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0장: 악룡산채
이사조는 놀라서 얼이 빠졌다. 그녀의 아내는 아무것도 모르는 시골 아낙네였다. 어째서 지금은 선성후와 검각후까지 알고 있는 걸까?
임계년, 진평 휘하의 선전대가 하루하루 그들의 가솔에 세뇌 방식의 선전을 하고 있다는 걸 다들 알지 못했다.
세뇌의 방식도 몹시 간단했다. 상황은 조금 좋은 게 아니라 대단히 좋다고 말이다.
그 탓에 그들의 가솔들의 마음에 자부심이 충만해졌다. 보잘것없는 백성들이 조정의 군정 대사에 참여하다니, 얼마나 영광스러운가?
역시 옛말이 맞았다. 이익을 얻는 자가 그 이익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이다. 그 무사들의 가솔은 본래 시골에서 생활했지만 지금 성으로 이주한 뒤, 더 좋은 집에서 살 뿐 아니라, 더 나은 식사를 하고, 매일 전보다 더 많은 돈을 받게 되었다. 그들이 이 이익을 지키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집이 안정을 찾으면 병사도 안정을 찾게 된다.
역시나 집에서 군영으로 돌아온 뒤로 신병들도 마음을 가다듬고 더 엄숙하고 진지하게 훈련에 임했다.
이사조도 마음이 변하긴 했다.
‘빌어먹을, 집안 식구 모두 이문회와 두변에게 속았잖아. 이 몸이 아버지와 아내, 자식을 버릴 수도 없으니, 그럼 당분간 두변 쪽에 몸담아야겠군. 한데 아무렇게나 몸담을 수 없어. 이 몸은 무공이 고강하니, 어찌 되든 군관이 되어야 한다고.’
게다가 심상치 않은 일은 자신의 수하였던 다른 놈들이 비교적 빨리 각성해서 몹시 교활하게도 보름 전부터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만일 그들이 자신의 군관이 되다면 죽을 정도로 난감하지 않겠나?
‘특히, 그 망할 수재가 날마다 진평 대인의 비위를 맞추더니 지금 주부부(主簿府)에 들어갔잖아. 그놈이 예전에는 내 뒤를 따라다니면서 게걸스럽게 먹고 마시며, 날마다 알랑방귀를 뀌어 놓고는. 그런 놈이 저번에 거리에서 만났을 때, 감히 내 어깨를 두드리며 나한테 노력하라고 말을 해?’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이사조는 위기감이 들었다.
‘안 돼. 이 몸도 각성해야겠어. 이 몸은 좋은 모습을 보여서 관리가 돼야겠어.’
이문회는 내정(內政)의 천재라서 백색성을 능수능란하게 관리했다.
절세 지하성의 2군 무사 2만 명에, 이문회가 잡아온 신병 1만, 두변 휘하에 있는 군대 3만 5천까지 더하면 단숨에 군대가 6만 5천 명까지 확충되었다.
게다가 아직도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었다. 장정을 잡아오는 작전은 계속 진행되고 있었다.
이릉은 1만 5천 대군을 거느리고 백색부 주변의 여러 현을 탈환해서 두변의 영지를 하나로 이었다.
짧디짧은 한 달여 동안 두변의 영지는 몇 배나 확장해서 본래는 백색성 하나만 가졌으나 지금은 성 하나에 다섯 현을 보유하게 되었다.
부홍빙은 군대를 거느리고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서 군대 확충 계획의 세 번째 단계를 진행했다. 막씨의 구세력을 토벌하여 군대에 재편성하는 계획 말이다.
부홍빙은 낭기병 3백 명과 무사 3천 명을 거느리고 깊은 산에 들어가 비적을 토벌하려고 했다. 그녀의 목표는 막씨의 구세력 가운데 가장 큰 비적 집합지인 악룡산채(惡龍山寨)였다.
그곳은 백색성에서 수백 리 넘게 떨어져 있지만 안남 왕국, 여씨, 백색부 세 곳의 접경지이며, 산이 높고 나무가 빽빽했다.
예전에 대녕 제국의 관부든 여씨든 모두 비적떼를 토벌하려고 출병시켰지만 지리적 환경이 너무나 열악한 바람에, 매번 토벌대에서 처참한 사상자들만 나오고 별다른 성과 없이 돌아와야만 했다.
이번에 부홍빙의 거대한 늑대 기병 3백 명이 앞에서 길을 냈다. 산야와 밀림을 평지 걷듯이 걸으며, 막씨의 구세력 가운데 가장 큰 세력을 이룬 토비 무리를 반드시 얻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이쪽의 열악한 환경을 과소평가한 모양이었다. 사방이 장기(瘴氣)로 가득 찬 데다 사방에 독충과 독사가 있었다.
대군이 아직 악룡산에 도착하기도 전에 벌써 적지 않은 사상자가 났다.
하지만 부홍빙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악룡채를 함락시키면 이어질 모든 것이 쉬워지기 때문이다.
막씨의 구세력인 토비는 산채 연맹 형식으로 존재해서, 무려 십여 개의 산채가 수백 리 깊은 산 속에 흩어져 있었다. 악룡채는 산채 연맹의 입구이자, 수령 산채였다.
그 말은 악룡산채를 함락시키면 막씨의 구세력을 거두는 임무가 절반은 완성된다는 뜻이었다.
막씨의 구세력을 거둬들이면 대성주 두변은 10만 병력을 보유하게 되어서 확고한 지위를 점하게 된다.
악룡산채.
막씨 구세력 열세 산채의 수령이자 악룡산채의 채주(寨主)는 막오(莫鼇)로, 막씨 토사에서 서열 9위인 대장군이었다.
그는 간사하고 교활한 나머지 막씨가 멸망할 때도 죽지 않고, 도리어 깊은 산속으로 물러나서 비적들의 두목이 되었다.
그때, 막오는 귀빈 한 명을 맞이하고 있었다. 광서 순무 두강의 사자 두윤이었다. 두윤은 두가의 서출 자제로, 두변의 사촌 형이었다.
“이건 30만 냥짜리 은표(銀票)요!
이건 백색 지부, 백색 참장의 공문이오. 황제의 인장이 찍히지 않았어도 인정되는 문서요.
또 양식 5만 석이 이미 해상에서 운반되어 오고 있소.”
막씨 구세력의 산채 수령 막오가 헤헤 웃었다.
“두 공자, 안심하십시오. 전에 약속한 일은 내 반드시 지킵니다.”
두윤이 말했다.
“두변 휘하의 부홍빙이 군대를 거느리고 당신의 산채를 공격할 텐데, 제대로 준비가 되었소?”
“두 공자, 따라오시지요!”
두윤이 막오를 따라 산굴에서 나가서 높은 곳에 섰다.
이곳은 여러 산에 둘러싸여 있는데 골짜기 입구가 하나뿐이고 몹시 비좁아서 흡사 깔때기 모양이었다.
막오가 명령을 내리자, 그의 수하가 갑자기 큰 깃발을 휘둘렀다.
“돌격!”
“돌격!”
“돌격!”
명령이 떨어지자 비적떼들이 수풀 속에서 나타나서는 산골짜기 전체를 물샐틈없이 에워쌌다.
천연적인 구대진(口袋陣: 자루 진형)이 아닌가? 적에게 ‘어서 항아리 속으로 드십시오.’ 하는, 매복을 하기 위한 최고의 진형이었다.
게다가 수많은 돌과 화살까지 준비해두었다.
막오가 말했다.
“두 공자에게서 정보를 받은 뒤에 우리 열세 산채의 병력이 모두 모여서 무려 1, 2만 명이 이 구대진을 배치했소이다. 두변, 그 환관 놈의 군대가 오기만 하면, 보증하건대 모조리 죽을 겁니다. 우리는 그자들이 파고 들어오는 걸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
두윤이 그곳의 지세를 한 번 보니, 확실히 구대진으로 매복하는 게 가장 적합했다. 적군이 산골짜기에 진입하기만 하면 큰 바위를 떨어뜨려서 퇴로를 막을 것이다. 그런 뒤 높은 위치에서 활을 쏘고, 통나무와 돌을 던지면 아무리 뛰어난 부대라도 반격할 방법 없이 완전히 전멸하고 만다.
두윤이 말했다.
“가능하면 독연을 사용해서 거대한 늑대 3백 마리는 최대한 남겨두시오. 우리가 갖겠소.”
막씨 산채 채주 막오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도 거대 늑대가 갖고 싶었다. 그 거대 늑대만 있으면 산속에서도 자유롭게 종횡무진하며 이동할 수 있지 않겠나.
두윤이 냉랭한 목소리로 물었다.
“왜 그러시오? 우리 방계가 당신들을 몇 년이나 잘 키워줬지 않소. 게다가 이건 막한 여왕의 친필 서신이오. 당신들더러 조건 없이 우리에게 충성을 바치라고 하였소.”
막오가 말했다.
“거래는 거래니까요. 우리가 당신들을 위해 악마의 과실을 심으면 당신들이 우리에게 먹고 입는 걸 제공하기로 했지요. 좋소, 좋소이다. 거대 늑대 3백 마리는 당신들에게 주겠습니다!”
막오가 말을 이었다.
“듣자니 군대를 거느리고 내 악룡채를 공격하러 오는 건 여인네라고 하던데요? 키가 크면서도 아름답다고 들었습니다. 그럼 그녀는 내가 가지겠소이다. 그녀가 걷지도 못할 정도로 해야겠소이다.”
두윤이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부홍빙이라는 절세미녀요. 당신이 그 짓을 하다가 그녀를 찢어놔도 문제없소.”
막오가 큰소리로 웃었다.
“하하! 사자, 내 딸은 어땠습니까?”
두윤이 허리를 주무르며 말했다.
“제법 괜찮지만 조금 거친 것 같소. 하마터면 그녀 탓에 허리가 부러질 뻔하지 않았소.”
“하하! 두 사자께서는 서생이면서도 고리타분하지 않아서 몹시 좋군요. 네, 그럼 결정했습니다. 그 부홍빙이라는 여인을 잡은 뒤 함께 맛봅시다. 하하하!”
“아주 좋은 생각이오. 그렇게 아름다운 여인인데 아쉽게도 두변이 환관이라서 아직 그녀를 즐기지도 못했는데, 우리 둘에게 능욕당하게 되었구려.”
그때 녹색 옷을 입은 척후병이 달려와서 고했다.
“대장군, 적이 우리 악룡채에서 30리 거리에 있습니다.”
막오가 말했다.
“하하, 왔구나, 왔어! 모든 대군은 전부 매복하거라.”
명령이 떨어지자, 막씨 구세력의 1, 2만 명이 전부 매복했다.
통나무와 바위, 화살 등은 전부 충분히 준비된 상태였다. 부홍빙이 그 산골짜기 구대진 안으로 진입해서 스스로 그물에 걸려들기를 기다리면 그만이었다.
막오가 말했다.
“성화교 분단 쪽에 가서 그들이 출병했는지 물어봐라. 출병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두변의 그 세력을 전부 삼켜버렸다고 탓하지 말라고 해.”
이 막씨 구세력인 산채 두목은 양쪽에서 모두 환영을 받고 있었다. 한쪽으로는 방계과 협력하면서, 또 한쪽으로는 여씨와 협력했다. 그가 심은 악마의 과실은 팔지 못할 걱정이 없었다.
한 시진 뒤.
부홍빙이 이끄는 3천 대군의 모습을 어렴풋이 볼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그들은 점점 더 가까이 접근했다. 이제 곧 막씨 산채에서 배치한 구대진과 맞닥뜨리기 직전이었다.
막씨 구세력의 수령은 거대 늑대를 타고 있는 부홍빙을 보고는 역시나 절세미녀라며 군침을 질질 흘렸다.
“미녀, 너는 곧 내 것이 될 것이다!”
두윤은 부홍빙 대군이 구대진으로 점점 더 가까워지는 것을 보며 흥분했다.
내가 곧 공을 세우겠구나!
그는 두변의 주력 대군인 3천 정예 병사를 손쉽게 섬멸함으로써 가문의 많은 자제 중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싶었다.
그때 막오가 말했다.
“성화교군은 왜 아직도 내려오지 않는 거야? 안 오겠다면 이번 싸움은 이 몸 혼자서 할 수밖에!”
바로 그때, 척후병 한 명이 쏜살같이 뛰어와서 아뢨다.
“대수령! 성화교군 3천 명이 왔습니다. 바로 우리 배후에 있습니다!”
막오가 큰소리로 웃었다.
“좋아, 좋아. 우리 함께 두변의 주력 3천 명을 먹어버리자꾸나. 부홍빙이라는 미녀여, 너는 내 것이다. 오늘 밤을 즐겨보자! 하하하.”
그때 두변은 자신에게 행운의 여신이 찾아온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사천은 인구가 밀집되어 있고 생산 물자도 풍요로웠다. 덕분에 여여해의 전략에서 사천성을 탈취하는 것이 줄곧 중시되어 왔다.
이 시대에는 인구가 가장 중요한 자원인 탓이었다.
이세계의 에너지가 침투함으로써 일부 종(種)에 일련의 변화가 발생했고, 게다가 해상 무역이 번영을 누리면서 일부 농작물 등이 또 다른 지구의 역사에서와는 다르게 조기에 대녕 제국에 알려졌다.
대녕 제국의 인구는 같은 시기의 명 왕조보다 더 많았고, 이곳 사천의 인구도 역사상 명 왕조 말기보다 더 많아서 2천여만 명에 달했다.
그러니 일단 사천을 탈취하면 여여해의 대염 왕국은 120만 평방킬로미터의 땅 덩어리와, 인구 5천만 명을 갖게 되는 셈이었다. 그렇게 되면, 진정 패업을 달성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게다가 사천을 탈취하면 대염 왕국은 앞뒤로 적의 공격을 받는 상황이 정리되면서 전략적인 방어 상의 우위를 점하게 된다. 물러서면 방어하기 좋고, 나아가면 호광(湖廣: 호북성과 호남성)과 산서(陝西) 등 대녕 제국의 중심 지역을 공격할 수 있게 된다.
사천에 있는 난장판이 된 군대를 죄다 합치면 10여 만 명을 넘게 되지만 대부분은 비정규군이라 할 수 있는 반면, 검각후의 6만 대군은 진정한 정예 군대였다.
검각후 장문소의 봉토는 검각에 있지만 그의 관직은 사천 제독이라서 사천성 전체를 그가 방비해야 했다.
그는 다른 군부의 거물들처럼 방계에게서 돈을 받았고, 그들과 대규모로 무역 거래를 했다. 또 황제의 성지를 따르는 편도 아니었다.
그는 거칠고 고집이 세며 제멋대로인 사람이라서 황제의 성지를 그다지 아랑곳하지 않았지만 방계에게도 상대적으로 냉담했다. 사천에서 왕이나 패주로 불린 지 너무 오래인지라 누구도 그다지 안중에 두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