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386화 (386/648)

386장: 대군은 출발하라

“성화군단, 전부 복장을 바꾼다!”

두변이 명령을 내리자, 광장에 있는 1만 8천 명이 질서정연하게 옷을 갈아입었다.

단순히 갑옷과 장비만 가지고 논하자면, 이들은 원천조 부대의 대군을 넘어설 정도로 뛰어났다.

절세 지하성 무사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 군대의 가슴에는 붉은색 성화 표식이 있고, 투구 꼭대기에도 붉은 술이 달려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니 1만 8천 명이 함께 서 있으면, 맹렬하게 화염이 불타오르는 것처럼 보였다.

군장은 역시나 군대의 정신적인 면모를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법이다. 갑옷을 갈아입은 뒤, 군대는 전과 달라졌고, 본능적으로 날카로운 살기가 가득했다.

이사조는 새로운 갑옷을 입고 나니 저도 모르게 심장이 빨리 뛰면서 온몸에서 기운이 솟구쳤다. 필사적으로 몸을 똑바로 세우고, 목을 쳐들고, 허리를 꼿꼿이 폈다.

왜냐하면 이 갑옷은 너무나 멋졌기 때문이다.

물론 더 중요한 이유는 그의 관직이 올라서 십인장이 된 것도 있었다.

더군다나 그의 부모님, 아내, 아이들이 다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빌어먹을, 정말로 귀신이 곡할 노릇이군. 나는 본래 두변에게 복종하려는 마음이 하나도 없었는데, 지금은 필사적으로 공을 세우고, 그를 숭배하고 싶은 마음이 들다니…….”

그건 이사조가 처음으로 두변을 만난 순간부터였다.

두변은 자신보다 훨씬 젊었고, 몹시 잘생겼으며, 마른 데다가 키가 크고 냉혹해 보였다.

지금 두변은 키가 백팔십까지 컸고, 아직도 크고 있었다.

혈맥이 바뀐 뒤로 그의 체질도 바뀌고 있었다. 길을 걷든,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든 범이 웅크리고 앉은 것 같기도 하고, 용이 노려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지옥불을 집어삼킨 뒤로는 그의 두 눈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사람을 쳐다볼 때면 그의 눈빛에 지옥의 화염이 가득해서 모든 걸 불태워버릴 것처럼 보였다.

높은 곳에 선 두변이 1만 8천 명을 바라보며 분명히 말했다.

“성화군단이 정식으로 군대로 편성되었음을 선포한다!”

막씨의 구세력에서 포로로 잡은 1만 5천 명은 여전히 훈련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두변 휘하의 제3군단은 이미 편성이 준비되어 있었다. 이 군단은 본래 동창의 무사, 계왕부의 기병, 청룡회의 무사, 이문회의 부대, 천마혈군으로 이루어졌는데, 거기에 막씨의 부하 1만 5천 명까지 합치니 2만 명이 넘었다.

두변은 이 군단에 적합한 통솔자를 찾지 못한 상황이었다.

의부인 이문회가 통솔해도 되지만 그는 동창을 관장해야 하니, 군에 오래 남을 수 없었다. 게다가 지금 이문회의 직무는 동창의 부도독에, 대녕 제국 서남 감군을 겸임하고 있었다.

옥진 군주도 그들의 통솔자가 될 수 있지만 그녀는 안남 왕국으로, 진남공의 대군으로 돌아가야 했다.

의형 이릉은 일전에 계왕부의 부총관을 맡아서 왕부의 호위군 2, 3천 명을 관장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사람됨이 너무 온화할뿐더러, 살벌하고 과감하지 못했다.

계표표 누이도 통솔 경력이 부족했다.

계청주가 만약 이 자리에 있었다면 그 직무를 맡길 수 있겠지만 지금 그는 북명검파에게 구금당한 상태였다.

마침내 두변이 기세 소성주를 찾아갔다.

“소성주!”

기세 소성주가 대답했다.

“주군, 지금은 절세 지하성에 있는 게 아니니, 제게 소성주라고 부르실 필요 없습니다.”

“절세 지하성에는 인재가 차고 넘칩니다. 특히 당신과 부홍빙 모두 일군을 통솔할 재목이고요. 그런 당신들을 전부 절세 지하성 군단에 놓아두는 건 너무나 아깝습니다. 나는 당신이 제3군단, 즉 백색 군단을 편성해서 군단장을 맡길 바랍니다. 그 부대는 구성이 비교적 복잡한 데다가, 전투력도 절세 지하성 무사들보다 떨어질 겁니다. 기족 무사들은 당신 동생에게 맡기거나 당신 아내에게 맡기면 됩니다.”

기세 소성주가 말했다.

“주군, 제 기족 무사 수천 명에 관해서는 상관이 안배해주는 데에 따르겠습니다. 지금은 절세 지하성 군단만 있을 뿐 기족이니 부족 같은 건 없습니다. 제가 제3군단에 가겠습니다.

한데 절세 지하성 무사 천 명을 데려가고 싶습니다. 주된 이유는 그들을 본보기로 삼고 싶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필요할 때 그들이 결사대, 규찰대(糾察隊: 조직체의 질서를 바로잡고 통제하기 위하여 조직한 단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좋습니다!”

그렇게 제3군단이 만들어지고 기세 소성주가 군단장을 맡고, 이릉이 부군단장을 맡게 되었다.

대전이 시작되기 전, 두변의 3대 군단이 정식으로 선포되었다.

제1군단은 절세 지하성 군단으로, 부홍빙이 군단장을 맡으며 총 5만 2천 대군이었다.

제2군단은 성화 군단으로, 예전 성화교의 사제 염열이 군단장을 맡으며, 총 1만 8천 명이었다.

제3군단은 백색 군단으로, 기세가 군단장을 맡으며, 총 2만 3천 명으로 구성되었다.

광서 남녕부.

원천조 부대, 정예 5만 대군이 완전 무장을 한 채 위풍당당하게 북상했다.

쿵, 쿵, 쿵, 쿵.

철갑옷을 입은 5천 명이 길을 여는데 그들이 땅에 발을 내디디면 모든 새와 짐승이 흔적도 없이 도망쳤다.

이번에는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원천조의 5만 대군은 심지어 여여해의 대군보다 더 일찍 출발했다.

그들은 이번에 소군으로부터 지엄한 명령을 받았다.

두변이 죽지 않는 한, 절대로 병력을 물릴 수 없다는.

검각후 장문소가 병력을 물려서 성도로 돌아옴에 따라, 대염 왕국의 태자 여담도 군대를 거느리고 회군했다.

이로써 대염 왕성 주변에 39만 대군이 모였다.

이는 대염 왕국의 물자 공급에 크나큰 압박이 되었다. 몇 년간 쟁여둔 식량이 쏜살같이 소진되고 있었다.

여담이 운남과 귀주를 약탈하고, 방계의 해외 제국에서 식량을 끊임없이 운반해오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40만에 가까운 대군이 양식과 마초를 보급받기 위해서 새로 세운 왕국을 붕괴시킬 지경에 이르렀을 것이다.

39만 대군은 심지어 대염 왕성의 인구를 넘어섰다.

수백 리나 병영이 이어지면서 새까맣게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다.

대염 국왕 여여해는 왕궁 가장 높은 곳에 서서, 자신의 군대를 내려다보았다.

이 군대는 백색성 인구보다 두세 배가 넘으니, 이 인원으로 싸우면 어떻게 싸우든 두변의 백색성을 완전히 침몰시키고, 파멸시키기에 충분할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때, 갑자기 서쪽 방향에서 호각 소리가 들리더니, 서쪽 하늘가에서 흙먼지가 가득 치솟았다.

검붉은색의 대군이 질서정연한 발걸음으로 거대한 괴수처럼 대염 왕성으로 진군하고 있었다.

극도로 뛰어날 뿐 아니라,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완전 무장을 한 군대였다.

특이한 갑옷, 특이한 피풍의에 익숙한 성화 기호가 새겨져 있었다. 서역 성화교 원정군이로구나!

여여해는 내심 한숨을 쉬었다.

서역 성화교 원정군이 역시나 왔구나.

성화교 원정군 5만 명이 대염 왕성 아래에 도착했다.

“성화교 원정군의 총수, 아포사가 염왕 폐하를 뵙습니다.”

키가 크고 강인한 기세의 남자가 대염 국왕 여여해에게 가벼운 인사인 반례(半禮)를 올렸다.

여여해가 직접 성 밖에 나가 그를 맞이하면서 속으로 끝없이 감탄했다.

자신의 30여만 대군에, 성화교 정예 원정군 5만을 합치면 제국의 남방을 석권하기에도 충분했다.

이런 군대로 소환관인 두변을 공격하다니, 너무나 사치스러웠다.

진정 소 잡는 칼로 닭을 잡는 격일뿐더러, 사자가 전력을 다해 토끼 사냥을 하는 격이 아닌가.

“두변, 이번에는 진정 천지가 다 흔들릴 것이다. 너는 곧 가루가 되어버릴 것이다!”

백색성 안.

두변은 눈앞에 질서정연하게 놓인 파멸의 화살 110대를 바라봤다.

마침내 완성했다!

오염된 우물물 15만 근을 마침내 전부 추출해서 암흑 물질 80밀리미터 정도를 얻었다. 이에 세상마저 파멸시킬 화살 100대를 만들었고, 이전에 만든 10대가 더해졌다.

이 대단한 대량 살상 무기로 사람을 얼마나 죽일 수 있을까?

두변도 알 수 없었다.

10만, 20만?

하지만 이 파멸의 화살 백여 대가 날아가는 순간, 아마도 진정한 인간 지옥이요, 온 천하를 충격에 빠뜨릴 것이다.

“주군, 대군이 이미 집결 완료했습니다.”

지하성의 무사 하나가 아뢨다.

바로 그때, 의부 이문회가 재빨리 내려와서 말했다.

“두변, 영설 공주가 폐하께서 최근에 내리신 성지를 가지고 도착하셨다는구나.”

그 말을 듣자 두변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영설 공주는 신군 사령관인데 무슨 일로 경성을 떠나서 직접 백색성에 성지를 전하러 왔을까?

백색 지부 관아.

이리저리 달리느라 고초를 겪은 영설 공주는 대단히 야윈 모습이었다.

“두변, 대군은 이미 준비되었나?”

영설이 다정하게 묻자 두변이 답했다.

“예, 공주 전하.”

영설 공주가 성지를 펼치며 말했다.

“황제가 명하노라, 두변의 모든 군대는 남으로 철수하여 안남 왕국에 진입해서 진남공과 합류할 것을 명한다!”

두변으로서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영설 공주가 말했다.

“부황께서 너에게 사과하셨다. 그분은 모든 압박감이 너에게 몰리게 해서는 안 된다고 하셨다. 지금 국면은 이미 완전히 붕괴했다. 검각후는 병력을 물렸고, 선성후는 한 걸음도 전진하지 않는다. 여여해의 40만 대군이 집결한 데다, 원천조의 5만 대군이 북상했다.

이번 전투는 이미 아무런 희망도 없어.

부황께서는 네가 무고한 희생을 하지 말기를 바라신다. 네가 지금 대군을 거느리고 남하해서 안남 왕국으로 진입하면 아직 늦지 않았을 것이다. 군대를 보전하기만 하면 후일을 기약할 수 있다.”

“그럼 황제 폐하께서는 어찌하실 겁니까?”

“경성은 곧 식량이 끊길 것이다. 경성의 백만 백성들을 위해서, 식량이 끊긴 날이 바로 부황께서 붕어하실 날이다.

그때 태자 황형이 즉위할 것이다. 이연정은 결단코 부황과 함께 순장하겠다는구나. 내 신군은 해산할 테고, 황궁 시위군도 물러나겠지. 나는 그들을 데리고 흩어져서 안남 왕국에 진입해 너희와 합류할 방법을 찾을 것이다.”

천윤제는 역시나 마지막까지 자신의 목숨을 바꿔서 다른 사람이 생존하도록 만들려고 하고 있었다.

천윤제는 두변이 위험을 무릅쓰고 여여해와 결전을 벌이는 걸 원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목숨으로 두변이 어렵사리 갖게 된 군대를 보전하는 걸 선택했다.

영설 공주가 말을 이었다.

“부황께서는 네가 말을 안 들을까 봐, 일부러 나를 보내서 성지를 전하라고 하셨다. 살아만 있으면 후일을 기약할 수 있다. 두변 백작, 너의 대군이 이미 결집했으니, 지금 즉시 남하해서 안남 왕국으로 진입해라. 인연이 닿는다면 후일 나도 너와 안남 왕국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검각후와 선성후가 강 건너 불구경하면서 양쪽에서 돈을 벌었다.

여여해의 수십만 대군, 원천조의 5만 대군이 동서에서 두변을 협공할 것이다.

이런 국면은 완전히 절망적인 상황처럼 보일 것이다. 몹시 무력하긴 하지만 천윤제는 역시 천윤제다웠다. 그는 희망을 버리고 정녕 죽어서 다른 사람의 목숨을 살리려 하고 있었다.

두변이 영설 공주를 바라보며 분명하게 말했다.

“공주 전하, 제가 대군을 집결한 건 남하해서 안남 왕국으로 철수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여씨의 위염 왕국을 정벌하기 위해서, 주도적으로 출격해서 반역자를 주살하기 위해서입니다!”

영설 공주는 순간 충격을 받고서는 자신이 들은 말을 믿지 못했다.

“청컨대 공주 전하께서는 폐하께 말씀을 전해주십시오. 두변은 그분을 실망시키지 않을 거라고 말입니다. 곧 그분께서는 제 승리 소식을 들으실 수 있을 겁니다!

저 두변은, 그분을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저 두변은 절대로 후퇴하지 않고, 남으로 철수하지도, 도망치지도 않을 겁니다.

경성에서 제가 여씨 반역자를 완전히 섬멸했다는 소식이 오기를 기다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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