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340화 (340/648)

340장: 도룡검

사공엽은 두변을 데리고 황폐해진 화원을 찾았다.

“두변, 너는 떠날 때 그들 모녀를 데려갈 거냐?”

사공엽이 말한 모녀는 당연히 그의 딸과 얼굴이 망가진 여인이었다.

두변이 물었다.

“그들을 찾아갔으면서 어째서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습니까?”

사공엽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이 사람은 이미 열등감이 극에 달해서 그 모녀와 만날 용기가 전혀 없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에는 희망이 가득했다.

그 모녀를 보호하고, 그들에게 행복한 나날을 살게 해주는 것이 그의 평생의 사명이 되었다. 하지만 절대로 모녀 앞에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가 그 말을 묻는 건 두변이 그 모녀를 자신을 통제하기 위한 인질로 삼을 건지 알고 싶어서였다.

두변이 답했다.

“당연히 그들을 데려가지 않습니다. 그 두 사람은 이곳에 남을 겁니다.”

“그럼 내가 그들을 데리고 간다면?”

“당연히 상관없죠.”

난쟁이 선지자가 다시 물었다.

“너는 막지 않을 거냐?”

“지금 바로 그들을 데리고 가도 상관없습니다. 한데 그럴 용기는 있습니까?”

난쟁이 선지자가 고통스럽게 얼굴을 실룩거렸다. 그렇다. 그는 그럴 용기가 없었다. 그는 절세 지하성의 모든 이를 죽일 용기는 있었지만, 자신의 딸과 자신의 여인과 만날 용기는 없었다.

더군다나 그는 자신의 딸이 ‘너는 난쟁이 괴물의 딸이야.’ 하고 손가락질받는 게 두려웠다.

사공엽이 어느 거대한 나무 옆으로 다가가더니, 거대한 나무줄기에 원 몇 개를 그리고는 물약을 꺼내서 나무껍질에 발랐다.

그 순간 두꺼운 나무껍질이 사라지더니 나무줄기에 문이 하나 나타났다.

“용기가 있으면 나를 따라오거라.”

두변은 그를 따라 들어갔다.

이제 보니, 이곳은 뜻밖에 지하 통로의 입구였다.

계단을 따라서 두 사람은 계속 아래로 걸어 들어갔다.

이곳에도 사방에 산소를 뿜어내는 이끼가 있었다. 사람이 들어온 걸 느끼기라도 했는지 이끼들이 필사적으로 산소를 내뿜었다.

장장 지하 수천 미터까지 깊이 들어가자 동굴 하나가 있는데, 안쪽 곳곳이 푸르스름하게 형광빛을 발산하는 걸 보니, 특수한 금속 광물인 모양이었다.

우라늄 종류의 방사성 광물은 아니었다.

신비한 광산 안으로 깊이 들어가자,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이곳의 중력이 갈수록 적어지면서 종국에는 거의 떠다닐 지경이 되었다.

광산 동굴의 끝까지 깊이 들어가니, 그곳은 거의 무중력 상태라서 두변은 거의 공중에 떠 있었다.

신비한 광산 동굴의 끝에는 거대한 푸른색 광석 하나만 있었고, 그 아래에는 끝없는 심연이었다.

거대한 광석 위에는 검푸른 보검 하나가 꽂혀 있었다.

파바바박.

그 검푸른 보검 위로 무시무시한 푸른빛 번개가 미친 듯이 내리쳤다.

하늘이 아니라 지하인데도 이런 번개가 발생한다는 것은, 저 특이한 광물 때문에 특수한 자기장을 형성해서 엄청난 번개가 치는 게 분명해 보였다.

그 번개의 전압이 몇만 암페어는 넘을 듯했다. 즉 이 번개에 맞으면 설사 용이라 할지라도 불타 죽는다는 의미였다.

사공엽이 말했다.

“이 보검의 이름은 도룡(屠龍)검으로, 선조께서는 이게 이 세계에 속하지 않는 보검이라고 말씀하셨지. 더할 나위 없이 강대한 힘을 품고 있는 최강의 보검이라고 하셨다. 수백 년 전까지 이건 대성주들이 갖던 보검이었다. 도룡검을 가진 대성주들은 절세 지하성에서 무적이었다. 하지만 3백 년 전부터 더는 이 검을 뽑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이 검을 뽑으려고 한 모든 이가 번개에 맞아서 숯더미가 되며 비명에 죽었지. 그런 시간이 오래되자 이 절세 보검 도룡은 잊힌 채 이곳에 있게 된 것이다.”

‘시스템, 이 검이 정말로 그렇게 강합니까?’

두변이 묻자 시스템이 말했다.

‘네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해서 너를 완전히 놀라게 할 것이다.’

‘그럼 왜 내게 가져오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차마 그럴 수 없었다. 네가 번개에 맞아서 숯더미가 될까 봐 두려웠다.’

‘그럼 지금은요? 내가 번개에 맞아서 숯더미가 될까요? 이곳 공기가 모두 도체 같은데요.’

시스템이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네 진화가 내 계획과는 달라져서, 네가 번개에 맞아서 숯더미가 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할 수가 없다.’

‘이 보검이 정말 강합니까?’

‘대단히 강하다. 하지만 너는 내일 수만 대군을 이끌고 쳐들어가서, 왕의 귀환을 펼쳐야 하니 모험은 하지 말아라.’

난쟁이 선지자가 말했다.

“나는 몹시 전통을 따르는 사람이다. 게다가 나도 네가 나를 진심으로 대하는지 시험해 보고 싶다. 내가 너에게 검을 뽑으라고 하는 건 너를 해치고 싶기 때문일까? 너는 나를 믿느냐? 네가 만약 이 도룡검을 뽑는다면 너는 하늘이 정해주신 절세 지하성의 대성주라는 뜻이니, 나는 평생토록 너에게 충성을 바치며 네 사냥개가 되겠다.”

뒤틀린 사람은 역시나 뒤틀린 사람답게 제시하는 조건도 이렇게 괴상한 모양이다.

“물론 네가 검을 뽑다가 무참히 번개에 맞아서 숯더미가 된다고 해도 나를 탓하지 말아라. 네 운명이 진정한 대성주가 아니라는 걸 탓할 수밖에.”

꿈속 시스템이 말했다.

‘숙주! 너는 내일 군대를 이끌고 쳐들어가야 한다. 나는 너에게 모험을 하지 말라고 충고하겠다!’

두변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눈을 감고, 자신의 신체와 혈맥을 느껴 보았다.

그런 뒤 몇 걸음 걸어 나와서 한 손으로 도룡검을 힘껏 쥐었다.

‘내가 이걸 뽑을 수 있을까?’

그 순간 강력한 전류가 순식간에 두변의 머리를 내리쳤다.

대단히 강력한 에너지였다.

도룡검이 포효를 하는 듯도, 울부짖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더니 파바바박, 소리를 내면서 번개가 미친 듯이 두변에게 내리쳤다.

어떤 사람이든 잿더미로 만들 수 있을 정도의 번개가 미친 듯이 두변 몸에 내리쳤고, 점점 더 많은 번개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수많은 번갯불이 번쩍이면서 두변의 온몸이 거의 투명해질 지경이었다.

우르르르!

두변의 온몸에서 눈부신 빛이 번쩍이더니, 수많은 번갯불과 불꽃을 완전히 집어삼켜 버렸다.

솩.

그 파멸의 빛이 난무하는 가운데, 두변은 절세 보검 도룡검을 힘껏 뽑아버렸다.

파바바박.

두변은 도룡검을 높이 들어 올렸다. 번개가 또 한 차례 연달아 검 위로 내려치더니 두변의 몸으로 흘러들었다. 번갯불의 불꽃들이 용이 헤엄치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 순간 두변의 모습은 몹시 전율적이기까지 했다.

그 장면을 본 난쟁이 선지자 사공엽은 놀라서 넋이 나가고 말았다.

그는 극도로 복잡한 사람으로, 두변을 완전히 증오하고 있었다. 두변이 그를 망쳤기 때문에, 정확히 말하면 그가 두변에게 완전히 패배했기 때문에.

하지만 그는 또 두변에게 몹시 고마워하고 있었다. 두변 덕에 자신에게 딸과 여인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그 여인은 이미 얼굴이 망가진 데다, 한쪽 눈이 멀어버리고, 한 손도 절게 되었다. 심지어 상대방은 사공엽의 존재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사공엽의 마음속에서 그녀는 이미 자신의 여인이었다.

자신에게 여인과 딸이 생기자, 그의 인생에 희망이 차올랐다.

하지만 이대로 두변에게 굴복해서 신하가 되자고 하니, 스스로를 전혀 설득할 수 없었다. 그러니 그는 극도로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해서 두변에게 이 도룡검을 뽑으라고 한 것이다.

그는 두변이 검을 뽑을 수 있을뿐더러, 번개에 맞고도 죽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심 두변이 도룡검을 뽑을 수 있기를 갈망했다.

그런데…… 두변이 정말로 보검을 뽑아낼 줄이야. 수백 년의 시간을 사이에 두고 마침내 이 도룡검을 뽑아낸 사람이 나타나다니.

이제 사공엽은 자신을 설득시킬 수 있었다.

수백 년 전, 이 도룡검은 바로 대성주의 검이었다.

도룡검을 지닌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대성주이자, 무적의 대성주였다.

난쟁이 선지자 사공엽은 두변이 자신에게 충분한 이유를 찾아주었으니, 곧바로 한쪽 무릎을 꿇고서 말했다.

“연금술사가 대성주를 뵙습니다!”

본래도 몹시 키가 작은 사공엽이 무릎까지 꿇으니 더 작아 보였다. 하지만 두변은 몹시 정중하게 그를 내려다봤다. 사공엽 같은 사람은 극도로 고집스럽고 뒤틀린 자이긴 하나, 충성하기로 결정한 이상, 웬만해서는 다시는 배신하지 않을 게 분명했다.

두변이 도룡검을 내려놓자, 끔찍하던 번개 쇼도 끝이 났다.

두변은 앞으로 가서 난쟁이 선지자 사공엽을 부축해서 일으켰다. 그 순간 두변에게 남아 있던 전류가 사공엽에게 흘러들면서 온몸의 솜털이 빳빳하게 일어났다.

본래 몹시도 정상적인 물리 반응이겠지만, 사공엽은 이걸 일종의 하늘의 뜻이라고 해석했다.

사공엽은 내심 이렇게 생각했다.

‘역사상 유명한 군신(君臣)도 처음 만났을 때 어쩌면 이랬을지도 모르지. 뭔가 대단한 기운이 두 사람을 연결해주는 것처럼 말이야.’

사공엽을 부축해 일으켜 세운 두변은 도룡검을 내려다봤다.

검푸른 보검은 몹시 아름다우면서도 고풍스러웠다.

두변이 내력을 응집해서 내보내니 검기가 매섭게 발사되었다.

이 검은 현기 내력의 가용성이 몹시 높았지만 그것뿐이었다. 검기가 4, 5미터 정도 나간 뒤로는 완전히 흩어져버려서 애초에 육맥신검에도 견줄 수 없었다.

두변이 물었다.

‘시스템, 이 보검이 어디가 강합니까? 난 느끼지 못하겠는데요.’

‘너는 지금은 모르겠지만 전투가 시작될 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너를 완전히 전율시킬 것이다. 심지어 너의 전투를 완전히 바꿔놓겠지. 나는 이것이 너의 평생의 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꿈속 시스템은 중요한 대목에서 뜸 들이는 데는 가히 선수급이라 할 만했다. 왜냐하면 이 도룡검의 대단한 점을 곧바로 말로 꺼내는 건 너무 싱겁고 재미없지 않은가. 진정 전투를 치를 때 도룡검이 대단한 위력을 드러내야 더 전율적일 테니까.

다음 날, 하늘이 곧 밝아오려고 했다.

두평아는 두변의 품에 안겨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두변을 따라 함께 가겠다고 요구도 하지 않았다.

유모는 미소를 짓고 두변을 위해 짐을 챙겨줬다. 그녀는 아직까지도 딸이 시댁에서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알지 못했지만 지금이 가장 좋다고 생각했다.

어릴 때부터 함께한 두변과 두평아가 자라서도 계속 함께 있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었다.

두변이 유모를 가볍게 포옹한 뒤에 곧바로 뒤돌아 그곳을 떠났다.

성주부에서 나가니 바깥 광장에 3만 5천 대군이 대기 중이었다.

흰 늑대 기병 3백 명을 포함해서 4천 명에 가까운 최정예 기병과 보병 3만 명은 모두가 경이로운 갑옷을 입고 있었다. 모두 신장이 180센티미터 이상인 데다 건장했으며 등에 강궁(强弓)을 메고, 단검과 검을 허리에 차고 완전무장한 상태였다.

그 밖에 수레 수천 대에 각종 물자를 실었다. 대부분이 식량이고 나머지는 무기와 갑옷이었다.

절세 지하성에는 몹시 특수한 금속이 나는데 그걸 경금(輕金)이라고 불렀다. 경금은 밀도가 몹시 낮지만 인성(靭性)이 놀라울 정도였다. 그걸로 도검을 만드는 건 그다지 적합하지 않았지만 강노(强弩: 한 번에 화살 여러 개를 쏠 수 있는 활)를 만드는 데 매우 적합했다.

절세 지하성의 강노는 부피는 대녕 제국의 3분의 1에 불과했지만 위력은 더 강했다. 특히 대형 강노는 한 구 당 한 번에 장전(長箭) 열 발을 쏠 수 있을뿐더러, 사정거리도 200미터에 달했다.

이런 초대형 강노는 위력이 너무 강해서 평범한 활시위를 쓸 수 없기에, 전부 괴수의 힘줄로 만든 활시위를 썼다.

게다가 활차(滑車: 도르래. 바퀴에 홈을 파고 줄을 걸어서 돌려 물건을 움직이는 장치. 두레박, 기중기 따위에 이용된다.)가 있어야만 이런 초대형 강노를 당길 수 있었다. 하지만 경금은 밀도가 몹시 낮은 만큼 무게도 가벼워서, 강노를 고정시킨 뒤 병사 한 명이 조정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런 초대형 강노는 두변 대군의 비장의 무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수백 년 전부터 절세 지하성에 이런 초대형 강노를 총 천여 대나 모아놨는데 두변이 이번에 그것들을 모조리 챙겨갔다.

만약 화살에 맹독인 부식액을 묻힌다면 수성전에서 얼마나 놀라운 위력을 발휘할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