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374화 (374/648)

374장: 예상 선자는 넋이 나가고

오후, 내각 수보 방탁, 내각 대신 두회가 황궁에 입궁해서 천윤제를 알현했다.

황제가 말했다.

“방 경, 두 경, 내 예측이 틀리지 않다면 당신들 배후의 그 주인은 아직은 반목하는 걸 내키지 않아 하겠지. 아직은 대녕 왕조라는 이 허울을 깨뜨리는 게 아까울 거요.”

수보 방탁이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노신 연로해서 몸이 불편하게 느껴지니, 청컨대 병으로 사직해서 모든 관직에서 물러나겠습니다.”

황제가 말했다.

“허락하오!”

내각 대신 두회가 말했다.

“신, 호부 상서를 맡은 이래로 스스로 재능이 미천하고 덕망이 박하다는 걸 느껴서 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듯했습니다. 허니 내각 대신, 호부 상서 직에서 물러나기를 청하옵니다. 듣자니 조문헌이 누차 사직을 청했다고 하는데 신, 강남으로 가길 원합니다.”

황제가 잠시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

“조문헌이 퇴직하고 고향에 돌아가는 걸 허하며, 태자 태부에 봉하겠소. 두회가 내각 대신, 호부 상서 직위에서 사직하고 직위를 낮춰서 절직(浙直) 총독을 내리겠소. 즉시 부임하시오.”

두회가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신, 주군의 융은에 감사드리옵니다.”

이윽고 방탁과 두회가 황궁에서 물러났다.

그날 밤, 방씨 일족과 두씨 일족은 전부 경성을 떠나서 천진으로 향했다. 그들은 천진항에서 승선해서 남하했다.

그와 동시에, 방계의 3만 대군도 전부 경성에서 철수했다. 한 명도 남지 않고 모조리 떠났다.

그 소식이 퍼져나가자, 경성의 백관들은 경악해서는 품계가 높든 낮든 상관없이 벌떼처럼 황궁에 몰려가서 피가 나도록 머리를 땅에 박았다.

“폐하, 신, 상주서를 올릴 게 있습니다.”

“폐하, 천고에 남을 성군이시여, 신, 피눈물을 흘리며 상주를 올리겠습니다.”

다른 이유는 아니었다. 두회와 방탁이 떠난 데다, 장사지까지 죽으니, 내각 대신 자리가 단숨에 세 자리나 비었기 때문일 뿐. 내각의 수보 자리까지 비었는데 다들 필사적으로 그 자리를 놓고 싸우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소식은 순식간에 제국 전체를 놀라게 했다.

조정에서 방계의 수령이 누굴까? 당연히 내각의 수보 방탁이며, 이인자는 두회였다.

현재 방계의 두 수장이 경성을 떠났을뿐더러, 대녕 제국이라는 중앙 무대에서 물러났다. 그건 무엇을 의미할까?

황권이 부상했다는 의미일까.

제국의 모든 봉강대리와 공훈을 세운 귀족들은 내심 충격을 억누를 수 없었다.

도저히 이 상황을 알 수 없었다.

방계는 대체 무슨 계산을 하고 있는 걸까? 뜻밖에 이대로 경성에서 물러나다니.

그런데 다들 한 가지 도리만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시기에는 누구든 앞에 나서면 안 된다는 것. 누구든 황제를 건드리면 재수 없는 일을 당할 수 있다는 것.

방탁, 두회, 방계의 대군이 경성에서 완전히 물러났으니, 적어도 경성이라는 범위 내에서는 황제가 무적이 되었다는 의미였다.

산서성의 대동부(大同府).

대녕 제국의 군부의 거물 중 한 명인 선성후는 황제의 스물다섯 번째 성지를 받았다.

“황제가 명하노라, 선성후는 대군을 거느리고 남하하여 두변 백작을 지원해서 여씨의 반란을 평정하라.”

이번에 성지를 낭독한 건 황제의 심복 환관 운주였다.

선성후는 당연히 군대를 이끌고 남하하고 싶지 않았다. 곧 난세가 올 텐데 군대가 있으면 모든 걸 갖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자신의 수만 대군을 거의 자신의 것으로 간주하다시피 했고, 여여해의 대군과 죽기 살기로 싸우고 싶지 않았다.

선성후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서 미동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답이 없는 걸 본 대환관 운주가 말했다.

“후작 대인, 이번에 내가 빈손으로 돌아간다면 다음번에 당신에게 성지를 낭독해주는 건 이연정 대인이 될 것입니다. 게다가 그가 가져온 성지는 더 이상 당신에게 남하해서 두변을 지원하고, 여여해를 공격하라고 명령하는 게 아닐 것입니다.”

선성후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눈앞에 있는 이 환관을 한 주먹에 때려죽이지 못하는 게 한이 될 정도였다.

선성후는 대동부에서 왕이나 패주로 군림한 지 이미 오래였고, 누구든 그를 위협할 수 없었다. 아무리 그 대상이 황제라고 해도 말이다.

하지만 방탁과 두회, 또 방계의 대군이 전부 경성에서 철수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는 방계가 어째서 그렇게 했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지금은 황제를 거스를 수 없었다.

이번에도 성지를 거스르고 받들지 않는다면, 다음번에는 이연정이 동창 무사들을 데리고 그를 체포하라는 성지를 가지고 찾아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선성후는 어떻게 될까?

차라리 곧바로 모반을 꾀할까?

농담하지 말아라. 방계가 직접적으로 병력을 일으키며 모반을 하지 않았을뿐더러, 원등 공작도 모반하지 않았거늘, 선성후인 자신이 모반을 한다고? 머리가 이상해지지 않은 이상 그럴 수는 없었다.

그 순간 선성후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퍼부었다.

‘방탁, 두회, 너희는 무슨 일을 꾸미는 거냐? 너희가 물러난 바람에 지금 황제가 창을 나에게 겨누고 있지 않으냐!’

선성후는 이를 악물고 머리를 조아리며 절을 했다.

“신, 명을 받들겠습니다!”

며칠 뒤, 선성후는 7만 대군을 거느리고 남하했다.

백색성.

북명검파의 대종사급 고수 두 명이 두변을 향해 협공해 들어왔다.

대종사급 두 명의 협공은, 설령 두변이 교룡의 비늘로 온몸이 뒤덮여도 소용이 없고, 두변이 교룡의 혈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소용없는 일이었다.

두 대종사의 힘은 순식간에 두변을 가루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사실 이건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었다.

두변은 이미 천형을 겪고 죽지 않아서 북명검파는 애초에 그를 죽일 권한이 전혀 없었다.

두변이 두 대종사의 그 하늘을 찌를 듯한 힘에 맞서려 할 때였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사공엽이 추출한 검은색 물질의 냄새를 맡은 기음음의 눈빛이 순식간에 급변했는데, 눈 속에서 화염이 불타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온몸의 피부가 불타는 듯이 붉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북명검파 대종사급 고수 두 명이 쳐들어오는 바람에, 아무도 기음음의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녀는 자신을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는 듯, 오염된 우물물에서 추출한 그 암흑 물질이 담긴 병을 들더니 단숨에 마셔버렸다.

사공엽은 그 장면을 보고 너무 놀라서 얼이 빠졌다. 하지만 그는 연달아 열 시진 이상의 실험을 하느라 온몸에 마비가 와서 그녀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

순식간에 어두운 암흑의 기운이 기음음의 몸에서 하늘로 솟구쳤다.

그와 동시에, 북명검파의 두 대종사가 날카로운 검을 두변을 향해 미친 듯이 찔러넣었다.

콰광!

더할 나위 없이 놀라운 기운이 폭발했다.

하지만 두 대종사의 검은 두변이 아닌 기음음을 찌른 상태였다.

지금, 기음음은 여전히 다섯 살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과 얼굴이 끊임없이 변화하면서, 더할 나위 없이 강하고 괴이한 기운이 온몸을 휩싸고 있었다.

기음음의 작은 두 손이 두 대종사의 검을 무참히 잡아버렸다.

“감히 본좌(本座)를 건드리는 사람이 누구냐? 죽음을 자초하는구나!”

기음음의 작은 두 손이 살짝 떨리더니, 펑 소리와 함께 검 두 개가 순식간에 산산조각으로 부서지고 말았다.

은포 판결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너, 너는 대체 누구냐?”

기음음이 냉소했다.

“본좌는 당연히 천마교주 기음음이다.”

그녀의 목소리는 이미 완전히 변했다.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라 여인의 목소리였다.

두 대종사가 냉랭하게 물었다.

“기음음이라고? 죽었다가 다른 사람의 몸을 빌려 다시 살아나기라고 한 건가?”

이윽고 두 사람은 서로 시선을 교환한 뒤, 순식간에 모든 내력을 모아서 기음음의 작은 몸을 향해서 일장을 내리쳤다.

기음음은 제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은 채, 좌우 두 손바닥으로 두 대종사의 일장을 받아쳤다.

펑!

온 지면이 격렬하게 흔들렸다.

실험실 안에 있던 모든 것이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버렸다. 좌우에 있는 탁자, 정석 병, 모든 것들이 전부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런 뒤, 북명검파의 두 대종사는 그 자리에 서서 꼼짝도 하지 않았고, 기음음의 작디작은 몸도 가만히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잠시 후!

두 대종사의 몸이 터지면서 완전히 가루가 되어버렸다.

두변뿐 아니라 사공엽도 놀라서 얼이 빠졌다.

자신이 본 장면을 믿을 수 없었다.

‘기음음의 몸에 대체 무슨 변화가 일어난 거지? 저 괴상한 암흑 물질을 마신 뒤에, 뜻밖에 이토록 강해지다니.’

정확히 말하면 그녀는 본래도 극도로 강했다. 단지 반로환동(返老還童)하면서 그 대단하던 무공이 흔적 없이 사라졌을 뿐.

그런데 그 암흑 물질이 그녀의 대단한 무공 수준을 되찾게 해준 걸까.

두변은 예전 기음음이 더할 나위 없이 강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까지 강한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뜻밖에 대종사 두 명을 눈 깜짝할 사이에 압살해버릴 정도라니.

한참이 지나서야 두변은 정신이 들었다.

동시에, 기음음의 몸을 휘감고 있던 암흑 기운이 깨끗이 사라지고는 다시 다섯 살의 귀엽고 어린 모습으로 돌아왔다.

“오라버니, 나 많이 힘들어…….”

그런 뒤 그녀의 코와 귀에서 새빨간 피가 흘러나왔다. 기음음은 더없이 지친 듯이 눈을 감더니 곧바로 혼절해버렸다.

그녀가 쓰러지기 직전, 두변이 급히 가서 그녀의 작디작은 몸을 안으며 큰소리로 외쳤다.

“야, 이 녀석…….”

하지만 그가 아무리 외쳐도 기음음은 혼절한 채 깨어나지 못했다. 그녀의 체내에 있는 대단한 무공 수준도 순식간에 모조리 사라져서 다시 가녀리고 연약한 닭 모가지 비틀 힘도 없는 기음음으로 변했다.

심장 소리와 호흡을 살폈지만 몹시 미약하기는 하지만 심장 박동과 호흡 모두 정상이었다.

꿈속 시스템이 말했다.

‘그녀의 신체는 보호 기제에 들어가서 더는 깨어나지 않을 것이다. 일단 깨어나면 곧 죽게 되기 때문이지. 방금 전에 널 구하기 위해 너무 많은 생명력을 지불한 것이다.’

두변이 물었다.

‘기음음을 구해야 합니다. 어떻게 해야 구할 수 있습니까?’

기음음과 두변이 함께 지낸 지가 곧 1년이 되어갔다. 그녀가 줄곧 두변을 더할 나위 없이 의지하기도 했고 그런 시간이 오래되면서 두변은 그녀가 진짜 동생인 것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이번에 나서서 두변의 목숨을 구하기까지 했다. 그녀가 아니었으면 두변은 이미 북명검파 대종사들의 검에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꿈속 시스템이 잠시 침묵한 뒤에 말했다.

‘숙주, 그녀에 관한 계기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그게 나타나면 즉시 네게 알리겠다.’

‘그럼 기음음은 얼마나 더 살 수 있는 겁니까?’

‘기음음은 지금 완전히 자아 보호 휴면 상태에 진입했다. 대략 반년 정도 더 살 수 있을 것이다.’

바로 그때, 북명검파의 또다른 대종사가 쏜살같이 달려왔다.

그 대종사는 방금 전 두 대종사보다 훨씬 강했는데, 바로 북명검파의 제일 미녀이자 영도현의 의녀, 천도맹의 지도자 예상 선자였다.

마치 하늘에 무지개 하나를 긋는 듯한 속도로 달려온 그녀는 더할 나위 없이 매혹적인 향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예상 선자가 특수한 음역대로 외쳤다.

“종주께서 명을 내리셨다. 두변을 체포하되 죽여서는 안 된다!”

아주 먼 거리에서 외치는 소리였지만 마치 바로 옆에서 말하는 것 같은 목소리였다.

하지만 밖에서 한창 훈련 중인 군대에게는 예상 선자의 목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북명이 명령을 내렸다. 두변을 체포하되, 그를 죽여서는 안 돼!”

그 목소리가 또다시 두변의 귓속에 울려 퍼질 때, 예상 선자가 쏜살같이 지하 실험실 안으로 달려들었다.

“두변을 체포하되, 죽여서는 안……!”

예상 선자는 완전히 넋이 나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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