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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관무제-336화 (336/648)

336장: 목을 쥐고

5시간 51분!

시스템이 그의 머릿속에서 노선을 알려주었다.

‘숙주, 잠시 후에…….’

꿈속 시스템이 입을 열었지만, 곧바로 두변이 말을 끊었다.

‘당신이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어요.’

꿈속 시스템은 두변에게 어떻게 유명대요를 격파해야 하는지 알려주려고 했다.

절세 지하성에 진입한 뒤로 모든 노선과 계획은 다 꿈속 시스템이 기획했었다. 두변도 그 점을 이해하고 지금까지 따라왔지만 그렇다고 해서 두변이 계속해서 시스템의 계획을 그대로 따를 것이라는 기대는 금물일 것이다.

꿈속 시스템이 기획한 노선은 몹시 잔인하고 사상자가 너무 많았다. 사명을 위해, 제국을 구하기 위해 그 노선을 따르긴 했으나,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었다.

일각 뒤, 두변은 심연 입구 쪽에 있는 성루에 도착했다.

이제는 더 이상 백년사요도, 거대한 사자 두 마리가 그곳을 지키지도 않았고, 성루도 괴수들과 충돌한 탓에 이곳저곳이 무너져 있었다.

두변은 벽사단과 화마주를 꺼내서 전부 입에 넣었다. 두 구슬 모두 크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두변의 얼굴이 못 봐줄 정도가 되어버렸을 테니까.

그런 뒤, 두변은 다시 심연의 지하 통로로 깊숙이 들어갔다.

이제 그 귀여우면서도 겁에 질린 이끼들은 지면에 바싹 달라붙어 있었고, 그러니 지하에는 산소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위협적이지 않는 생명이 접근하고 있다는 걸 느꼈는지 이끼들이 조금씩 벌어지면서 희미하게나마 산소를 내뿜었다.

두변은 다시 평평한 대에 도착해서는 신성한 우물 앞에 도착했다.

“유명대요! 제가 왔으니 나타나 주십시오.”

두변이 큰소리로 외쳤으나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결국 두변은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오염된 우물 속으로 힘차게 뛰어내렸다.

얼마나 오래, 또 깊이 가라앉았을까.

갑자기 그대로 추락하고 말았다.

이곳이 진정한 지하 심연의 세계로, 온도가 낮아서 몹시 추웠다.

손을 뻗어도 손가락조차 보이지 않았다. 오직 저 멀리 거대한 지하 궁전에서 기이한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자세히 살펴봐도 그 궁전을 무슨 재료로 지었는지 알 수 없었다. 궁전 자체는 새하얀 색이었으나 푸르스름한 빛이 흐르고 있을 뿐 아니라, 공포스러우면서도 강한 기운을 발산했다.

그건 아마도 지하 괴수들의 최고 수령이자 절대적인 패주, 유명대요의 궁전일 것이다.

“두변, 너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저번에 나는 너의 특수한 혈맥 때문에 너를 죽이지 않고, 한번 놓아줬다.”

유명대요의 무시무시한 목소리가 또다시 울려 퍼졌다.

수많은 남자와 여자의 목소리가 한데 뒤섞인 목소리.

차라리 제 귀를 멀게 하지 못하는 게 한이 될 정도로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목소리였다.

그것은 사자(死者)의 목소리였다.

유명대요가 냉랭하게 말을 이었다.

“네가 또 한 번 내 앞에 나타난다면 죽는 길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까지 말할 테니, 알아서 처신해라.”

그 뜻은 몹시 명확했다. 두변이 지금이라도 이곳을 떠난다면 그의 특수한 혈맥을 봐서 살도록 놔줄 테지만 자신의 궁전에 굳이 오려고 하면 그에게 죽을 길밖에 없다는 뜻이리라.

유명대요가 얼마나 강할지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괴수들이 얼마나 강한가? 괴수 무리 중에서 우두머리 역할을 하는 거대한 괴수들은 또 얼마나 강한가? 그런데 유명대요는 그 괴수들이 가득한 지하 세계의 패주였다.

두변은 몇 초간 멈칫했다가 계속 앞으로 전진했다.

그 푸르스름한 대전과 가까워질수록 죽음의 기운이 더 짙어졌다. 대전에 들어선 뒤에야 놀랍게도 이 궁전이 백골로 지어졌음을 확인했다.

켜켜이 쌓아진 백골이 전부 다 인간의 백골이었다.

바닥은 사람의 발뼈로 만들어졌고, 기둥은 사람의 다리뼈, 벽은 사람의 늑골, 지붕은 사람의 두개골, 처마는 사람의 팔뚝뼈로 만들어졌다.

이건 두변이 봐왔던 궁전 중에 가장 무시무시한 궁전이었다. 춥지 않은 데도 몸서리가 쳐졌다.

앞에 궁전의 계단이 있었다.

거기에 한 걸음을 내디딘다는 것은, 곧 유명대요에게 결례를 범하는 셈이니, 그것이 곧 공격을 가할 것이다.

두변은 숨을 내쉬고 발을 들어서 백골 대전의 첫 번째 계단을 밟았다.

그 순간 지면에서 수많은 역귀의 촉수가 뻗어져 나와서 두변의 두 다리를 확 껴안았다.

이어서 벽에서, 지붕에서 갈라져 나온 뼈들이 새로 온전한 해골 모양을 만들더니 미친 듯이 두변에게 달려들며 필사적으로 그를 물어뜯었다.

새빨간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두변은 온몸의 피와 살이 깨끗하게 뜯겨 나가고 머리통 하나만 남았다.

유명대요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두변, 난 너에게 경고했다. 네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것이다.”

이어서 거대한 해골 병사가 앞으로 나오더니 거대한 검으로 두변의 머리를 겨누더니 힘껏 베어버렸다.

“죽어라, 두변!”

솩!

온 세계가 철저히 암흑에 잠기고, 두변의 몸이 털썩, 쓰러졌다.

“죽을지 살지도 모르고 덤벼드는 비천한 놈 같으니라고!”

유명대요가 냉랭하게 말하더니, 더할 나위 없이 괴상하게 웃기 시작했다.

“끌끌끌끌!”

하지만 1초 뒤, 두변은 땅에서 일어나서 다시 눈을 떴다.

바닥에서 올라와 그의 두 다리를 껴안고 있던 역귀가 사라졌고, 해골 병사들도 사라졌다. 그의 몸은 다친 곳 하나 없이 온전해서, 피와 살이 뜯기지도 않았고, 목이 잘리지도 않았다.

방금 전의 모든 건 환각에 불과했다.

두변은 계속 앞으로 걸어가서 대전 안에 진입했다.

유명대요는 대전 중앙에 떠올라 있었다. 저승의 화염과도 같은 유명대요의 두 눈이 두변을 노려봤다.

“비천한 인간, 너는 사는 게 지겨운가 보구나!”

유명대요가 소리친 뒤 뼈만 남은 오른손을 높이 들어 올렸다. 손바닥 위로 녹색 화염 덩어리가 나타나더니 두변을 향해 날라왔다.

쾅!

녹색 화염이 맹렬하게 폭발하면서 두변의 몸이 다시 산산조각 나 버렸다.

하지만 다시 눈을 감았다 뜨니, 두변은 또 처음처럼 온전한 몸으로 돌아왔다.

모든 건 저것이 만든 환각이었다.

두변은 검을 뽑아서 유명대요에게 달려들었다.

순간, 유명대요 이마의 제3의 눈이 활짝 떠지더니, 더할 나위 없이 무시무시한 귀혼(鬼魂) 기운을 내뿜었다.

백골 대전 안에 처절하게 통곡하는 혼귀의 울음소리가 가득했다.

유명대요가 펼치는 정신력 공격은 두변보다 몇 배나 고강했지만, 그럼에도 소용이 없었다.

예전 같았으면 두변도 곧바로 혼을 빼앗기고 순식간에 행시주육(行尸走肉: 걸어다니는 시체)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단혼영 기운이 그의 혈맥 속에 침투되었으니, 어떻게 보면 두변도 단혼영과 동류가 된 셈이다.

그러니 단혼영 공격을 두변에게 퍼부어도 전혀 효과가 없었다.

두변은 순식간에 유명대요 앞까지 달려가서 손에 든 검으로 힘차게 베어버렸다.

솩, 솩.

유명대요의 두 다리가 잘렸다.

솩, 솩, 솩.

두변은 끊임없이 베고 잘랐다.

순식간에 유명대요의 장포가 자잘하게 찢기고, 그의 모든 뼈가 잘린 후 머리통만 남았다.

두변이 힘차게 달려가서 단숨에 그의 가면을 벗기자 그 하얗고 괴상하던 얼굴 대신 단혼수 하나가 나타났다.

맞다. 예전에 두변이 본 적이 있던 키가 1미터도 되지 않는 그 종류였다.

단혼수는 몹시 기이한 괴수로, 그것의 눈에는 수많은 역귀의 원혼이 담겨 있어서 그 눈을 한 번이라도 보게 되면 상대방은 혼백을 빼앗기게 된다. 하지만 그 신체가 극도로 허약해서 애초에 아무런 전투력도 없었다.

절세 지하성의 사람들에게 단혼수는 무적이라 할 수 있었다. 그것이 사람의 눈을 한 번만 보면 즉시 그 사람을 없애버릴 수 있으니까.

그에 비해 두변은 단혼수의 여러 가지 환각 공격을 간파하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게다가 단혼영 공격을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이렇게 되니, 단혼수는 두변 앞에서 대단히 약한 존재일 뿐이었다.

두변은 단번에 단혼수의 목을 잡고서 냉소했다.

“내가 봤던 단혼수는 모두가 머리가 나쁘고 지혜랄 게 없더군. 그런데 너는 좀 다른데?”

유명대요는 제 진면목이 폭로되자, 즉시 풀이 죽어서는 더할 나위 없이 낙담한 기색으로 중얼거렸다.

“이 신성한 우물 속에 있으니 점점 지혜가 생기더군.”

“다른 괴수들은 어떻게 통제한 거지?”

두변이 묻자 가짜 유명대요가 답했다.

“아주 간단해. 내가 정신력을 사용해서 그것들의 부모를 전부 행시주육으로 만들었거든. 그런 뒤, 그것들의 알을 하나씩 부화시켰다. 부화한 괴수들은 세상에 나온 뒤 처음으로 나를 보게 됐으니, 나를 어미로 여기면서 전적으로 내 명령에 따르는 거지. 물론 지능이 높은 괴수는 전부 내가 제거했지. 나는 머리가 단순하되, 행동은 난폭한 괴수만을 원하거든.”

“어째서 유명대요의 모습으로 변한 거지?”

“난 너무 작아서 반드시 커지고, 더할 나위 없이 공포스러워져야 했어. 그래야 충분히 위협적일 테니까. 수백 년 동안 절세 지하성의 성주들은 나를 신처럼 숭배하고 나를 대단히 두려워했다. 한데 너, 너 같은 비천한 인간이 하필이면 나를 간파해서는 아악……!”

단혼수가 말이 끝나기도 전에 처참하게 비명을 질렀다. 두변이 그것의 가느다란 목을 힘껏 비틀었던 것이다.

두변이 말했다.

“너도 제법 연기를 잘했어. 나도 간파한 지 얼마 안 되었거든. 자, 우리 다시 유명대요를 연기하도록 하지.”

두변은 떨어진 뼈들을 다시 잘 연결해서는 더할 나위 없이 약소해 보이는 단혼수를 무시무시한 유명대요로 변장시켰다. 다만 그것 이마의 제3의 눈은 가렸다.

그런 후 단혼수의 목을 쥐고 천갱으로 재빨리 돌아갔다.

두변이 떠난 지 3시간이 지났다. 임무 카운트다운이 끝나기까지 아직 시간이 절반이나 남았다.

두변의 천갱에서는 여전히 피비린내 나는 전투가 계속되고 있었다.

대형 출입구 십여 개에 세워진 방어선에서 여전히 병사들이 힘겹게 버티고 있었다.

본래 정예 대군이 5만이 있었지만 지금은 4만도 채 안 되는 인원만 남은 상태였다.

3시간 만에 무려 최정예 무사 1만여 명이 괴수들의 앞니와 날카로운 발톱에 처참하게 죽었다. 전장에는 시체도 남지 않은 채 새빨간 피만 가득했다.

괴수 쪽에도 사상자가 처참해서 사방에 시체로 가득했다. 하지만 동굴 속에서 괴수들이 끊임없이 밀려나오고 있었다.

천갱 안의 평민 십여만 명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하늘에 구해달라고 기도를 올렸다.

부홍빙은 1시간이 1년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그녀는 간절히 기도했다.

‘두변 성주, 당신이 정말로 기적을 만들 수 있다면 빨리 움직여 줘요. 조금 더 늦으면 우리 최정예 병사들이 전부 죽어버릴 거라고요!’

정예 무사들이 한 명씩 쓰러지는 걸 볼 때마다 부홍빙과 기세 소성주는 마음이 타들어갈 정도로 아팠다.

그런데 바로 그때.

콰과광.

큰소리가 울리더니 천지가 흔들렸다.

이건 단순히 괴수 한둘이 발작하는 게 아니라 지진이었다.

모든 괴수뿐 아니라 대군까지도 당황했다.

‘이런 시기에 지진이 일어나다니?’

‘하늘이 절세 지하성을 보우해주지 않는구나!’

갑자기 천갱의 한 모퉁이가 무너지더니 어두컴컴한 구멍이 나타났다. 지금 지진이 나서 천갱에 새로운 출입구 하나 더 생긴 셈이었다.

부홍빙은 미칠 지경이었지만 큰소리로 외쳤다.

“빨리 3천 명을 보내서 저 입구를 지켜라. 괴수들이 저쪽에서 뛰쳐나오게 해서는 안 돼.”

무사 수천 명이 미친 듯이 그쪽 입구로 달렸다.

그와 동시에 두변 머릿속의 시스템이 갑자기 소리쳤다.

‘상황이 급변했다!

카운트다운이 겨우 1분만 남았다!

59초!

58초!’

두변은 경악했다. 그는 전력을 다해서 고작 3시간 만에 유명대요를 격파하는 임무를 완수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이 갑자기 급변해서 이제 겨우 1분만 남게 되었다고?

물론 지진이 일어나면서 단숨에 상황이 급변했음을 추측할 수는 있었다. 지진으로 인해 새로운 통로가 생겼고, 괴수들이 미친 듯이 그쪽으로 달려나가는 중일 것이다.

괴수들이 그 출구로 달려나가면 절세 지하성의 평민 십여만 명을 전부 학살할 것이다. 두변의 일족, 유모, 누이 등 모두가 괴수들 틈에서 죽어버릴 것이다.

그 생각이 들자 두변은 유명대요의 목을 쥐고 능파미보를 펼쳐서 재빨리 달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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