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9장: 계획에 없던 일
그들은 고작 일각 뒤에 두변 일족의 새로운 천갱 앞에 도착했다.
기 소성주가 말했다.
“여기다. 이곳이 바로 당신 일족의 거처이자 당신의 새로운 집이다. 그럼 나는 이만 가보겠네.”
이윽고 기 소성주는 바로 그곳을 떠났다.
두변이 석문을 밀었다.
오랫동안 황폐해졌지만 생기가 넘치는 천갱 성이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
곳곳에 잡초가 높게 자랐을뿐더러, 모든 농작지가 황폐해지고, 태반의 집들이 거의 폐허가 되어 마당 안에도 풀이 가득 자라있었다.
그럼에도 이곳은 보물과도 같은 땅이며, 신기한 기운이 충만했으며, 누구든 이곳에 살면 백여 세까지 장수하면서 강해질 수 있는 곳이었다.
지금부터 이곳이 두변의 새로운 집이었다.
유모, 두평아, 다른 모든 일족이 이곳에 살면 두변은 그들의 안위를 걱정하지 않고 잠들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곳은 몹시도 안전한 곳이기 때문에.
바로 그때, 향기로운 바람이 불어왔다.
두평아가 곧바로 두변의 품속으로 달려들어 왔다.
이 천갱의 가장 아래에는 마찬가지로 광장이 있는데, 석조(石條)를 깔아서 반듯하기는 했지만 잡초가 가득 올라와 있었다.
이 거대한 건물은 예전에 사공 일족의 성주부였는데 지금은 두변의 거처로 바뀌어 있었다.
“주인을 뵙습니다!”
두변이 들어오는 걸 보자, 수십 명이 질서정연하게 바닥에 무릎 꿇고 그를 맞이했다.
부드럽고 아름다운 자태의 유모가 그를 맞이하러 나왔다. 그녀는 두변을 향해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다정하게 말했다.
“여기 정말 좋네요. 평생 이곳에 살고 싶을 정도랍니다.”
바깥에서는 수천 명이 대단한 열기로 일을 하고 있었다. 황폐해진 논밭의 잡초를 뽑을뿐더러 모든 건물을 청소했다.
해야 할 많은 일이 밀려 있었지만 그들은 오히려 무한한 희망을 품고 있었다.
절세 지하성의 장로회는 우선 사공엽에 대해 엄중한 심판을 진행했다.
장장 다섯 시진이나 심판을 한 뒤, 난쟁이 선지자 사공엽의 열여덟 가지 큰 죄를 나열했고, 최종적으로 화형을 판결해서 그를 무참히 태워 죽이기로 했다.
두변이 선지자 사공엽의 음모를 폭로했기에, 불을 붙이는 영예는 두변에게 주기로 했다.
절세보는 장장 20미터 높이의 건물인데, 선지자 사공엽의 화형은 절세보의 가장 높은 곳에서 진행되었다.
난쟁이 선지자 사공엽은 전신 근맥과 혈도에 은침이 꽂힌 상태라 아무런 무공을 시전할 수 없는 상태로 쇠사슬에 묶였다. 형틀 아래에는 기름을 뿌린 장작더미가 가득 쌓여 있었다.
이 난쟁이 선지자 사공엽은 매번 남들을 태워 죽였는데 이제 마침내 자신이 불에 타 죽을 차례였다.
사공엽은 두변을 쳐다보며 사악하게 웃었다. 한마디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아무런 저주나 위협의 말도 하지 않고 웃기만 할 뿐이었다.
“하하하하!”
난쟁이 선지자 사공엽이 미친 듯이 큰소리로 웃었다.
성루 밑에서 수백 명이 소리쳤다.
“태워 죽여, 태워 죽여.”
“불을 붙여서 그를 처형해라!”
대성주 부천애가 명령을 내리자, 두변이 횃불을 던져서 불을 붙였다.
큰불이 순식간에 활활 타오르더니 순식간에 난쟁이 선지자 사공엽을 집어삼키려고 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하늘에서 갑자기 울음소리가 들려오더니 거대한 날짐승이 급강하해서 내려오는데 그 속도가 너무 놀랄 만했다.
날짐승 위에는 무공이 대단해 보이는 한 여인이 타고 있었다.
휙.
날짐승이 불이 붙은 사공엽을 단번에 잡아챘다.
두변이 능파미보를 시전하며 가장 빠른 속도로 도망치려고 했지만, 그 여인의 소매에서 하얀 명주실이 쏘아져 나오더니 순식간에 두변의 몸을 휘감았다.
훅!
거대한 날짐승이 빠른 속도로 하늘로 올랐다. 그건 큰 독수리였다.
대성주 부천애 등이 빠른 속도로 달려왔지만 모든 게 너무 순식간에 일어났다.
독수리는 이미 수십 미터 높이로 날아오른 후였다.
대성주 부천애 등이 공중을 향해 힘껏 일장을 날렸다. 그들의 무공 수준이 아무리 고강하다 하더라도 안타깝게도 그들은 육맥신검을 할 줄 몰랐다.
“하하하, 난 다시 돌아올 것이다!”
사공엽이 공중에서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
거대한 검은 독수리가 끊임없이 서쪽으로 날아갔다. 두변은 공중에 매달린 채 밑의 풍경이 끊임없이 바뀌는 걸 내려다봤다.
고개를 들어 거대한 독수리에 탄 여인을 바라보니, 여인은 이족(異族) 사람인 듯했다. 가면을 착용했지만 고양이 같은 눈동자에 이마 중간에 붉은 점을 찍은 채 무한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서역 여자로구나!
여인이 입은 긴 옷에는 성화(聖火) 표식이 그려져 있었다.
이렇게 거대한 검은 독수리를 탈 것으로 가진 것을 보면, 이 여인은 분명히 서역 성화교의 고위층일 것이다.
그 성화교의 여인이 두변을 노려봤다. 냉혹하고 아무런 온기가 없는 시선이었다.
검은 독수리는 두변을 끌고 얼마 날아가지 않았다. 절세 지하성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곳인데, 그 아래에 거대한 지하 균열이 나타났을뿐더러, 붉은 암장이 흐르고 있었다.
이곳은 본래 화산 같은 것은 없었다. 대지가 분열하면서 뜻밖에 지하에서 암장이 솟구친 것이다.
검은 독수리가 급강하했다.
솩!
하얀 명주실이 갑자기 끊기고, 여자가 두변의 목을 잡아 암장 속으로 던져 넣었다.
사공엽이 큰소리로 웃었다.
“하하! 두변, 무참히 불에 타 죽는 건 마찬가지구나. 하하!”
풍덩.
이번에는 아무도 제지하는 이가 없었다.
두변의 몸이 무참히 암장 속에, 천여 도나 되는 고온의 암장 속에 떨어졌다.
그 성화교의 여자는 암장에 떨어진 두변에게 눈길 한 번 주지도 않고 검은 독수리를 타고 아무렇지도 않게 가버렸다.
“악!”
두변은 한 번도 낸 적 없는 처참한 비명을 내질렀다.
그의 몸에서 가장 먼저 암장에 닿은 부위가 순식간에 눌어붙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두변의 단전 속에서 초록색 방사능이 교룡의 피에 있는 황금빛 기운에 달려들더니 매섭게 뒤얽히기 시작했다.
다음 순간.
더할 나위 없이 복잡한 기운이 단전에서 솟구쳐 나오더니 두변의 혈맥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의 온몸의 혈맥이 쏜살같이 변화하고 있었다. 황금색, 흑록색 기운이 혈맥으로 밀려들어서 미친 듯이 혈맥을 개조하기 시작했다.
꿈속 시스템이 놀라 소리쳤다.
‘이, 이것도 계획에는 없었다. 나는 교룡의 혈맥만 원했다. 어째서 이 녹색 방사능까지 혈맥에 주입되는 걸까?’
하지만 더욱더 두려운 일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었다.
흑색 단혼영 기운까지 갑자기 교룡의 피, 녹색 방사능에 뒤엉키기 시작했다.
세 가지 기운이 단전 안에서 뒤엉켜서 혼돈한 상태로 두변의 혈맥 안으로 밀려들어서 그의 혈맥을 미친 듯이 개조하기 시작했다.
꿈속 시스템이 실성한 듯이 외쳤다.
‘이, 이건 계획에 없는 일이야! 계획에 없던 일이라고!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전혀 알 수 없잖아!’
일반적으로, 중요한 일은 계획대로 되기란 몹시 어려운 법.
꿈속 시스템은 순간적인 강렬한 방사능으로 교룡의 피의 황금 혈맥을 활성화시킬 것만을 원했다. 그런데 단혼영, 방사능까지 교룡의 피에 있는 황금 기운과 완전히 한데에서 뒤엉켜서 두변의 혈맥을 개조할 것이라고는 절대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적어도 꿈속 시스템은 한 가지는 옳았다.
두변 단전 안에 있는 교룡의 피가 대량의 방사능에 노출된 뒤에 활성화된 것은 분명했다.
“아악!”
두변은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 지금 그의 등과 엉덩이, 다리는 완전히 암장에 그을려서는 온몸이 끊임없이 밑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가라앉는 걸 당장에라도 멈추지 못한다면 두변은 완전히 암장에 삼켜질 것이다.
끔찍한 고통을 억지로 참으며 두변은 힘차게 암장 표면에 일장을 내리쳤다.
평소라면 분명히 소용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의 팔이 순식간에 불에 타 녹아내리려 하고 있어서 애초에 내력으로 그의 몸을 튕겨내는 건 불가능했다.
하지만 지금 기적이 일어났다.
두변의 손바닥 색깔이 순식간에 변했다. 본래 보통 사람의 피부였건만 지금 순식간에 손바닥 전체에 촘촘한 비늘 층이 나타나더니 옅은 금빛을 발산했다. 그건 차가우면서도 괴상해 보였다.
더군다나 가장 관건은 그 비늘 층은 화염에도 암장에도 끄떡없다는 점이었다.
펑.
일장을 내려치는 순간, 두변의 몸이 힘차게 반등해서 튀어올랐다.
이어서 두변이 발바닥으로 암장 표면을 내리쳤다.
그와 동시에 그의 손바닥의 비늘 층이 사라지더니, 발바닥에 촘촘한 비늘 층이 나타났다. 덕분에 암장 위를 밟고있어도 전혀 불에 타지 않았다.
두변은 그 틈에 능파미보를 시전해서 재빨리 암장 표면을 밟고 달려서 둔덕으로 뛰어올랐다.
마침내 암장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두변은 고통스럽게 바닥에 엎드려서 등과 엉덩이, 허벅지의 고통을 힘겹게 참아냈다.
적어도 두변의 몸 4할 정도 면적에 심각한 화상을 입었다. 이건 현대 지구의 의료 시스템에서도 난제라 할 수 있으니, 이 세계에서라면 웬만해서는 반드시 죽을 것이다.
하지만 두변은 화상을 입은 부위의 고통이 점점 사그라들 뿐 아니라, 점차 차가워지고 있다는 걸 뚜렷하게 느꼈다.
몇 분 뒤, 두변이 손을 뻗어서 피부를 벗기자, 등과 엉덩이, 허벅지의 눌은 곳의 피부가 가볍게 한 겹 뜯어졌다. 그 아래로는 뜻밖에 새살이 나 있었다.
두변은 놀라서 넋이 나갔다.
이윽고 그는 주먹을 꽉 쥐고 현기 내력을 불어넣었다.
우지직.
순식간에 두변의 주먹 표면에 비늘 한 겹이 나타났는데, 아주 얇은 비늘로 교룡의 비늘과 똑같았다.
펑!
옆에 있는 견고한 석벽에 힘껏 주먹을 내리치자, 순식간에 석벽에 깊은 구멍이 생기면서 주위로 부서진 돌덩이가 마구 튀었다. 하지만 두변의 주먹에는 아무런 상처도 없었다.
이건 너무 대단한 일이 아닌가.
이 정도라면 검으로도 벨 수 없을 정도로 피부가 강인하다는 의미가 아닌가.
게다가 화염을 두려워할 필요도 없고 암장에서도 화상을 입지 않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빠른 신체 회복 능력도 있어서 부상을 입는다 해도 재빨리 완쾌될 수 있었다.
조금 전에 그렇게 매섭게 암장에 타서 눌은 부분이 고작 몇 분 만에 허물을 벗고 새로운 피부 한 겹이 돋아났다.
이것이 바로 진화인가.
두변이 물었다.
‘시스템, 당신이 원한 진화가 이런 겁니까?’
‘이건 내가 상상했던 것과는…… 다르다. 적어도 신체가 다치면 쾌속으로 회복하는 능력은 내 계획에는 없었다. 교룡의 혈맥에도 애초에 그런 능력이 없고.’
두변은 당황했다.
그럼 이 능력은 어디에서 온 건데?
두변은 자신의 새로운 능력을 끊임없이 시험해 보았다.
온몸에 현기 내력을 주입하자마자, 온몸이 가느다란 비늘로 뒤덮였다. 비수를 꺼내서 비늘을 힘껏 그었지만 옅게 흔적만 남을 뿐이었다. 비금으로 제작된 검으로 긋자 이번에는 상처 한 줄이 생기긴 했지만, 그것도 아주 짧은 시간에 바로 사라졌다.
꿈속 시스템이 말했다.
‘이건 고작 진화의 첫 번째 단계일 뿐이다. 네가 수련해서 일정 정도까지 진화하고 나면 이 교룡 비늘 층은 상처도 남기지 않게 될 것이다.’
두변이 급히 현기 내력을 거둬들이자, 온몸 가득하던 촘촘한 금황색 비늘이 사라졌다. 그 상태를 유지하는 데에 현기 내력의 소모가 너무 심했다.
이어서 두변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구양진경을 운행해서 천지의 원기를 집어삼켰다.
이곳은 역시 이세계의 에너지가 침입한 장소다웠다. 천지 원기가 바깥 세상보다 짙어서, 적어도 다섯 시진이 걸려야 완전히 회복할 내력이 두 시진 정도면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