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384화 (384/648)

384장: 파멸적인 무기

그 말을 듣고 모든 이가 다 놀랄 뿐이었다.

9만 명밖에 없는 상황에, 상대해야 할 적은 합쳐서 40만이 넘을 가능성이 높고, 설령 수성전을 벌인다고 해도 별다른 승산이 없어 보이건만, 자진해서 출격하겠다고? 수만 명을 거느리고 수십만 명을 토벌하러 가겠다고?

미친 게 아니면 이게 뭐지?

두변이 말했다.

“물건 하나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세상을 충격에 빠뜨릴 만한 파멸적인 무기죠.”

이 비장의 대량 살상 무기에 대해 얘기하려면 며칠 전의 얘기부터 꺼내야 할 것이다.

사공엽이 추출한 암흑 물질은 밀도가 대단히 높고 시시각각 고체와 액체 상태로 전환이 가능했다. 게다가 전환 과정에서 더할 나위 없이 기이하고 강한 에너지가 발산했다.

의심할 여지 없이 그 에너지도 이 세계에 속하지 않는, 이세계의 에너지였다.

하지만 몹시 안타까운 건 사공엽이 좀더 연구를 진행할 새도 없이, 그 암흑 물질을 기음음이 마셔 버렸다.

크게 고무된 사공엽은 이틀 밤낮이나 내리 잠을 잔 뒤에, 다시 며칠 밤낮 잠을 자지 않고 또다시 10밀리미터 정도의 기이한 암흑 물질을 추출해냈다.

그런 뒤 그 암흑 물질을 미친 듯이 연구했다.

미친 듯이 연구했다는 건 무엇을 뜻할까?

바로 미친 듯이 죽음을 자초하는 연구를 진행했다는 뜻이다.

먼저 불로 그 물질을 태워봤는데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런 뒤 여러 가지 압력을 사용해서 충돌시켜 봤지만 여전히 소용없었다.

이어서 각종 정석을 사용해서, 심지어는 번개를 일으켜서 미친 듯이 이 암흑 물질에 내리치게 했다.

하지만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다른 과학자들이 그러했든, 최후에는 사공엽 역시 생체 실험에 이르렀다.

개 한 마리에 암흑 물질을 손톱만큼 먹인 결과, 그 개는 순식간에 급사했다.

그런 뒤 그는 상관을 모살하려고 한 신병 사형수를 데려와서 암흑 물질을 아주 조금 먹였다.

그 결과, 여전히 순식간에 급사했다.

결과가 달갑지 않은 사공엽은 사람을 시켜 동굴 깊은 곳에서 이세계 기운을 가진 괴수를 한 마리 잡아왔다.

다들 알다시피 이런 괴수들은 통상 몹시 두려운 데다 전투력도 대단히 강해서 괴수 하나를 잡으려면 크나큰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

사공엽의 명령을 수행할 사람이 없자, 결국 그는 이문회를 찾아갔다. 이문회가 직접 고수 한 무리에게 명령을 내려서 이틀의 시간을 들인 끝에 어린 괴수 한 마리를 잡아왔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별다른 전투력이 없는 괴수였다.

사공엽이 그 괴수에게 암흑 물질을 아주 조금 먹이자,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그 괴수의 몸에 이상한 변화가 생긴 것이다. 몸이 열 배나 팽창하는데, 흉폭하고 무섭기 짝이 없었다.

물론 그런 상태는 고작 몇 초만 유지되었다.

그런 뒤…….

펑.

열 배나 팽창한 괴수가 곧바로 터져서 산산조각이 되어버렸다.

그 실험이 끝난 뒤 사공엽은 또다시 문을 닫아걸고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또다시 쉴새 없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런데 두변이 없으니 그의 혼잣말을 알아들을 사람이 없을뿐더러, 그의 영감을 이끌어줄 사람이 없었다.

이윽고 그는 또다시 실성해서 자해하기 시작했다.

그가 자해하는 건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머릿속에 이미 영감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영감이 거대한 실타래 속에 감추어져 있어서 찾지 못할 뿐이었다. 그러니 자해를 통해 스스로를 자극해서 제 머릿속을 더욱 맑은 상태로 만들려는 것이다.

결국 사공엽은 미친 결단을 내렸다. 그는 자신이 이 암흑 물질을 복용해서 자신의 생명을 사용해서 그 기운을 느껴 보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해서 답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랐다.

그는 물론 이걸 마시면 죽을 수 있음을 알았다. 자신은 기음음이 아니니까.

이윽고 그는 모든 준비를 끝냈다. 목욕을 한 뒤, 옷을 갈아입고, 촛불을 켠 다음, 종이와 붓을 꺼내고 단정하게 앉았다.

이걸 마신 즉시 자신이 느끼는 점과 발견한 것들을 글로 써낼 것이다. 게다가 죽기 직전이면 자신이 분명히 가장 총명하고 지혜로울 테니, 반드시 그 암흑 물질의 근본적인 속성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사공엽은 미치광이였다.

어떤 방면에서든 그는 극도로 편집증을 가진 미치광이였다.

복수를 하려고 했을 때는 온 세상을 괴멸시키지 못해서 안달이었다. 가족과 딸이 생긴 뒤로는 제 모든 생명을 연금술에 쏟아부었다. 결과를 얻기 위해서라면 심지어 자신의 목숨을 지불하는 것도 아까워하지 않았다.

바로 그가 완전히 죽을 짓을 자초하고 있을 때, 이문회가 달려들어서 그의 손에 있는 암흑 물질을 빼앗은 뒤 일장에 그를 내리쳐서 기절시켰다.

예전에는 난쟁이 선지자였고, 지금은 연금술의 대가인 사공엽이 깨어났을 때, 그는 침상에 누운 채 두 손 두 발이 묶여 있었다.

두변이 돌아온 뒤에야 사공엽은 자유를 되찾았다.

사공엽이 두변을 다시 보자마자 큰소리로 울부짖는 모습에 두변은 위화감이 들 정도였다.

‘사공엽 대사, 당신이 키가 아무리 작더라도 어쨌든 나이가 백 살이 넘었는데, 그런 당신이 아이처럼 내 다리를 안고 울면, 정말 이상하지 않겠습니까?’

이어서 사공엽이 다시 쉴새 없이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제 머릿속에 있는 모든 생각을 다 털어놓고, 실험 결과도 털어놓았다.

중얼거림은 장장 두 시진이나 계속되었다. 게다가 말하는 속도가 몹시 빠르고 발음이 정확하지 않은 데다가, 하는 말이 논리적이지도 않았다. 종잡을 수 없이 생각이 나는 대로 말을 해대니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사공엽의 말을 뚜렷하게 듣기 위해서 두변은 심지어 정신술을 사용해야 했다.

두 시진 후, 그제야 하고 싶은 말을 죄다 한 사공엽은 의자에 앉아서 눈알이 빠져라 두변을 쳐다보았다.

두변은 눈을 감고 명상에 진입해서 사고하기 시작했다.

다시 두 시진이나 명상한 뒤, 두변이 눈을 뜨고 물었다.

“화염으로 그 암흑 물질을 불태웠을 때, 무슨 결과가 나왔습니까?”

“화염이 급속하게 작아진 뒤 사라졌습니다.”

“사형수는 어떻게 죽었죠?”

“모든 체내의 생기가 집어삼켜진 것 같았습니다. 심지어 사람이 시들어버리는 것처럼 느껴진 뒤에 급사했습니다.”

“괴수를 사용해서 실험했을 때의 구체적인 과정을 말해보세요.”

사공엽은 눈을 감고 기억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런 뒤 더할 나위 없이 상세하게 말했다.

“암흑 물질을 막 먹인 순간, 그 괴수도 생기가 시들고 붕괴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어떤 기운이 힘차게 폭발했습니다. 괴수의 육체가 팽창해지기 시작했고, 공격력이 미친 듯이 몇 배나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엔 신체가 그 팽창 과정을 견딜 수 없어서, 곧바로 터져서 산산조각이 나버렸습니다.”

“이걸로 어느 정도 정확해졌습니다! 사공엽, 우리는 방향을 잘못 잡은 것 같습니다.”

사공엽은 너무 흥분해서 숨이 다 멎을 것만 같았다.

두변이 말을 이었다.

“우리가 예전에 잡았던 방향은 이랬죠. 이 오염된 우물물 안에는 강력한 기운이 두 개 담겨 있는데, 상호 배척하는 기운이라고요. 하나는 신성한 우물물의 밝고 고결한 기운이고, 다른 하나는 우라늄의 두렵고 사악한 기운이라고요. 우리는 항상 두 기운을 충돌시켜서, 강력한 기운을 분출시키려고 했죠.”

사공엽이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데 사실 신성한 우물물과 우라늄의 기운은 완전히 상반되는 겁니다. 그래서 그것들이 함께 있으면 도리어 서로 배척하지 않고 융합하게 되는 거죠. 다른 성질끼리는 서로 흡수하고, 같은 성질끼리는 서로 배척하는 것 말입니다.”

사공엽은 더욱더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실패 끝에 최후에 성공한다는 말처럼 우리는 충돌하면서 파멸시키는 기운을 얻지는 못했지만 오히려 또 다른 기운을 얻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증폭제이자 촉매제죠.”

사공엽의 눈이 갑자기 빛났다. 그는 이제 두변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았다. 원리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당신이 한 모든 실험에는 다 공통적인 특성이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먼저 집어삼킨 뒤에 활성화된다는 것이에요. 기운이 미친 듯이 몇 배나 폭증한 뒤에 미친 듯이 그 기운을 방출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사공엽은 흥분해서 제 허벅지를 신나게 두드렸다.

이제 답을 찾았구나!

“당신이 화염으로 이 암흑 물질을 불태웠을 때, 화염이 곧 줄어들더니 이내 사라졌죠. 사형수를 사용해서 실험했을 때는 그들의 생기가 빠르게 무너지고 사그라든 뒤 순식간에 급사했고요. 그건 그들의 에너지 등급이 너무 낮은 탓에, 폭발해서 에너지를 방출한다는 조건을 갖추지 못한 거죠.”

“맞아요, 맞아.”

사공엽이 흥분하며 말했다.

“하지만 괴수들은 다르죠. 그것들은 이세계의 에너지와 혈맥을 갖추고 있어서 암흑 물질이 혈맥의 힘을 집어삼킨 뒤에 다시 몇 배로 증폭시켜서 방출한 겁니다. 그래서 그 괴수는 체형이 열 배 이상 팽창한 데다가, 힘도 미친 듯이 증폭되었죠. 하지만 결국 괴수의 신체도 그 기운을 견디지 못하고, 곧바로 폭발해서 산산조각이 나버렸고요.”

“역시 주군은 지혜로우십니다.”

사공엽은 더 이상 앉아있지 못하고 방 안을 왔다 갔다 걸으며 숨을 크게 몰아쉬었다.

“주군, 그럼 기음음은 어떻게 된 겁니까?”

두변이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기음음에게 일어난 일을 완전하게 해석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두 가지 가능성이 있겠죠. 첫째, 그 기이한 암흑 물질이 그녀의 예전 내력 수준을 활성화시켰다는 것. 아니면 두 번째 가능성은 그녀의 예전 무도 수준은 애초에 활성화되지 않았고, 대신 체내에 본래 남아있던 아주 조그마한 내력이 미친 듯이 폭증되었다는 것.”

기음음이 반로환동한 뒤, 거의 모든 무공과 내력이 사라졌다지만 아주 조금이라면 남아있을 터였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렇게 미친 듯이 내력이 증폭되고 향상된다면 진작 온몸이 터져서 산산조각나 버렸겠죠. 그에 비해 그녀는 반로환동하면서 가지고 있던 내력의 수준은 기본적으로 사라졌지만 근맥과 단전은 아직 존재하기 때문에 산산조각나지 않았던 겁니다. 게다가 그녀는 즉시 그 기운을 방출해서 눈 깜짝할 사이에 북명검파의 대종사 두 명을 죽여버렸고요.”

하지만 그후 기음음은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어쨌든 두변은 기음음의 몸에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아직 완전히 이해되지 않았다.

“아직 기음음 몸에 일어난 일은 확실히 이해할 수 없지만 적어도 오염된 우물물에서 추출한 암흑 물질의 특별한 속성은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그것은 바로 에너지를 촉진하고 증폭하는 겁니다.”

“맞습니다. 제가 힘겹게 한 달이나 명상을 해도 답을 찾지 못했는데, 주군이 고작 몇 시진 사고한 뒤에 답을 얻으시다니, 정말이지 제 갈 길을 비추는 밝은 등불과도 같으십니다.”

사공엽이 알랑방귀를 뀌는 게 아니라, 정말 마음속에서 우러나온 말을 하는 것이었다.

“한데 그렇게 되면 또 하나의 크나큰 문제가 생깁니다. 그럼 그 암흑 물질을 어떻게 대단한 무기로 바꿀 수 있습니까?”

그렇다. 그게 엄청난 난제였다.

“화염 내지는 연소 정석을 사용해도 이 암흑 물질을 활성화시킬 수 없었습니다. 매번 집어삼킨 이후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어쩌면 그것들의 에너지 등급이 암흑 물질이 폭발하는 조건에 미치지 못하는지도 모릅니다.”

그렇다. 일반적인 불은 에너지 등급이 너무 낮았다.

이 세계의 동굴 깊숙한 곳에는 일부 특수한 정석이 있었다. 연소할 때 수천 도의 고온을 방출하는 극도로 희귀한 정석이었다. 절세 지하성에는 그런 정석들이 적지 않아서 사공엽이 그것들도 가져와서 실험을 했지만 여전히 암흑 물질이 폭발하도록 촉진시킬 수 없었다.

그런데 그때, 두변은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

그는 시스템이 지난번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이제야 이해했기 때문이다.

평범한 화염은 암흑 물질을 활성화시켜주지 못하지만 지옥불이라면 분명히 가능할 것이다.

“암흑 물질을 가지고 있죠?”

“있습니다.”

두변이 잠시 망설인 뒤에 입을 열었다.

“1밀리미터만 가져다 주세요.”

밀리미터는 당연히 현대 과학의 용량 단위지만 지금 사공엽은 그 개념을 전부 받아들인 뒤였다.

사공엽은 정석 관(管) 두 개를 꺼내서 안에 암흑 물질을 각각 1밀리미터씩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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