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3장: 일방적인 도살
이 군마들은 온몸에 갑옷을 두르고 있었고, 기병들은 판갑(板甲)에 연갑(軟甲), 게다가 쇄갑(鎖甲)까지 더해서 온몸을 보호한 상태였다.
퍽, 퍽, 퍽.
수많은 화살 비가 3천여 명의 진형에 떨어지면서 부딪치는 소리가 빽빽하게 울려 퍼지고 불똥이 눈이 부시게 튀었다.
군마 수십 마리가 처참한 소리를 내고는 곧바로 엎어지고 넘어졌다. 극도로 재수 없게도 다리에 화살을 맞은 것들이었다.
하지만 여언의 군대가 화살을 쏠 기회는 고작 이번 한 번에 불과했다.
백여 미터의 거리는 두변의 기병들로서는 고작 10초도 걸리지 않을 거리였다. 적군은 두 번째 화살을 시위에 물릴 시간조차 없었다.
두변의 검끝 진형이 여언의 대군과 미친 듯이 가까워졌다.
30미터, 10미터.
콰광쾅!
큰소리가 울려 퍼지고, 혜성이 지구에 충돌하는 듯한 대충돌이 일어났다.
철통 같은 방패 진형은 기병의 돌격을 막는 데에 확실히 쓸모가 있었다. 하지만 이들 기병들은 단순한 기병이 아니라 최정예 무사이자 고수였다. 그들이 타고 있는 것은 힘이 무궁무진하게 센 거대 늑대였다.
순식간에 돌진하는 속도가 시속 80킬로미터를 넘어섰다.
거대 늑대에 기사들의 무게까지 더하면 1톤이 넘었다.
그럼 방패 진형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순식간에 썩은 나무가 꺾이듯 진형이 무참히 찢어졌다.
가장 앞에 있는 방패가 곧바로 날아갔다. 손에 방패를 쥔 병사들은 오장육부가 다 짓이겨져서 피를 사방으로 뿜으며 죽었다.
쾅, 쾅, 쾅, 쾅.
점점 더 많은 낭기병이 더할 나위 없이 사납게 달려들어서 적군과 부딪혔다.
순식간에 수많은 방패가 날아가 버렸을 뿐만 아니라, 방패 뒤에 있던 수많은 병사까지 날아가서 피를 마구 뿜으며 죽었다.
“죽어라!”
두변은 왼손에 전도를, 오른손에 도룡검을 쥐고 돌격하는 기세 그대로 미친 듯이 적군을 베어버렸다.
두변의 뒤로 기병 3천여 명이 성난 파도처럼 미친 듯이 밀려들었다.
여언의 오귀진이 순식간에 중간에서 찢어지면서 중앙에 있는 병사 1만여 명이 기병들 앞에 그대로 드러났다.
두변의 기병 3천여 명이 그렇게 돌진하고 돌진해서 적군을 깔아뭉갰다.
그들이 지나간 곳마다 막아서는 이들은 전부 늑대 아래에 깔리고 말 아래에 다져져서 고깃덩이가 될 정도로 짓밟혔다.
진형 양쪽에 있던 병사들은 기병들의 검에 목숨이 날아갔다.
완전히 일방적인 도살이었다.
여언과 이도전은 놀랍게도 1분도 안 되는 시간에 자신의 2만여 대군에 사상자가 2, 3천 이상 났다는 걸 알아차렸다.
하지만 기병은 돌진하는 순간 놀라운 파괴력을 발휘하지만, 일단 돌진의 기세가 끝이 나서 주변에 둘러싸이면 기동성을 잃고서 거대한 학살의 목표가 될 뿐이다.
여언이 성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포위하라, 포위해!”
나머지 1만여 대군이 그 소리를 듣고 꿈에서 깬 것처럼 후퇴하면서 진형을 바꾸어 두변의 기병 3천여 명을 겹겹이 포위하려고 했다.
하지만 지하성의 최정예 기병들은 잠시 속도를 늦출 뿐 애초에 멈출 생각이 없었다. 성벽 앞까지 달려가지도 않고는 곧바로 오른쪽으로 돌아서 그대로 적군을 향해 돌진했다.
본래 수많은 군대에 둘러싸이면 군마는 더 이상 속도를 낼 수 없다.
하지만 두변이 거느린 낭기병 수백 명이 앞에서 길을 냈다. 거대한 늑대들은 군마보다 더 민첩하고 사나워서, 잽싸게 앞으로 돌진하면서 그 뒤로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그 뒤를 따르는 군마로서는 전속력으로 돌격이 가능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두변은 기병 3천여 명을 이끌고 되돌아와서 미친 듯이 적군을 참살했다.
특히 낭기병 수백 명은 그야말로 살신(殺神)과도 같았다.
거대한 늑대들은 머리에 투구가 씌워져 있는데 투구에는 날카로운 뿔이 달려있었다.
이제 거대한 늑대들은 심지어 따로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제 투구로 적군을 쳐올리고, 목을 물어뜯은 후 발톱으로 세차게 찢었다.
장장 30여 분이 지난 뒤.
두변의 기병 3천여 명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기력이 떨어지면서 사상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언의 2만 대군에서는 사상자가 이미 3할을 넘어섰다.
땅에는 피와 살이 낭자할뿐더러 사방에 시체가 가득했다.
부상을 입은 병사는 거의 없고, 곧바로 전사한 이는 셀 수 없었다. 게다가 극도로 처참한 모습으로 죽었다.
마침내 나머지 병사들도 더는 버티지 못하고, 사기가 무너져서 사방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장장 30여 분간 지속되었던 피비린내 나는 격전을 겪은 뒤, 여씨 군대는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여언이 필사적으로 외쳤다.
“도망치면 안 돼! 도망치지 마라! 두변의 기병들도 이미 기력이 다했다!”
여언이 직접 군마를 타고 미친 듯이 도망치는 병사들을 추격해서 가로막은 뒤, 손에 쥔 검을 끊임없이 휘두르며 도망치는 병사들을 참살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군대가 패주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도망치면 내가 너희의 구족까지 죽여버릴 것이다!”
여언이 완전히 격노해서는 미친 듯이 소리쳤다.
이도전이 쫓아와서 말했다.
“삼공자, 이미 만회할 수 없는 국면이 되었습니다. 군대가 한 번 무너진 이상, 왕태자 혹은 대왕께서 나타나야 저들을 다시 모을 수 있을 겁니다.”
여언이 노성을 질렀다.
“이도전, 당신은 내 위신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거냐?”
“두변의 이번 공격은 기습에 불과합니다. 그의 기병 수천 명으로는 수성전에는 쓸모가 없습니다. 그러니 다음에 우리가 수만 대군을 이끌고 성을 공격하면 그는 반드시 죽을 겁니다.”
여언이 내키지 않는 듯이 백색성을 바라봤다. 대염 왕국은 다른 방향에서는 파죽지세로 국토를 확장시키고 있건만, 유독 자신만 백색성 한 곳에서 이리 많은 장병을 잃고 말았다. 부왕을 무슨 면목으로 본단 말인가?
이도전이 말했다.
“삼공자, 빨리 떠나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여언의 1만여 대군이 완전히 와해되어서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있었고, 그의 곁에 있는 친위대 천여 명도 두려운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 급히 도망쳐야겠다. 그렇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로워!
“도망쳐라, 도망쳐!”
여언은 명령을 내린 뒤, 이도전과 기병 천여 명을 이끌고 미친 듯이 서쪽을 향해 질주했다.
하지만 바로 1초 뒤, 여언의 온몸의 털이 빳빳하게 곤두서 버렸다.
두변이 고작 낭기병 3백여 명을 이끌고 쫓아오고 있었다.
낭기병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애초에 여언의 기병 천여 명이 견줄 수 없을 정도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그들은 끊임없이 가까워졌다.
여언은 재빨리 입고 있던 화려한 색상의 장포와 금관을 벗어 던지고, 사람들 틈에 몸을 숨기려 했다.
하지만 두변이 이미 시스템을 통해 여언을 목표로 단단히 고정해 두고 있는데, 어떻게 그가 도망칠 수 있을까.
이도전이 놀란 듯이 말했다.
“삼공자, 이러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저들이 곧 쫓아올 겁니다. 저 늑대들보다 우리 속도가 너무 느립니다.”
“그럼 어떻게 할 생각인 거요?”
“우리는 기병 천여 명인데 우릴 쫓아오는 낭기병은 3백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저들보다 네 배나 많습니다. 두변의 기병 수천 명은 먼 곳에 있으니, 우리가 이 틈에 두변을 죽여버리는 겁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여언은 눈빛을 빛냈다.
자신의 기병이 천 명이 넘으니 저놈의 늑대가 아무리 거대하다고 해도 싸울 만하지 않겠나.
게다가 가장 관건은 두변을 죽일 수만 있다면, 이번 전쟁에서 오히려 이기는 셈이지!
그래, 일단 시작했으니 끝을 보자. 이곳에서 두변을 죽인다! 어차피 두변의 무공은 형편없으니까.
여언이 그 순간 손을 들며 소리쳤다.
“멈춰라!”
이윽고 그의 기병 천여 명이 멈춰서 방향을 돌린 뒤, 두변의 낭기병 3백 명과 마주 섰다.
두변도 손을 세워서 잠시 멈춘 뒤, 여언의 기병 천여 명과 마주 섰다.
여언이 큰소리로 외쳤다.
“두변, 이 비천한 놈아. 우리 여기에서 결전을 벌이면 어떠하냐?”
“좋다!”
여언이 이옥당의 수급을 손에 들고 물었다.
“이자를 알겠지?”
두변은 눈가가 찢어질 지경으로 화가 치밀었다. 당연히 알았다. 의부의 의형이고, 두변에게는 백부인 광서 진무사 이옥당이었다.
두변이 백색성을 떠나서 경성으로 갔을 때, 이옥당은 자신 대신 백색부를 지켰다. 두염을 통해 여씨와 방계 집단이 결탁한 사실을 알게 된 후 이 일을 순무 장양명과 황제께 아뢰려 했다.
그리고 백색성을 떠난 그 순간, 여언이 그를 가로막으며 무참히 죽여버렸다.
이옥당 그는 존경할 만한 어른이었다.
그런 사람이 도리어 저 간신 여언 손에 죽은 데다, 죽은 후에도 이토록 모욕을 당하다니.
여언이 이옥당의 수급을 땅에 던지더니 바지를 풀고 물건을 꺼내서는 이옥당의 수급에 오줌을 뿌렸다.
“두변, 이 비천한 놈아. 내 보물이 부럽냐? 딱딱해져서 여인과 잠자리를 할 수 있고, 여인의 배를 부풀게 만들 수 있지. 송옥진, 이강 군주, 또 네 무슨 개똥 같은 두평아까지, 내가 이 보물을 꽂아서 그것들을 까무러치게 만들 수 있거든? 너는 할 수 있냐? 하하하!”
두변의 낭기병 3백 명이 진형을 갖추고 있었다.
여언의 기병 1천 3백 명도 진형을 갖추었다.
천 미터를 사이에 두고 그들은 곧 목숨을 건 결전을 치를 것이다. 한쪽이 모조리 죽기 전에는 이 전투가 끝나지 않으리라.
“두변, 이 비천한 놈아! 내가 이제 이옥당의 머리는 좀 지긋지긋하거든? 그래서 네 의부 이문회 머리통으로 요강으로 만들려고 했는데, 지금 보니 네 머리통으로 만들어도 괜찮을 것 같구나. 하는 김에 송옥진 머리통도 잘 보존해서 요강으로 만들어야겠구나. 그런 뒤 매일 그년의 작은 입에 들락날락해야겠다. 하하하하!”
여언은 항상 이렇게 간악했다. 그는 두변을 격노하게 만들고 있었다.
양쪽의 진형이 갖추어지자, 여언이 검을 힘껏 뽑으며 노성을 질렀다.
“죽여라! 저 환관 놈을 갈기갈기 찢어버려라!”
천여 명의 기병들이 힘차게 달려나갔다.
“죽여라!”
두변이 침착하게 명령을 내리자 낭기병 3백 명이 쏜살같이 달려나갔다.
기병 두 무리가 끊임없이 가까워지더니 순식간에 또다시 한 지점에서 부딪쳤다.
쾅, 쾅, 쾅, 쾅.
여언이 보기에 4대 1의 전투에는 분명히 크나큰 우위가 있으니 그 틈에 두변을 죽일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노름꾼이 크게 패배한 뒤에 도리어 밑천을 다 걸고서 잃어버린 밑천을 전부 따오려는 상황과 같다고나 할까.
그렇지만 상황은 그의 예상과 전혀 달랐다.
찰나의 순간에 부딪힌 후, 여언의 기병들이 한 명씩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
늑대의 투구가 군마의 머리를 그대로 찔러 버린 것이다.
그렇다. 두변에게는 낭기병 3백뿐이지만 늑대도 전투를 할 줄 알았던 반면, 군마는 전투를 하지 못했다.
아우우우!
난폭한 늑대들이 미친 듯이 군마들을 뜯고 또 물어뜯었다.
거대 늑대에 탄 무사들은 모두 4품 무사였다. 최고로 뛰어난 무사만이 거대 늑대를 타는 기병이 될 자격이 있었고, 4품 무사 3백여 명이 일반 기병 천여 명을 상대하니, 당연히 일방적인 도살이 펼쳐질 수밖에.
막상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여언은 귀신처럼 교활하게 이미 도망쳤다. 자신의 기병 천여 명이 두변의 낭기병 3백보다 훨씬 많았지만 그는 자신의 목숨을 두고 도박할 생각은 없었다.
전투에 승리해서 두변을 죽일 수 있으면 당연히 좋은 것이고, 그럴 수 없다면 당연히 친위병 천여 명의 목숨을 희생해서라도 자신은 도망쳐야 했다.
함께 도망치는 사람 중에는 이도전도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는 도망치는 게 아니라 여언을 밀착 보호하려는 것이다. 필경 그는 정점에 오른 종사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