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장: 여여해의 제안
여여해의 괄목상대할 만한 발언이기는 했다. 또 다른 역사에서 명태조 주원장도 처음에는 백련교(白蓮敎)에 속했지만 나중에는 백련교와 완전히 단절했을 뿐 아니라, 백련교를 모조리 죽이기까지 했다.
여여해가 말했다.
“네가 내 휘하에 들어오기만 하면 나는 성화교와 완전히 단절할 것이다. 마침 저번 대전으로 성화교군 2만 명이 너에게 8할 이상 소멸당했고 말이다.
네가 나에게 의탁하면 여완완을 너에게 시집 보내겠다. 어떠냐?”
두변은 경악하긴 했지만 의외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나는 지금 매우 진지하게 말하는 것이다.”
두변은 그가 몹시 진지하다는 것을 믿었고, 심지어 여완완에게서 성화 마녀의 색채를 옅어지게 만들겠다는 말도 믿었다. 여여해가 처음에 서남 토사 연맹을 통일할 때는 성화교가 필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지반이 커지고, 병사들이 많아짐에 따라, 성화교는 도리어 그에게 부담이 된 것이다.
두변이 웃으며 말했다.
“여후께서는 그게 불가능하다는 걸 아실 겁니다.”
여완완을 아내로 맞이한 뒤, 여여해에게 의탁해? 이게 무슨 장난입니까?
우선 두변과 여완완은 이미 철저히 적이 되어서 서로 상대방을 죽일 생각만 했다. 그리고 정말 두변과 여완완이 결합한다면 왕태자 여담은 온갖 계략을 써서 두변을 죽이려고 들 것이다.
여씨는 사륭석 하나도 수용하지 못하는데 하물며 두변은 수용할 수 있을까?
여여해가 잠시 생각한 뒤에 입을 열었다.
“이러면 어떤가? 대녕 제국을 배반하고 자립하며, 대염 왕국과 동맹을 맺었다고 공개적으로 선포하면 된다. 백색성이라는 공성을 가지고 있어봤자 소용없으니 내게 넘겨라. 교환조건으로 나는 유주부 서쪽의 다섯 부와 삼십여 개의 현을 전부 너에게 주겠다!”
이번에야말로 두변은 정말로 놀라서 얼이 빠졌다.
여여해의 손이 이 정도로 클 정도야.
두변이 대녕 제국을 배반하고 자립했다고 선포하기만 하면 광서성의 절반과 유주부, 남녕부를 얻을 수 있다? 그중 어느 것도 백색성이라는 공성보다야 열 배는 나을 것이다.
웬만한 다른 이라면 순식간에 그 커다란 떡을 보고 완전히 까무러칠 수 있는 규모였다.
아무리 두변이라도 이 제안에는 당황하고 말았다.
병사 하나 허비하지 않고, 대녕 제국을 배반했다고 선포하기만 하면 광서성의 절반을 얻을 수 있다니, 대단하지 않은가?
그렇지만 이것은 독이 든 떡이나 마찬가지인 방법이었다. 화근을 처리하지 않고, 옆으로 옮겨놓은 계책이나 다름없었다.
우선, 지금 남녕부 부근은 완전히 방계가 차지하고 있었다. 두변이 그곳을 탈환하려면 반드시 원천조와 전투를 치러야 한다.
게다가 두변이 대녕 제국을 배반하고 자립했다고 선포하면 황제는 곧바로 퇴위하고, 태자가 등극할 것이다. 방계의 조종 하에 두변은 이미 황제와 단단히 하나로 묶이게 되었다. 두변이 배신하고 모반을 한다면 황제를 끝이 보이지 않는 심연으로 밀어넣게 된다.
그때가 되면 원천조는 곧바로 반란군에서 황제의 군사로 변해서는 배신자 두변을 섬멸할 수 있다. 그런 뒤 정당한 명분을 가지고 광서성 전체를 점령하게 된다.
지금 두변의 백색성은 광서와 여씨 사이를 가로지르고 있으니, 광서성의 절반도 쓸모없는 곳으로 변했다. 게다가 그곳은 이미 방계에게 점거당했으니, 여여해로서는 남의 돈으로 선심 쓰는 격이었다.
허허, 두변이 냉소했다.
그리고 꿈속 시스템도 두변의 머릿속에서 냉소했다.
‘허허, 네가 원하는 건 광서 절반이 아니라 대녕 제국 전체라고 해라.’
물론 두변은 대꾸도 하지 않았다.
여여해는 두변의 반응을 보며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요즘 젊은이들은 다 저렇게 교활한가?’
이어서 여여해가 말했다.
“두변, 왕태자 여담이 곧 개선해서 회군할 것이다. 그가 20여만 대군을 데려오는 데다가, 운남성과 예전 서남 토사 연맹을 합하면 우리는 40만 대군을 집결시킬 수 있다. 내가 원하기만 하면 심지어 더 많이 집결시킬 수 있지. 서역 성화교에서도 이익을 취하려고 내게 강대한 군대를 지원해준다고 했다.”
두변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여해가 말을 이었다.
“나는 지금 두 가지 방향이 있다. 한 가지 방향은 사천성을 손에 넣는 것이다. 그곳에 우리 대염 왕국의 최대의 전략적인 이익이 걸려 있다. 사천을 손에 넣어야만 내 대염 왕국이 온전해진다. 또 하나의 방향은 모든 병력을 집결시켜서 너를 완전히 섬멸하는 것이다. 두 가지를 비교한다면 당연히 사천을 공격하는 게 더 중요하지. 그러나 너를 완전히 없애버리지 않으면, 내 대염 왕국의 명성에 파멸적인 타격이 올 것이다.
그러니 일은 몹시 간단하다. 네가 나에게 투항하거나 대녕 제국을 배반하고 자립해서 나와 동맹을 맺는 것. 그렇지 않으면…… 나는 수십만 대군을 거느리고 너를 완전히 섬멸할 수밖에.”
두변은 침묵했다.
“두변, 지금 내가 25만 대군, 심지어 30만 대군을 거느리고, 네 백색성을 공격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 것 같으냐?”
당연히 3만여 대군이 모조리 죽어버리겠지.
절세 지하성의 무사들이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한 사람이 열 사람을 상대할 수야 있나.
그렇지만 10만 대군이 있다면?
그럼 반드시 패배한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만약 두변에게 10만 대군이 있고, 사공엽이 비장의 대량 살상 무기를 개발하는 데에 성공한다면?
그렇게 되면…….
어쩌면 백색성에서 여여해가 공격하러 오는 걸 기다릴 필요가 없게 된다. 그저 자발적으로 군대를 거느리고 나가서 미친 듯이 영토를 확장하면 될 뿐.
여여해가 말했다.
“두변, 내게 투항해서 내 딸을 맞을 것이냐? 아니면 대녕 왕국을 배반하고 자립할 것이냐?”
“모두 안 할 겁니다. 난 여전히 폐하께, 제국에 충성을 바칠 겁니다.”
“확실한가?”
“그렇습니다.”
“그럼 좋다. 너는 죽을 날만 기다려라! 나는 사천을 먼저 공격하지 않겠다. 모든 병력을 집결시켜서 너라는 원숭이를 공격해서 네 군대를 한 명도 남기지 않고 뿌리째 뽑아버리겠다.”
이윽고 여여해는 두말하지 않고 군대를 거느리고 떠나서 대염 왕국의 왕성으로 돌아갔다.
두변도 군대를 거느리고 성으로 돌아가서 가장 먼저 이렇게 말했다.
“군대 확충 계획을 본격적으로 개시한다!”
군대를 10만으로 확충하면 패배하지 않는 주된 기반을 유지할 수 있으니 그건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하늘이 보살펴주셔서 사공엽이 대량 살상 무기를 개발하는 데에 성공한다면…… 더는 아무것도 얘기할 필요가 없게 된다. 곧바로 궐기하게 될 뿐.
황궁 안.
퍽! 퍽! 퍽!
곤장이 계속 내리쳐지고 있었고, 피와 살이 튀면서 처참한 비명이 끊이지 않았다.
울부짖으면서 욕지거리를 퍼붓는 일도 잊지 않았다.
“폭군이로다, 폭군이야. 하늘이 나라를 망하게 하겠구나!”
“천벌 받을 간신 놈에 황제가 걸주 같으니, 강산과 사직을 맡을 자격이 없구나!”
퍽! 퍽! 퍽!
하지만 곤장이 몇 대를 넘어서자, 그들의 목소리도 조용해졌다.
왜냐하면 몹시나 두렵게도 볼기가 더 이상 아프지 않다는 걸 깨달은 탓이다.
처음에 곤장을 맞을 때는 몹시 아팠다. 그건 괜찮았다. 얼핏 보면 피부가 터지고 찢기지만 뼈는 전혀 다치지 않으니까.
그런데 이제는 곤장을 맞는데 아프지 않았다.
그건 곤장이 살갗이 아니라 오장육부와 뼈를 내리친다는 뜻이었다.
황제가 그들을 때려죽이려는 것이다!
그제야 무한한 공포심이 솟구쳤다.
노신 수십 명 가운데 일부는 일흔이 넘었지만 일부는 예순 언저리에 불과했다. 보양을 잘해서 좀더 젊어 보이는 데다가, 심지어 아직도 가녀린 미인과 놀아날 수 있을 정도였다. 아직도 10년은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으니, 절대로 여기서 죽을 수 없었다.
“살려주십시오, 폐하, 살려주십시오…….”
“누군가가 저를 압박했습니다. 저를 압박하러 온 사람이 있었습니다.”
결국 생을 탐내고 죽는 걸 두려워하는 이들은 즉시 통곡하며 용서를 빌었다.
“닥쳐라. 체면을 생각도 안 하는 거냐? 폭군에게 용서를 빌다니, 서생의 기개는 어디에 둔 거냐?”
어떤 노인이 큰소리로 일갈했다. 예전에 황제의 스승이었던 자라서 곤장을 칠 때도 사정을 봐줘서 다치지 않았을뿐더러 그다지 아프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본인은 자신이 몹시 위대해서 곤장의 고통도 무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연정의 눈빛이 서늘해졌다.
퍼억!
동창 무사가 곤장을 힘껏 내리쳤다.
순식간에 골반이 완전히 부서지고 처참한 비명소리와 함께 노인이 혼절해버렸다.
퍼억!
두 번째로 곤장을 내려치자 노인은 곧바로 비명횡사했다.
이연정이 말했다.
“잘못을 뉘우쳐서 폐하께 죄를 인정하고, 일의 진상을 고발할 사람은 손을 드십시오!”
노신 수십 명 중에 순식간에 십여 명이 손을 들었다.
“여봐라. 저 대인들의 형을 멈추고, 데려가서 상처를 잘 치료해 드려라.”
이연정이 명령을 내리자 변절한 노신 십여 명이 그 자리에서 목숨을 구했다.
그때, 바닥에는 여전히 완고한 노신 스무 명이 엎드려 있었다. 이연정이 그들에게 냉랭하게 말했다.
“여러분, 이것이 마지막 기회입니다. 끝까지 완강하게 저항하시겠습니까?”
노신 한 명이 이연정을 보고 냉랭하게 말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우리에게 아직 돌아갈 길이 있겠나? 자식들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버틸 수밖에 없다.”
“솔직하게 말씀하시지요.”
이연정의 말에 그 노신이 소리쳤다.
“이 환관 놈아! 또 안에 있는 폭군아! 너희는 더는 득의양양하지 못할 거다. 대세가 기울었으니 너희는 실패자가 될 운명이야. 너희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막을 수 없다. 너희는 묻힐 곳도 없이 죽을 것이야. 두변이 이번 전투에서 이긴 건 태양이 지기 직전에 잠시 더 빛을 불태우는 것에 불과한 것을 모르느냐. 여씨에게는 수십만 대군이 있으니 두변의 멸망은 예정되었다. 그는 저 안에 있는 폭군에게 숨돌릴 기회를 아주 조금 만들어준 것뿐이다!”
이연정이 웅크려 앉아서 냉랭하게 속삭였다.
“네놈에게 묻겠다. 역사의 수레바퀴란 무엇이지? 네놈들이 역사의 수레바퀴를 대표한단 말이냐?”
그 노신이 대답했다.
“황금, 무한한 토지, 금과 은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부귀영화와 대단한 이익을 누릴 수 있지. 그런 것들이 설마 역사의 수레바퀴가 아니겠나? 너희가 그걸 막을 수 있겠나? 너희는 누구를 믿고 그걸 막아낼 테냐? 고작 소환관인 두변을 믿고? 그 아이도 곧 끝장날 거다.”
이연정이 한숨을 쉬었다.
“역시 예전에 방안(榜眼: 과거 시험에서 2등으로 진사에 급제한 사람)을 했던 사람답게 모든 걸 잘 꿰뚫어 보는군.”
이익, 크나큰 이익만이 수많은 사람을 휘하에 모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황제로 하여금 실권을 잃게 만들고, 대녕 제국의 뿌리를 파헤칠 수 있게 할 것이다.
그 노신이 말했다.
“너희들은 안목이 너무 편협해. 대녕 제국이라는 좁은 곳에만 시야를 두기 때문에 너희들은 궤멸하고 도태될 수밖에 없다. 나 같은 늙은 신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니 몹시 이상한가? 나는 바다 밖으로 나가서 금은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걸 보았고, 거대한 육지를 보았다. 이건 소주군께서 직접 내게 알려주신 것이다. 너희는 뒤떨어진 세력을 대표하니, 역사의 수레바퀴에 깔아뭉개질 운명일 뿐이다. 두변 같은 소환관 놈이 하는 짓은 사마귀가 앞발을 들어 수레를 막는 일에 불과해.”
이연정이 천천히 말했다.
“그럼 네놈은 저승으로 갈 때 조상 뵈러 갈 생각은 말고, 다시 그 산더미처럼 쌓인 금은이나 보러 가라. 네놈은 선조를 뵐 면목이 없을 테니까.”
이윽고 이연정은 해외에 가봤다고 한 노신을 조준해서 힘차게 곤장을 내려쳤다.
푸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