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2장: 악마의 열매
이어서 성화교의 고수 수십 명이 갑자기 돌진해서 막씨 구세력의 나머지 열두 수령과 맞서 싸웠다.
그 열두 수령은 대수령 막오처럼 무공이 고강하지 않은 데다가, 이미 술을 많이 마신 상태라서, 성화교 고수들의 상대도 되지 않았다.
짧디짧은 시간 만에 전부 포로로 잡혔다.
두변이 복면을 벗으며 말했다.
“본관은 대녕 제국의 진서 백작 두변이다. 막오는 이미 죽었다. 내게 투항하길 원하는 사람은 무릎을 꿇어라. 투항하지 않는 자는 죽는다!”
막씨 구세력의 수령 열두 명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볼 뿐 아무 대답도 없었다.
두변이 앞으로 가서 한 명의 팔을 겨누고 힘껏 베어버렸다.
“으악!”
처참한 비명과 함께 순식간에 열두 명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투항하겠습니다, 투항하겠습니다!”
두변이 말했다.
“나가서 너희 부하들에게 산에서 내려와서 산골짜기에 집합하라고 명령해라.”
한 시진이 지난 뒤.
2만 명에 가까운 막씨 구세력이 전부 산에서 내려왔다. 각자 매복하고 있던 자리를 떠나서 산골짜기에서 집결하기 시작했다.
그들 앞에는 부홍빙의 3천여 대군이 있었고, 그들 뒤로는 성화교군 3천 명이 있었다.
두변이 서늘한 표정으로 명령을 내렸다.
“돌격해서 죽여라!”
명령이 떨어지자 부홍빙과 성화교군이 앞뒤로 협공해서는 미친 듯이 그들을 죽이기 시작했다.
이들 막씨 구세력의 전투력은 본래 부홍빙의 절세 지하성 무사들보다 훨씬 떨어질 뿐 아니라, 성화교군보다도 떨어졌다. 게다가 매복 위치에 있는 것도 아닐뿐더러 두변의 두 군대가 앞뒤로 협공하는 상황이니 일방적으로 도살당할 수밖에 없었다.
수령 열두 명이 순간 멍해져서는 소리 질렀다.
“어째서입니까? 어째서? 우리가 이미 투항했지 않습니까.”
두변이 말했다.
“토비를 상대할 때는 먼저 혼비백산할 정도로,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로 죽이고 나서 다시 말하는 것이다.”
그렇게 미친 듯이 한 시진이나 도살이 이어졌다.
막씨 구세력의 2만 명 가운데 5천 명이 무참히 죽어버린 뒤, 나머지 1만 5천 명이 전부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이어서 두변이 손을 휘둘러 잔인한 명령을 내렸다.
솩, 솩, 솩.
방금 전에 투항했던 막씨 구세력 열두 수령이 전부 참수당했다.
이어서 두변이 다시 명령을 내렸다.
“백인장 이상은 전부 앞으로 나와라!”
일각 뒤, 백인장 이상 백여 명이 전부 지목당해서 바닥 한가득 무릎을 꿇었다. 그들은 필사적으로 머리를 땅에 찧으면서 귀신같은 소리로 울부짖었다.
“대인, 투항하겠습니다, 투항하겠습니다…….”
“두변, 네 놈은 제명에 죽지 못할 것이다. 처참하게 죽을 것이야.”
두변이 명령을 내리자 백인장 이상 백여 명이 모조리 죽임을 당했다.
이제, 막씨 구세력 1만 5천 명 중에는 우두머리격이 한 명도 남지 않았다. 그들 가운데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건 수십 명을 관리하는 소두목뿐이었다.
두변은 바닥에서 빼곡하게 무릎 꿇고 있는 1만 5천 명을 바라보며 냉랭하게 말했다.
“내게 충성을 바치겠나? 원한다면 모두 매달 돈을 1냥씩 받는다. 원치 않으면 즉시 참살하겠다!”
막씨의 옛 부하들은 이미 혼비백산한 상태였다. 자신들이 전부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터라서, 지금 두변의 말에 오히려 기뻐하면서 그의 은혜에 감읍하며 머리를 조아렸다.
“대인께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대인께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1만 5천 명이 두변을 향해 질서정연하게, 또 필사적으로 머리를 조아렸다.
“대인을 뵙습니다.”
“대원수를 뵙습니다!”
두변이 사람을 죽이는 걸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태생적으로 잔인한 것도 아니었다. 정말로 부득이할 뿐이었다.
이들은 본래 병사였지만 지금은 토비일 뿐이다. 게다가 나이도 먹을 만큼 먹어서 위세를 두려워하지, 사람의 덕망을 보고 따르지 않는다. 이곳에서 백색성까지 수백 리나 더 가야 하는데 6천 명이 2만 명을 끌고 가야 했다. 더군다나 이쪽 깊은 산속은 전적으로 그들의 주무대였다. 만일 토비의 우두머리들이 조금이라도 나쁜 생각을 먹는다면 오히려 자신들이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단숨에 그들이 혼비백산할 정도로 죽여버릴 수밖에.
요염하게 아름다운 여인이 두변 앞에 무릎을 꿇었는데, 그녀 뒤로는 한 무리 여인들이 더 있었다. 어떤 이들은 두려움이 가득한 얼굴이었고, 어떤 이들은 통쾌함이 충만한 얼굴이었다.
의심할 여지 없이 이들은 전부 막오의 여인들이었다.
“막오가 돈과 식량, 보물을 보관하는 창고가 어딘지 알고 있나?”
두변이 묻자 요염하게 아름다운 그 여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모시고 가겠습니다.”
이윽고 두변은 고수 수십 명을 데리고 그 여인을 따라 걸었다.
이곳은 다른 건 많지 않지만 지하 동굴은 정말 셀 수 없이 많아서 동굴 안에서도 계속해서 빙빙 돌아야 했다. 게다가 곳곳에 기관 장치가 배치되어 있어서 그 여인도 매번 조심스럽게 기관 장치를 꺼야 했다.
오랫동안 걷고 걸어서야 마침내 어떤 산굴 앞에 도착했다. 그 앞을 두꺼운 돌문이 막고 있었다.
그 여인이 열쇠 다섯 개를 꺼내서 각각 열쇠 구멍 다섯 개에 넣었다.
콰과광.
돌문이 천천히 열린 후, 두변은 놀라고 말았다.
물론 막오가 몹시 부유할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까지일 줄은 생각도 못했다.
돌문 안에는 황금과 백은이 정말로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지난 몇 년 동안 막오는 대체 돈을 얼마나 벌었던 걸까?
“악마의 열매 장사가 대단히 잘되어서 심는 만큼 사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가격을 열 배도 넘게 올렸지만 그래도 사는 사람이 있었어요.”
그 요염한 여인이 말했다.
악마의 열매는 당연히 아편이었다.
그런데 현재 대녕 제국에서는 아편이 유행하지 않을뿐더러, 심지어 찾아볼 수도 없었다. 일전에 혈관음이 아편에 중독되지 않았다면 두변은 이 세계에 아편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모를뻔했다.
두변이 물었다.
“이걸 구매하는 사람들은 누구지?”
요염한 여인이 대답했다.
“방계의 해외 제국과 성화교입니다. 먼저 여씨에게 판 뒤, 여씨가 그걸 서역의 성화교에게 되팝니다.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해서, 있는 만큼 그들에게 다 팝니다.”
해외의 방계 제국은 여심할 여지없이 아편을 무기로 사용했을 것이다. 지금 두변은 그들이 어디까지 확장했는지, 또 어디까지 정복했는지 알 수 없었다. 오대리아(澳大利亞)는 분명히 정복당했을 테고, 미주(美洲)도 그들이 손을 댔는지 알 수 없었다.
이곳은 분명 깊은 산속이라서 곡식을 심기도 힘든데, 막오가 무엇을 가지고 2만여 명을 먹여 살릴 수 있었는지 몹시 궁금했었다. 이제 보니 2만 명이 아니라 10만 명을 먹여 살리는 것도 문제가 없었으리라.
현대 지구에서 금삼각(金三角: 골든 트라이앵글. 세계적 헤로인 생산지로, 미얀마, 태국, 라오스 3국의 접경지역)이 가장 번영을 누릴 때 마약 거래로 번 돈이 백억 달러가 넘었다.
그에 비해 막오는 아직 초보 단계임에 틀림없지만, 눈앞에 보이는 산더미처럼 쌓인 금과 은에 눈이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그 요염한 여인이 말했다.
“은자는 소용없어요. 보기만 좋을 뿐이죠.”
동굴 안에는 대략 은자 130만 냥, 황금 3만 냥 이상이 있을 듯했다.
또 다른 물건 한 가지가 더 있었는데, 당연히 악의 근원인 아편 수십만 근이 보관되어 있었다.
“두변 대인께서 백색성을 함락시키면서 납품이 지연되어서, 이 70만 근의 악마의 열매가 아직 반출되지 못했습니다.”
두변이 여인에게 물었다.
“이건 단지 악룡채가 소유한 양인가? 나머지 열두 산채에도 이게 더 있나?”
“예. 하지만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당신은 막오의 아내인가?”
요염한 요인이 답했다.
“예, 강탈해온 아내입니다.”
“그 전에는 무엇을 했지?”
요염한 여인이 추파의 눈빛을 보내며 대답했다.
“청루의 간판이었습니다. 대인 같은 분들을 제가 모두 모셨습니다.”
두변은 즉시 성화교군 천 명에게 명령을 내려서, 가장 빠른 속도로 나머지 열두 산채를 쓸어버린 뒤 아편을 전부 빼앗아오도록 했다.
이틀 뒤.
막씨의 구세력이 가진 모든 황금, 백은, 아편이 전부 두변 앞에 쌓였다.
노획물은 총 황금 10만 냥, 백은 350만 냥, 아편 130만 근이었다.
생각지 못한 횡재를 한 셈이었다.
일전에 그가 세운 군대 확충 계획의 목표는 막씨의 옛 부하 2만 명뿐이었고, 노획물에 대해서는 그다지 큰 희망을 품지 않았다.
오히려 곧 10만 대군을 보유할 텐데, 매년 지급하는 급료만 해도 은자 150만 냥 이상이었다. 그의 수중에 있는 얼마 안 되는 돈은 곧 다 써버릴 테고, 황제 폐하는 두변보다 더 가난했다.
그런데 단숨에 이리 큰 횡재를 했으니, 적어도 2년 가까이 급료를 지급하기에 충분한 돈이었다.
그럼 저 아편은 어찌 해야 할까?
의심할 여지 없이 그것들도 전부 돈이었다. 게다가 이걸 북쪽 황금제국의 잔당에게 팔거나, 심지어 일부러 동영 제국에 팔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만일 아편이 대녕 제국 안에서 퍼진다면 어떻게 될까.
동시에 아편은 약이기도 했다. 극소량 사용하면 진통에 큰 효과가 있었다.
“악마의 열매를 심은 밭을 전부 불태워라.”
두변의 명령이 떨어지자 주변의 모든 산속의 밭이 전부 불타 없어졌다.
그런 뒤 두변은 모든 가축과 소 수레, 말 수레, 포로 1만 5천 명을 일꾼으로 삼아서 각자 백오십 근 이상의 물자를 짊어지게 했다.
그에 비해 성화교군 3천 명과 절세 지하성 무사 3천여 명은 본래 장착하던 장비와 무기 외에는 아무런 짐을 짊어지지 않은 채, 전적으로 포로 1만 5천 명을 감독하며 호송했다.
그렇게 해서 두변은 혈혈단신으로, 심지어 옷까지 다 불탄 채로 이곳에 왔지만, 돌아갈 때에는 위풍당당하게 2만여 명을 데리고 갈 뿐 아니라, 천문학적인 금은과 물자까지 가지고 갈 수 있었다.
경성.
식량이 불탄 날로부터 이미 스무날이 지났다.
현재 남은 식량으로는 길어야 스무날을 더 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 이제 매일 죽어나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병이 난 사람들과 연로한 사람들은 전부 하나같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가족들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봉쇄는 여전히 계속되는 데다 더 삼엄하게 변했다.
게다가 대단히 나쁜 소식이 들려왔다. 해외 제국의 대군 2만 명이 천진항에 상륙했다는 것이다.
현재, 천진위에 있는 방계 군대는 이미 5만을 넘었다.
그 5만 대군은 당연히 경성을 공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경성을 인수할 준비를 하기 위해서 주둔하고 있었다.
황제가 죽으면 태자는 타협하기를 원할 테고, 그럼 태자가 황제에 등극하게 된다. 태자가 타협을 원치 않으면 연왕이 등극하게 된다.
그런데 태자가 등극하든 연왕이 등극하든, 철저한 꼭두각시 황제에 불과했다.
경성 전체는 군사를 포함해서 철저히 방계가 장악하게 되고, 영설의 군대, 심지어 이연정의 시위군까지 전부 무장해제되어 흩어지게 된다.
황궁 안. 황제는 위축된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도리어 평소와 다르게 극도로 격분한 상태였다.
그는 또 방탁의 서신을 받았는데, 전 내각 수보 방탁은 서신에서 조건을 제시했다.
‘황제는 평안하게 퇴위해서 태상황 노릇을 하며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습니다.
태자가 황제에 등극하고, 영설의 신군을 해산시키며, 영설 공주는 방검지에게로 시집 보냅니다.
태자는 부인을 휴처시킨 뒤, 방씨의 딸 방청의를 맞아들입니다.
이연정은 시위군을 해산합니다. 그자는 무고한 사람들을 죽였기 때문에 반드시 사약을 내려야 합니다.’
황제가 이 조건들을 승낙한다면 즉시 봉쇄를 해제해주겠다는 내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