 혼탁하게 변했다.
두변은 우물물 속에서 뛰어올라 심연의 금지 깊숙한 곳에 있는 평평한 대 위로 올라갔다.
이 우물물을 자신이 오염시킨 것 같아 죄책감이 들었지만, 몸에 남은 방사능이 완전히 사라졌는지 생기가 회복되었을 뿐 아니라, 몸이 날아갈 듯이 가볍고, 온몸에 힘이 느껴졌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예전에 흡성대법으로 마련교 단주 임묘선의 내력을 집어삼켰을 때, 그녀가 줄곧 사공을 수련했기 때문에 내력이 순결하지 않았다. 집어삼킨 그 내력이 비록 두변의 무도 수준을 향상시켜 줬지만 온몸의 근맥에 찌꺼기가 쌓여서 단전까지 조금 오염되었었다.
그런데 지금 단전과 근맥 안의 혼탁한 내력이 뜻밖에 정화되어서 완벽한 상태로 회복되었다.
즉, 그 말은 새롭게 흡성대법을 진행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이어서 두변은 계속 자신의 신체, 근맥, 단전을 확인하면서, 곧 두 번째 변화를 발견했다.
그의 단전 안에 녹색 빛무리가 늘어났다는 점이다.
두변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이, 이건 우라늄 광석의 방사능이 내 단전에 들어온 겁니까?’
‘그렇다.’
‘방사능이 내 단전 안으로 들어왔는데 몸에 상해를 입히지 않을까요?’
‘단전은 하나의 개별적인 공간이라서 평소에 네 몸과 단절되어 있다. 네가 이 방사능을 방출하지만 않으면 그게 너의 신체에 상해를 입히지 않는다.’
두변은 몹시 놀랐다.
방사능이야 더할 나위 없이 두려운 것이라서 어느 갑옷으로도 방어할 수 없다.
그러니 두변이 방사능 공격을 시전한다면 그 위력은 말할 것도 없이 대단할 것이다.
하지만 이건 칠상권(七傷拳: 김용의 ‘의천도룡기’에 등장하는 무공. 막강한 위력을 자랑하지만 동시에 시전자의 내장을 손상시키는 무공)보다 더했다. 남에게 공격을 가하려면 방사능이 먼저 자신의 몸을 지나가야 하지 않은가.
너무나 불합리했다. 남을 해치기 위해서 자신이 더 큰 타격을 받아야 한다니.
꿈속 시스템이 말했다.
‘미래 어느 날, 네 체질이 방사능을 두려워하지 않을 정도로 진화되면 방사능 공격을 시전할 수 있다. 한데 그렇게까지 진화되는 건 머나먼 일일 것이다.’
이어서 두변은 자신의 신체를 다시 한 번 확인해봤지만 더는 아무런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이제 단전 안에는 네 가지 기운이 남았다. 정상적인 현기 내력, 단혼영, 교룡의 피가 가진 황금빛 기운, 그리고 초록색 방사능.
하지만 그 외에 그의 몸에 어떠한 변이도 발생하지 않았을뿐더러, 혈맥이 진화된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시스템, 내 혈맥을 진화시키는 첫 번째 단계는 실패한 겁니까?’
두변이 묻자 꿈속 시스템이 한참을 침묵하다가 답했다.
‘모르겠다.’
‘모르겠다고요?’
‘그렇다. 모르겠다. 실패했다고 말하기에는 너는 아직 살아있다. 성공했다고 말하기에는 네 혈맥에 어떤 변화나 변이도 없고, 진화되지도 않았다.’
‘상황이 당신들의 예상을 넘어선 겁니까?’
‘그래. 구양진경이 뜻밖에 방사능까지 집어삼켜서 네 단전에 들인 건 우리 예상을 벗어났다. 네 혈맥에 돌연변이와도 같은 진화가 생기지 않은 것도 우리 예상을 뛰어넘었다. 하지만 숙주, 적어도 너는 죽지 않았다. 이전까지 우리의 개조 계획에서 모든 실험자는 다 죽었다. 전부 첫 번째 단계에서 방사능에 죽임을 당했다.’
난 지금 이전의 숙주가 아니잖아요!
‘빌어먹을!’
두변은 내심 조금은 낙담했다. 이렇게 큰 위험을 무릅써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났고, 더군다나 신성하고 강력한 우물물까지 오염시켰는데, 혈맥에 별다른 변화도 없다니!
두변이 갑자기 물었다.
‘이 우물은 중요한 겁니까?’
‘매우 중요하다.’
‘그럼 지금 내가 이 우물을 오염시켰는데 심각한 결말을 맞게 됩니까?’
‘대단히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지만 도리어 너에게는 유리하지.’
‘그럼 절세 지하성 사람들이 이 우물을 오염시킨 일로 내게 죄를 묻습니까?’
‘아니다. 이 우물은 절세 지하성에 속한 게 아니다.’
콰과광.
갑자기 땅이 힘차게 흔들려서 사람이 서 있을 수도 없게 되자, 두변은 솜털까지 곤두섰다.
대단히 큰일이 생겼다는 게 은근히 느껴졌다.
‘네가 이 우물을 오염시킨 결과, 확실히 큰일이 생길 것이다. 하지만 그 일은 너에게 유리하다. 아직 기억하는가? 교룡으로 탈바꿈하는 임무의 본래 성공 확률은 3할뿐이었다. 지금은 국면이 바뀌어서 성공 확률이 5할로 상승했다.’
교룡 탈바꿈 임무?
두변이 냉랭하게 말했다.
‘임무 이름도 참 잘 짓는군요? 표면적으로 내가 절세 지하성을 정복해서 영원히 함락되지 않는 성을 얻고, 강대한 군단 수만 명을 얻는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나를 교룡으로 바꾸려고 했던 거잖아요!’
난감한 정적이 흐르는 사이.
콰광!
대지가 격렬하게 흔들리면서 동시에 지옥 깊은 곳에서의 포효가 들려왔다.
‘빨리, 빨리 가라. 그렇지 않으면 곧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두변은 능파미보를 시전해서 재빨리 위로 달렸다.
가는 도중에 자신의 검도 주워서 끝없이 위로 달리고 또 달렸다.
이 심연의 금지 구역은 정말 깊어서 지면까지 직선거리로 달리면 만여 미터가 넘었다.
그런데 이렇게 깊은 곳에 뜻밖에 여유로울 정도의 산소가 남아 있다니, 신기할 수밖에 없었다. 달리는 길 양옆에 이끼가 가득 끼어 있는데, 이 세상 식물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은 것이 각종 기체를 내뿜는데, 그중에 산소가 포함되어 있는 듯했다.
곧 지하 통로의 끝에 도착하자, 그곳에도 석문 하나가 있었다.
그가 다가가 힘껏 문을 열자, 눈앞이 환해지면서 햇빛이 쏟아졌다.
심연 금지 구역의 입구도 천갱인데, 규모가 작아서 직경이 수백 미터에 불과했다. 입구 쪽에는 돌로 지은 견고한 성루(城壘)가 세워져 있었다.
두변이 석문 밖으로 달려나온 순간, 이상하게도 대지가 흔들리던 것이 멈춰버렸다. 동시에 강대한 야수 두 마리가 곧바로 달려들었다. 지난번 봤던 사자로, 금지 구역 입구도 이들이 지키는 모양이었다.
이어서 더할 나위 없이 거대한 뱀 한 마리가 땅을 뚫고 솟구쳐 올랐다.
수십 미터 길이의 사요(蛇妖)가 두변 앞으로 다가와 그의 냄새를 맡았다.
강력한 사자 두 마리에, 수십 미터 길이의 백년사요 한 마리면 이 심연의 금지 구역 입구를 지키는 문지기로 충분하지 않겠나.
두변은 숨을 멈추고 사자 두 마리와 백년사요가 자신 몸에서 나는 냄새를 맡게 했다.
몇 초 뒤, 백년사요는 사라졌고, 사자 두 마리는 곧바로 바닥에 엎드렸다.
‘시스템! 나를 절세보로 데려가서 대성주 부천애를 만나게 해줘요.’
잠시 뒤에 두변의 머릿속에서 경로가 나타났다.
두변은 그 노선에 따라 절세 지하성의 중심지인 절세보를 향해 재빨리 달려갔다.
2각 후.
두변이 대성주 앞에 나타났을 때, 부천애는 놀라서 넋이 나가고 말았다.
‘이미 죽지 않았나? 그것도 내가 직접 매장했는데?’
하지만 두변은 죽지 않았을뿐더러, 몸에서 발산하는 괴상한 초록빛이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지난번에는 그의 몸에 암흑과 파멸의 기운으로 가득했는데, 지금은 완전히 정상이었고, 오히려 밝고 따스한 기운이 넘쳐나서 본능적으로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게 만들었다.
죽었다가 살아나서 그런 건가?
그건 너무나 괴상하지만 신기한 일이기도 했다.
대성주가 말했다.
“나는 자네가 어떻게 죽었다가 살아났는지에 대해서 묻지는 않겠지만 자네는 정말로 기적을 행한 사람이네. 자네의 일족은 이미 이곳에 들어왔을 뿐 아니라, 사공 일족이 살던 천갱에서 살고 있네. 그때의 전투로 인해 집들이 많이 파손되었지만 일족 4천여 명이 살기에는 충분할 걸세. 그곳 농작지도 오래도록 황폐해진 상태지만 개간할 수도 있을 것이고. 이제부터 그 천갱은 자네들 것이야. 게다가 4천여 명에게 필요한 몇 달 치 식량도 우리가 빌려줄 수 있네.”
두변이 허리를 굽혀 예를 올렸다.
“대성주께서 거두어주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아닐세. 이 모든 건 다 자네가 쟁취한 것이네. 자네가 선지자의 음모를 폭로해서 절세 지하성의 운명을 구했어. 게다가 전화위복이 되었고. 사공 일족의 천갱은 백 년 동안 황폐한 상태라 우리가 그쪽의 수로를 끊어버렸는데, 그로 인해 그 천갱은 도리어 오염되지 않았어.”
두변이 잠시 망설이다가 말을 꺼냈다.
“대성주, 사공 일족이 멸망한 뒤에 그들 성이 텅 비어버렸는데 어째서 그곳을 아무도 차지하지 않은 겁니까?”
대성주 부천애가 두변을 바라보며 말했다.
“5대 부족 가운데 누가 그곳을 차지한단 말인가?”
두변은 바로 이해했다. 5대 부족 가운데 누구도 그곳을 점거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점거하는 순간 다른 부족에게 지탄을 받을 테니까. 그 일이 오히려 지금 두변에게는 이득이 된 셈이었다.
대성주가 말했다.
“가장 중요한 건 현재 절세 지하성에 있는 사람들은 생활 물자가 지나치게 풍부한 나머지, 도리어 자손을 번식하려는 욕구가 없어졌다는 점이지. 매년 태어나는 아이들도 점점 더 줄어들어서 우리는 이제 토지가 부족하지 않게 되었네.”
사실 이런 일은 너무나 익숙한 일이긴 했다. 고도로 발달한 세상에서는 남녀가 결혼해서 자식을 낳으려는 충동이 영문도 모르게 하락한다. 도리어 부족한 곳일수록 출산율이 더 높다.
대성주 부천애가 말했다.
“자네 일족이 이곳에 들어온 지 닷새나 되었으니, 자네도 분명히 그들이 몹시 그리울 테지. 두 족장, 빨리 자네 일족에게 가보게. 기세, 네가 두 족장을 그의 새로운 집에 데려가라.”
기 소성주가 들어와서 허리를 굽히며 알겠다고 대답했다.
기 소성주는 여전히 가볍게 웃거나 말하는 건 아니어서 비길 데 없이 잘생긴 그 얼굴은 더할 나위 없이 냉혹해 보였다. 하지만 눈빛은 많이 부드러워진 상태였다.
기 소성주가 말했다.
“두변, 당신 일족은 이미 천갱에 들어와서 살고 있고, 천갱 성 하나를 갖게 되었으니 앞으로 먹고 입는 일에 근심하지 않고, 백 세까지 장수할 수 있다. 도리대로라면 두족(杜族)은 절세 지하성의 새로운 여섯 번째 부족이 되고, 당신이 두족 족장이니 절세 지하성의 여섯 번째 성주가 되어서 성주회의와 대장로회에 들어와야 하지. 하지만 방해 세력이 몹시 커서 그 일은 통과되지 못할 거야.”
두변 역시 그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절세 지하성의 절대다수의 사람들은 두변의 일족 4, 5천 명을 절세 지하성에 들여서 그들에게 새로운 천갱을 분배해준 것만으로도 크나큰 은혜를 베풀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두변의 공로에 보답했다고 생각할 것이고.
그런데 두변이 새로운 성주가 돼서, 절세 지하성의 통치 계급이 되는 건 그 다수 사람들의 생각에는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기 소성주가 말을 이었다.
“그들은 당신의 일족이 너무 약소하다고 생각하거든. 5대 부족은 모두 몇만 명인데 두씨 일족은 고작 4천여 명이야. 게다가 모든 사람의 평균적인 실력도 5대 부족보다 훨씬 약해. 그러니 당신들이 6대 부족 가운데 하나로 나란히 놓일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지. 게다가 그들은 당신의 무도 수준도 지나치게 약해서 새로운 성주가 될 자격이 부족하고, 성주회의와 대장로회에 들어올 자격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그 점은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우리 일족이 안정을 찾으며 정착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몹시 감격하고 있습니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아. 당신 부족이 강해지고, 당신이 강해져서 충분한 공을 세우면 자연히 새로운 성주가 되고, 6대 부족 가운데 하나가 될 테니까.”
하지만 두변 입장에서는 당연히 조급했다. 게다가 그의 목표는 6대 성주 가운데 하나가 되는 것만이 아니었다.
바로 그때, 꿈속 시스템이 말했다.
‘안심해라. 숙주, 너에게 기회가 곧 올 것이다. 절세 지하성을 정복할 기회가 아주 빨리 올 것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