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9장: 믿을 수 없어.
사륭석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두변을 바라보며 소리를 높였다.
“불가능해. 그럴 리 없어!”
마화는 모든 걸 불태우는 것인데, 어째서 두변의 살갗은 태우지 못하는 거지?
사륭석은 자신의 대군이 전멸한 뒤, 여완완 앞에서 큰 치욕을 당한 후 전장으로 내쫓겼다.
그 당시 분노한 그는 당연히 여완완을 위해 목숨을 바칠 생각이 없었다. 그 후에 여완완이 대패해서 두변이 기병들을 거느리고 여완완의 군대를 추격하자, 이제 오히려 자신에게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
그는 더할 나위 없이 대담한 계획을 세웠다.
두변의 기병들은 대개 온몸을 뒤덮을 정도로 갑옷을 입는 데다 키가 크고 몸집이 건장해서 사륭석이 속이기에 수월했다.
그래서 그는 거대 늑대를 탄 척후병 하나를 골라서 미행한 후, 기병이 구호를 외치는 것까지 들은 뒤에야 사람이 없는 곳에 가서 그를 죽이고 그의 갑옷으로 갈아입었다.
사륭석의 계획은 거대 늑대 척후병으로 위장해서 두변에게 접근해 그를 죽이고 이후에는 거대 늑대를 타고 그대로 도망쳐서 대염 왕도의 문산성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이번 전투에서 여완완은 대패를 거뒀지만 자신이 두변을 죽이는 데 성공한다면 얼마나 큰 공을 세우게 되는 것일까.
여여룡과 여완완이 패배한 이상, 대염 왕국을 지키는 최고 대장군 자리에는 사륭석만 남게 된다.
그렇게 이익이 너무 크니 위험을 무릅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뜻밖에 마화로도 두변을 죽이지 못할 줄이야.
투구를 벗자 문신이 가득한 사륭석의 얼굴이 드러났다. 수컷의 매력이 대단히 가득한 얼굴이었다. 위험할 뿐 아니라, 신비롭고, 잘생긴 얼굴.
두변이 웃으며 말했다.
“사륭석, 나를 향해 달려오는 걸 보자마자 당신일 거라는 걸 알았다.”
사륭석이 냉랭하게 말했다
“그럴 리 없다.”
두변은 아무런 해명을 하지 않았지만 사실이 그랬다.
이 강하고 위험할 뿐만 아니라 야심만만한 만족의 수령은 하마터면 두변의 최대 맹우 중 한 명이 될 뻔했다.
사륭석은 고집스럽게 고개를 쳐들고서 말했다.
“두변, 네가 이겼다. 아주 대단하구나!”
두변이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그리고?”
“이제 전략적인 형세가 완전히 바뀌어서 너는 숨 돌릴 시간을 얻을 테고, 심지어 이걸 계기로 영토를 확장해서 한 지역의 패주라고 일컬어지겠지.”
“그 다음엔?”
“하지만 나는 절대로 투항하지 않는다. 내가 예전에 여씨에게 투항한 건 여완완을 얻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너는 남자이니, 내가 널 아내로 맞을 것도 아니고. 설령 네가 이제 와 여인으로 변한다고 해도 이미 늦은 일이 아니냐? 하하하!”
두변이 여전히 같은 말을 물었다.
“그리고 그 다음엔?”
“내가 너의 맹우가 될 수는 있다. 내 사륭 부족에겐 아직도 만군 1, 2만 명이 있으니, 가장 앞에서 여씨의 등허리를 찌르는 비수가 돼서 그에게 치명적인 위기를 가져다줄 수 있다. 우리 만군의 견제가 있으면 여여해는 감히 너를 토벌하러 오지 못할 것이다. 너와 내가 동서에서 협공하면 여여해는 바빠서 숨 돌릴 새도 없게 될 것이다. 너는 동쪽에서 영토를 확장하고, 나는 서쪽에서 확장해서 우리가 연합해서 여여해의 대염 왕조를 집어삼키는 것이지.”
두변은 감탄해 마지않았다. 이런 순간이 돼서도 사륭석은 여전히 야심만만하다니.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 여씨의 영토를 분배할 생각이라니. 이건 단순히 야심만만한 정도가 아니라 야심이 하늘을 찌를 정도라고 말해야 하지 않겠나.
두변이 웃으며 물었다.
“내가 당신을 어떻게 또 믿지? 저번에도 맹우가 되겠다면서 결국 뒤돌아서 나를 배신하지 않았나?”
“나는 이미 여완완과 관계가 완전히 틀어져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 게다가 여씨가 지금 약세인데, 내가 너와 연합해서 이 틈에 여씨를 공격하지 않으면 내가 바보인 거지. 두변, 네가 우둔하지 않다면 이게 최고의 선택이라는 걸 알 것이다.”
어떻게 보면 그의 말이 맞았다. 사륭석을 사륭 부족으로 돌려보내면 그는 여씨의 배후를 겨냥하는 예리한 칼날이 된다. 그가 견제하면 여여해는 전력을 다해 두변을 상대할 수 없을 것이다.
얼핏 보기에 그게 가장 지혜로운 선택처럼 보이기는 했다.
“그러니 절대로 나를 투항하게 만들 생각은 하지 말아라. 그건 불가능하다. 이제, 너는 날 놔주어도 된다. 군사는 신속함을 최고로 치니, 나는 가능한 한 빨리 내 부족에 돌아가서 대군을 집결시켜야 한다. 네가 그렇게 우둔하지 않다면 말이다.”
두변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 걱정 말아. 빨리 할 테니.”
사륭성이 냉랭한 목소리로 물었다.
“두변, 뭘 하려는 것이지?”
“모든 이는 뒤로 돌아라.”
두변의 명령에 계표표, 부홍빙, 기세 소성주를 제외하고 모든 이가 뒤를 돌았다. 이 세 사람도 눈을 감았다.
두변은 두 손바닥을 사륭석의 등에 대고 눌렀다.
흡성대법!
미친 듯이 집어삼키고, 집어삼켜라!
사륭석은 놀랍게도 자신의 단전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처럼 안에서 내력 현기가 미친 듯이 빠져나가는 걸 깨달았다.
이런 느낌은 너무나 두려웠다. 마치 영혼까지 송두리째 집어삼켜지는 느낌이랄까.
“아아아악!”
생전 두려움이 뭔지 모르던 사륭석이 필사적으로 울부짖고, 필사적으로 날카롭게 비명을 질렀다.
“두변 대인, 투항할게! 투항할게!”
“사륭석이 주군을 뵙습니다. 사륭석이 주군을 뵙습니다!”
“두변 주인님! 저를 죽이지 마십시오, 죽이지 마십시오…….”
사륭석은 울부짖고, 애걸하며 전율하고 있었다.
두변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계속 미친 듯이 내력을 집어삼켰다.
그의 무도 수준이 또다시 비약적으로 폭등했다.
3품 중등 무사!
3품 상등 무사!
2품 하등 무사!
두변이 계속 내력을 집어삼키고 있을 때, 사륭석의 단전에 난 틈이 점점 더 커져서 마침내 더는 버틸 수 없게 되었다.
펑!
사륭석의 단전이 힘차게 터지면서 복부에 구멍 하나가 뚫렸다.
이 몹쓸 놈의 현기는 참으로 잡다했다. 두변의 단전과 근맥이 또다시 오염되어서 온몸이 다시 터질 것만 같았다.
집어삼킨 현기를 완전히 정화시키기 전까지 더는 흡성대법으로 현기를 집어삼킬 수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몸이 마비될 위험이 컸다.
두변이 근맥이 터질 것 같은 느낌을 애써 참고 눈을 떠 보니 사륭석은 아직 살아 있었다.
“두변, 살려줘요, 살려줘요. 투항할 테니 살려줘요!”
사륭석은 죽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다해 애걸했다.
하지만 두변은 비금 검을 꺼내 그의 목을 힘껏 내리쳤다.
눈을 편히 감지 못한 머리통이 굴러떨어졌다. 야심만만한 야만족 부족의 수령이 마침내 죽은 것이다.
떨어진 그의 머리를 아무렇게나 한쪽에 던져 버리고 나서, 두변은 야생마에 올라 외쳤다.
“성으로 돌아간다!”
“빨리, 빨리…….”
광서 제독 원천조는 3만 5천 대군을 거느리고 쏜살같이 백색성을 향해 질주했다. 아직 백색성까지 백여 리가 떨어져 있었다.
전날, 원천조는 대군을 거느리고 다시 전동현을 수복하면서 백색성과 점점 더 가까워졌다.
여씨와 두변이 전투를 개시한 뒤, 끊임없이 까마귀가 밀서를 가지고 날아와서 대략적인 전황을 전했다. 여씨가 열세에 처했을 뿐 아니라 머지않아 패전할 것 같다는 소식에, 원천조와 두강은 경악하고 말았다.
그러니 반드시 이 격변의 상황을 바꿔야 했다. 절대로 두변이 이기도록 놔둘 수는 없었다.
결국 원천조는 곧바로 3만 5천 대군을 거느리고 출발했다. 온 세상의 비난을 받을지언정 여씨와 병력을 합쳐서 백색성을 동서로 협공해서 두변을 완전히 없애버려야 했다.
그렇게 하면 몹시 심각한 비난을 받겠지만, 승자는 왕이 되고, 패자는 도적이 되는 법. 또 죽은 자는 말을 하지 못할 뿐이고.
이번 전투는 백색성의 귀속을 결정할 뿐 아니라 황제의 운명까지 결정하는데, 방씨 집단이 세운 전략에 따라 황제는 이번에 반드시 퇴위해야 했다.
그 전략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그들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을 생각이었다.
“여완완, 빌어먹을 힘을 좀 내라고! 적어도 내일, 내일까지는 버텨야 해!”
“대원수! 여씨에게는 10만 대군이 있으니 분명히 내일까지 버틸 수 있을 겁니다. 심지어 사흘에서 닷새까지도 문제없을 겁니다.”
“우리 대군이 도착해서 여씨 대군과 동서로 협공하기만 하면 두변은 반드시 죽을 겁니다!”
원천조의 대군은 미친 듯이 행군해서 백색성과 점점 더 거리가 가까워졌다.
그는 반드시 여씨가 패전하기 전에 도착해야 했다. 그래야만 동서로 두변을 협공해서 일거에 두변을 없애버릴 수 있으니까.
그런데 백색성과 아직 50리 거리가 남았을 때, 척후병 여러 명이 미친 듯이 달려와서 큰소리로 외쳤다.
“대원수, 대원수. 큰일 났습니다. 전투가 이미 끝났습니다. 여씨의 10만 대군은 이미 완전히 무너져서 도망치고 있습니다.”
광서 제독 원천조가 말 위에서 갑자기 휘청였다.
“언제 일어난 일이냐?”
원천조가 소리 지르자 척후병이 고했다.
“두 시진 전에 이미 전투가 종료됐습니다. 두변이 대승을 거뒀고, 여씨 쪽은 사상자가 어마어마합니다!”
원천조는 머리가 어질어질해졌다.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무려 10만 대군인데! 두변은 3만여 명밖에 없었잖아!
1대 3으로 싸우는데도 패배한 거야? 더군다나 하루도 안 돼서 졌다고?
오후 내내 수많은 전서구가 제국의 곳곳으로 날아갔다.
그것들이 전하는 건 다 같은 소식이었다. 두변이 대승을 거뒀고, 여완완의 10만 대군이 패배했을 뿐 아니라 사상자가 무수히 많다는 것.
그와 같은 시각.
까마귀 한 무리가 대염 왕조의 왕궁 안, 여여해의 궁전 안으로 날아들었다.
모든 밀서에 다 같은 소식이 적혀 있었다.
‘여완완 대패, 사상자 무수히 많음!’
대염 왕궁 안.
국왕 여여해는 손에 검은 까마귀가 보낸 밀서를 들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얼음장처럼 냉랭했으나 속으로는 곧 폭발할 것 같은 화산과도 같았다.
그는 눈도 깜빡이지 않은 채, 죽일 듯이 밀서에 쓰인 글자를 노려봤다.
그가 힘차게 고함을 지르자 손에 든 밀서가 순식간에 연기로 사라졌다.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있던 환관은 놀라서 거의 오줌을 지릴 정도였다. 환관은 필사적으로 바닥에 무릎 꿇고 엎드려서 두 손으로 은 쟁반을 더 높이 들어올릴 뿐이었다. 쟁반 안에는 밀서가 수십 개 놓여 있었으나 거의 다 같은 내용이었다.
‘여완완 대패, 사상자 무수히 많음!’
여여해는 속으로 포효했다.
대패라고? 어떻게 대패할 수 있지?
아니, 아니야! 절대로 그럴 리 없어!
더군다나 전투가 시작된 지 하루만에 졌다고?
그게 가능한 일인가? 너무 터무니없잖아!
이건 분명히 적의 음모다!
여여해가 소매를 힘껏 떨치며 소리쳤다.
“이건 음모다, 음모이니라! 꺼져라. 과인은 이것들을 보지 않겠다.”
그가 소매를 떨치자 대전 안에 태풍이 스치고 지나가는 것만 같았다. 덕분에 소환관들은 곧바로 날아가면서 피를 뿜고는 그대로 죽었다.
여여해가 성지를 내렸다.
“여봐라. 서신을 전하는 까마귀를 담당하는 조련사들을 전부 죽여버려라. 그것들이 키우는 까마귀들이 전부 적들에게 통제당하고 있다!”
“예!”
명령을 받은 무사 한 무리가 매섭게 대전 밖으로 나갔다.
대염 왕조에서 전서구 역할을 하는 까마귀를 담당하는 환관들이 오늘 재수 없게도 모조리 죽을 운명이었다.
“기병 한 조를 백색 전장으로 보내라. 과인은 전장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야겠다”
여여해는 자신의 10만 대군이 전투가 개시된 지 하루 안에 대패했다는 걸 절대로 믿지 않았다.
이윽고 그는 옥좌에 앉아서 전장에서 진짜 정보가 도착하기만을 계속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