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355화 (355/648)

355장: 백색대전(百色大戰) 三

여여룡 부대의 대군 대대수가 갑옷을 입었기 때문에 활로 명중시키기 어려웠지만 통나무과 돌덩이는 가장 효과적인 무기가 되었다.

통나무 하나가 굴러떨어지면 사다리 위에 있는 모든 병사를 전부 휩쓸어버리고, 그들의 근골을 부러지게 만들었다.

돌덩이 하나가 던져지면 거기에 맞은 사람은 피를 토하고, 갑옷이 납작해지며, 사람이 무참히 압사당했다. 머리가 터지며, 근골이 부러지고, 오장육부가 파열되었다.

끓는 기름 한 솥이 뿌려질 때면 그 기름에 맞은 사람은 몸의 가죽과 살이 무참히 익어버려서 한 번도 들은 적 없는 처참한 비명을 질렀다.

그런 뒤, 불화살 한 자루가 날아왔다.

큰불이 붙으면서 순식간에 병사 한 무더기가 불바다에 집어삼켜져 지옥 같은 울부짖음을 내질렀다.

전황의 참혹함은 이문회와 여여룡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두 사람 모두 몹시 심각한 표정이었다.

여여룡은 얼굴이 험악해졌다. 사상자가 너무나 막대했다.

이문회는 내심 긴장했다. 그의 무사 8천 명이 여여룡의 3만 대군을 상대하니, 1대 4로 싸워야 했다.

그런데 통나무나 돌덩이, 끓는 기름은 재고가 제한적이니 언젠가는 다 쓸 것이다. 그것들을 다 쓴 상황이 오면 여여룡 부대의 대군이 끝내 성벽 위로 올라올 것이고, 그때에는 백병전(白兵戰)을 펼쳐야 한다. 아마도 1대 3의 비율로 맞서 싸워야 될 텐데 그들과 싸워서 승리할 수 있을까?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북쪽 성벽은 이미 지옥 같은 전장이 되어서 시체가 산더미처럼 쌓여갔다.

남쪽 성벽에서는 두변, 계표표, 기세 소성주가 거느리는 정예 부대 1만 명이 5리가 넘는 길이의 성벽을 지키고 있었다.

그가 상대해야 할 건 여완완의 직계 군대, 성화교군 2만 명이었다.

1만 대 2만이면 현저한 병력 차이가 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아마도 이쪽이 가장 싸우기 어려운 전투가 될 것이다.

두변의 직감은 역시나 틀리지 않았다.

남쪽 성벽 250미터 지점에도 각양각색의 장애물이 가득했다.

사륭석 대군은 벌떼처럼 몰려들면서 초대형 강노에 수도 없이 죽임을 당했다.

여여룡 대군은 질서정연하게 장애물을 지나서 통과했다.

그럼 여완완의 성화교군 2만 명은 어땠을까? 그들은 마치 그곳에 장애물이 없다는 듯이 거침없이 통과했다.

일부 무공이 몹시 고강한 무사들은 심지어 2미터가 넘는 높이의 장애물을 곧바로 뛰어넘었다.

더할 나위 없이 화려할 뿐 아니라 경쾌해 보이는 장면이었다.

성화교군은 수월하게 장애물을 통과해서 전부 흩어지더니 성벽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들었다.

게다가 그들은 공성용 사다리도 쓰지 않았다.

그렇다. 사다리를 가져오지도 않았다.

그들이 돌격하는 속도는 약을 마신 사륭석 부대보다도 더 빨랐다.

“준비, 발사!”

“준비, 발사!”

“준비, 발사!”

두변의 무사 1만 명에게는 일제 사격의 기회가 단 세 차례뿐이었다.

이 무사들도 활 솜씨가 마찬가지로 대단해서 부홍빙과 이문회 부대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

하지만 성화교군에게 가져다준 사상자는 극도로 미미했다. 왜냐하면 적들이 완전히 분산해있는 데다 속도가 매우 민첩했기 때문이다. 설령 명중해도 그들은 전부 쇄자갑을 입고 있어서 화살로 갑옷을 꿰뚫기도 어려웠다.

곧 불꽃색 성화교군이 남쪽 성벽 아래까지 도달했다.

슉, 슉, 슉, 슉 슉.

그들은 공성전용 사다리 대신 성벽 위로 오를 때 갈고리 밧줄을 썼다. 게다가 그 갈고리 밧줄의 전반부는 전부 철사로 엮어 만든 것이라서 잘라내기도 쉽지 않았다.

휙, 휙, 휙, 휙.

무려 수천 개의 갈고리가 무참히 성첩에 박혔다.

이윽고 성화교군 수천 명이 밧줄을 잡고 재빨리 성벽 위로 뛰어올랐다.

어떻게 뛰어오르냐고? 말 그대로 그건 기어올라간 게 아니라 뛰어오른 것이었다. 그들은 두 발을 성벽에 딛고 힘차게 뛰어오르는데, 빌어먹을, 성벽을 오르는 속도도 너무 빨랐다.

“밧줄을 잘라라. 밧줄을 잘라!”

두변이 명령을 내릴 필요도 없이 휘하의 천호장들이 일제히 일갈했다.

두변 휘하의 무사들이 하나같이 검을 휘둘러서 밧줄을 쪼개려고 했지만 성벽 위로 검을 내리칠 수는 없었다. 절세 지하성의 검이 날카롭고 강인하지만 성벽을 난도질할 정도까지는 아니기 때문이었다.

갈고리 쪽 대신 밧줄을 겨냥해서 쪼개야 했지만 밧줄 앞부분이 철사를 엮어 만든 것이라서 여러 번 내리쳐야만 절단할 수 있었다.

게다가 귀신이 곡할 노릇인 건 설령 밧줄을 베어서 성화교군이 4, 5미터 높은 지점에서 추락했다고 해도 여전히 무탈해서는 미친 듯이 다시 기어올라 온다는 점이었다.

두변은 계표표, 기세 소성주와 시선을 교환했다. 그 시선의 뜻은 몹시 명확했다.

이제부터 격전이다!

너무나도 뛰어난 성화교군이 곧 성벽 위로 밀려들려고 했다.

멀리서 전세가 순조롭게 흘러가는 걸 본 여완완은 냉랭한 미소를 지었다.

“검을 뽑아라!”

두변이 큰소리로 외치자, 5리 길이의 성벽 위 절세 지하성 무사 1만 명과 천마혈군 수백 명이 힘차게 검을 뽑았다.

“죽여라!”

두변의 육맥신검이 미친 듯이 뿜어져 나갔다.

휙, 휙, 휙, 휙.

지금 두변은 사람 모습을 한 맥심 기관총 같다고나 할까.

그의 육맥신검은 1초에 4, 5검을 쏘아낼 수 있을 정도로 속도가 빨라졌다. 그리고 1검에 성화교군을 한 명씩 죽일 수 있었다.

휙, 휙, 휙, 휙.

두변의 적군 살상 능률은 심지어 계표표를 훨씬 능가해서, 그의 앞에 이미 적군이 한 무더기씩 시체가 되어 쓰러졌다.

짧디짧은 1분만에 두변은 육맥신검으로 성화교군 2백을 죽일 수 있었다.

이런 도살 속도는 놀라울 정도였다.

육맥신검도 이렇게 대단한데 그렇다면 전장의 신이라고 일컬어지는 항룡십팔장(降龍十八掌)은 또 얼마나 대단할까?

수백 년 전에 황제 제국을 만든 철목진은 그 전설적인 무공에 의지해서 전장의 왕 또는 전장의 신이라고 불리지 않았던가.

하지만 두변은 그러기에는 아직 멀었다. 너무 안타깝게도 현기가 언젠가는 소진될 수밖에 없었다.

쾅, 쾅, 쾅, 쾅.

수많은 성화교군이 만도(彎刀)를 뽑고는 순식간에 절세 지하성의 무사들과 미친 듯이 뒤얽혔다.

양쪽 모두 이 세계에서 최강의 군대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그들은 지금 어느 쪽의 군대야말로 이 세계에서 가장 강한 군대인지를 증명하려고 했다.

승자는 살아남고, 패자는 죽는다!

그때 두변이 힘차게 포효하자, 그의 온몸에 황금빛 비늘이 솟아났다. 교룡의 혈맥 기운이 솟구치면서 온몸의 근맥과 피부 곳곳에 가득 찼다.

이제 그는 창칼이 들어가지 않을뿐더러 힘이 끝도 없이 강해졌다.

그는 왼손으로는 비금 검을 휘두르는 동시에, 오른손으로는 도룡검을 휘둘렀다.

광풍이 일면서 놀랍도록 날카로운 두 무기가 미친 듯이 회전했다.

두변의 무공은 계표표보다 훨씬 떨어지지만 지금은 전장의 살신이 되어버렸다.

그가 지나가는 곳마다 시체들이 날아다니고, 새빨간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그때가 되어서야 두변은 교룡 혈맥의 귀중함을 실감할 수 있었다.

무도는 줄곧 두 가지 갈래로 나뉘어져 왔는데, 한 가지는 무림의 무도로 전적으로 내력에 의존한다. 단독으로 싸울 때는 끝도 없이 대단하지만 전장에 서기만 하면 길어야 30분을 넘게 버틸 수 없다. 왜냐하면 내력이 소진된 뒤에는 평범한 사람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는 전장의 무도이다.

교관 이위가 바로 전장의 무도 고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평소 싸울 때는 무도 수준이 평범하지만 전장에 서면 그는 더할 나위 없이 매섭게 변한다.

마찬가지로 지금, 교룡 혈맥이 두변을 대단히 잔학하게 만들었다.

이전까지는 싸울 때마다 내력을 사용해야 했지만 내력이란 게 어쩔 수 없이 매우 빨리 소진된다.

그런데 지금 두변은 몸에 돋아난 황금빛 비늘을 유지하는 데에만 내력이 필요했고, 나머지 전투는 전적으로 교룡의 혈맥에 달려 있었다.

왼손에 쥔 비금 검은 막천남의 보물 창고에서 얻은 것으로, 아무리 견고한 것도 무조건 부술 수 있었다.

오른손에 쥔 도룡검은 더더욱 말할 것도 없이 진정 신기(神器)라고 할 수 있었다.

두 대단한 검을 미친 듯이 회전시키면서 곧바로 적군에게 달려들면 그만이었다.

다른 건 말할 필요도 없이 전장의 탱크라고나 할까.

그가 지나간 곳마다 탱크라도 지나간 것처럼 부러진 팔다리가 사방으로 날아다녔다. 성화교군의 갑옷이 아무리 좋아도 두변의 대단한 검 두 자루를 막을 수는 없었다.

솩, 솩, 솩, 솩.

두변은 자신의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한 기분이었다. 미친 듯이 적군을 도륙하고 짓밟는 전투용 자아 말이다.

계표표와 기세 소성주는 그 장면을 보고 넋이 나갔다.

두 사람 모두 두변보다 무공이 훨씬 고강했다. 하지만 전장에서 그들의 위력은 두변보다 훨씬 떨어질 뿐 아니라, 적을 참살하는 것도 두변의 몇 분의 일 수준이었다.

전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여완완이 시종 찾아봤지만 마안 사공령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를 경악하게 한 건 전장에서 뜻밖에 두변이 이토록 매서운 데다, 전장의 살신 같은 존재라는 사실이었다.

잠시 망설인 그녀는 곁에 있는 사제 수십 명에게 말했다.

“열 명이 가서 두변을 죽여라!”

“예!”

명령이 떨어지자 성화교 고수 열 명, 즉 종사급의 고수 다섯 명, 준종사급 고수 다섯 명이 두변이 있는 성벽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들이 돌격하는 속도는 더할 나위 없이 빨라서 마치 붉은 안개가 스쳐지나가는 듯했다.

게다가 이 열 명이 성화교군 속에 뒤섞여 있으니, 그들을 발견하기란 몹시 어려웠다.

휙, 휙, 휙, 휙.

고작 잠깐의 시간이 지난 뒤, 성화교군 고수 열 명이 성벽 위로 올라가서 두변을 포위했다.

두변은 순식간에 강대한 기운 열 개가 자신을 포위하러 온다는 걸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서역 성화교는 역시나 이 세계 최강의 신비한 조직다웠다. 그들이 자랑하는 절정 고수들은 북명검파에 밀리지 않았다.

이 성화교 고수들의 눈동자가 하나같이 푸른 걸 보니, 중원 사람이 아니라 서역 성화교에서 지원하러 온 사람들인 게 분명해 보였다.

마찬가지로 위험한 기운을 감지한 계표표와 기세 소성주가 재빨리 두변의 곁으로 달려와 앞뒤에서 두변을 보호했다.

“두변을 죽여라!”

성화교 고수 열 명이 순식간에 전투 임무를 분배했다.

종사급 고수 세 명이 기세 소성주를 상대하고, 두 명이 계표표를 상대해라!

나머지 준종사급 다섯 명이 두변 한 사람을 죽인다!

거의 순식간에 두변 쪽이 열세에 처했다.

계표표는 종사를 돌파한 지 얼마 안 됐으니 당연히 종사 두 명을 당해낼 수 없었다. 기세 소성주는 비록 종사를 돌파한 지 오래됐지만 혼자 세 명을 상대하기란 몹시 어려웠다.

그리고 두변은 고작 3품 무사에 불과했다.

솩, 솩, 솩, 솩.

계표표와 기세 소성주에게 적들이 달라붙은 뒤, 성화교의 준종사급 고수 다섯 명이 재빨리 두변을 포위해서 포위망을 점점 좁혀왔다.

옆에서는 절세 지하성의 무사들이 하나같이 달려와서 자신의 몸으로 두변 앞에 막아섰다.

그 무사들도 더할 나위 없이 뛰어난 건 분명하지만 준종사급 고수를 상대하는 건 버거웠다. 순식간에 절세 지하성의 십여 명이 쓰러졌다.

그러자 눈 깜짝할 사이에 준 종사급 고수 다섯 명이 두변 앞까지 달려들어서 손에 든 검으로 그의 몸을 찔러넣었다.

푹, 푹, 푹, 푹, 푹.

맹독이 묻은 검 다섯 자루가 갑자기 두변의 몸을 꿰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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