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장: 이런 쓰레기!
영충요가 두변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들이 나를 향해 활을 쏘려고 한 건 황족을 암살하려고 시도한 것이니, 그 자체가 죽을죄를 진 것이다.”
두변이 큰소리로 웃었다.
“하하하, 영충요, 너 참 대단하구나. 아비를 죽인 원수에게는 겁을 먹어서 개처럼 꼬리를 내리면서, 충신인 내 앞에서는 이토록 안하무인으로 굴다니. 너는 내가 차마 너를 죽이지 못할 거라는 믿고 이리 구는 것이냐? 네 아버지에 대한 정 때문에 내가 너를 죽이지 못할 것 같으냐? 황제 폐하와 틈이 생길 걸 두려워하는 나머지, 내가 너를 차마 못 죽일 것 같으냐? 내가 너를 죽이면 두강과 원천조의 간계에 걸리는 셈이니 말이다.”
말을 끝낸 뒤, 두변은 안색이 서늘해졌다.
“영충요, 네가 내게 기병을 돌려달라고 왔을 뿐이면 난 너를 죽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너의 이 행동은 이미 제국을 배반했고, 황제 폐하를 배반했다. 너는 제국의 반역자이니, 나는 전장에서 반역자를 주살할 권한이 있다. 네가 아무리 황족이라도 말이다! 네가 아무리 존귀한 사람이더라도 나는 널 죽일 것이다!”
바로 그때!
이문회가 군대를 이끌고 재빨리 달려와서 큰소리로 외쳤다.
“두변, 안 된다. 안 돼. 차라리 내가 하마…….”
이윽고 의부 이문회가 군대를 이끌고 성문으로 뛰쳐나왔다. 영충요를 죽여야 한다면 자신이 죽여야 했다. 황족을 참살했다는 죄를 절대로 두변이 짊어지게 둘 수 없었다. 의부인 자신이 두변을 위해 그 죄를 짊어져야 했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죽여라!”
두변이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자, 절세 지하성의 낭기병 수백 명이 재빨리 뛰쳐나가서 영충요 뒤에 있는 기병들 속으로 번개처럼 달려들었다.
솩, 솩, 솩.
영충요가 데려온 기병 3백 명은 방계 집단에 속한 무리 중에서도 정예였지만, 원천조로서는 그저 순장품으로 삼을 뿐이었다.
짧디짧은 일각 만에, 영충요의 기병 3백 명은 모조리 죽어버렸다.
하나도 남지 않고 전부 온전한 시신을 찾을 수도 없었다.
계왕의 세자 영충요는 포로로 잡혔다.
두변은 더할 나위 없이 가슴 아파하며 영충요를 바라봤다.
“이제 만족합니까? 내가 당신의 이른바 계왕부 시위병들을 모조리 죽여서 기분 좋습니까? 당신은 황족을 모해한다는 죄를 내게 씌우는 일에 성공했습니다. 당신은 원천조가 출병해서 나를 공격할 명분을 만들어 주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만족합니까?”
짝, 짝, 짝, 짝.
두변이 영충요의 뺨을 매섭게 후려쳤다.
영충요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로 두변을 싸늘하게 노려봤다.
두변이 그에게 또박또박 말했다.
“영충요, 대녕 제국은 당신 영씨의 강산일 뿐, 나 두변의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군요. 두강과 원천조가 당신 아버지를 죽였는데 그들을 원망하지 않고, 도리어 그들을 두려워하며 그들에게 이용당해서 왜 나를 해치려 합니까? 어째서죠?”
영충요가 한참을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공주를 송별하는 연회에서 시를 겨룰 때, 너 같은 보잘것없는 환관이 빛이 났던 건 어째서지? 광서의 하늘이 무너졌는데, 너는 일개 환관이면서도 여전히 위풍당당한 건 어째서냐? 일개 환관인 너는 본래 우리 황족의 시중을 들어야 마땅하거늘, 도리어 우리를 능가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어째서지?”
두변은 참으로 불사가의한 걸 바라보는 시선으로 영충요를 바라봤다.
전혀 상상도 못 했다. 줄곧 예절이 밝고 점잖으며, 말수가 적은 영충요가 뜻밖에 자신을 그렇게 시기하고 있었다니. 심지어 그 시기심이 원한이 되어버렸다니.
영충요가 계속 말했다.
“게다가 내가 이렇게 하는 건 나의 모비와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두변이 물었다.
“당신이 나를 해치면 백색부는? 그럼 제국 서남부의 국면은 어떻게 되고?”
“나는 상관없다…….”
두변이 그를 한참이나 바라보더니 명령을 내렸다.
“여봐라, 영충요를 잡아가서 참수해라!”
옥진 군주가 달려들어 두변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안 돼, 절대로 안 돼……. 두변, 절대, 절대로 화내지 마. 그러다가는 적의 간계에 당한다고. 영충요는 황실을 배반했으니 구금해서 황제 폐하의 성지를 기다리면 돼. 폐하께서 그를 죽이셔야지, 우리는 그를 죽이면 안 돼. 그렇지 않으면 황족을 주살했다는 죄가 너에게 떨어진다고.”
두변이 냉랭하게 말했다.
“나는 개의치 않습니다. 누가 감히 제 도살용 칼이 얼마나 날카로운지 시험해 보려 한다면 만족시켜 줘야죠. 왕부의 세자가 아니라 더 높은 신분을 가진 사람이라도 저는 그대로 죽일 수 있습니다!
여봐라, 영충요를 끌고 가서 참수하라!”
명령이 떨어지자 무사 두 명이 나와서 영충요를 끌고 나갔다.
영충요가 큰소리로 외쳤다.
“두변, 너는 날 죽일 수 없다. 너는 날 죽일 수 없어!. 황제 폐하만이 나를 처결할 권한이 있으시다. 종인부(宗人府: 황족들을 감독하고 그 보첩, 봉작, 상휼, 소송 따위의 일을 맡아보던 관아)만이 나를 처결할 권한이 있어! 네가 감히 나를 죽이면 황족을 모살한 것이니 모반이다! 원천조가 널 공격할 명분을 갖게 된다!”
바로 그때, 키가 크지 않은 무사가 하나가 달려 나와서 단번에 영충요의 머리카락을 움켜잡아서 끌고 나갔다.
바깥 광장까지 끌고 간 뒤, 그 무사가 투구를 벗어젖히자 작고 아름다운 얼굴이 드러났다.
그녀의 얼굴을 본 두변은 완전히 놀라고 말았다.
계왕의 딸, 이강 군주일 줄이야. 그녀가 언제부터 두변의 군대에 몰래 숨어든 걸까.
그렇다. 저번에 계왕이 최후의 기병 6백 명을 두변에게 넘겨줬을 때, 이강 군주도 그 속에 숨어 있었다. 그녀는 줄곧 두변을 따라 수천 리나 전전하면서도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낸 적 없었다.
물론 그녀 곁에 있는 동료들은 그녀의 신분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녀를 필사적으로 보호하며, 그녀의 신분이 탄로나지 않게 해주었다.
“두변 오라버니, 미안해요. 우리 영씨 황족 중에서 이런 쓰레기가 나왔네요!”
이강 군주는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두변을 바라보며 흐느꼈다.
그런 뒤 그녀는 계왕 세자 영충요를 힘껏 바닥에 눌러 무릎을 꿇게 하고는 크게 소리쳤다.
“계왕의 세자 영충요는 제국을 배반하고 황실을 배반했다. 나 이강 군주는 부왕을 대신해서 계왕부를 위해 가문 단속을 하겠다. 영충요를 죽인 자는 나 영이다!”
이윽고 그녀의 손에서 날카로운 검이 힘차게 떨어졌다.
“안 돼…….”
영충요가 필사적으로 발버둥치며 비명을 질렀지만 무사 두 명이 그를 단단히 눌렀다.
솩!
이강 군주의 손에서 칼이 떨어지면서 영충요의 목을 베어버렸다.
피가 사방으로 솟구치고, 영충요의 고통과 두려움에 찬 머리가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자신의 오라버니를 죽인 이강 군주는 옥진 군주의 품에 안겨 울부짖었다.
두변은 이강 군주의 연약한 몸을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녀는 올해 겨우 열일곱이었다. 그녀를 딱 한 번 보았을 뿐인데, 그녀는 두변의 열렬한 추종자로 재기가 넘치지만 연약해 보였다.
하지만 이제 보니 그녀가 무공을 할 줄 아는 데다 이렇게 용감할 줄이야. 기병들 틈에 숨어서 두변을 따라 수천 리를 전전하면서도 시종일관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그녀가 자발적으로 뛰어나와서 영충요를 참살한 건 황족을 시해했다는 죄를 두변이 짊어지게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리라.
그 순간 두변은 마음이 뜨거워졌다.
황족 중에 영충요 같은 쓰레기도 있는 반면, 이강 군주처럼 굳건한 사람도 있었다.
한참을 운 이강 군주는 두변 앞에 와서 고개를 숙였다.
“두변 오라버니, 미안해요, 미안해요. 우리 영씨 황족 가운데 저런 변절자가 나와서 미안해요. 하지만 제국과 우리 영씨에게 희망을 버리지 말아요. 우리를 포기하지 말아요.”
두변이 손을 뻗어서 그녀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었다.
“안심하세요. 그럴 일은 없습니다.”
이어서 두변이 명령을 내렸다.
“병사 영이에게 명령을 내린다!”
이강 군주가 본능적으로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대답했다.
“예, 대인!”
“대전이 임박했지만 의료 병영에 사람이 너무나 부족하다. 나는 널 의료 병영의 백인장으로 임명해서 부상자들을 돕는 일을 맡기겠다.”
이강 군주는 전장에 나가서 싸우고 싶었고, 심지어 전장에서 죽고 싶었다. 아무래도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형제를 죽였으니까. 대의를 위해 친족을 죽였지만, 형제를 죽였다는 감정적인 충격을 견디지 못할 것 같으니까.
그래서 그녀는 최선의 결과는 자신이 전장에서 죽는 것이라 생각했었다.
두변이 부드럽게 말했다.
“이강, 당신은 황족이니 제국이 위태로울 때는 죽을 권한도 없습니다.”
이강 군주는 자신의 형제를 죽인 죄책감에 가득 차 있을 게 분명했다. 그러니 그녀에게 필사적으로 부상자들을 살리게 하면서 그녀 스스로 덕을 쌓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해야 했다. 그래야 마음속 죄책감이 희석될 테고.
“예, 총수(總帥)!”
이강 군주가 눈물을 머금은 채 명령을 받들었다.
문산성은 백색성에서 8백여 리 거리에 있어서 여씨의 10만 대군은 열닷새가 걸려서야 백색성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씨의 10만 대군이 계속 끝도 없이 늘어진 채 동쪽으로 전진했다. 백색성에 가까워지면서 그들이 지나간 곳마다 대지가 떨리고 새들이 도망쳤다.
사공엽은 역시나 천재 연금술사이자 비술(祕術)의 대가다웠다.
짧디짧은 한 달도 안 되는 시간 만에 그는 매 한 마리를 훈련시켜서 그것이 하늘에서 두변의 눈이 되어줬다.
그러니 두변은 매일 새로운 소식을 얻을 수 있었다.
여씨의 10만 대군이 백색성으로부터 7백 리 거리에 있습니다!
여씨의 10만 대군이 백색성으로부터 5백 리 거리에 있습니다!
여씨의 10만 대군이 1백 리 거리에 있습니다!
같은 시각.
전함이 한 척씩 연달아 염주부 연안에 가까워지면서 정예 군대가 한 무리씩 상륙했다.
염주부에 집결한 방계 집단 대군은 갈수록 더 많아졌다. 1만 5천, 2만, 2만 5천, 3만!
전쟁의 암운은 이미 극에 달한 상태였다.
여씨의 10만 대군이 끊임없이 동진하는 한편, 방계 집단의 수만 대군은 동쪽에서 군대를 진군하지 않고 멈춰 서 있었다. 하지만 언제든지 출격할 수 있게 대기를 하면서, 암암리에 여씨의 10만 대군과 동서 양쪽에서 협공하는 형세를 취했다.
원천조와 순무 두강은 누각 가장 높은 곳에 서서 끝없이 상륙하는 방계 집단 대군을 바라봤다.
원천조가 말했다.
“우리가 손을 쓰지 않아도 되기를 바라오. 여씨의 10만 대군이 두변 그 환관 놈의 3만여 명을 일거에 소멸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오.”
두강이 말했다.
“그렇죠. 하지만 필요하다면 우리가 출병해서 그를 없애버려야 할 겁니다. 필경 그가 계왕 세자 영충요를 주살했으니 그건 모반에 해당하니 말입니다. 우리가 출병할 이유도 충분하죠. 마지막에 우리가 출병해서 여씨 수중에서 주부 한두 정도를 개를 빼앗으면 천하에 해명할 수도 있고요.”
“영충요를 죽인 건 이강 군주요.”
“그럼 또 어떻습니까? 설령 두변이 죽인 게 아니라도 두변이 죽인 걸로 바뀔 텐데요. 칼이 우리 수중에 있을 뿐 아니라, 붓도, 입도 다 우리 쪽에 있는데요.”
원천조가 말했다.
“주군도 참 너무하시지. 제국이 이토록 약한데 어째서 곧바로 그 자리를 대신하지 않고, 굳이 이렇게 여러 곡절을 겪으려 하시는지.”
“최소한의 대가로 제국 전체를 빼앗는 게 시종일관 주군의 전략이니 어떻게 하겠습니까. 황제와 대녕 제국의 가치를 한계치까지 쥐어짠 뒤 멸망시키면 그만입니다. 아직 황제가 건재하나, 우리는 원씨 무장 집단, 훈귀 집단과 여전히 맹우 관계가 아닙니까. 모두 함께 돈을 벌고, 함께 제국의 토대를 남김없이 파버리는 것이지요. 일단 주군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면 그런 일들은 하기는 좀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원천조가 웃으며 대꾸했다.
“어쨌든 대녕 제국에서는 간신 노릇은 해도 되지만 충신을 하면 안 되지. 충신은 다 죽어야 하니 말이오.”
두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요. 그게 두변의 가장 큰 원죄지요. 감히 충신이 되려고 하다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