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368화 (368/648)

368장: 이익을 위해

이토록 어리석고 우매한 황제는 천 년에 한 번 만나지도 못하는 게 아닌가.

그러니 충신들이 황제에게 퇴위하라고 압박하는 건 불충하지도 않을뿐더러, 도리어 대녕 제국의 강산과 사직을 위한 일이라고 믿었다.

옛적에 신하인 이윤(伊尹: 상 왕조의 전설적인 재상)이 군왕 태갑(太甲)을 유배시킨 일이 있는데 오늘날 소 태부가 혼군 천윤제를 몰아내는 것은 천고에 이름을 남길 일이니, 소 태부의 가족이 걱정할 일이 어디 있겠는가.

하물며 소 태부가 이번에 나선 일이 그들 가문에 대단히 큰 이익을 가져다주었다. 소가는 장래에 내각 대신 자리를 얻을 것이며, 매년 해상 무역에서 은자 수십만 냥에, 양전 만 묘를 받기로 했다.

이리저리 떠들어봤자 모든 건 이익을 위해서였다.

두변과 황제 간의 끔찍한 유언비어는 소 태부의 가장 어린 손자 손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는 그림 솜씨가 대단했는데 현재 전대미문의 춘궁도(春宮圖: 황실 이야기를 담은 춘화)를 만들고 있었다.

이 그림이 퍼져나가면 두변은 황하에 뛰어들어도 오명을 씻어내지 못할 뿐 아니라, 철저히 천년의 어릿광대로 남을 것이다.

정교하고 아름다운 춘궁도에 두변이 진짜와 똑같이 그려진 걸 본 소 대공자가 웃으며 말했다.

“셋째 아우는 정말로 훌륭한 솜씨를 지녔어. 이 그림이 세상에 나가면 두변만 오랫동안 악명이 자자해질 뿐 아니라, 황제도 마찬가지가 될 거야.”

소 이공자가 물었다.

“우리가 헛소문을 날조하고 있는 게 아닙니까?”

소 대공자가 말했다.

“결과만 옳다면 과정을 신경 쓸 게 뭐 있나?”

국자감에서 공부 중인 소 삼공자가 말했다.

“최근에 진상을 신경 쓸 사람이 어디 있다고요? 진상은 방계가 반란을 꾀하며 여씨와 결탁해서 광서의 관원들을 모조리 죽여버렸어요. 두변이라는 소환관은 광서에서 가장 높은 관리가 됐고요. 그는 제국에 충성을 바쳐서 부득이하게 여씨와 저항하는 중임을 짊어졌죠. 그는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영웅이에요.

한데 우리는 사슴을 가리키며 말이라고 얘기할 수 있어야죠. 황제가 두변을 총애했기 때문에 광서 군정 대군을 전부 두변에게 맡겨서 서남부의 함락을 초래했다고 진상을 호도할 수 있어야 해요. 두변에게 개뿔 궁정 대권이 있었나요? 그의 군대는 자신이 고생하고 목숨을 걸고서 만들어낸 거예요. 그런데도 결국 우리에게 이렇게 명성이 더럽혀지다니, 이 세상이 참 재미있어요.”

소 이공자가 말했다.

“확실히 재미있지. 승자는 왕이 되고, 패자는 도적이 되지. 승자만이 흑백을 전도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지는 거라고!”

바로 그때, 그들의 할아버지, 내각의 차보 소성박의 시체가 소부 안으로 들려왔다. 그 장면을 본 순간 소씨 가문은 발칵 뒤집혔다.

할아버지의 시체를 본 소가의 세 손자들은 자신이 본 장면이 믿기지가 않았다.

‘그 인자한 혼군이 뜻밖에 사람을 때려죽인 거야? 게다가 우리 할아버지, 제국의 황제를 세 분이나 모신 원로를 때려죽였다고?’

소 대공자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하늘의 도리가 공정함을 잃었구나! 혼군이 간신을 징벌하지 않을뿐더러 도리어 충신에게 곤장을 내려쳐서 죽이다니! 나는 즉시 한림원으로 갈 테니, 둘째 아우는 예부로 가고, 셋째 아우는 국자감으로 가라. 모든 젊은 관원을 소집하고, 모든 국자감의 학생들더러 궐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며 읍소해서 황제께 우리에게 공정한 도리를 돌려달라고 해라!

혼군이 엄당 두변을 총애해서 서남의 함락을 초래했다. 충신들을 곤장을 쳐 죽였으니, 나라가 장차 망할 징조라고 소리쳐라.

셋째 아우, 국자감의 학생들을 조직해서 황제와 두변의 춘화를 수백 부 복제해서 뿌려라. 황제와 두변을 악명이 자자하게 만들어라!”

소가의 삼형제는 의분에 차서 문밖으로 뛰쳐나가서 반격할 준비를 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동창 무사 천 명이 파도처럼 소부 안으로 뛰어들었다.

소 대공자가 성난 목소리로 일갈했다.

“방자하다! 이곳은 태부의 저택인데 너희 같은 환관 놈들이 들어올 수 있더냐?”

선두에 있는 동창 천호가 그림을 꺼내서 소 대공자 옆에 대고 보더니 소리쳤다.

“바로 네가 한림원에서 유언비어를 만들어서 두변 대인을 공격하고, 황제 폐하를 중상모략한 놈이로구나? 심지어 겁 없이 함부로 날뛰면서 사서(史書)를 왜곡하려 들어? 어르신께서 네놈을 우선적으로 궁형에 처하라고 하셨다!”

이윽고 무사가 검을 힘차게 휘둘렀다.

촤락!

한림원의 소 대공자는 곧바로 거세되어버렸다.

“악!”

소 대공자가 상처를 감싸고는 필사적으로 바닥을 구르며 처참한 비명을 질렀다.

그 동창 천호가 말했다.

“이제, 너도 엄당이 되었다.”

이어서 그가 소 삼공자 앞으로 가서 말했다.

“너는 두변 대인과 폐하에 관한 유언비어를 퍼뜨렸다. 또 차마 볼 수 없는 그림까지 그렸다지?”

소 삼공자는 온몸을 부르르 떨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 동창 천호가 냉랭하게 말했다.

“균령(鈞令)을 받들어 명한다. 저 몹쓸 놈을 소부의 모든 이 앞에서 가죽을 벗겨라!”

“예!”

순식간에 동창 무사들이 다가가서 열여덟의 소 삼공자를 바닥에 눌러놓고 형을 집행하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소 삼공자가 더할 나위 없이 처참하게 울부짖었다.

“할머니! 살려주세요! 할머니 살려주세요…….”

순식간에 노복들이 한 무리가 달려 나와서 두 줄로 늘어섰다. 그러더니 봉호(封號)를 받은 고명 노부인이 선대 황제가 하사한 지팡이를 쥐고 천천히 걸어나왔다.

노태부인이 동창 천호를 향해 냉랭하게 말했다.

“방자하구나! 누가 너희를 보냈냐? 이연정이냐? 그에게 직접 와서 나를 만나러 오라고 해라. 황제도 내 앞에 서서 손아랫사람 예를 행하며, 나를 할머니라고 부른다. 어찌 너희 엄당이 이리 방자하게 굴 수 있단 말이냐?”

그랬다. 황제도 이 노태부인을 보면 할머니라고 불러야 했다.

이 노태부인은 올해 여든이 넘었고, 소 태부의 모친이자 선대 황제의 유모였다.

선대 황제의 유모!

그 신분은 그 일가 모두가 부귀영화를 누리도록 해주었고, 그 신분 때문에 모든 이가 그녀를 건드릴 수 없었다.

아무리 오늘 이후에 그녀를 보게 되더라도 유낭(乳娘)이라는 존칭으로 불러야 했다.

노태부인이 냉랭하게 일갈했다.

“전부 여기서 꺼져라. 이연정, 그 녀석더러 날 만나러 오라고 해라. 내가 입궁해서 황제를 뵈어야겠다. 그에게 이토록 어리석어서 하늘에 계신 선대 황제를 뵐 면목이 있냐고 물어야겠다. 내 이 지팡이는 선대 황제께서 하사해주신 거다. 이걸로 간신을 때릴 수 있고, 혼군도 때릴 수 있지!”

그 동창 천호가 그림 한 장을 꺼낸 뒤 노태부인을 쳐다보았다. 종이 위에는 많은 글이 쓰여 있을 뿐 아니라 이 노태부인에 관한 일도 똑똑히 기록되어 있었다.

그 동창 천호는 두말하지 않고 앞으로 걸어와서 손수건을 꺼내서 노태부인의 코와 입을 힘껏 틀어막았다.

모든 이가 놀라 비명을 지르는 가운데 선대 황제의 유모는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더니 몇 분 후 목숨을 잃었다.

동창 천호가 냉랭하게 말했다.

“나이만 믿고 거만하게 행세하는 것 같으니라고. 어르신께서 너를 보내라고 하신 건 네가 또 폐하께 수모를 줄까 봐 그런 것이다. 네가 한 추한 일들을 남들이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아라.”

그날, 경성에는 피바람이 불었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붙잡혀서 거리마다 사람들이 피눈물을 흘리며 울부짖는 소리가 가득했다. 수많은 이가 체포되는 과정에서 피살되었다. 성지를 내릴 때 거스르는 자는 가차 없이 사살하라는 명이 내려진 터였다.

누구든 황제를 얕잡아 볼 수는 있다. 황제가 너무 인자해서 모질지 못하다고. 하지만 절대로 이연정을 얕잡아 볼 수는 없었다.

황제의 성지만 있다면 그는 사람을 얼마나 죽일지, 또 죽일 사람이 누구인지 개의치 않았다.

그는 영원히 자신이 검 한 자루일 뿐이라는 걸 기억했다. 황제의 손에 쥔 검 한 자루.

황제가 검을 뽑기로 결정한 이상 수많은 이의 수급이 땅에 떨어져야 했다.

이번 역모 사건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커져갔다.

처음에는 사직한 대신들의 가문 수십 개와 그들의 족속까지 합쳐서 붙잡힌 사람이 천 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일은 끊임없이 번져 나갔다.

고작 열흘 뒤에 경성 안에서 체포된 사람들은 만 명이 넘었을뿐더러, 모든 감옥마다 사람이 가득 차서 걱정이었다.

게다가 이 큰 사건을 겪는 와중에 죽은 사람이 이미 수백 명이 넘었다.

처음에는 사직한 관원들의 가족을 잡았고, 나중에는 재직 중인 관원까지 잡았다.

경성 전체가 바람 소리에도 겁을 먹었고, 공포로 뒤덮였다.

수많은 관원이 집 안에 숨어서 덜덜 떨었으며, 어린아이는 차마 울음소리도 내지 못했다.

군부의 거물 원등 공작은 며칠 전에 성지를 받들어 북상해서 요동으로 향했다.

쿵, 쿵, 쿵.

흙먼지가 날아오르는 와중에도 경성의 성벽 위에 있는 병사들은 군대 한 무리가 위풍당당하게 남하하는 걸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깃발을 보니 영설 공주의 신군이었다.

성지를 받은 뒤, 영설 공주는 가장 빠른 속도로 남하해서 고작 열흘 만에 산해관에서 경성에 도착했다. 그런 뒤 통주 병영에 주둔했다.

이로써 경성의 범위 안에서 황제에게 충성을 바치는 군대는 방계 군대의 두 배를 넘어섰다.

“수보 대인, 살려주십시오. 저희 노야를 살려주십시오.”

“두 대인, 살려주십시오. 저희 노야를 살려주십시오!”

수보 방탁, 내각 대신 두회는 아무 소리 없이 조용했다.

이 두 사람의 저택 바깥에는 빼곡하게 사람들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들은 전부 다 붙잡혀간 관리의 가솔들이었는데 방계에게 나서서 살려달라고 청하고 있었다.

방검지가 냉랭하게 말했다.

“아버지, 설마 이렇게 내버려두실 겁니까? 우리 관원들이 끊임없이 잡혀가게 내버려둬야 합니까?”

방탁이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그렇지 않으면 너는 어쩔 생각이냐? 바로 경성에서 전쟁을 시작할까?”

방검지가 말했다.

“황제에게 사람들을 풀어달라고 압박하는 겁니다. 동창이 사람들을 잡아가니, 우리 여경사도 사람을 잡을 수 있습니다.”

방탁이 물었다.

“누굴 잡느냐?”

그렇다. 문관 집단은 방계 집단의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무장은 또 절반은 맹우인 셈이었다. 그럼 여경사에게 동창의 누구를 잡으라고 한단 말인가?

두회가 말했다.

“황제가 태도를 바꾸기로 결심했다면 동창이라는 날카로운 검이 최고의 강점이 될 게요. 우리는 황제가 실권하게 만들 수도 있고 심지어 황제가 퇴위하도록 압박할 수는 있지만, 황제가 사람을 죽이지 않도록 막기는 몹시 어렵지.

이전에는 황제가 나라를 위해 참으면서 문관 집단과 협력해서 나라를 다스리려고 했지만 이제 완전히 관계가 결렬되어서 아무것도 신경 쓸 게 없지 않은가.

우리는 황제가 사람을 죽이는 걸 막을 수 없소.

우리가 내일 모반을 해서 모레 황제를 황위에서 쫓아낸다고 해도, 황제가 오늘 사람을 죽이는 것은 막을 수 없소.”

방탁이 담담하게 말했다.

“주군께서 직접적으로 모반하지는 말라고 하셨소. 대녕 제국이라는 허울은 막대한 가치를 지녔으니 잃어서는 안 되오.”

두회가 말했다.

“사람을 죽이는 건 황제의 목적이 아니오. 황제의 목적은 우리요. 그는 우리의 한계를 끊임없이 시험해서 우리가 타협하기를 기다리는 거요. 그는 세력을 조성해서 군부에게 보여주려는 거요. 그렇게 하면 군부가 그의 성지를 보고도 못 본 척할 수 없을 테니까.”

“황제는 지금 수중에 칼 두 자루를 쥐고 있소. 하나는 밖에, 하나는 안에 있소. 밖에 있는 한 자루는 두변이고, 안에 있는 한 자루는 이연정이오. 그 칼 두 자루를 부러뜨리기만 하면 황제는 완전히 발톱이 빠져버려서 아무런 힘도 내지 못할 거요.”

방검지가 말했다.

“그렇다면 그 칼 두 자리를 대가를 아끼지 말고 부러뜨려야 하겠군요!”

방탁이 말했다.

“소주군께 서신을 써서 전해라. 수단 방법 가리지 말고, 이연정과 두변이라는 두 칼을 부러뜨려야 한다고 말이다.”

두회가 말했다.

“빨리 움직여야 하오. 그렇지 않으면 우리를 압박하기 위해서 이연정은 더 크게 살육을 벌일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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