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6장: 황제의 반격
그 순간 노신이 피를 왈칵 뿜고는 오장육부가 전부 파열해서 목숨을 잃었다.
이연정이 곤장을 들어올린 후 다시 힘껏 떨어뜨렸다.
퍽, 퍽, 퍽, 퍽.
순식간에 내려친 곤장이 나무와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더는 피와 살이 마구 튀는 장면은 없었고, 터진 마대를 내려치는 것과 같았다.
더는 비명소리나 처참한 울부짖음이 들리지 않았다.
잠시 후.
푸악! 푸악! 푸악
피를 연달아 뿜어낸 나머지 스무 명이 전부 맞아 죽었다.
이연정이 냉랭하게 말했다.
“이 시체들을 궁문 밖으로 던져서 그들의 가족이 와서 끌고 가라 해라.”
이연정이 서재에 들어가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폐하, 열세 명이 변절해서 진상을 폭로하겠다고 합니다. 나머지는 몹시 완고해서 전부 맞아 죽었습니다.”
천윤제의 눈가가 시뻘겠다.
이건 그가 황제 자리에 오른 뒤 처음으로 대규모로 사람을 죽인 순간이었다. 몹시 괴로울 뿐 통쾌함은 없었다.
만약 그가 스무 살 더 젊었다면 몹시 시원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심지어 사람 죽이는 일에 버릇이 들었을지도 모를 일. 하지만 지금 그는 안타깝고 메스꺼울 뿐이었다.
황제가 말했다.
“이미 화살을 쏘아버렸으니 다시 되돌릴 수 없다. 이연정, 여여해에게 대군이 얼마나 있지?”
이연정이 말했다.
“끝내 40만을 보유했을 겁니다. 만약 서역 성화교가 지원해준다면 훨씬 더 많아질 겁니다.”
“두변에게는 2, 3만밖에 없으니 절대로 그들을 막아낼 수 없을 것이다.”
“예, 막아내지 못할 겁니다.”
“검각후에게 출전해서 여여해의 위염 왕국을 습격하라고 성지를 내려라. 선성후(宣城侯)에게 대군을 남하시켜 잃어버린 토지를 되찾고, 두변과 호응해서 싸우라고 성지를 내려라.”
선성후의 봉토는 안휘에 있지만, 그는 군부의 원로로 산서에서 북쪽 와나 가한을 방어했다.
현재, 여진 제국이 미친 듯이 궐기하고 있었고, 서부의 준격이(준거얼) 가한도 나날이 번성했다. 와단 가한이 멸망 당한 비슷한 처지를 보고 북쪽의 와나 가한은 대녕 제국과 비교적 평화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연정이 말했다.
“폐하께서 선성후에게 이미 성지를 스무 개 이상 내리셨지만 계속 반응이 없습니다.”
황제가 말했다.
“이제 숨을 돌렸으니 반격할 때가 되었다. 경성에서 세력을 만들어서 이 사건을 대단히 큰 사건으로 만들어라. 세상 사람들이 황권이 궐기했다고 생각하게 만들어라. 선성후는 전형적인 군벌이니 부득이한 순간이 되지 않으면 줄서기를 하지 않을 것이다. 성지를 따르지 않겠다면 그에게 불똥을 튀게 해라.”
“그러려면 굉장히 큰 세력이 필요합니다.”
“만약 우리의 모든 힘을 전부 경성에 집결시키면 충분히 큰 세력을 만들어낼 수 있나?”
“방계의 관원들이 막강한 권력을 지녔지만 그들의 돈줄은 동남 여러 성에 있을뿐더러, 그들의 군대도 동남부에 있습니다. 최근 몇 달간 끊임없이 경성에 침투했지만 경성 주변에 진정 방계에 속한 군대는 3만 정도에 불과합니다. 군대를 가장 많이 장악한 원등 공은 노회해서 이런 시기에 줄서기를 명확하게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럼 시도해 보거라!
성지를 내려라. 원등 공은 통주 군영을 떠나서 영설 공주의 부대와 교대하여 산해관에 진수하며, 영설 공주는 군대를 거느리고 통주 군영에 주둔하라. 원등이 성지를 따르는지 시도해 보거라!”
“예! 그 뒤는 어떻게 합니까?”
“변절한 신하가 십여 명이나 있지 않으냐? 그들에게 진상을 폭로하라고 해서 그걸 큰 사건, 역모 사건으로 만들어라. 그런 뒤 구족까지 연좌하는 거다!”
이연정이 물었다.
“얼마나 죽입니까?”
황제가 눈을 질끈 감으며 말했다.
“죽여야 할 만큼 죽이거라. 방계가 그들이 죽는 걸 보고도 구하지 않는지, 아니면 이번에 완전히 반목해서 모반을 할지 지켜봐야 한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황제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두변, 네가 제국을 위해 싸우고 있으니, 짐은 경성에서 방계와 싸워서 널 위해 세력을 조성해보겠다!”
몇 시진 전으로 시간을 돌려보자. 어느 비밀스러운 장원의 서재 안.
원등, 방탁, 두회, 제국의 세 원로가 두변의 백색대전에 관한 최신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방검지는 문밖에 서서 아직도 두회와 두변에 대해 농을 지껄였다.
“두 대인, 어느 날 당신이 두변과 전투를 벌이게 되면 어떻게 됩니까?”
방검지가 웃으며 말하자 두회가 답했다.
“불효자식이니, 아비가 자식더러 죽으라 해도 자식은 죽지 않겠지.”
방탁이 말했다.
“됐다. 두 대인의 시간을 뺏지 말거라. 두변은 여기 계신 내각 대신이 죽일 필요도 없이 곧 죽게 될 것이다.”
바로 그때, 검은 그림자 하나가 재빨리 방 안으로 들어와서 밀서 하나를 내각 수보 방탁 손에 건넸다.
방탁이 그걸 열어서 본 순간 온몸이 완전히 굳어버렸다. 종이 위에 쓰인 글자가 믿어지지 않았다.
‘두변 대승, 여씨 10만 대군 거의 전멸.’
두회가 물었다.
“소식이 안 좋소?”
방탁이 종이를 건넸다. 내용을 본 순간 두회의 얼굴이 실룩이더니, 순식간에 핏기가 완전히 가시면서 시퍼렇게 질렸다.
군부의 원로 원등이 앞으로 나와서 밀서를 가져가더니 순식간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이게 어떻게 가능하오?”
원등 공작이 그렇게 말하더니 소리 내어 크게 웃었다.
“두회 대인, 아주 좋은 아들을 두셨소!”
원등 공작이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두 대인, 이만 가보겠소!”
서재 안은 완전히 정적에 휩싸였다.
갑자기 두회가 입을 열었다.
“황제의 반격을 준비해야겠소. 착실한 사람일수록 놀라울 정도로 미쳐 날뛸 테니 말이오.”
바로 그때, 한 사람이 쏜살같이 달려와서 바깥에서 무릎 꿇으며 말했다.
“대인, 황제가 노신 수십 명에게 곤장을 내리쳤습니다. 십여 명은 변절해서 살았고, 나머지 스무 명은 전부 맞아 죽었습니다!”
“왔구려. 이건 시작에 불과하오.”
이연정이 원등 공작부에 도착해서 성지를 낭독했다.
“황제가 명하노라, 원등 공작은 통주 군영의 병사들을 거느리고 북상해서 영설 공주와 교대하여, 산해관에 주둔하여 지키거라!”
그와 같은 시각.
경성에서 동창이 벌떼처럼 몰려나왔다. 모든 동창 백호와 천호 손에는 두꺼운 명단이 들려 있었다.
쾅, 쾅, 쾅, 쾅.
웅장하고 화려한 저택의 대문이 연달아 부딪쳐 열렸다.
동창 무사들이 파도처럼 안으로 밀려들어서 미친 듯이 사람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경성에 격변이 일어났다.
황제의 반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백색부 아래에 있는 어떤 촌락.
이사조는 올해 서른 살이었다.
열두 살 때 천랑방(天狼幫)에 가입해서 무예를 익히는 동시에 소금 밀매를 해서 열아홉엔 천랑방의 소두목이 되었다.
그 당시 막씨 토사가 반란을 일으켰을 때, 천랑방도 조그만 힘을 보탰다. 나중에 막씨가 멸망하게 되자, 천랑방주는 내심 연루될까 봐 두려워서 멀리 있는 산속으로 도망칠 준비를 했다.
하지만 뜻밖에 조정에서는 애초에 추궁하지 않았다. 막씨를 대신하게 된 여씨 토사는 심지어 천랑방과 힘을 보태서 사방팔방에 소금을 밀매했다.
그 시간들이 얼마나 좋았던가. 작은 방파(幫派)의 소두목이었던 이사조는 꿈같은 나날을 보냈다. 매일 맛좋은 음식을 먹을 뿐 아니라, 매일 다른 여인과 놀아났다. 기녀를 데리고 술을 마시는 데 한 번에 은자 십여 냥을 써도 마음 아프지 않았다.
하지만 좋은 시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여씨는 소금 밀매와 광산을 모두 독점하기 위해서 성화교 이름을 빌려서 서남부의 방파들을 대규모로 살육했다. 천랑방도 당연히 그 속에 포함되었다.
이사조는 그날 밤 숙취로 힘이 든 데다, 집에서 문을 닫아걸고 장사하는 기녀와 너무 늦게까지 엎치락뒤치락하는 바람에, 해가 중천에 떴을 때가 되어서야 천랑방에 돌아왔다.
그는 아직까지도 그때의 장면을 잊을 수 없었다. 온 바닥 가득 피가 낭자할뿐더러 시체들이 가득했다.
천랑방의 수백 명 가운데 절반이 살해당했고, 나머지 절반이 도망쳤다.
이사조는 그때 다리가 후들거려서 즉시 달아나서 시골 고향집까지 쭉 달렸다.
그 뒤에 관부와 여씨가 줄곧 천랑방의 구성원들을 지명 수배했다. 소금을 밀매했다는 죄명으로 말이다.
이사조는 감히 얼굴을 드러낼 수 없어서 고향집에 머무르면서 남은 은자 십여 냥으로 장가를 가고 새집을 지었다.
처음에는 마음을 놓을 수 없었지만 딸 하나, 아들 하나를 낳은 뒤로는 완전히 마음을 놓게 되었다.
물론 그가 농사를 짓는 것은 불가능했고, 평생 농사지을 리도 없었다. 집안에 있는 밭 몇 묘는 그의 아버지에게 농사지으라고 한 뒤, 그는 매년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며 놀고먹었다.
나중에 들리는 풍문이 점점 잦아지자 그는 여러 마을에 연락하기 시작해서 일전의 모든 방파 구성원을 모았다. 그런데 모아놓고 보니 뜻밖에 4, 50명은 돼서 두목 노릇을 하면서 자리를 잡았다.
마을에서 분쟁이 일어나면 반드시 그에게 중재해달라고 청했으며, 심지어 어떤 이가 장사를 시작하려면 그에게 보호비를 내야 했다. 나중이 되자 마을 안에서 혼인 대사가 생겨도 그에게 나서서 혼사를 주관해달라고 했다.
부자가 되지는 못해도 그럭저럭 호화로운 음식을 먹고 살 수는 있었다.
그런데 여씨가 모반한 뒤로 모든 게 달라졌다.
이사조는 그동안 너무 느리게 돈을 벌었다고 생각한 나머지, 역시 직접 뺏어오는 게 돈을 빨리 버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이윽고 그의 패거리는 다시 반직업적인 도적으로 변했다. 어차피 지금은 관아도 없다시피 했고.
어젯밤 이사조는 또 어느 대부호 집에 쳐들어가서 은자 이백여 냥을 빼앗았다.
“형님, 지금 천하가 크게 어지러우니, 차라리 형님이 높은 곳에 오르는 건 어떱니까? 수백에서 천 명을 집결해서 우리가 현성을 함락시키는 겁니다.”
패거리 중 하나가 말했다.
“맞아요. 맞아, 소환관 두변도 여 대왕과 죽을 둥 살 둥 싸우고 있으니, 애초에 백색성 아래의 현성을 관리할 여력이 없을 겁니다. 여러 현성에 아역(衙役: 관아에서 부리던 하급 관리)만 수십 명이 있고 병사는 한 명도 없습니다. 게다가 두변은 고작 소환관에 불과한데 백색성 전체를 점거했지 않습니까. 이 대형이 이토록 영웅의 기질이 가득한데 어째서 현성 하나를 차지해서 왕이나 패주를 칭하면 안 됩니까?”
또 다른 패거리가 말하자, 이사조가 물었다.
“너희는 두변과 여 대왕 중에 누가 이길 것 같으냐?”
“당연히 여 대왕이지요. 그에게 수십만 대군이 있는데 두변에게는 병력이 얼마나 됩니까?”
“하지만 얼마 전에 두변이 여 대왕의 10여만 대군을 다 격파해서 사방에 시체들이 가득했습니다. 지금 백색성에서는 매일 밤 귀신 소동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아우들의 말을 들은 이사조는 욕망이 꿈틀거렸다.
제 위엄이면 높은 곳에 올라서 사람들에게 모이라고 외치면 천 명은 집결시킬 수는 있을 테니, 현성 하나는 쉽게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런 뒤 그 현성을 여 대왕에게 바치면 곧바로 관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천호부터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그때, 옆에 있는 수재(秀才) 하나가 말했다.
“형님, 형제들 말이 일리가 있습니다. 곧 난세가 오려고 하니 참으로 영웅들이 나서기 좋은 시기입니다. 예전에 한고조(漢高祖) 유방(劉邦)도 형님보다 조건이 좋지 않았지만 최후에는 천하를 빼앗지 않았습니까?”
이사조는 차마 천하를 빼앗을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자신의 6품 무사 수준에 형제들이 거들어준다면 차후에 작위에 봉해질 희망도 있었다.
두변에게 의탁하는 건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두변 같은 소환관은 자신의 안위도 보장하기 힘드니, 머리가 이상해진 사람이나 그에게 의탁할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