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9장: 여완완의 비명
모든 지옥 성화를 집어삼킨 두변이 여전히 발가벗은 채 천천히 걸어나와서 두 손을 높이 들었다.
그 순간 성화교군이 한 명씩 연달아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화신의 사자를 뵈옵니다. 화신의 사자를 뵈옵니다!”
“주인을 뵈옵니다!”
“주인을 뵈옵니다!”
성화교군 수천 명이 전대미문의 열광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심지어 지난번 화마 성녀 여완완에게 열광했던 모습을 훨씬 뛰어넘었다.
예전에 화마 성녀가 죽었다가 살아난 건 그들이 직접 목격한 것이 아니라 소문으로만 들었을 뿐이다. 그에 비해 눈앞의 이 기적은 자신들이 직접 목격했다.
그러니 무릎을 꿇고 주인이라고 부를 대상은 당연히 여완완이 아니라 두변이었다.
순식간에 여완완은 피를 뿜을 뻔했다. 지금 그녀가 마음속으로 느끼는 언짢음과 분노를 무슨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이들은 자신이 공들여서 만든 군대였다. 자신의 성화교군이었다.
그런 그들이 지금 두변 앞에 무릎 꿇고서 주인이라고 외쳐?
그녀는 완전히 미칠 지경이었다.
두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그녀의 아름다운 눈에 원한이 가득 사무쳤다.
“주인을 뵈옵니다!”
“주인을 뵈옵니다!”
성화교군 수천 명이 파도타기를 하는 것처럼 절을 하며 머리를 조아렸다.
두변은 두 손을 높이 들며 그들이 부복하여 절하는 모습을 즐겼다.
그가 열광적이고 강력한 군대를 얻는 순간이었다. 게다가 이 군대의 충성심은 아마도 영원할 것이다.
두변이 명령을 내리기만 하면 이 군대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여여해의 대염 왕국을 공격할 것이다.
이어서 두변이 서늘한 눈빛으로 말했다.
“요녀 여완완이 화신께 무례를 범하고 용서받지 못할 죄를 저질렀다. 그녀를 주살하라!”
모든 성화교군이 살짝 놀랐다. 아무래도 여완완은 아직까지는 그들의 화마 성녀였다.
두변이 소리쳤다.
“이 요녀 이름은 여완완이고, 그녀가 죽었다가 살아났다고 하는 건 가짜다. 그녀는 여천천과 쌍둥이 자매다. 여천천이 나에게 죽은 뒤, 그녀는 여천천이라는 신분으로 세상 사람들 앞에 나타나서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연극을 펼친 것이다. 이건 가짜 화마 성녀다. 그녀는 사람들을 속이고, 화신께 무례를 범했다. 화신의 뜻에 따라 그녀를 주살해야 한다!”
“화신의 뜻에 따라, 요녀를 주살하자!”
순식간에 성화교군 수천 명이 일제히 검을 뽑아들고 여완완을 향해 돌격했다.
그들은 역시 가장 충성스럽고 열광적인 무리였다. 정말로 두변의 한마디 명령에 자신의 예전 주인을 죽이려 하고 있었다.
여완완이 화가 치밀어서 두변의 뒷모습을 향해 소리쳤다.
“두변, 죽어라!”
그녀는 제 모든 무공을 쏟아내며 예리한 손톱을 치켜들고 두변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녀의 무공이 아무리 고강해도 수천 명을 상대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절정의 무공을 갖고 있기 때문에 도망치려만 한다면 성화교군 수천 명도 그녀를 막을 수는 없었다.
단지 그녀는 이대로 떠나는 게 내키지 않았다. 두변이 이곳에서 제멋대로 날뛸 뿐 아니라, 자신에게 속한 군대를 저리 쉽게 얻도록 둘 수 없었다.
그녀는 모든 방법을 써서라도 두변을 죽여야 했다.
“두변, 죽어라!”
요녀 여완완의 날카로운 손톱이 힘껏 두변의 목을 움켜줬다. 또다른 한 손은 두변의 오른팔을 잡고 모든 현기와 힘을 쏟아서 두변을 무참히 찢어버리려고 했다.
그녀의 절정의 무공으로는 정말로 두변을 찢는 것이 가능했다.
그런데 그때 두변은 냉소를 드러냈다.
“요녀, 이 순간을 아주 오래 기다리고 있었다. 너에게 지옥불의 맛을 보여주마.”
갑자기 흰 지옥불 한 줄기가 두변의 손바닥에서 튀어나왔다.
“아악!”
여완완이 전대미문의 처참한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오른손이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어버렸다.
그녀는 두변의 손바닥에서 지옥불이 튀어나올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도 못했다.
그녀는 거의 본능적으로 그리고 필사적으로 왼손을 사용해서 오른손에 붙은 화염을 끄려고 두드렸다.
하지만 바로 후회했다. 지옥불은 꺼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회한들 때는 늦어버렸다. 지옥불이 그녀의 왼손도 재빨리 집어삼켜버렸다.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이 공포와 충격에 휩싸인 채 두변을 바라봤다.
“부군,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부군? 뭔 소리야!
두변은 0.01초 잠시 멍하니 있다가, 여완완의 가슴을 주먹으로 세게 때렸다.
퍽!
하지만 귀신이 곡할 노릇인 건, 이 요녀의 무공이 너무나 강했다. 두변의 주먹이 그녀의 가슴을 매섭게 내리쳤지만 곧바로 튕겨서 날아간 건 두변이었다.
그와 동시에 성화교의 고수 수십 명이 앞으로 나와서 여완완을 포위하며 그녀에게 검기를 쏘았다.
“부군, 살려주세요! 부군!”
여완완이 처참한 비명을 질렀다.
휙, 휙, 휙, 휙.
그 사이에도 성화교 고수 수십 명이 검기를 마구 휘둘렀다.
여완완은 두 손이 불타서 반격할 힘이 없었다. 그녀의 몸이 끊임없이 비틀거리며 물러나고, 또 물러났다.
그런 뒤 그녀의 몸이 지옥불이 있는 평평한 대 뒤에 있는 낭떠러지로 떨어졌다.
“두변, 나는 귀신이 되어서도 너를 놔주지 않을 것이다. 귀신이 되어서도 널 놔주지 않을 것이다!”
쾅.
잠시 후, 하얀 불꽃이 세차게 타오르고, 모든 처참한 비명이 뚝 그쳤다.
두변이 바닥에서 일어나서 입가의 피를 닦았다. 그는 지옥불의 제단 뒤에 있는 낭떠러지에 가서 아래를 바라봤다. 낭떠러지 아래의 평지에 여완완은 아주 조금의 재도 남기지 않았다.
두변은 돌아서서 빽빽하게 서 있는 불꽃색 갑옷을 입은 성화교군을 바라보며 손을 들었다.
“성화교군은 나를 따라 천하를 종횡무진하겠나?”
성화교군 수천 명이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영원히 주인을 따르고, 죽어서도 변치 않겠습니다!”
이윽고 두변이 성화교군 수천 명을 데리고서 성화교의 비밀 제단을 떠났다. 꿈속 시스템이 보여준 지도 노선에 따라 백색성으로 돌아갔다.
그리고서야 그곳이 백색부, 여씨 영지, 안남 왕국이 맞닿는 접경지였음을 깨달았다.
두변이 백색성에서 부재중인 그 시간, 사람들은 조금 불안에 빠졌다. 하지만 예상 선자가 두변을 데려갈 때, 사공엽에게 전언을 남겼다. 자신은 두변에게 악의가 없으며 한 가지 일을 검증하기 위해 데려갈 뿐이고, 일이 끝난 뒤에 두변을 돌려 보내겠다고 했었다.
게다가 그녀는 두변이 있는 지옥불 동굴을 떠나서 북명검파 대회에 참가하려고 돌아가려고 했을 때, 백색성을 지나치는 와중에 이문회 등에게 두변이 어떤 중요한 단계에 있으니 얼마 뒤 돌아올 것이라고 다시 말해주었다.
비록 최근 두변이 없다 하더라도 백색성에서는 모든 것이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부홍빙, 이문회 두 사람 다 독자적으로 한 분야를 맡을 수 있는 우두머리들이었다.
모든 건 본래 계획대로 진행되어서 두변의 세력은 미친 듯이 군대를 확충했다.
이문회 휘하의 동창 세력은 기병 수천 명을 이끌고 사방 수백 리 안에서 모든 무사를 쓸어 담아서 전부 군대에 편입시켰다. 지금까지 잡아들인 자가 무려 1만 명이나 됐다.
이어서 이문회는 그 1만 명의 가솔을 전부 백색성 안으로 강제로 이주시켰다. 첫째, 그 신병들이 가족과 함께 살게 하기 위해서였고, 둘째, 그들을 인질로 삼아서 신병들이 고분고분하게 말을 듣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잡혀온 무사들은 체격이나 자질뿐 아니라 병사로서의 전투력 모두 몹시 강했다. 하지만 혼자 싸우는 게 습관이 된 나머지, 전장에 서면 단결하지 못하고 흩어진 모래알처럼 되기 쉬웠다.
그러니 잡혀온 최근 한 달여 동안 절세 지하성의 무사들은 그들을 미친 듯이 조련했다.
이사조 등은 자신의 무공이 높은 것만 믿고서 군영에서 많은 무사를 끌여들어서 자신이 우두머리가 되려고 했다. 그런 뒤 자신을 훈련시키는 교관과 맞서려고 했다.
그 결과 무려 보름 동안, 그는 모든 이가 보는 앞에서 세 번이나 맞아야 했다. 매번 초주검이 되도록 맞은 뒤, 높은 나무 대에 매달려서 이틀 밤낮이나 햇볕에 쪼였다.
교관은 그에게 잘못을 범할 네 번째 기회는 절대로 없을 뿐 아니라, 또 한 번 그러면 곧바로 죽여 버리겠다고 말했다.
스무날도 안 되어서 이사조라는 싸움닭은 고분고분해졌다.
사실 고분고분해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연병장을 둘러싼 네 곳의 나무틀에 아직 2백여 명의 시체가 매달려 있었다.
부홍빙은 명령과 군기에 불복종하면 그들 1만 명 중 절반을 죽여버려도 조금도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이문회는 연좌제까지 언급했다. 만약 누가 소란을 벌이고 군법을 위반하면 가족이 그와 함께 불운을 당할 것이라고.
이렇게 극도로 엄격한 군율이 세워진 상황에서 잡혀온 무사 1만 명은 짧디짧은 한 달여 내에 전부 고분고분한 병사로 바뀌었다. 단지 그들이 내심 원한을 품고 있는지, 정말로 두변에게 충성을 바치는지는 알 수도 없는 일이고 불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이문회는 잡아온 무사들에게 엄동설한처럼 냉혹한 반면, 그들의 가솔에게는 봄날처럼 따스했다.
돈을 줄 뿐 아니라, 양식을 주고 고기까지 내줬다.
어린아이나 노인이 아프면 즉시 의원을 보내서 치료해주었다.
성안에 있는 가장 좋은 집들을 모두 그 병사들의 가솔이 거주할 수 있도록 해주었을뿐더러, 매달 급료를 곧바로 가솔에게 나누어주었다.
뿐만 아니라, 어떤 신병이 뛰어난 모습을 보이면 관원을 거느리고 직접 그 병사의 가솔을 위문하러 가서 모든 이 앞에서 크게 포상을 주며 표창했다.
그러니 신병들의 마음속에서 이문회는 악마였지만 그들 가솔이 보기에 이문회는 보살이었다.
그 신병들은 매달 집에 돌아가서 아내와 자식들, 부모와 함께할 시간이 이틀이나 주어졌다. 그들이 집에 들어가자마자 불만을 터뜨리며 두변과 이문회를 욕하기 시작하면, 그의 아버지가 귀싸대기를 내리쳤다.
“몹쓸 놈, 양심 없는 것 같으니라고. 네가 두변 대인과 이문회 대인처럼 좋은 관리까지 욕을 해? 돼지기름이 마음에 껴서 사리 분간을 못하는구나.”
이사조도 집에 돌아와서는 탁자에 앉아 나직이 한마디를 했었다.
“내 반드시 두변과 이문회를 죽여버리겠어!”
그 결과 그의 부친이 그를 두들겨 팼다.
모친도 곧바로 콧방귀를 뀌었다.
“몹쓸 놈아. 보름도 전에 네 아들이 학질에 걸렸을 때, 이문회 대인과 두변 대인께서 주신 약이 아니었다면 네 아들은 이미 죽었을 거다.”
아내도 곧바로 달려들어서 이사조의 얼굴을 할퀴며 욕을 퍼부었다.
“이문회 대인처럼 높은 관리가 우리집 아들을 위해서 네 번이나 다녀갔어요. 당신이 함부로 굴면 나는 바로 가서 당신을 고발하겠어요. 그럼 일가 모두 당신 때문에 연좌제를 받겠죠.”
이사조가 새빨갛게 얼굴을 할퀴고서는 부끄러운 나머지 성을 내며 말했다.
“난 예전에 마을의 두목으로 대단한 사람이었어. 지금은 보잘것없는 병사가 되었는데 당신은 그래도 체면이 서?”
아내가 그에게 욕을 퍼부었다.
“예전에 당신은 더러운 돈을 벌어왔어요. 마을 사람들이 다 뒤에서 당신더러 빨리 죽으라고 저주를 해댔죠. 지금 당신이 병사가 되니, 집에서는 매달 급료와 양식을 받고 매달 고기까지 먹고 있어요. 너무 좋은 나날을 보내고 있고, 예전보다 훨씬 좋아요. 마음 편히 먹을 수 있다고요.”
이사조가 성을 내며 말했다.
“당신 같은 여편네가 뭘 알아? 광서 동쪽에는 원천조의 수만 대군이 있고, 서쪽에는 여여해의 수십만 대군이 있다고. 두변은 곧 끝장날 테고, 그때가 되면 우리 다 같이 죽는 거라고!”
하지만 아내는 그보다 더 전문가였다.
그녀가 반박했다.
“당신은 뭘 모르는 척하는 거예요? 서쪽에서 검각후와 여여해가 이미 싸우기 시작했어요. 북쪽의 선성후의 몇만 대군이 남하하는 중이고요. 두변 대인의 군대는 매일 늘어나고 있으니, 우리는 애초에 지지 않을 거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