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332화 (332/648)

332장: 이문회의 귀환

절세 지하성의 행동력은 정말이지 놀라울 정도였다.

고작 며칠 만에 절반이나 붕괴된 절세보 광장을 거의 다 보수해버린 것이다. 광장 아래에 지탱할 것도 없을 텐데, 대체 무슨 방법으로 광장을 보수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두변은 심호흡을 한 뒤, 계단을 따라 절세보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두변을 포함해서 고작 열네 명뿐이었다.

두변을 포함한 6대 성주와 대장로 여덟 명, 절세 지하성의 최고 권력자들이 모두 모인 셈이었다.

이번 최고 정책 회의에는 심지어 장로 이백여 명은 참가할 자격도 없었다. 그건 이번 회의가 절대 기밀을 요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정책 회의라는 의미였다.

“우리 생명의 은인이 왔구려.”

대성주 부천애가 두변을 보자, 하하 웃으면서 계단을 걸어 내려왔다. 열정적으로 그의 손을 잡아끌고 계단 위로 올라가서 대전 중앙의 긴 탁자의 가장자리로 갔다.

“이곳이 자네의 위치일세. 두변 성주.”

이곳은 절세 지하성의 가장 중앙에 있는 열네 자리로, 두변이 그중 한자리를 차지했다.

두변이 앉자, 열네 명이 전부 모인 셈이었다.

부천애 대성주가 말했다.

“오늘 개최할 회의는 절세 지하성의 최고 기밀 회의요.

다들 아시다시피 나는 올해 나이 백스물다섯이 되었소. 올해로 대성주로서의 내 임기가 끝날 것이오. 여기 계신 다섯 성주 가운데 두 분은 나이가 나와 비슷하니, 그렇다면 다음 대의 대성주는 나머지 세 사람 중에서 나오게 될 거요. 두변 자네도 포함되네.”

두변의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절세 지하성이 올해에 대성주가 바뀐다고?

지하성의 율법에 따라, 대성주는 6대 성주 안에서만 나올 수 있다. 여기 있는 6대 성주 가운데 두 명은 부천애와 나이가 비슷하니 대성주를 맡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두변을 포함한 성주 세 명이 대성주 자리를 놓고 겨루게 된다. 부천애의 아들이 일족의 성을 계승하기는 하지만, 한 부족이 대성주의 자리를 연임할 수는 없었다.

부천애가 말했다.

“물론 오늘의 최고 정책 회의에 좀더 중요한 일이 남아있소. 그건 바로 백 년에 한 번 치르는 혈제대전(血祭大典)이 곧 시작될 것이오.”

기천은이 두변을 쳐다보며 말했다.

“두 성주는 얼마 전에 왔으니 어쩌면 이것에 대해 잘 모르겠지. 우리 절세 지하성에 사실 인간만 사는 게 아니라 더 깊은 지하에 괴수가 꽤 많이 살고 있다네. 수백 내지는 천 마리나 되는 괴수들이 있지. 본래는 우리와는 철저히 차단되어 있었는데, 언젠가 엄청난 지진으로 지하에 있는 괴수와 우리 천갱이 이어지고 말았지. 바로 금지 구역인 심연 쪽이네.”

두변은 고개를 끄덕였다. 금지 구역인 심연이 괴수들과 절세 지하성에 있는 인간들의 연결 지점이라는 의미였다.

기천은이 말을 이었다.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 이백여 년 전에 우리 조부 대에서 괴수의 수령 유명대요(幽冥大妖)와 담판을 지었네. 그 결과 백 년마다 우리가 피의 제사인 혈제를 지내기로 결론을 냈지.”

“그럼 피의 제사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입니까?”

주위에 정적이 감돌자, 대성주 부천애가 웃으며 말했다.

“자, 자, 자. 역시 기존 관행에 따라 추첨으로 결정하지.”

이윽고 부천애가 첨통(籤筒)을 꺼내더니 말했다.

“두변 성주가 새로 왔으니 자네부터 뽑게.”

두변이 냉담한 표정으로 첨대 하나를 뽑았는데 길이가 짧았다.

부천애 대성주가 말했다.

“이런, 올해의 혈제대전은 두족이 맡아서 해줘야겠군.”

그때 기천은이 냉랭하게 말했다.

“날뛰는 괴수들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백 년마다 살아있는 사람 3천 명을 참수해서 피를 낸 후 신성한 우물에 부어야 하지. 3천 명의 피가 스민 신성한 우물물을 마시면 괴수들이 조용해지거든. 그렇게 하면 또 백 년간 평화를 유지할 수 있고. 이게 바로 혈제대전이지.”

신성한 우물이라고? 고결한 빛 같은 걸 발산하던 우물? 이미 오염된 그 우물?

이윽고 그곳에 있는 모든 이가 전부 두변을 쳐다봤다. 그들은 얼굴 가득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눈빛에는 잔인한 냉소가 가득했다.

두변의 심장이 차갑게 얼어붙었고 온몸의 솜털이 곤두섰다.

어째서 이들이 우리 4천 명을 이렇게 쉽게 절세 지하성에 들였을까. 어째서 자신이 그렇게 쉽게 6대 성주 가운데 한 명이 되고, 대장로회의 구성원이 되었을까.

그 이유는 부천애와 기천은의 눈에 두변의 일족 수천 명은 지하성에 들어오는 순간 희생양이 될 운명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보니 부천애와 기천은은 자기네가 아닌 다른 부족을 희생하기로 이미 결정을 내린 상태였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반발심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백 년 전, 사공 일족은 6대 부족 최강의 일족이었다.

덕분에 나머지 부족들은 진작에 그들을 눈엣가시처럼 생각했다. 결국 나머지 다섯 일족이 연합해서 사공 일족을 함정에 빠뜨리면서 사공 일족 수천 명의 피로 혈제를 지내려고 했다. 당연히 사공 일족이 그 일을 원치 않았고 내전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5대 부족은 손을 잡고 사공 일족을 멸망시킨 셈이었다. 그리고 살아있는 사공 일족 포로 수천 명의 피로 금지 구역인 심연 밑에서 날뛰는 괴수들에게 제사를 지냈다.

이제 이들은 다시 손을 잡고 혈제대전을 두변에게 떠넘기고 있었다.

혈제대전을 책임지고 살아있는 사람 3천 명을 희생시킨다는 건 4천여 명밖에 없는 두족에게는 멸족이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사람들 참수해서 그 피를 괴수들에게 먹인다?

기음음의 말이 옳았고, 두변의 직감이 맞았다.

애초에 이 세상에는 공짜로 밥을 떠먹여주는 사람은 없다. 부천애와 기천은이 그토록 두변을 지지해준 것 자체가 비정상적인 일이었다.

부천애가 두변을 바라보며 웃었다.

“두 성주가 이토록 젊은데 혈제대전을 책임지려 한다니, 또 우리 절세의 지하성에 크나큰 공을 세워주겠군.

최고 정책 회의에서는 두변 성주가 일족 3천 명을 이끌고, 금지 구역 심연으로 가서 유명대요와 괴수들에게 피의 제사를 지내는 것으로 안건을 통과하겠소.”

부천애가 냉소를 지으며 물었다.

“두변 성주, 설마 항명을 하지는 않겠지?

여봐라, 8천 대군을 두성(杜城)에 파견하라. 두족 3천 명을 선발해서 혈제를 진행한다!”

부천애 성주가 명령을 내리더니 두변을 쳐다보며 웃었다.

“두변 성주, 가게나. 우리가 자네가 혈제를 지내는 걸 봐줌세.”

이윽고 부천애와 기천은이 다가가 좌우에서 두변을 잡았다.

나머지 성주들과 대장로 여덟 명도 함께 그를 포위했다.

그와 동시에 시스템이 말했다.

‘새로운 임무, 피의 제사, 정식으로 개시!

임무 포상, 절세 지하성을 정복해서 대성주가 된다.’

백색성은 여전히 쥐죽은 듯이 조용한 공성이자 죽음의 성이었다.

여완완이 성문 입구에 서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군대를 바라봤다. 7, 8천 명으로 구성된 군대인데, 장거리를 고생스럽게 행군한 탓에 대단히 피곤해 보였다.

그들의 선두에 있는 장수는 환관이었다.

대녕 제국의 주(駐) 안남 왕국 총관 이문회였다.

그의 7, 8천 대군은 먼저 배를 탄 다음에 상륙해서 십여 일을 행군한 뒤 마침내 백색성 입구에 도착했다.

거대한 성벽을 바라보며 이문회만 내심 기대하고 있던 게 아니라, 그의 밑에 있는 병사들도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드디어 쉴 수 있겠구나. 드디어 집에 들어갈 수 있겠구나!

이문회도 조금 감격했다. 의자 두변을 볼 수 있을뿐더러, 그와 나란히 전투를 치를 수 있음을 감사히 여겼다.

예전이라면 동창의 정보력이 몹시 신통한 수준이었지만 광서에 급변이 일어나서 엄당, 계왕, 진남 공작부 등의 세력이 뿌리째 뽑힌 뒤로 모든 게 달라졌다.

이문회가 마지막으로 받은 정보는 두변이 계왕의 기병 6백 명을 이끌고 백색성에 주둔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두변이 고작 2, 3천 병력을 가지고 고립된 성을 지킨다는 소식을 들은 이문회는 황제의 호의와 진남공 송결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북상해서 두변과 함께 전투를 치르려고 했다.

두변이 연달아 기적을 만들어내기는 했지만 아직 아이에 불과했다.

두변은 백색부를 떠날 적에 전서구 수십 마리를 보내서 이문회에게 밀서를 전했다. 하지만 이 전서구의 경유 지점마저 방계 집단에게 점거되면서, 그 밀서를 받은 건 광서 제독 원천조였다.

“부자의 깊은 정이 퍽 감동스럽기도 하군. 이 어리석고 고지식한 환관 놈더러 죽으러 가라고 해라.”

이윽고 방계 집단의 사람이 서법의 대가를 찾아서 두변의 필적을 모방했다. 본래 밀서에는 두변이 의부에게 자신에게 달리 계획이 있으니 절대로 북상하지 말라고 쓰여 있었다. 하지만 방계 집단의 사람이 밀서의 내용을 구원을 청하는 서신으로 바꾸었다.

의자에 대한 마음이 절절하던 이문회는 밀서를 받고는 곧바로 군대를 이끌고 북상했다.

진남공의 십만 대군은 몇 차례 격전을 거친 뒤, 현재 8만여 명만 남은 상태였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이문회에게 8천 대군을 내어줬다.

“두변 등을 구하면 전투에 더 이상 연연해하지 말고 곧바로 안남 왕국으로 물러나야 하오.”

진남공이 신신당부했다.

여창 국왕도 거듭 당부했다. 두변을 구한 뒤에는 절대로 혼자 막다른 곳에 있지 말고, 반드시 물러나서 안남 왕국의 경내로 돌아오라고 말이다.

그렇게 이문회는 주장(主將), 옥진 군주는 부장(副將)을 맡아서 8천 대군을 이끌고 북상해서 두변을 구하러 온 셈이었다.

그렇지만 그들이 백색성 성문에 도착했을 때 이곳은 이미 죽음의 성이자 공성이 된 후였다.

모든 이의 낯빛이 바뀌었고, 옥진 군주마저 얼굴이 창백해졌다.

여완완이 말했다.

“두변은 도망쳤다. 이십여 일 전에 도망쳐서 흔적 없이 사라졌지.”

“그럴 리 없다! 두변은 절대로 도망칠 리 없어.”

옥진 군주가 단호하게 말했다.

여완완은 옥진 군주에게는 대꾸도 하지 않고 이문회를 쳐다보며 말했다.

“이문회 공공, 당신이 북상하는 길에 아무도 막지 않아서 이상하다고 생각했겠지?”

“내 발로 덫에 걸려들었을 뿐이다.”

이문회가 말했다. 광서로 상륙한 뒤로 늘 누군가에게 감시를 받는 느낌을 받곤 했었다.

여완완이 말했다.

“그래, 제 발로 덫에 걸려들었지!”

여완완이 호각을 꺼내 휘익 불었다.

우르르르르.

서쪽, 북쪽, 동쪽에서 빼곡하게 병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장장 2, 3만 대군이었다.

진정한 덫을 쳐놓은 상태였다. 북쪽, 서쪽, 동쪽 모두 병사들이 기다리고 있었고, 유독 남쪽만 비워두어서 이문회가 그쪽으로 들어오게 만들었다.

이문회도 의외라고 여기지는 않았다. 그가 보낸 척후병 몇 무리가 모두 돌아오지 않았으니 이미 짐작하던 바였다.

“항복하겠나?”

여완완이 물었지만 이문회는 빙긋 웃을 뿐이었다.

여완완이 말을 이었다.

“항복하지 않는 게 가장 좋지. 나는 당신이 항복할까봐 걱정했거든. 부왕이 등극하시는 데 대규모 피가 필요할뿐더러, 수많은 자의 목과 새빨간 피를 화신(火神)께 바쳐야 하지. 두변이 도망쳐서 도살할 대상이 없을까 걱정했는데 이제 당신들이 왔으니, 아주 잘 됐어. 좋아.”

이문회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말했다

“여 낭자가 다른 할 말이 없다면 나는 이만 성으로 들어가겠다.”

“들어가시죠!”

여완완의 말에 이문회가 7, 8천 대군을 이끌고 백색성으로 진입했다.

뿌우우우!

호각이 울려 퍼지고, 여씨의 2, 3만 대군도 끝도 없이 늘어서서 백색성에 다가갔다.

성벽 위에 선 옥진 군주가 비분에 찬 말투로 물었다.

“이문회 대인, 두변이 정말로 성을 버리고 도망친 걸까요?”

“그럴 리 없습니다. 그 애는 반드시 돌아올 겁니다. 그 애가 백색 자작이자 백색 지부입니다. 이곳은 그 애의 성이니, 절대로 버릴 리 없습니다. 기왕 그 애가 이곳을 잠시 떠나있으니, 제가 아비로서 당분간 그 애 대신 이곳을 지켜야지요.”

옥진 군주가 물었다.

“만약, 그가 늦으면 어쩌죠?”

“제국에 영웅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제국을 위해 희생할 사람도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한 시진 뒤에 여씨의 3만 대군이 백색성을 포위한 뒤, 철저히 봉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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