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5장: 무적의 군단
이윽고 두 사람은 계표표의 호위를 받으며, 백색성에서 수십 리 떨어진 곳에 도착했다.
두변은 이곳에서 실험할 생각이었다.
몹시 끔찍한 실험인데 대체 얼마나 끔찍할지는 자신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성공하기만 하면 반드시 파멸적인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그는 기름 먹인 무명실을 도화선으로 삼아서 암흑 물질 1밀리미터가 담겨 있는 정석관 안에 꽂았다.
도화선의 길이는 몹시 길어서 족히 수십 미터나 되었다.
게다가 실험은 호수 안에서 진행되었다. 면적이 수십 묘나 되는 호수 중심부에 대나무 뗏목 십여 개를 이어놓았다.
암흑 물질을 담은 정석관을 호수 한가운데의 대나무 뗏목 위에 놓았다.
“후퇴!”
두변은 사공엽과 계표표를 수백 미터 뒤로 물러나게 했다.
위력을 증명하기 위해서 대나무 뗏목 위에는 돌, 쇳조각, 나무 등의 물건을 올려두었다.
두변은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지옥불을 단전에서 끌어냈다. 순식간에 아주 작은 백색 화염이 두변의 손바닥에 나타났다.
이 작디작은 지옥불을 얕보지 마시라. 이건 두변의 내력을 불태우고 있었다. 두변은 지금 2품 무사 수준이라서 이 작디작은 지옥불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은 채 일각이 되지 않았다.
후욱.
지옥불을 사용해서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훅.
백색 지옥불이 순식간에 도화선을 타고 암흑 물질이 담긴 정석관으로 끊임없이 달렸다.
두변은 능파미보를 시전해서 쏜살같이 그 자리를 떠났다. 물결을 밟고서 빠른 속도로 걸어서 고작 0.5초 만에 수백 미터 멀리 달아났다.
이윽고 그는 호수 중앙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숨을 죽였다.
슉.
도화선이 몹시 빠르게 불타서 0.5초 뒤, 수십 미터나 되는 도화선이 전부 불타버렸다.
백색 지옥불이 곧바로 정석관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런 뒤, 곧바로 사라졌다.
그렇다, 백색 화염이 뜻밖에 사라진 것이다.
모든 걸 불태울 뿐 아니라, 모든 걸 파멸시키는 지옥불이 뜻밖에 사라졌다?
그 순간, 두변은 심장 박동마저 멈출 지경이었다.
‘이 실험은 반드시 성공해야 해!
시간이 없어. 실험이 성공하지 못하면 비장의 대량 살상 무기도 없다고. 그렇게 되면 여여해의 수십만 대군에게서 승리하기란 너무 어려워!’
그 순간 정말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다.
그 정석관 안에 있는 암흑 물질은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저울이 실패 방향으로 끊임없이 미끄러지는 동안, 두변의 마음도 끊임없이 밑으로 가라앉으면서 온몸이 냉랭해지는 것 같았다.
계표표와 사공엽은 더 이상 호수 중앙의 실험 지대를 뚫어지게 바라보지 않고, 두변을 바라봤다.
1초가 1년과도 같았다.
두변이 절망하다시피 한 그 순간, 갑자기 정석관 안에 있는 암흑 물질의 색깔이 변하기 시작했다.
검은색에서 붉은색으로 변했다.
몇 초 뒤, 붉은색에서 다시 흰색으로 변했고, 최후에는 흑록색으로 변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폭발하면서 태양빛까지 가려 버렸다.
사실, 그것은 그렇게 밝지 않았다. 타오르는 불길이 선명한 녹색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실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상상했던 것처럼 경천동지할 폭발음은 없었다.
두변으로서는 어째서 이렇게 된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모든 폭발에는 다 큰소리가 나기 마련 아닌가? 그런데 이건 완전히 소리소문없이 터지는데?
그렇게 갑작스럽게 폭발한 녹색 화염은 직경이 100미터가 넘어서 하늘까지 치솟았다.
두변, 사공엽, 계표표의 시야가 전부 그 놀라운 녹색 화염으로 가득 찼다. 그런 뒤, 모든 게 다 사라졌다.
암흑 물질이 지옥불을 집어삼킨 다음, 재빨리 융합하며 동화된 뒤, 에너지가 미친 듯이 증폭되었다. 수백 배, 수천 배로 말이다.
한계치까지 증폭된 에너지가 폭발하면서 거의 1만 제곱미터 이내의 모든 것이 다 사라졌다.
모든 뗏목, 뗏목 위에 있는 쇳조각, 돌, 나무까지 전부 사라졌다. 뿐만 아니라 호수 전체가 장장 반 척(尺)이나 얕아졌다.
수많은 물이 사라져서 순식간에 기화되었다.
이후에도 두변은 소규모 실험을 여러 번 거듭하며 이 대단한 무기의 규칙을 파악했다.
오늘, 두변은 이문회, 부홍빙, 기세 소성주, 이릉 등을 데리고 야외에 도착했다.
두변이 말했다.
“내가 출격해서 수만 명을 이끌고 위염 왕국을 공격할 거라고 말하니, 많은 이가 나더러 미쳤다고 하겠죠. 나는 지금 여러분에게 내가 미치지 않았고, 무척 이성적이라는 걸 보여주겠습니다.”
그는 수백 미터 밖에 있는 어떤 집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저건 버려진 보루입니다. 돌과 나무로 지은 것이고요.”
이윽고 그는 화살 한 대를 꺼내서 화살촉에 정석관 하나를 묶었다. 그 정석관 안에는 오염된 우물물 2천 근을 사용해서 추출한 0.5밀리미터의 암흑 물질이 담겨 있었다.
그의 손바닥에서 지옥불이 피어올라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이번에는 도화선이 몹시 짧았다. 왜냐하면 이미 암흑 물질이 폭발하는 시간을 충분히 파악했기 때문이다.
도화선이 모두 불타고 지옥불이 정석관 안에 있는 암흑 물질에 빨려 들어갔다.
두변이 활시위를 당겼다.
몇 초 후, 화살촉에 있는 정석관 안에서 암흑 물질의 색깔이 변하기 시작했다. 붉은색으로 변했다가, 이어서 하얀색으로 변했다.
슉.
두변이 힘껏 화살을 쏘았다.
화살이 300여 미터를 날아서 공중에서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더니 곧바로 그 버려진 보루에 적중했다.
이문회, 부홍빙, 옥진 군주, 또 절세 지하성의 소성주들이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화살 한 자루로 저렇게 큰 돌로 지은 보루를 쏘면, 가렵지도 않을 것 같은데?’
그렇지만 다음 순간.
수백 미터 밖에서 놀라운 녹색 화염이 터져 나왔다.
비길 데 없이 선명한 색깔이었다.
그리고, 버려진 보루는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서 깡그리 사라졌다.
한순간 그곳은 죽음과도 같은 정적에 휩싸였다.
이문회, 옥진 군주, 기세 소성주 등 그곳에 있는 모든 이는 완전히 충격을 받아서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건 그들의 가치관을 뒤엎는 물건이었다.
‘저건, 대체 무슨 물건이지?’
사공엽이 말했다.
“이건 주군 지혜의 결정입니다. 이세계에서 끌어온, 하늘과 땅마저 파멸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모두가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어쩐지 두변이 먼저 여씨의 위염 왕국을 공격하자고 했구나. 이런 파멸적인 무기가 있으면 무슨 전투이든 이기지 않을 수 있겠나?
게다가 사공엽의 말을 들어보니, 이 대단히 파멸적인 무기를 뜻밖에 두변이 만들었을 줄이야.
절세 지하성의 소성주들은 내심 두변을 우러러보는 마음이 더 커졌다.
그에 비해 옥진 군주와 이문회는 마음이 대단히 복잡했다.
한참이 지나서 옥진 군주가 물었다.
“두변, 이런 물건이 몇 개나 있지?”
그녀는 중요한 문제를 짚었다.
일전에 두변이 절세 지하성을 떠날 때, 오염된 우물물 20만 근을 전부 담아서 가져왔다.
얼핏 보면 그건 몹시 큰 수량 같지만 우물물 2천 근으로 겨우 1밀리미터의 암흑 물질을 추출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이전까지 실험을 거듭하느라 우물물이 지금은 15만 근밖에 남지 않았다.
그 15만 근을 전부 추출하면 암흑 물질을 고작 75밀리미터밖에 얻지 못 한다.
그걸로 비밀 무기 100개를 만들 수 있었다. 그중 화살 50대에는 암흑 물질 1밀리미터를 담을 수 있지만 나머지 50대에는 0.5밀리미터밖에 담지 못 한다.
화살 100대는 정말로 큰 수가 아니었다. 하지만 한 판을 이기기에는 충분한 양이었다.
“100대입니다.”
두변의 말을 들은 옥진 군주는 우선 암담한 표정을 짓더니 곧 입을 열었다.
“100대라면 이번 전투에서는 승리할 수 있을 겁니다.”
이문회는 100대라는 말을 듣고는 한시름을 놓았다. 이런 무기는 파괴력이 너무 컸다. 이런 무기가 대규모로 존재한다면 온 세계를 전복시킬 수 있었다.
물론 현재는 고작 10대 정도뿐이었다. 게다가 다 0.5밀리미터씩 담은 종류였다.
두변이 물었다.
“사공엽, 앞으로 전력을 다하면 모든 오염된 우물물을 전부 추출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필요할까요?”
사공엽은 첫 번째 암흑 물질 5밀리미터를 추출하는 데에 장장 보름의 시간이 걸렸다.
마음속으로 한참을 생각한 뒤에 그가 답했다.
“이미 불필요한 단계를 제거해서 많은 부분을 개선시켰습니다. 지금은 그것의 속성을 충분히 이해했으니, 안심하고 대규모로 추출할 수 있습니다. 가장 신임할 수 있는 세 사람을 찾아서 저를 돕게 하면 이레 안에 전부 추출할 수 있습니다.”
“좋습니다. 기대, 기이, 기삼, 기사, 기오, 이 다섯 명을 전부 당신에게 주겠습니다.”
이 다섯 명은 사공엽처럼 어떤 방면에서는 인격이 불완전해서 욕망이란 것이 없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기음음이 혼수상태가 된 뒤로 두변은 그들에게 유일하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주인이 되었으니, 그들을 절대적으로 신임할 수 있었다.
이어진 며칠 동안 두변, 사공엽, 천마군의 백부장 다섯 명은 전부 실험실 안에 갇혀 지내다시피 했다. 거의 매일 자지도 쉬지도 않고 오염된 우물물 15만 근을 추출했다.
절세 지하성의 무사들은 막 도착한 신병 1만 5천 명, 즉 두변이 데려온 막씨의 옛 부하들을 조련하기 시작했다.
그들을 조련하는 건 예상했던 것보다 쉬웠다.
그들은 예전에 병사 노릇을 한 데다, 도적질을 오래 해서 오히려 세상 물정에 어두웠다. 그들은 절세 지하성 무사들의 너무도 뛰어난 기량에 본능적으로 열등감과 경외감이 생겨났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두변이 사람을 너무 죽여댄 통에 그들의 간이 콩알만 해진 게 아니라 아예 없어지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훈련장에서 교관이 그들에게 무엇을 하라고 시키든, 감히 명령을 거스를 수 없었다. 예전에 잡아온 무사들을 훈련시킬 때는 반항하는 사람들의 목을 베어서 본보기로 삼았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훨씬 수월할 지경이었다.
대략 두 달이나 조련을 거친 뒤, 예전의 그 무사 1만여 명은 어느 정도 군대라고 부를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은 진정한 신병은 아니었지만 모두가 은퇴한 무사들이라서 개인의 신체적 소질과 전투력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들에게 필요한 훈련은 바로 군진(軍陣)을 치는 것, 군기와 명령에 복종하는 것이었다.
두 달이란 시간은 충분하지 않아서 그들이 성화교군이나 절세 지하성의 군대처럼 뛰어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또 수천 명이 한 사람이 된 것처럼 일치된 동작을 하거나 진형 변형이든 행군이든 한 사람이 된 것처럼 질서정연하게 움직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괜찮은 전투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이 무사 군단 1만 5천 명을 독립된 군대로 만들어야 할까, 아니면 분산시켜서 절세 지하성의 군단에 편입시켜야 할까? 두변은 아주 오래 고민했다.
최후에 그는 조금 의외였지만 몹시 합리적인 결정을 내렸다.
두변의 앞에 네 사람이 무릎 꿇고 있었다.
성화교의 사제와 성화교군의 천인장 세 명이었다.
“염열(炎烈), 염포(炎暴), 염색(炎索),염축(炎祝)!”
두변의 부름에 성화교군의 네 수장이 질서정연하게 바닥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대답했다.
두변이 말했다.
“나는 무사 군단 1만 5천 명을 성화군단 속에 편입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너희 3천 명에 새로운 성화군단을 합치면 1만 8천 명이 된다.
오늘 이후에 성화군만 있을 뿐, 성화교군은 없다.”
두변의 말에 성화군의 네 수장이 머리를 조아렸다.
“주군의 뜻을 받들겠습니다.”
“장래에 성화군단은 3만까지 확충될 것이다. 염열은 성화군의 단장을 맡고, 염포, 염색, 염축은 각자 군단의 만호를 맡아라.”
“주군의 신지(神旨: 신의 뜻)를 받들겠습니다!”
“오늘 오후에 전면적으로 복장을 바꿔라. 무사 신군 1만 5천 명만 복장을 바꾸는 게 아니라, 너희도 예전의 군복을 철저히 버리고, 새로운 갑옷으로 갈아입어야 한다.”
“예!”
“무사 신군 1만 5천 명이 성화군단에 편입된 뒤, 너희가 수장이니 그들을 도와주고, 감독하고, 그들이 성장하도록 격려해줘야 한다. 어쨌든 그 1만 5천 명을 너희처럼 충성스럽고, 강해지게 만들어야 한다.”
염색이 열광적인 눈빛으로 답했다.
“노비, 반드시 심혈을 기울이며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무사 신군 1만 5천 명의 신체 소질과 전투력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지만 유일하게 걱정스러운 건 그들의 산만한 성정이었다. 하지만 이 성화교군 3천 명이 그들을 관리하면 두 달 뒤, 무사 신군의 면모가 몰라보게 달라질 것이라고 믿었다.
왜냐하면 성화교군 수천 명은 미치광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것도 마음속에 열정과 신앙이 가득 찬 미치광이들.
이 3천 명이 무사 신군 1만 5천 명을 미친 듯이 세뇌할 것이다.
1만 5천 명이 두변을 열광적으로 믿을 때까지 세뇌할 것이다. 두변이 명령을 내리기만 하면 그곳이 칼산이든 불바다든, 주저 없이 뛰어내릴 수 있을 때까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