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330화 (330/648)

330장: 암장의 괴수

이어서 두변은 더욱더 놀라운 걸 깨달았다.

가부좌를 틀고 현기를 집어삼키며 토납을 하는 과정에서 그가 흡수한 것 중에 정상적인 천지 현기만 있는 게 아니라, 뜻밖에 단혼영 기운도 있었다.

단혼영이란 건 수많은 원통한 원혼의 기운을 의미한다.

바깥 세상이 귀신과 혼령이 없는 순수한 무공의 세계라면, 이곳은 이세계 에너지가 침범한 곳이라서 원통한 혼백이 생존할 수 있는 곳이었다. 물론 온전한 귀신은 아니고 그저 공중에 흩어져 있는 원념(怨念)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이건 무엇을 의미하는가.

두변이 단혼수를 잡으러 갈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다. 더는 단혼수의 눈을 파서 단혼영 기운을 집어삼킬 필요가 없었다.

이세계 에너지가 침입한 곳에서는 곧바로 직접 원혼의 기운을 집어삼킬 수 있을뿐더러, 그것으로 정신력 공격을 할 수 있다는 게 이번 진화를 통해 얻은 또다른 혜택이라 할 수 있었다.

검은 독수리가 고작 십여 분을 날아왔을 뿐이지만, 이곳은 절세 지하성과 무려 백여 리 떨어져 있었다.

거리가 너무 멀어서 두변은 능파미보를 사용하지 않고 그냥 달리기로 했다.

하지만 이내 또다른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자신의 체력이 많이 향상됐을뿐더러 기운이 남아돌았다.

온몸에 써도 써도 동나지 않을 힘이 생긴 것 같았다. 이것도 혈맥이 진화하면서 생긴 혜택이리라.

뿐만 아니라, 혈맥이 진화된 후로 두변이 숨을 멈추기만 하면 온몸의 모공에서 기운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게 차단시킬 수 있었다. 이렇게 하면 어둠 속에서 아무런 종적을 드러내지 않을 수 있게 된다.

그는 끊임없이 절세 지하성을 향해 달려갔다.

‘숙주, 너는 백여 년 전에 사공 일족이 어째서 멸족되었는지 생각해봤나?’

꿈속 시스템이 갑자기 묻자, 두변이 놀라서 반문했다.

‘당신은 원인을 알고 있습니까?’

‘전부 아는 건 아니다.’

‘당신은 모르는 게 없는 것 아닙니까?’

‘나는 당연히 모르는 게 많지는 않다. 하지만 이건 절세 지하성의 백년일겁(百年一劫)과 관계가 있다.’

두변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백년일겁이라뇨?’

‘절세 지하성은 백 년에 한 번 겁난(劫難)이 일어난다. 이 겁난을 넘기려면 성대한 제사가 필요하지.’

두변은 두 시진을 넘게 달려서야 마침내 절세 지하성의 대문 입구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문을 열어달라고 하자마자 문이 곧바로 열렸다.

문을 지키던 기천농이 두변을 보며 놀라워했다.

“두 족장, 무사했습니까? 당신이 독수리를 탄 요녀에게 잡혀가서 대성주께서 무사 백 명을 보내 추격하기까지 했습니다.”

“그 요녀가 중간에 나를 암장에 내던지더군요. 다행히 거대한 박쥐 한 마리가 날 받아줘서 잿더미가 될 운명은 피할 수 있었습니다.”

콰과광.

갑자기 또 한 차례 천지가 흔들렸다.

절세 지하성 전체가 격렬하게 흔들릴뿐더러, 심지어 어떤 곳은 갈라지기도 했다.

사람들이 벌떼처럼 달려가고, 완전무장을 한 정예병 한 무리가 연달아 서쪽을 향해 달려갔다.

곧 재난이라도 닥칠 것 같은 장면이었다.

“이게 무슨 일입니까?”

두변이 묻자 기천농이 답했다.

“절세보 밑에 대단히 강한 암장의 괴수가 살고 있습니다. 줄곧 아무 탈 없이 평안하게 지냈고, 몹시 평화로웠죠. 한데 무슨 이유 때문인지 그 괴수가 발광하기 시작해서 절세보 광장이 일부가 무너지고, 바닥에 수많은 균열이 나타났습니다.”

두변은 일전의 일이 떠올랐다. 절세보의 정책 회의에서 난쟁이 선지자 사공엽이 신령의 노여움을 샀다고 말하면서, 대지가 흔들리고, 천둥 번개가 내리치는 게 그 증거라고 했었다.

그것도 지하의 괴수가 발광해서 나타난 현상이리라.

지난번에 막추가 북명검파를 배반하고 도망쳤을 때, 천년사요를 풀어준 일도 있었다. 설마 그런 일이 재연된 것일까? 난쟁이 사공엽도 도망치기 전에 절세보 밑에 있는 거대한 암장 괴수를 풀어준 것일까?

꿈속 시스템이 말했다.

‘아니다. 이 암장 괴수는 천년사요 같은 근친의 산물이 아니다. 그것은 몹시 교활하며 흉악하다. 애초에 사공엽이 풀어주거나 꼬드길 수 있는 생물이 아니다. 그것이 발광하는 건 다른 이유가 있다.’

두변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내가 그 우물을 오염시켜서 그런 겁니까?’

‘그건 아니다. 하지만 그 우물을 오염시킨 결과는 몹시 심각하다.’

두변은 절세보를 향해 쏜살같이 달려갔다.

콰과광.

절세보는 절세 지하성의 통치 중심지로, 직경이 천여 미터밖에 되지 않는 크지 않은 천갱이었다.

천갱의 밑바닥에 거대한 광장과 대형 성루인 절세보가 있는데, 지금 천갱이 격렬하게 흔들리면서 바닥이 조각조각 갈라지고 있었다.

광장은 이미 3분의 1이 무너졌고, 그 아래에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은 굴이 나타났다.

장장 병사 수천 명이 이곳을 포위하며 전투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성주들은 전부 갑옷을 입은 채, 절세보 앞을 서성이는데, 애가 타긴 하지만 달리 손쓸 방법이 없었다.

콰과광.

지면이 다시 흔들리며 아래에서 포효성이 들려왔다.

두변은 서 있을 수조차 없었다.

사람들이 놀라 비명을 지르는 가운데 광장이 또 크게 붕괴되었다. 수백 평방미터나 되는 지면이 곧바로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은 동굴 속으로 떨어졌다.

괴수를 막지 않는다면 절세보의 천갱은 조만간 전부 붕괴하고 말 것이다.

“대성주!”

“대성주!”

동굴 아래쪽을 향해 소리치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났다.

두변이 기 소성주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대체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

기세와 기천은 성주가 두변을 보고 경악했다.

기 소성주가 말했다.

“두변, 무사한가? 내 부친께서 당신을 구하려고 백여 명을 보내 요녀를 추격하라고 하셨었는데.”

두변이 조금 전에 했던 변명을 다시 한 번 되풀이했다. 어쨌든 자신이 혈맥이 진화해서 목숨을 건졌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기 소성주가 말했다.

“당신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절세보 지하에 있는 이 암장 괴수가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발광하며 성을 내기 시작했다. 미친 듯이 부딪치는 통에 광장이 무너지고 말았어. 부천애 대성주께서 동굴 가장자리에 서서 그것과 교류하려고 시도하셨는데 그 괴수가 대성주를 잡아갈지 누가 알았겠나? 지금 그분의 생사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야.”

암장의 거대 괴수가 대성주를 암장 동굴 속으로 잡아갔다고? 그럼 거의 죽은 목숨이 아닌가?

두변은 대성주 부천애에게 몹시 호감을 갖고 있었다. 대성주가 정식으로 지지해줬기 때문에 자신의 일족이 절세 지하성에 들어와 살 수 있게 되었다.

대성주는 그만큼 몹시 공정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두변은 이곳에 있는 기천은을 제외한 나머지 성주 세 명과 심지어 대장로 한 명까지, 더할 나위 없이 걱정하고 두려운 표정이긴 하지만 슬쩍 기뻐하는 눈치라는 걸 깨달았다.

대성주 부천애의 죽음이 그들에게 반드시 나쁜 일은 아니라는 게 분명해 보였다.

기세 소성주가 말했다.

“부천애 대성주께서는 공정하고 사사로움이 없으셨지. 그분이 계신 덕에 우리 절세 지하성의 5대 부족이 수십 년간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고. 그렇지 않으면 여러 부족 간 갈등이 그렇게 깊은 상황에서 진작 전투가 벌어졌을 테지. 일단 부천애 대성주께서 돌아가셨다면 상상할 수조차 없는 결말을 맞게 돼.

게다가 이 상태가 계속되면 절세보가 붕괴해서 절세 지하성은 절대적인 중립을 지키는 대성주부를 잃게 돼. 그건 지하성 전체에 엄청난 재앙이지.”

두변이 물었다.

“그런데 어째서 대성주를 구하러 가는 사람이 없습니까? 저 괴수를 진정시킬 자가 없습니까?”

기 소성주가 대답했다.

“이미 수십 명이 내려갔지만 전부 비명횡사해서 대성주를 구할 수 없었네. 암장의 괴수는 애초에 진정시킬 수 있는 존재가 아니야.”

괴수를 막지 않으면 절세 지하성에 큰 재앙을 맞게 될 것이다.

대성주 부천애가 죽으면 대성주 자리를 쟁탈하기 위해서 4대 성주끼리 내전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었다. 그럼 두변의 일족에게도 전쟁의 여파가 미칠 것이다. 더군다나 두변은 절세 지하성의 군대를 눈독 들이고 있으니, 그들을 내전에서 죽게 내버려둘 수 없었다.

바로 그때, 꿈속 시스템이 말했다.

‘새로운 임무 시작: 대성주 부천애를 구하고, 강대한 암장의 괴수를 구하라.’

임무가 나타나자, 두변은 잠시 놀라서 어리둥절해졌다.

대성주 부천애를 구하는 건 알겠는데, 왜 암장의 괴수를 구해?

암장의 괴수가 저토록 강한 데다, 지금 발광하며 모든 걸 괴멸시키며 도살하는 와중인데, 지금 누가 누굴 구해줄 필요가 있단 말인가.

꿈속 시스템이 계속 말했다.

‘임무 포상: 두변은 절세 지하성의 새로운 성주가 된다. 성공적으로 대장로회와 절세 지하성의 최고 통치 계층에 진입하게 된다.

암장 괴수의 보물을 포상으로 얻게 된다.’

두변이 이를 갈았다.

‘시스템! 당신들은 점점 더 나를 함정에 빠뜨리는군요. 어째서 임무가 점점 더 위험해지는 겁니까?’

이런 종류의 암장의 괴수는 지난번 정신적 환상에서 본 적이 있긴 했지만, 극도로 무섭긴 마찬가지였다.

‘참, 이곳에서 제 화염 괴수의 알을 부화시킬 수 있습니까?’

‘안 되니까 그런 건 생각하지 말고, 일단 뛰어내려라. 이 임무를 완수하면 몹시 크나큰 포상을 얻게 된다.’

두변이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는 기천은 성주와 모든 대장로회를 향해 말했다.

“성주 여러분, 대장로 여러분. 제가 대성주를 구하러 가겠습니다. 제가 저 암장의 괴수를 진정시켜서 이번 겁난을 막겠습니다.”

그 말을 듣고 모든 이가 놀라 얼이 빠졌다.

조금 전에 고수 수십 명이 뛰어내렸지만 전부 손쓸 방법도 없이 곧바로 비명에 죽었는데?

두변의 무공이 그렇게 약하건만 그런데도 대성주를 구하고 암장의 괴수를 진정시키겠다는 거냐? 지금 농담을 하는 거냐?

모든 이의 경악하는 시선 속에서, 두변은 조심스럽게 붕괴한 동굴 가장자리로 가서 밑을 내려다보았다.

수백 미터는 깊어 보이는데, 주위가 온통 암장이었고 더할 나위 없이 거대한 괴수가 보였다. 괴수 몸에서 암적색의 무언가가 흐르고 있어서 유난히 무서워 보이는데, 그 괴수가 미친 듯이 포효하며 이리저리 부딪치고 있었다.

그건 순수히 발광하는 게 아니라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발산하는 것처럼 보였다.

괴수가 절벽에 부딪힘에 따라 절세보 광장이 격렬하게 흔들릴 뿐 아니라, 암장 불꽃이 사방으로 미친 듯이 뿌려졌다.

그 모습은 지옥 그 자체였다.

이대로 내려가면 그대로 죽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꿈속 시스템이 말했다.

‘안심하고 가라. 이번 임무는 난이도가 높지 않은 반면, 포상이 크다. 너는 새로운 성주가 될 수 있을뿐더러, 암장의 괴수에게 보물을 받게 될 것이다. 몹시 진귀하고 강대한 보물이야.’

두변은 심호흡을 한 뒤, 병사에게서 갈고리를 받아와서 적당한 곳에 고정시켰다. 그런 뒤 밧줄을 타고 동굴 깊은 속으로 미끄러지며 내려갔다.

밑으로 내려갈수록 온도가 점점 더 높아지면서 작열감에 온몸이 뜨거워졌다.

밑에서는 암장의 괴수가 계속 미친 듯이 발광하며 이리저리 부딪쳤다.

두변의 심장이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정도로 뛰었다.

장장 몇 분 뒤에 두변은 마침내 내려올 만큼 내려왔다. 바로 발 밑이 암장이었고, 드문드문 발을 딛고 설 수 있는 바위 몇 개가 있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두변은 고개를 돌려 대성주 부천애의 모습을 찾았다.

그렇지만 다음 순간!

거대한 눈 한 쌍과 시선이 마주쳤다. 더할 나위 없이 거대하고, 더할 나위 없이 공포스러운 불꽃 같은 붉은색의 눈이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두변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아우우!”

암장의 괴수가 포효하더니, 큰 입을 벌리고는 힘껏 빨아들였다.

두변은 지옥의 입구와도 같은 그것의 입 속으로 그대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괴수는 이렇게 고수 수십 명을 집어삼켜서 무참히 먹어버린 것이다.

암장의 괴수는 역시나 이번에도 두변을 씹어서 삼키려고 했다.

‘시스템! 이 빌어먹을 놈아!’

두변은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이어서 두변은 재빨리 정신력을 방출해서 빠른 속도로 말했다.

‘암장의 괴수! 나를 널 구할 수 있다! 널 구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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