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4장: 네가 첫 번째다!
두변이 명령을 내렸다.
“기세 소성주, 당신은 남아서 전투를 치러라. 부홍빙, 당신은 나를 따라 여언과 이도전을 뒤쫓는다!”
“예!”
이윽고 두변과 부홍빙 두 사람이 거대 늑대를 타고 쏜살같이 이도전과 여언을 뒤쫓았다.
거대 늑대는 속도가 몹시 빨라서 몇 분 뒤 이미 두 사람을 따라잡았다.
“멍청한 두변 놈 같으니. 쫓아오도록 여지를 주니 정말로 쫓아오는구나. 하하하하!”
여언과 이도전이 휙 돌아섰다.
여언이 말했다.
“이도전, 저 무공이 고강한 여인은 당신에게 맡기겠소. 저년을 잡으시오. 저년도 초주검이 될 때까지 그 짓을 해야겠으니!”
그 순간 최고의 종사 이도전이 힘차게 검을 뽑고 부홍빙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도전은 부홍빙을 전혀 안중에 두지 않았다. 저토록 젊고 아름다운 여자라면 무공이 고강해봤자 계표표와 비슷할 테니, 한칼에 죽여버리면 그만이었다.
그런 뒤, 저 여인의 아름다운 육체는 여언 저 금수에 의해 짓밟히리라.
여언이 두변을 쳐다보며 어깨를 한 번 으쓱해 보였다.
“멍청이 같으니! 이제 우리 둘만 남았군. 너는 어떻게 그 지경까지 멍청할 수 있지? 정말 내 앞으로 달려들다니. 나는 1품 무사다. 너는? 네 생각에 내가 널 쉽게 죽일 수 있지 않겠냐?
계표표를 찾으려고? 그 여인은 성벽 아래에 있겠지. 그녀가 뛰어와봤자 아쉽게도 때를 맞추지 못하겠구나. 이 환관 놈은 곧 내 손에 죽을 테니 말이다.
나는 네 머리통으로 요강으로 만들 것이고, 네 시체를 햇볕에 쬐고 소금을 발라서 말린 고기로 만들 것이다. 그런 뒤, 네 그 두평아와 네 유모를 찾아와서 그들에게 먹이겠지. 그들이 먹지 않으면 나는 그들이 죽을 때까지 그 짓을 할 거다. 물론 설령 그것들이 고기를 먹어도 죽을 때까지 그 짓을 하겠지만 말이야. 나는 순수한 악인이라서 말이지…….”
여언이 미친 듯이 악담을 퍼붓더니, 갑자기 번개처럼 달려들었다. 아무런 조짐도 없었다. 분명 채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번개가 번쩍이듯이 두변 앞에 다가와 있었다.
1품 무사의 손에 들린 날카로운 검이 번개처럼 두변의 가슴을 찔렀다.
챙!
그런데 검이 사람 몸을 찔리는 느낌이 들지 않아?
왜냐하면 두변의 심장에 황금빛 비늘이 돋아났기 때문이었다.
다음 순간, 두변이 여언의 두 눈을 바라보며 그에게 두터운 정이라도 갑자기 생긴 것처럼 그를 응시했다.
“아악!”
여언의 처참한 비명과 함께 온몸이 날아갔다. 뇌 속이 순식간에 텅 비어버렸다.
다음 순간, 두변이 앞으로 다가가서 솩, 솩, 솩, 솩 온몸의 근맥을 끊어 버렸다.
그런 뒤 그의 머리카락을 틀어쥔 채 그의 뺨을 두드리며 말했다.
“여언, 내가 너를 어떻게 죽여야 할까?”
여언이 징그럽게 웃으며 말했다.
“아무렇게나. 어차피 내 아버지, 형, 또는 여완완이 내 복수를 해줄 것이다. 너무 오래 득의양양하지 말아라. 네 옥진 군주에게 내 물건이 꽂히지 않으면 내 형, 그것도 아니면 내 아버지의 물건이 꽂힐 테니까. 네 머리통이나 네 의부 이문회의 머리통을 내가 요강으로 만들지 못하더라도 나 대신 아버지가 요강으로 만들 테니 말이다. 하하하!”
두변이 갑자기 포효하더니, 온몸에 교룡의 비늘이 가득 올라서는 여언의 머리통을 힘껏 쥐어서 수박처럼 터뜨려 버렸다.
퍽!
그런 뒤, 여언의 어깨를 잡아서 두 쪽으로 찢어버렸다.
두변이 여언의 시체를 보며 냉랭하게 말했다.
“네가 첫 번째일 뿐이다. 여여해, 여완완. 기다려라!”
부홍빙과 이도전의 무공 수준은 막상막하라서 양쪽은 누구도 상대를 어쩌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언이 두 쪽으로 찢기면서 처참하게 죽는 순간, 이도전은 순간 얼이 빠지고 말았다. 그는 재빨리 십여 미터 뒤로 물러나서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두변을 쳐다봤다.
두변의 무공 수준이 어떤지는 그도 잘 아는 내용이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형편없다고 말할 정도였는데, 반년도 안 돼서 여언을 죽일 수 있을 정도가 될 줄이야.
이도전은 두변을 직접 죽이고 싶었지만 부홍빙이 옆에 있으니 전혀 그럴 기회가 없었다.
이도전이 냉랭하게 말했다.
“두변, 네가 백색성을 한 번 구할 수 있다고 해서 평생 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느냐? 눈을 제대로 뜨고 네 주변의 모든 성과 모든 토사가 전부 함락된 걸 보아라. 백색성이라는 고립된 성을 언제까지 지킬 수 있을 것 같으냐?
다음번에 우리 대염 제국이 너를 공격하러 올 때는 더 이상 3, 4만 아니라 7, 8만 대군이 올 것이다. 그때 넌 반드시 죽게 될 것이다.
오늘, 네가 여언 삼공자를 죽인 건 바로 너 자신의 퇴로를 끊어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 대염 왕국은 아침 해가 떠오르는 것 같은 기세를 지닌 반면, 대녕 제국은 떨어지는 해와도 같다. 이건 하늘의 대세라서 애초에 바꿀 수 없어!
우리 대염 왕국은 매일 국토를 확장하고 강대해지고 있다. 우리의 군대는 점점 더 많은 곳을 함락시키고 있다.
기다려라! 우리 대염 왕국의 10만 대군이 너희를 모조리 죽이러 올 테니까!”
말을 마친 이도전은 뒤로 물러서서는 능파미보로 쏜살같이 도망치려고 했다.
두변이 소리쳤다.
“이도전, 잠깐 기다려라.”
이도전이 걸음을 멈췄다.
두변은 여언의 터져버린 머리통을 베어서 이도전에게 던지며 말했다.
“직접 여여해에게 건네라. 이건 그의 즉위를 축하하는 내 선물이다.”
이도전이 두변을 노려보며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곧 죽을 것도 모르고 득의양양하는 꼴이라니! 너는 앞으로 며칠도 살지 못할 것이다.”
이윽고 그는 여언의 머리통을 들고 쏜살같이 사라졌다.
“두변이 부친을 뵙습니다.”
두변이 무릎을 꿇고 이문회를 향해 머리를 조아렸다.
그는 아직까지도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하마터면 다시는 의부를 보지 못할 뻔했다.
이문회가 두변을 한참을 바라본 뒤 그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내 아들이 이리 다 컸구나. 다 컸어.”
지금 어떤 말로도 이문회가 느끼는 자부심을 표현할 수 없으리라.
예전에는 항상 그가 두변을 비호해줬건만 이제는 두변이 자신을 비호해줄 차례가 된 것이다.
물론 몹시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그날이 너무 빨리 온 듯했다. 겨우 1년도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나 성장하다니.
이문회는 내심 씁쓸했다.
대녕 제국의 얼마나 많은 중임이 오늘 이후로 이 아이의 어깨에 내려앉게 되는 것일까. 고작 열아홉에 불과한 아이인데.
옥진 군주는 새빨개진 큰 눈으로 두변을 바라봤다.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눈이 시큰거려서 곧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하마터면 그녀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려고 했다.
최근 십여 일의 시간 동안 그녀는 거의 절망했다. 그녀를 그나마 지탱해주던 것은 혈기와 마음속의 의지였다.
그녀는 직설적인 사람이었고, 그래서 두변이 성을 버리고 도망쳤다는 생각에 두변을 원망한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끝도 없이 자부심에 휩싸여 있었다.
옥진 군주가 다가가서 힘껏 두변을 껴안은 뒤, 그의 등을 매섭게 한 대 때려버렸다.
“누가 당신더러 이렇게 늦게 오라고 했지?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고!”
두변이 옥진 군주를 바라보며 다정하게 말했다.
“군주, 정말 많이 야위었네요.”
옥진 군주는 두변의 다정한 말투에 마음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두변의 다음 한마디에 다시금 그를 패고 싶을 뿐이었다.
두변이 진지하게 말했다.
“군주 가슴이 많이 줄어들었네요. 가슴이 작은 여인은 버럭 할 자격도 없죠.”
옥진 군주가 가장 처음으로 한 생각은 두변을 바닥에 눌러놓고 패고 싶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뒤에 두변의 수하들이 있는 데다, 옆에 두변의 의부인 이문회까지 있으니 어찌 손을 쓸까. 그녀는 주먹을 한번 휘두르면서 이번 빚을 기억하라는 시늉을 보냈다.
이어서 옥진 군주가 물었다.
“문회 공, 두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문회가 두변을 바라봤다.
옥진 군주가 두변을 바라보며 계속 말했다.
“당신의 기병 3천여 명은 몹시 강해 보여. 하지만 어디에서 이들을 빌려왔는지 모르겠지만 수가 너무 적어. 게다가 백색성은 이미 고립이 되어 버려서 식량도, 물자도 구할 수가 없어. 기병은 야전에 적합하지만, 수성전에는 그다지 적합하지 않아. 다음번에 여씨가 4, 5만 대군을 보내면 우리는 이곳을 지키기 몹시 어렵게 돼.”
잠시 망설이던 옥진 군주가 말을 이었다.
“이제 우리는 안남 왕국 경내로 물러나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그래야 보급도 받고, 새로운 병사들도 받을 수 있을 테니까. 내 아버지와 여창 국왕이 반왕 완천성을 격퇴할 때까지 기다리고 나서, 10만 대군을 이끌고 쳐들어와서 여씨가 점령한 국토를 탈환하는 거야.”
어떻게 보면 옥진 군주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그녀는 두변이 기병 3천여 명만 데려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호각 소리로 울리더니, 갑옷으로 완전무장한 무사 한 명이 나타났다. 이어서 한 명, 한 명이 더 나타나고.
수십 명, 수백 명, 수천 명, 수만 명…….
무려 2만 7천 명이나 되는 완전무장한 무사들이 질서정연하게 대열을 갖추고 위풍당당하게 끝없이 늘어져서 다가오고 있었다.
대열 중간에 마차 천 대까지 있어서 길다란 용처럼 한눈에 대열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옥진 군주와 의부 이문회는 놀라서 넋이 나가고 말았다.
이 군대는 어디서 온 거지?
이토록 뛰어난 군대라니, 한 명 한 명이 천 명, 만 명 중에 한 명을 선발한 것처럼 뛰어나잖아?
모든 무사가 온몸에 갑옷을 두르고 있을뿐더러, 쇠뇌, 강궁, 장검, 단검, 방패까지 장착하고 있었다.
도대체 어디에서 온 군대냐고? 진남공 송결 휘하의 최정예 군대도 이들과 견줄 수 없을 정도인데?
옥진 군주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
“저들이 이렇게 질서정연하게 걷는 건 우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야, 아니면 줄곧 저렇게 걷는 거야?”
두변이 답했다.
“줄곧 저렇게 걷습니다. 수십 명이든, 수백 명이든, 수천 명이 모이든 걸을 때 한 사람처럼 질서정연합니다.”
옥진 군주는 완전히 넋이 나갔다.
세상에 이런 군대가 있을 수 있어?
그녀는 당연히 절세 지하성은 폐쇄된 세계인 데다, 극도로 풍부한 물자가 있고, 사람의 수명도 길다는 걸 알지 못했다.
이 무사들은 각 성의 군대에 들어간 뒤, 처음 3년 동안은 시종일관 기강을 지키는 것과 복종하는 것, 보조를 맞춰 행군하기, 줄지어 대열 갖추기, 진형 만들기만 배운다.
좀더 사실대로 말하자면 장장 3년이란 시간 동안 수천 명이 한 사람처럼 걷는 걸 배운다.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지 말아라. 그들이 병역에 복무하는 기간은 30년이 넘으니까.
한 시진이 지난 뒤.
보병 2만 7천 명, 기병 3천여 명이 백색성 앞의 거대한 공터에서 다시 대열을 갖추고 집결했다.
백색성의 살아남은 병사 천여 명은 극도로 피곤한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서 일제히 성벽에 기대서 놀라운 눈으로 최정예 군대를 바라봤다.
병사 수만 명이 모두 목을 쳐들고 서 있는 모습이 뽐내는 수탉 같다고나 할까. 우월감과 자부심은 이 군대의 영혼이었다.
저렇게 득의만만한 군대는 평생 한 번도 보지 못했으리라.
두변이 큰소리로 외쳤다.
“절세 지하성의 유성 군단이여, 성벽에 있는 형제 천여 명은 우리 제국을 지키기 위해서 반역자 4만 대군을 상대로 장장 보름이나 성을 지켰다. 모두 죽고 천여 명만 남았을 뿐 아니라, 활줄이 끊기고 식량이 떨어진 데다 화살도 다 썼고 검까지 부러졌다. 그런데도 한 명도 투항하지 않았다. 그들은 대녕 제국의 영웅이니, 영웅에게 경의를 표하도록!”
절세 지하성의 병사 3만 명이 주먹을 쥐고 가슴을 두드렸다.
“영웅에게 경의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