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363화 (363/648)

363장: 군대 확충 방안

이윽고 그는 소매에 손을 넣었다. 그 안에는 그가 아주 오랫동안 준비한 먹자마자 죽을 수 있는 독약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아내를 미련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본 뒤, 문을 사이에 두고 태자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또 이연정과 영종오를 바라봤다. 그들은 황제의 최측근이었다.

황제가 웃으며 말했다.

“두변, 우리 둘이 인연이 있는가 보구나. 함께 가자.”

그런데 바로 그때, 환관 운주가 미친 듯이 달려 들어와서는 거의 목이 메어서는 소리쳤다.

“폐하, 경사입니다. 두변 대인이 3만 대군을 거느리고 여씨의 10만 대군과 대적해서 대승을 거두었습니다! 여씨의 대염 왕국의 10만 대군이 전멸했습니다!

이게 모두 폐하의 홍복(洪福)이시고, 대녕 제국의 홍복입니다!”

그 순간 사방이 죽음과도 같은 정적에 휩싸였다.

황제는 차마 자신이 들은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온몸이 굳은 것처럼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물론 너무 좋은 소식이었다. 그가 꿈꾸었던 최고의 결과보다도 훨씬 좋았다.

그래서 너무나 실감이 나지 않았다.

황후는 몸을 흠칫 떨더니 목어를 두드리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눈물을 쏟았다.

“보살님, 감사드립니다. 보살님께서 두변을 보우해주셨습니다!”

그 순간 밖에서 무릎을 꿇고 있던 노쇠한 노신 수십 명이 소리쳤다.

“말도 안 돼. 그럴 리 없다!”

“두변은 나라와 백성들에게 해를 끼치는 환관에 불과한데, 그런 놈이 무슨 덕망이 있어서 여씨의 10만 대군을 격파했다는 거냐?”

“폐하, 이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건 두변이 군사 정보를 위조한 겁니다. 폐하, 청컨대 그에게 죄를 내려주시옵소서!”

“엄당의 두변은 황족을 주살하고, 나라와 백성들에게 해를 끼쳤을 뿐 아니라, 군사 정보까지 위조하여 군왕을 속인 죄가 있으니, 능지처참해야 마땅합니다!”

밖에서 노쇠한 신하들이 하나같이 머리를 조아리며 소리쳤다.

그들은 절대로 그 소식을 믿지 못했다.

황제가 벌떡 일어섰다. 그의 눈빛이 핏빛으로 물들면서, 가슴속에 살기가 가득 차올랐다.

전투가 끝난 뒤 백색성은 매일 분주했다.

어렵사리 보수해놓은 성벽이 다시 만신창이가 되었고, 심지어 예전보다 더 심하게 망가져서 다시 재건해야 했다.

저번 전투에서 화살을 백만 자루나 써버렸으니 그것도 다시 보충해야 했다. 3, 4할 정도의 화살은 완전히 온전하게 회수했고 일부는 복구가 필요했지만 적어도 8, 9할 이상은 회수할 수 있었다.

돌덩이와 굴림 나무도 일정 정도 회수할 수 있었다. 다만 대부분 나무가 불타버렸지만, 다행히도 이곳 광서에는 삼림이 널려 있어서 나무를 구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두변은 매일 3분의 1의 시간은 수련을 하고, 3분의 1의 시간은 부상자 병영에서 직접 부상병들을 보살폈다.

보살피는 척만 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부상자 병영에서 몇 시간 이상이나 머물렀다. 병사들을 위해 상처를 봉합할 뿐 아니라, 염증이 생긴 병사들에게는 환각 정석의 사용량을 정해 주었다. 환각 증상이 있는 정석이 소염에 좋은 건 맞지만, 중독성이 높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몹시 전문적인 의원들이 치료하고 보살펴주니, 부상병들은 순조롭게 회복해서 얼마 지나지 않으면 다시 전장에 나갈 수 있을 정도였다.

두변이 이 군대를 막 보유하게 되었을 때는 사실 조금 부담스러웠던 게 사실이었다. 각각의 군대가 부족의 성주와 소성주의 명령에 따르던 터라 자신의 병권이 공고하지 않을까 우려했다.

하지만 이제 보니 그건 지나친 생각이었다.

이 군대는 견줄 수 없을 정도로 명예를 중시했다. 주군에게 충성을 바치는 건 명예를 지키는 가장 큰 부분이었다.

두변이 군대의 인심을 거스르는 일만 하지 않는다면 이 군대는 계속 대성주인 그에게 충성을 바칠 것이다.

더군다나 두변이 최근에 한 모든 일들이 그들이 두변을 열광적으로 숭배하게 만들었다.

불사의 기적을 펼친 것, 거기에 온몸에 교룡의 비늘이 돋은 일을 통해 절세 지하성의 무사들은 용신이 두변에게 빙의했다고 확신했다.

거기에다 두변은 매일 부상병들을 극진하게 돌봤다. 그러니 그들이 두변을 지지하지 않을 수 있을까.

두변은 나머지 3분의 1의 시간은 사공엽의 실험실 안에서 머물렀다.

최근, 사공엽은 더 이상 실험을 하지 않았다. 대신 끝없는 생각, 종잡을 수 없는 생각에 빠져들었다.

그는 생각을 하는 동시에 쉴새 없이 중얼거렸다. 그의 혼잣말들은 두변만 알아들을 수 있었다. 게다가 사공엽의 종잡을 수 없는 생각 가운데 번뜩이는 점을 찾아내서 사공엽이 자신의 방향을 정확하게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그런 일이 반복되자 사공엽은 두변이 곁에 있기만 하면 의지할 곳이 생긴 것처럼 머리가 몹시 맑아지고 천재적인 생각이 튀어나오는 기분이었다. 그러니 두변이 자리를 비우기만 하면 불안해했다.

사공엽은 천재적인 과학자이면서도 또 자신을 믿지 못하는 불안정한 과학자였다.

그런 그를 두변이 위로하며 이끌어가자, 자신이 점점 옳은 길에 들어선 것 같은 기분이었다. 계속 이대로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갑자기 어느 날 놀라운 성과가 터져나올 것만 같았다.

두변은 지금 매우 중요한 회의를 열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상의해야 할 의제는 단 하나, 군대를 확충해야 할지 여부였다.

만약 군대를 확충한다면 어디에서 병사를 모집할까? 절세 지하성에서? 아니면 밖에서?

옥진 군주가 말했다.

“나는 군대 확충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여완완의 10만 대군을 격파했지만, 여씨의 위염 왕국(偽炎王国: 대염 왕국이 정통성을 인정받은 왕국이 아니라 가짜라는 뜻을 가지고 일컫는 것)은 적어도 40만 대군을 보유하게 됐습니다. 물론 그자가 40만 대군을 모두 이끌고 우리를 공격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25만 대군을 내놓아서 백색성을 공격할 겁니다.

위왕(僞王) 여여해가 25만 대군을 거느리고, 심지어 그보다 더 많은 군대를 거느리고 백색성을 공격한다면 우리 3만여 대군으로 그들을 막을 수 있겠습니까?”

그건 의심할 여지도 없는 일이었다. 절세 지하성의 무사들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한 명이 열 명을 상대할 수는 없었다.

옥진 군주가 말을 이었다.

“물론 지금 여씨의 주력 대군은 귀주성을 토벌하는 중입니다. 게다가 정보에 따르면 그 전투는 이미 끝났다고 하고요. 그러니 얼마 지나지 않아서 위왕의 태자 여담이 20만 대군을 거느리고 회군할 겁니다. 우리에게 시간은 많지 않으니 반드시 즉시 군대를 확충해야 합니다.”

계표표가 말했다.

“나도 군대 확충에 동의해요. 제 아버지께서도 백색성에 있었을 때 1만 대군을 모집했어요. 더군다나 청룡회의 많은 제자가 피난을 위해서 시골로 도망쳤어요. 그뿐 아니라, 우리는 매우 뛰어난 실력자들이 사방 수백 리에 있는 깊은 산 속에 숨어있다는 걸 알고 있잖아요.”

두변도 당연히 알았다. 바로 막씨의 구세력 말이다.

예전에 막씨가 패배한 뒤, 무려 2, 3만 명이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지금 산속에서 각각 왕 노릇을 하면서 자신을 왕이니 패주니 하고 칭하고 있을 것이다.

부홍빙이 말했다.

“주군, 제가 몇 가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물으세요.”

“첫째, 주군에게는 대략 군대가 얼마나 필요합니까? 둘째, 주군에게는 어느 정도의 지반이 필요합니까?”

부홍빙의 질문은 너무나 직설적이었다. 특히 두 번째 문제에 대해 두변은 한순간 대답하기가 거북했다.

잠시 후, 두변이 대답했다.

“여씨를 완전히 섬멸하는 데 적어도 10만 대군이 필요합니다. 최후에 점거할 지반은 아마도 성 하나 정도가 될 겁니다. 여씨의 영지에는 비금, 납포 등 물자가 있으니, 한 성의 백성이 부유하게 살기에 충분하고, 10만 대군을 이끌기에도 충분할 겁니다.”

부홍빙이 말했다.

“수백 년간 이룬 끝에 절세 지하성은 충분한 갑옷, 병기, 식량 및 대량의 물자를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절세 지하성은 줄곧 병사들의 교대를 몹시 중시합니다. 본래 우리는 2군 병사를 무려 3만이나 보유했지만 저번에 괴수들의 공격으로 2군 병사 1만을 잃었으니 지금은 2만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잠시 망설이다가 그녀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 무사들은 아직 몹시 젊고 아직도 성장중입니다. 게다가 그들은 절세 지하성의 모든 희망입니다.”

두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부홍빙의 말뜻을 분명히 이해했다. 절세 지하성은 2군 무사 2만 명을 바칠 수 있지만 그들이 전부 희생되면 절세 지하성에 미래는 없다는 얘기였다.

이문회가 말했다.

“광서 전역에 걸쳐 예전에는 많은 세력이 있었다. 더군다나 백색성 부근은 대지 균열에 가까운 곳이어서 무도 문파가 특히 번영을 누렸지. 하지만 여씨가 천도맹을 대숙청한 뒤로 이곳의 무도 문파는 완전히 쇠락했다. 그렇지만 그 무사들은 아직 죽지 않아서 많은 이가 민간에 흩어져서 평범한 사람처럼 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어서 이문회의 눈빛이 서늘해졌다.

“만약 우리가 군대를 확충해야 한다면 그들을 전부 튀어나오게 만들 필요가 있다!”

튀어나오게 한다고요?

이문회는 악랄한 경험과 지혜를 바탕으로 극도로 노련하다 할 만했다.

두변이 물었다.

“의부께서는 구체적인 생각이 있으십니까?”

이문회가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잡는 거지. 직접적으로 그 무사들의 일가를 전부 잡는 것이다. 그들의 가솔을 백색성 안에 거둬서 그들에게 비교적 풍족한 생활을 하게 만드는 거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인질로 삼는 거지.”

곧바로 집으로 들이닥쳐서 그 무사들의 일가를 사로잡은 뒤, 그들에게 군에 들어오라고 압박한다?

그렇게 하면 두변의 악명이 자자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급박한 시기에, 민심을 매수하는 방법을 쓸 시간이 있을까. 여씨를 멸망시킨 후 민심을 거둬들일 시간이야 충분할 것이다.

두변이 말했다.

“의부께서는 광서 동창을 다년간 관장했으니, 이 지역의 무도 문파를 손바닥 들여다보듯 알고 계실 겁니다. 의부께서는 우리가 얼마나 많은 무사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국경을 넘어서까지 말이냐?”

이문회의 말에 두변은 감탄하고 말았다.

이른바 국경을 넘는다는 건 단순히 조금 넘어서는 게 아니라 타국에 깊숙이 침투해야 한다.

두변이 말했다.

“국경을 넘어서도 상관없습니다. 우리 군대가 도달할 수 있는 세력 범위 안에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이문회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1만 5천! 다만 그들은 무사이지 군인이 아니라서 군영에 넣은 후 악착같이 훈련시켜야 한다.”

부홍빙이 말했다.

“그건 문제없습니다. 우리 모든 무사는 다 최고의 교관이기도 합니다.”

이문회가 물었다.

“돈, 식량, 무기, 갑옷은 충분하오?”

부홍빙이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이 대인, 우리 절세 지하성은 매년 물자가 과잉으로 남았습니다. 하지만 평민들로 하여금 열정적으로 생산에 전념하게 만들기 위해서 물자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더라도 평민들은 줄곧 가까스로 배가 부를 수 있을 정도로만 밥을 먹었습니다.”

대단한 지배 계층 아닌가. 놀라울 정도로 솔직하고 조금도 가식이 없었다. 여기에서 나오는 말들은 전부 지배 계급의 가장 진솔한 말일 것이다.

의부는 군대를 확충하기 위해, 무사의 일가를 모두 인질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부홍빙은 어떻게 평민을 착취해야만 그들에게서 최대의 생산력을 쥐어 짜낼 수 있는지 말하고 있었다.

부홍빙이 말했다.

“설령 주군이 10만 대군을 보유한다고 해도 저희가 가지고 있는 식량과 물자로 그 대군을 2, 3년 이상 충분히 키울 수 있습니다.”

‘젠장! 그 정도로 모은 거야?’

두변이 말했다.

“좋습니다. 군대 확충을 위한 병력의 공급원은 세 가지가 있겠군요.

첫째, 절세 지하성의 2군 무사. 둘째, 여씨에 의해 패망한 문파들의 흩어진 무사들. 셋째, 막씨 토사의 구세력, 즉 깊은 산속에 흩어져 있는 그 토비들 말입니다.

세 가지 공급원 중에 막씨의 구세력, 즉 깊은 산속에 있는 토비는 어떻게 손에 넣는 게 좋겠습니까?”

절세 지하성의 소주가 말했다.

“공격해야 합니다!”

이문회가 말했다.

“그들을 쳐야 한다!”

부홍빙이 말했다.

“공격하는 겁니다!”

너무나 포악한 통치 계급이었다. 아무도 그들을 회유해야 한다거나, 식량과 황금으로 매수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저 공격하라고만 말할 뿐.

이문회가 말했다.

“토비의 두목들을 죽이고, 병사 중에서 투항자를 모아서 군대에 편입시킨 뒤 그들이 완벽한 병사가 될 때까지 미친 듯이 개조시켜야 한다.”

“동의합니다!”

“동의합니다!”

두변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군대 확충 방안은 그렇게 결정하겠습니다.”

옥진 군주는 천생이 정의로워서 이런 회의가 정말이지 익숙하지 않았다. 이문회 대인, 부홍빙 대인, 기세 소성주, 그리고 두변까지 겉보기에는 얼마나 정의로워 보이나? 뜻밖에 그들이 일을 할 때는 이토록 냉혹하고 매서운 방법을 쓸 줄이야.

바로 그때, 병사의 목소리가 밖에서 들렸다.

“대인, 어떤 자가 성밖에 나타났는데 아마도…… 위염 국왕 여여해인 것 같습니다!”

병사의 목소리가 조금 떨리고 있었다.

두변이 의아해하며 성벽 위로 올라가서 보니, 성 밖 천 미터 지점에 기병 수십 명이 있었다.

선두에 있는 사람은 불꽃색 왕포를 입고 금관을 쓰고 있었다. 그의 위풍당당하고 패기만만한 모습이 산처럼 우람하기도 하고, 검처럼 날카롭기도 했다.

그의 뒤에 수십 명이 있었는데 모두 절정의 고수였다. 손에 쥔 깃발은 대염의 왕기(王旗)였다.

두변은 기가 막혔다.

대염 왕국의 국왕 여여해가 뜻밖에 수십 명을 데리고 백색성 밖에 저렇게 거들먹거리며 나타날 줄이야.

두변이 물었다.

‘시스템, 내가 지금 모든 힘을 모으면 여여해를 죽일 수 있겠습니까?’

꿈속 시스템이 말했다.

‘불가능하다. 그의 무공은 대단한 수준에 이르렀다. 네가 상상도 못 할 수준이지.’

물론 그 말은 여여해가 혼자서 만 명을 상대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리라. 하지만 그가 떠나려 한다면 아무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두변이 놀라 물었다.

‘어째서입니까? 예전에는 영종오 대종사의 적수도 되지 못한다고 했잖습니까?’

시스템이 침묵하자, 두변이 물었다.

‘시스템, 혹시 당신이 원인입니까?’

시스템은 여전히 조용했다. 게다가 더 이상 입을 열 의사가 없어 보였다.

바로 그때.

백색성 상공에 천둥소리 같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빌어먹을, 그의 무공이 이렇게 고강하단 말인가!

여여해가 말했다.

“두변, 와서 과인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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