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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관무제-348화 (348/648)

348장: 황제가 책봉을 더해주다!

이 무슨 개똥 같은 논리란 말인가?

대녕 제국이 멸망하려고 하는데 너 영충요는 황족의 자제가 아니냐? 두변이 한 모든 일은 무엇을 위해서냐? 이 제국을 구하기 위해서, 영씨 강산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냐? 게다가 영충요, 너도 영씨의 일원이 아니더냐?

어떻게 보면 두변은 영충요, 너를 위해서 전투를 치르며 피를 흘린 것이다.

너는 토박이 불량배라는 자들이 계왕부를 공격한 게 어찌 된 일인지도 모른단 말이냐?

계왕이 어째서 죽었는데? 너와 계왕비를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냐?

찰나 간에 황제는 조금 맥이 빠졌다.

그 아이도 황족의 자제이고 가장 가까운 핏줄인데, 그 아이마저 배반을 하려는 건가?

황제는 온몸이 차가워지면서 두 손이 끊임없이 떨렸다.

대환관 운주가 옆에서 나직이 말했다.

“폐하, 화내지 마시옵소서. 오늘 좋은 소식이 있는데 고정하시옵소서.”

황제가 눈을 감으며 마음을 가라앉히고는 말했다.

“성지를 내려 계왕 세자 영충요를 질책하고, 그에게 너는 여전히 영씨 황족이냐고 묻거라. 그런 뒤 두변에게 사죄하라고 해라. 그렇지 않으면 계왕의 아들이 될 자격도 없다고 하고.”

운주 대환관이 말했다.

“명을 받들겠나이다.”

이어서 황제가 바깥을 향해 냉랭하게 말했다.

“그대들은 말끝마다 두변이 간신이라고 했지? 짐이 그를 총애하니 혼군이라고 하지 않았소? 그럼 짐이 그대들에게 말해주지. 설령 그대들이 짐에게 퇴위를 압박한다고 해도 나는 절대로 두변을 벌하는 성지를 한 글자도 쓰지 않겠소. 운주는 성지를 작성하라!”

운주가 탁자 옆으로 와서 무릎을 꿇고 답했다.

“예.”

황제가 말했다.

“두변을 광서 여경사 진무사로 추가 봉하며, 광서의 문관들이 여씨와 결탁한 일을 조사할 권한을 내리노라.”

그 말을 듣자, 밖에 있던 내각 장사지는 낯빛이 확 바뀌었다.

만약 황제가 동창 자리나 작위를 승관시킨 것이라면 그들이 이렇게 격렬하게 반응하지 않았을 것이다. 동창은 엄당에 속하고, 작위 책봉 같은 일은 황제가 이미 했었으니까.

하지만 이번에 황제는 곧바로 문관의 절대적인 영역인 여경사에 손을 뻗었다.

황제의 권한을 와해시키고 탈취한 뒤로, 여경사의 승관과 관련된 일은 줄곧 내각의 소관이었다.

‘동창은 황제 당신의 기반이고, 여경사는 우리 내각의 기반이다.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면 안 되지!

그런데 지금 성지를 내려 두변 그 독사를 광서 여경사의 진무사로 봉해?

두변 그놈에게 상방보검(尙方寶劍)을 내려? 그것도 광서의 관원들을 처단할 수 있는 상방보검이니, 두변 그놈이 이제 또다시 크게 피바람을 일으킬 것 아닌가!’

내각 대신 장사지가 말했다.

“폐하, 광서 여경사 진무사 직은 아직 임진교가 맡고 있습니다.”

황제가 냉랭하게 말했다.

“그렇소? 어째서 내가 성지를 내렸던 기억이 없지?”

장사지가 말했다.

“그건 내각의 균지(鈞旨)였습니다. 사례감에서 비준했던 일이고, 폐하께서는 그 기간에 조회에 들지 않으셨습니다.”

황제가 담담하게 말했다.

“공연히 힘 빼지 마시오. 당신에게 알려주겠소. 짐이 두변에게 추가로 직위를 내리는 건 이게 시작에 불과하오!”

내각 장사지가 다시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폐하, 두변은 군대 3만밖에 없는 데다가 백색성은 고립된 성입니다. 여여해는 지금 수십만 대군을 보유했으니, 두변이 또 얼마나 버틸 수 있겠습니까? 여여해는 손쉽게 10만 대군을 집결해서 백색성을 공격할 겁니다. 두변보다 세 배 넘는 병력이니, 어쩌면 보름도 안 돼서 두변이 죽을지도 모릅니다. 폐하께서는 어쩔 수 없이 그 후에 어떻게 될지 미리 생각하셔야 할 겁니다.”

“어찌, 그대들이 받는 정보가 짐보다 훨씬 빠른 것 같소?

짐의 뜻은 분명하오. 물론 그대들의 뜻도 알겠소.”

대신들의 뜻은 몹시 분명했다.

‘기왕 황제 당신이 두변을 자신의 목숨을 구해줄 지푸라기처럼 여기니, 그럼 네가 조금 더 발악을 하도록 내버려 두겠다. 여여해가 이미 10만 대군을 집결해서 두변을 공격하려고 하니 말이다.

두변이 죽은 뒤에는 제국의 서남부도 완전히 함락당하니, 그때 당신은 반드시 죄기소를 써야 할 테고, 그 다음은 바로 퇴위다!’

계속 뒤에 숨어 있던 이연정이 물었다.

“폐하, 영설 공주께 신군을 이끌고 입경하라고 칙령을 내리시겠습니까?”

그 뜻은 몹시 분명했다. 다음번 전투에서 두변이 죽으면 황제에게 퇴위를 압박하기 위한 정변(政變)이 일어날 것이다.

영설 공주는 지금 수중에 1만 5천 대군을 가지고 있었다. 많지 않은 인원이지만 또 적지 않은 힘이니, 적어도 황궁을 지키기에는 충분했다.

황제가 담담하게 말했다.

“필요 없다. 이연정 공, 설마 그대 수중에 있는 시위군(侍衛軍)으로도 짐을 보호하지 못하겠나?”

이연정이 곧바로 머리를 조아리며 무릎 꿇었다.

“신, 맹세합니다. 죽어서도 폐하와 황태후, 황후마마를 지키겠습니다.”

“신은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내각 대신 장사지가 허리를 굽히며 고했다.

노신 수십 명도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신들도 물러나 보겠습니다.”

공손하게 예를 행했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냉랭했다.

그 뜻은 몹시 분명했다.

‘황제 당신이 기왕 두변에게 희망을 품고 있으니, 그럼 그가 죽은 후에 다시 얘기하지. 다만 여여해가 두변을 죽이고 나면 오늘처럼 온정적인 상황은 없을 것이다!’

지금 당장 정변을 일으켜서 황제에게 퇴위하라고 압박하는 일도 불가능하지 않았다.

그러니 앞으로 벌어질 여여해와 두변의 전투에 두변의 운명만 결정되는 게 아니라, 황제의 운명까지 결정된다.

물러나는 노신들을 바라보며 황제는 움켜쥐었던 주먹에서 그제야 힘을 풀었다. 정말이지 그는 여러 번이나 참지 못하고 명령을 내릴 뻔했다. 저 몰염치한 늙은 도적놈들을 모조리 참살하라고 말이다.

이 제국이 황제의 말에 좌우되지 않은 지 오래지만, 황궁은 이연정이 시위군을 관장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황제가 장악하는 셈이었다.

하지만 참다 보니 끝내 그 충동을 억누를 수 있었다.

“장사지, 내각의 수보(首輔) 방 대인더러 그의 주인에게 알리라고 전하라. 짐의 강산을 가지고 싶으면 직접 뺏으러 오라고 말이다!”

황제가 냉랭하게 말했다.

내각 대신 장사지가 잠시 멈칫하긴 했지만 아무것도 듣지 못한 듯 그대로 궁 밖을 나갔다.

황제는 고개를 들어 황금빛 천장을 바라보며 고통스럽게 중얼거렸다.

“짐의 강산을 스무 살 아이에게 기탁해야 한다니. 짐이 무슨 면목으로 선조들을 본단 말인가?”

황제가 갑자기 물었다.

“영설 공주의 1만 5천 대군에게 백색성으로 출동하라고 하면 늦지는 않겠나?”

이어서 그는 고개를 저으며 씁쓸하게 웃었다. 당연히 늦었을 것이다.

영설 공주의 1만 5천 대군이 주둔하는 산해관은 가장 중요한 요지이고, 그녀의 직책도 더할 나위 없이 중요했다.

가장 중요한 건 그 1만 5천 대군을 백색성으로 출동시키려면 적어도 넉 달은 걸릴 것이다. 그때가 되면 모든 게 다 끝나지 않겠나.

황제가 말했다.

“성지를 내린다. 산서의 선성후(宣城侯)더러 군대를 이끌고 남하하여 백색성을 지원하라고 하라!”

옆에서 환관 운주가 말했다.

“폐하, 이미 연달아 성지를 십여 차례나 내렸지만 아무런 호응이 없습니다. 게다가 설령 선성후가 군대를 이끌고 남하한다고 하더라도 제때 도착하지 못할 겁니다.”

“더, 성지를 더 내려라!”

황제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황제는 자신은 용좌에 앉아있을 뿐이니 제 모든 힘을 들여서라도 두변을 도와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정말로 병사 한 명도 보낼 여력이 없었다.

만약 병사를 조금이라도 차출시킬 수 있었다면 진작 이문회가 백색성을 지킬 때 병력을 보냈을 것이다.

끝내 황제가 한숨을 쉬었다.

“두변, 우리 두 사람의 운명이 한 데 엮여 있구나. 이제 하늘에 판결을 맡길 수밖에. 하늘이 우리 대녕 제국을 멸망하시려 한다면 멸망할 수밖에.”

문산성, 대염 왕국의 궁전 안.

장공주, 성화교의 성녀 여완완은 요염하고 아름다운 몸을 완전히 바닥에 엎드린 채 부왕 여여해에게 죄를 고했다.

대염 국왕 여여해는 냉정하고 얼음장 같은 표정이지만, 속에서는 암장이 솟구치는 기분이었다.

본래 두변은 그의 마음속에서 말하기에도 하찮은 개미 같은 존재였건만, 지금은 두려운 독사가 되어버렸다.

그자는 자신의 아들을 죽였을 뿐 아니라 자신의 2만 대군을 물리쳤다.

이제는 암살을 좌절시키고, 성화교 고수 열아홉 명을 손해 보게 만들었다.

이건 이중으로 손해를 본 셈이니, 여여해의 귀싸대기를 때리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짝, 짝, 짝!

여여해는 심지어 제 얼굴을 때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그가 물었다.

“너는 정말로 마안 사공령을 보았느냐?”

여완완이 답했다.

“예.”

“사공령에 관해서는 네가 서역 성화교 총본부에 알리거라.”

“예.”

물론 서역 성화교의 성녀가 보았다면 그자가 사공령이 아니라 사공엽이라는 걸 분명히 알았을 것이다.

“듣자니 사륭석이 운남성에서 몹시 잘 싸웠다고 하던데?”

“그렇습니다. 몹시 잘 싸웠습니다. 숙부를 넘어설 정도로 용맹해서 상대할 적수가 없었습니다.”

“그를 불러라! 운남성은 곧 함락될 테니 말이다. 지금 여담 수중에 군대가 얼마나 되지?”

“15만입니다.”

여담이 출전할 때 병사 수가 10만이었지만 운남성을 태반이나 함락시킨 뒤에도 그 수는 줄어들지 않았을뿐더러, 도리어 5만이 늘었다.

그건 후방 군대가 투항했을 뿐 아니라, 대다수의 무도 문파까지 투항하면서 발생한 상황이었다.

여여해가 말했다.

“사륭석에게 5만 대군을 끌고 오라 해라. 그런 뒤 그 5만 군대에게 성화 마약을 마시게 해! 목숨을 아끼고 죽음을 두려워하는 그들을 전쟁의 야수로 변하게 해서, 고통과 두려움을 모르게 만들어라.”

“하지만 그렇게 되면 그 5만 명은 몇 번 쓰지 못하고 못쓰게 될 겁니다.”

“그들은 희생물에 불과하다!”

“예, 바로 가서 지의를 내리겠습니다.”

여완완이 허리를 굽히며 대답했다.

“사륭석이 5만 대군을 끌고 돌아오고, 여여룡의 3만 대군을 더한다. 그리고 성녀인 네가 직접 원수가 돼서 성화군 2만을 이끌고, 여여룡과 사륭석이 좌우 부원수를 맡는다. 총 10만 대군이 백색성을 평지로 밀어버리고, 두변, 환관 놈의 군대를 모조리 죽여버려라!”

기왕 암살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가장 무섭고 가장 강력한 폭력을 써서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요녀 여완완이 머리를 조아리며 답했다.

“아신, 명을 받들겠습니다!”

십여 일 뒤.

사륭석이 5만 대군을 이끌고 대염 왕국의 왕성으로 돌아왔다.

여여룡은 2만 5천 대군을 이끌고 회군한 뒤 다시 5천 대군을 소집해서 3만으로 만들었다.

거기에 여완완의 성화교 대군 2만을 합치니, 총 세 무리의 10만 대군이 왕성에서 집결하기 시작해서 새로운 백색대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번 전투가 제국의 운명을 가를 것이다.

전투가 벌어질 날짜가 점점 더 다가오면서 백색성에는 전운이 점점 더 짙어졌다.

5월 17일.

대염 왕국의 태자가 주력 대군을 이끌고 운남성 전역을 완전히 함락시켰다.

부귀영화를 위해서 수많은 무사가 일제히 대염 왕국의 군대에 가입한 나머지, 여담의 군대는 또다시 13만으로 확충되었다.

여담은 여여호에게 3만을 이끌고 곤명부에 진수한 뒤, 계속해서 병사를 모으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자신은 주력 대군을 이끌고 곡정부에서 북상해서 귀주성을 함락시키며, 파죽지세로 올라가면서 미친 듯이 영토를 확장했다.

모든 사람이 보기에 대녕 제국이라는 낡은 배가 곧 침몰할 것처럼 보였다. 그에 비해 대염 왕국이라는 새로운 배는 더할 나위 없이 강하기만 하니, 재빨리 그 배에 오르지 않으면 좋은 자리를 차지하지 못할 것만 같았다.

곧 전쟁이 펼쳐진다고 말하기보다는 제국이 멸망하는 참극이 임박했다고 말하는 것이 좀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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