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392화 (392/648)

392장: 화포의 위력

그런데 지금 이 시기의 화포는 전부 속이 꽉 찬 쇠공 포탄으로, 폭발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6방포탄의 포격을 받으면 아무리 완전 무장을 했다고 해도 근골이 부러지면서 온전한 시체도 없이 죽을 것이다.

아포사가 하얀 낙타를 타고 오만하게 화포 진지를 순찰했다.

“어서! 화약을 운반해와라!”

거한(巨漢) 3천 명이 빠르게 달리는데, 모든 이가 어깨에 수백 근짜리 포탄과 화약을 짊어지고 있었다.

포탄과 화약들이 화포 진지 안에 쌓이고 있는 지점은 백색성 성벽에서 500미터가 넘는 곳으로, 아포사가 판단하기에 동방 황인종의 전장에서 이 거리 정도면 절대로 안전한 거리였다.

여씨의 이전 전투 양상을 봐도 확실히 그러했다.

두변의 투석기는 가장 멀리 가도 450미터에 불과했다.

그에 비해 아포사의 6방포는 1천 미터까지 던져질 수 있으니, 그가 포병 진지를 성벽과 500미터 거리에 배치한 것도 꽤나 보수적으로 결정한 셈이었다. 왜냐하면 화포는 가까울수록 더 명중률이 높아지고 더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포병 진지 뒤쪽 멀지 않은 곳에 아포사의 5만 대군이 스물여 개의 방진을 치고 꼼짝도 하지 않고 꼿꼿이 서 있었다.

모든 이가 활을 등에 메고 허리에 만도(彎刀)를 차고 있었다.

그렇다면 화포의 시대는 도래했건만 화승총의 시대는 아직 오지 않은 걸까.

두변은 아포사의 5만 대군이 활을 메고 있을 뿐, 아무도 화승총을 메지 않았음을 발견했다.

두변은 이내 깨달았다. 이세계의 사람들은 신체적 소질이 두변이 살던 지구보다 월등하고 근골이 더 강인해서, 활을 쏘면 파괴력이 몹시 강했다. 때문에, 화승총은 활과의 경쟁에서 잠시 뒤처진 상황에 놓인 것이다.

그에 비해 화포는 대형 강노나 투석기와의 경쟁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것이다.

“어서, 어서!”

아포사가 미친 듯이 고함쳤다.

거한 3천 명이 필사적으로 질주하면서 수많은 포탄, 특수한 화유(火油), 화약을 끊임없이 운반해왔다.

특수한 화유란 무엇일까? 이것은 특수한 정석 분말을 혼합한 기름으로, 화살촉에 길쭉한 천을 묶어서 이 화유에 적시면 무시무시한 불화살로 변하게 된다.

이런 불화살에는 물을 끼얹어도 불이 꺼지지 않는다.

화포와 화유를 갖게 된 뒤, 성화교는 전장에서 가는 곳마다 승리했다. 여기에 해상의 무적 초대형 함대가 더해지니, 성화교는 2천만 제곱킬로미터 영토를 통치하게 될 뿐 아니라, 세계 3대 패주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었다.

일단 전투가 개시되면 이들은 우선 화포로 미친 듯이 일제 포격을 가해서 적군을 혼비백산하게 만들었다. 수많은 적군을 죽일 뿐 아니라, 심지어 성문까지 산산조각 내어버렸다.

그렇다면 화포 진지의 안전은 어떻게 보장할까?

만약 적이 박차고 나와서 화포 진지로 돌진하게 되면 진지 뒤편에 있는 보병 수천 명이 전부 활을 당긴다. 그렇게 되면 하늘에서 꺼지지 않는 화염을 가진 불화살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아포사의 오만방자함과 광기가 무리는 아니었다.

꼬박 일각 뒤.

마침내 모든 화포의 정리가 끝나고, 포구 조정도 끝난 상태였다. 수많은 화약, 포탄, 특수한 화유는 여전히 끊임없이 운반되고 있었다.

아포사는 온몸이 뜨겁게 끓어올랐다. 감격의 순간이 곧 도래할 시간이었다.

그는 이미 이런 상황을 북쪽, 서쪽, 남쪽의 전장에서 겪었다.

그가 대군을 거느리고 낙후된 왕국들을 공격할 때면 이런 선진 문명으로 그들을 깔아뭉갠다는 후련함을 느낄 수 있었다.

화포 백여 대가 일제 포격을 가하면 천지가 흔들리는 듯한 굉음이 울려 퍼진다.

그때 우매하고도 오만한 국왕과 군주들은 놀라서 바닥에 엎드리고 울부짖으며 오줌까지 싸버리고는 한다.

물론 눈앞에 있는 비천한 거세자 두변은 지금 여전히 몹시 오만하고 침착해 보였다.

‘비천한 거세자여, 허세는 부리지 말거라.

네가 위세를 부린 지 너무 오래됐나 보구나. 내 화포를 보고도 애초에 이것들이 무엇인지도 모르니 말이다. 무지한 자는 두려움이 없다는 말처럼, 너도 두려움을 느끼지 못하겠지. 그러니 너라는 원숭이가 아직까지 허세를 부리며, 자신만의 위엄을 유지하려고 들고 말이다.

하지만 이제 곧 모든 화포가 일제히 폭격을 가할 때, 너는 그제야 자신이 얼마나 우매했고, 낙후됐는지 알게 될 것이다.’

“화약을 장전하라!”

아포사의 명령에 포수들이 순식간에 화약을 포신 깊숙이 넣었다.

“포탄을 장착해라!”

6방포탄이 하나씩 포신 안으로 들어갔다.

아포사가 5백 미터 밖의 두변을 향해 내력을 운용해서 소리쳤다.

“비천한 거세자 두변이여, 너는 곧 무엇이 천지마저 괴멸시킬 힘인지 알게 될 것이다! 이제 곧 너희가 사실 원숭이와 아무런 차이가 없음을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두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지금 파멸의 화살을 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왜냐하면 적이 모든 화약과 화유를 아직 화포 진지로 옮겨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방에 모든 게 사라지는 대단한 장면을 펼칠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어느 방면에서는 화포는 확실히 전쟁의 신이라고 불릴 만하니, 자신의 군대에게 화포의 일제 포격을 감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뒤 그들이 영원히 그 감각을 기억했으면 했다.

두변이 말했다.

“장병들이여, 이어질 순간에 너희는 역사의 증인이 될 것이다. 대규모 화포가 처음으로 대녕 제국의 전장에 나타날 것이며, 앞으로 전쟁의 형식이 완전히 바뀔 것이다. 몹시 놀라운 장면이 펼쳐질 테니, 영원히 그 장면을 기억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기억해라. 내가 명령을 내리면 모든 이가 전부 엎드려야 한다! 알았나?”

“예!”

대군이 일제히 소리쳤고, 두변의 명령이 재빨리 전달되었다.

먼 거리에 있는 아포사로서는 두변의 말을 들을 수 없었다. 그저 전투를 개시하기 전에 군대에게 호언장담을 하는 정도로만 생각하고 내심 비웃을 뿐이었다.

아포사가 흉악한 얼굴로 말했다.

“비천한 거세자 같으니라고. 너는 네 모든 노력이 다 헛수고였다는 걸 곧 발견할 것이다! 파멸을 받아들이거라, 거세자 두변이여!

불을 붙이고, 발포!”

아포사의 명령이 떨어지자 포수 백여 명이 일제히 불을 붙였다.

쾅, 쾅, 쾅, 쾅.

진짜로 귀청이 찢어질 듯한 굉음이 울리고, 온 대지가 떨리고 있었다.

그런 뒤 쇠공 포탄 백여 개가 휙휙 소리를 내며 부주성을 향해 매섭게 날아갔다.

두변이 큰소리로 외쳤다.

“장병들이여, 영원히 이 순간을 기억해야 한다. 전쟁의 형식이 바뀌었다!

엎드려라!”

두변이 모든 내력을 다해 큰소리친 뒤, 대군을 이끌고 일제히 엎드렸다.

잠시 후.

콰광쾅쾅!

큰소리가 연달아 울려 퍼지면서 부주성 전체가 흔들렸다.

첫 번째 시험 사격이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포탄은 성벽 위를 향했고, 아주 일부만 성벽을 넘어서 곧바로 성안으로 들어왔다.

성벽 전체가 격렬하게 떨리고, 견고한 성벽에 무참히 구멍 수십 개가 나버렸다.

성안으로 떨어진 포탄은 썩은 나무를 꺾듯이 쉽게 집 담벼락을 뚫고 기둥을 부러뜨려버렸다. 집 전체가 아주 손쉽게 찢어지듯 무너져 내렸다.

“일어서라!”

두변이 명령을 내리자 곁에 있는 병사들이 한 동작으로 일어섰고, 멀리 떨어진 군대도 그들의 모습을 보고 전부 꼿꼿하게 일어섰다.

다시 적군의 화포 진지를 보니, 연기는 있지만 자욱하지는 않았다.

그만큼 성화교의 화약도 비교적 발전한 모양이었다.

“하하하! 비천한 거세자 두변, 보았는가? 이것이야말로 전쟁의 신이자, 파멸적인 힘이다.

네가 놀라서 간이 떨어졌겠구나. 이미 바지에 오줌이라도 싼 거냐?

절대로 투항하지 말아라. 너는 투항할 기회도 없다. 나 아포사가 너의 군대를 모조리 도살해버릴 것이다!”

그런데 옆에 있던 여여호도 충격을 받긴 마찬가지였다. 방금 전에 화포 백여 대가 일제 포격하는 장면은 너무나 전율적이었다.

“비천한 거세자 두변, 이건 고작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파멸의 힘은 점점 더 사나워질 것이다. 죽음을 맞이해라!”

이어서 포수 수백 명이 첫 번째 일제 포격의 성적에 근거해서 방위와 포구를 조정하기 시작했다.

몇 분 뒤.

화포 130대의 두 번째 일제 사격이 시작되었다.

“점화하라!”

“쏴라!”

콰과과광.

귀청이 떨어질 것 같은 굉음이 또다시 울려 퍼지고, 쇠공 포탄 백여 개가 또다시 휙휙 소리를 내며 발포되었다.

쾅, 쾅, 쾅, 쾅.

이게 바로 화포의 위력이었다. 이번에는 저번보다 명중률이 더 높아졌다.

바닥에 엎드려 있던 두변의 군대는 화포들이 머리 위 멀지 않은 곳에서 매섭게 날아가는 걸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마치 죽음의 신이 스치고 지나가는 기분이랄까.

그건 정말로 파멸적인 힘이라서 애초에 갑옷 따위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포탄이 견고한 성첩(城堞)을 적중한 뒤, 성첩은 그대로 부서지며 무너졌다.

쾅, 쾅, 쾅.

포탄 수십 개가 성안에 박히고, 또 다시 썩은 나무가 무너지는 듯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그렇지만 성안의 백성들은 도리어 기분이 몹시 고조되었다.

“여 대왕의 군대가 쳐들어왔어! 하늘의 뇌신(雷神)을 다 끌어왔구나.”

“두변, 그 환관 놈은 곧 끝장 난다!”

“최근 며칠간 그놈이 우리 부주성에서 위세를 너무 오래 부렸는데 마침내 끝장나는 거야.”

“젠장. 며칠 동안 이 몸에게 대문을 나서지 말라고 하다니. 그 탓에 그동안 똥을 싸지도 못했다고. 이 몸은 집 안에서는 못 싼단 말이야.”

“그놈들이 가져온 물은 냄새가 나서, 그걸 마시고 설사를 했다고.”

“그놈들이 가져온 양식에도 냄새가 나서, 그걸 먹은 뒤 체해서 하룻밤이나 잠들지 못했어.”

두변이 부주성에 진주한 뒤에 그들의 이익을 조금도 침해하지 않았을뿐더러, 매일 물을 가져다주고, 식량이 끊긴 가정에는 양식을 보내줬다.

그런데 두변은 의부 이문회와 달랐다. 의부는 냉혹한 면이 있는 반면, 인심을 매수하는 데에 능했다.

그에 비해 두변은 줄곧 냉혹했다. 입성한 뒤 성안에 있는 명망 있는 노인들을 만날 생각도 하지 않았고, 우호적으로 교류하자는 말도 전하지 않았으며, 백성들을 살뜰히 보살펴주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그보다는 몹시 오만한 모습을 보이며 심지어 백성들에게 대문 밖을 나서지 말라고 명령을 내렸다.

바로 그의 이런 오만하고 냉혹한 태도 때문에 부주성의 백성들은 그에 대한 인상이 아주 좋지 않았다.

게다가 가장 관건은 부주성은 여여해에게 통치된 지 곧 10년이 된다. 비록 여씨의 통치로 아주 잘 살았다고 할 수 없지만 말이다.

솔직히 말해서 최근에 두변이 각 집에 보내준 식량은 10여 년 동안 그들이 먹은 식사 중 최고의 식사라 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체해서 잠들지 못했을까.

한순간 누군가가 백성들을 충동질했다.

“두변이 곧 끝장나려고 하는데 누가 문밖으로 나가서 길거리에 나설 용기가 있나?”

두변은 모든 백성에게 집 안에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누구든 문밖을 나서서 길거리에 나오는 자는 가차 없이 죽이겠다고 했다.

무뢰한 하나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

“이 몸이 거리에 나설 용기가 있지.”

그 말을 한 뒤 그는 바로 뒤로 물러섰지만 그의 뒤에 있던 몇 명이 그를 곧바로 문밖으로 밀어냈다.

그 무뢰한이 사람 한 명 없는 거리에 서서, 전방 성벽 위에 있는 병사들을 바라보니 병사들은 전부 바닥에 엎드리고 있어서 자신을 죽이러 올 자가 없을 듯했다.

그 순간 그는 가까스로 두려움을 견디고 담벼락에 붙어서는 거리를 걸었다.

역시나 두변 환관 놈의 군대는 곧 끝장이 나겠군. 애초에 성안의 우리를 상관할 겨를도 없어!

그 무뢰한은 간덩이가 점점 커져서 이내 거들먹거리며 거리를 걸었다.

이에 두 명, 세 명, 네 명이 집에서 뛰쳐나왔고, 종국에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서 수백 명 내지는 천 명에 이르렀다.

처음에는 무뢰한 일부가 나왔을 뿐이지만 나중에는 평범한 백성들도 거리로 나와 걸었다.

그들은 차마 두변의 군대를 공격하거나 지나치게 접근할 용기는 없었지만 일부러 거들먹거리며 성안을 왔다 갔다 걸었다.

“퉤!”

“퉤!”

심지어 어떤 이는 두변의 군대를 쳐다보고는 바닥에 침을 뱉으며 그들을 도발하며 대항한다는 뜻을 표시했다. 그런 뒤 재빨리 사람들 틈으로 숨었다.

“두변, 이 환관 놈아, 너는 곧 끝장날 거다!”

“두변, 너는 끝장났다! 이 몸이 네 명령을 거스르고 거리에 나왔는데 네가 감히 어쩔 거냐?”

일부가 사람들 틈에 숨어서 욕지거리를 퍼붓는데 점점 더 악랄한 말이 쏟아져나왔다. 물론 시종일관 얼굴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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