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393화 (393/648)

393장: 지옥으로 변한 전장

두변은 성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보며 마음이 차디차게 식었다. 그는 천윤제와 달라서 그렇게 인자하지는 않았다.

두변이 지금 하는 모든 행위는 대녕 제국에 이민족이 침입해서 이 땅이 순식간에 사분오열되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수많은 백성들이 집을 잃고 떠돌지 않게 만들기 위해서였으며, 또 다른 지구에서 벌어진 것처럼 억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도살당하는 참극을 막기 위해서였다.

개개인 하나하나는 더할 나위 없이 위대하지만, 수백 명, 수천 명, 수만 명의 단체가 되면 때때로 사람들은 상상할 수도 없이 터무니없는 행동을 하곤 한다. 그런 단체는 종교가 되기도 하고 국가가 되기도 하며 종족이 되기도 한다.

두변은 성안에서 점점 더 시끌벅적해지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이런 상황을 그대로 내버려둔다면, 상황이 급변해서 수많은 백성과 바깥의 대군이 안팎으로 두변을 협공하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었다.

저들이 정말로 싸우러 뛰어들지는 않겠지만 돌을 던지거나 불을 지를 수는 있었다.

어느 정도 준비가 끝났다.

바깥에서 아포사의 화포 백여 대가 또다시 방향과 포구를 조정했다.

세 번째 포격이 곧 시작되려고 했다.

두 번의 조정을 거친 후이니, 이번 포격 때는 정확도가 대대적으로 올라가서 성첩을 조준한 후 적군을 쓸어버릴 것이다.

그러면 진정으로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할 것이다.

두 차례 포격을 거친 뒤, 두변은 이 시대의 화포에 대해 개략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두변 휘하의 몇만 대군은 화포의 위력을 절절히 체감하고 전쟁의 방식이 바뀌었다는 말의 의미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아포사가 사납게 소리쳤다.

“화약을 담아라!”

포수 수백 명이 화약을 포신 깊숙이 담았다.

그와 동시에 성안의 폭도 수백 명은 역시나 실질적인 행동을 취하기로 했다. 사람들은 얼굴을 천으로 가리고 손에 횃불을 든 채, 식량 창고를 향해 달려들었다.

폭도 수백 명이 사람들 수천 명을 데리고, 괭이나 칼 등을 들고서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두변은 곧 끝장난다. 여 대왕의 군대가 곧 쳐들어올 것이다!”

“식량을 뺏어라! 두변, 환관 놈의 식량을 뺏어라!”

“돈을 뺏어라. 두변이 부주성을 함락시켰으니 분명히 많은 돈을 뺏었을 거다!”

식량 창고를 지키는 무사 2백 명이 식량을 뺏으러 온 폭도들을 냉랭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백호 하나가 성난 목소리로 외쳤다.

“모든 이는 발걸음을 멈춰라. 감히 이 선을 넘는 자가 있으면 가차 없이 사살할 것이다!”

“뭐가 무섭다고? 우리 수십 명이 저놈 하나랑 싸우면 한 번씩 밟아도 밟혀 죽을 거다! 달려가서 저놈들을 죽이고 식량과 돈을 빼앗자!”

폭도 수백 명의 인도하에 수천 명이 필사적으로 달려가서 식량 창고를 지키는 무사 2백 명에게 달려들었다.

“죽여라!”

백호가 명령을 내렸다.

슉, 슉, 슉, 슉.

무사 2백 명이 활시위를 당겼다.

“포탄을 장착해라!”

아포사가 명령을 내리자, 세 번째 일제 사격이 곧 시작되려고 했다.

두변은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모든 걸 파멸시킬 순간이 다가왔다. 모든 화약과 포탄, 모든 화유가 전부 포병 진지로 운반된 상태였다.

1천 미터 너비가 넘는 포병 진지에 화약 수만 근, 포탄 만 발, 화유 수만 근이 빼곡하게 쌓여 있었다.

두변이 처음에 움직이지 않은 건 이 세계의 화포를 관찰하기 위해서였을 뿐만 아니라, 대군에게 화포의 위세를 느끼게 해주기 위해서였다. 물론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저들이 모든 화약과 화유를 전부 운반할 때까지 기다리기 위함이었고.

아포사가 냉랭하게 소리쳤다.

“죽어버려라!”

그런데 바로 그때, 두변이 갑자기 일어서더니 하늘을 비스듬히 가리키며 활시위를 당겼다.

암흑 물질 1밀리미터가 담긴 파멸의 화살에 지옥불을 붙였다.

암흑 물질이 붉은색으로 변한 뒤, 다시 흰색으로 변하고.

휙.

두변이 힘차게 활을 쏘았다.

이 활은 비금으로 만들었고, 괴수의 힘줄로 활줄을 만들었다. 그러니 500여 미터 정도야 쉽게 날아갔다.

아포사가 경악했다.

저게 미쳤나? 화살 한 자루로 내 화포 백여 대에 반격을 해?

게다가 불화살을 쏘는 것도 아니고?

아포사가 큰소리로 웃었다.

“하하, 두변, 네가 미쳤구나? 하하하.”

푹!

두변의 파멸의 화살이 곧바로 바닥에 깊이 박혔다.

아포사가 앞으로 다가가서 그 화살을 홱 밟는 순간.

펑!

하늘을 찌를 듯한 녹색 지옥불이 확 타올랐다!

순식간에 직경 100미터 안의 모든 것이 재로 사라졌고, 주장 아포사도 잿더미가 되어버렸다.

100미터 안의 모든 화포, 모든 병사, 모든 포탄이 전부 연기로 사라졌다.

그렇지만 그건 고작 시작에 불과했다.

콰과과과광.

화포 진지 안에 있는 모든 화약이 연쇄적으로 폭발을 일으키면서, 화유에도 불이 붙었다.

콰과과광.

경천동지할 대폭발이 일어나서 화염이 하늘까지 치솟았다.

두변이 이 세계에 와서 처음으로 보는 대폭발이었다.

포탄 수만 발이 미친 듯이 날아다니며 춤을 췄고 미친 듯이 난사되었다.

전장은 완전히 지옥으로 변하고 말았다.

성화교의 화약은 원시적인 흑색화약은 아니었다. 하지만 피크린산(picric acid, 고미산苦味酸)이나 니트로글리세린(초화감유硝化甘油)까지 발전하지는 않았다.

전임 숙주였던 막천남은 진짜로 초화감유를 만들었지만 그가 세계를 휩쓸 틈도 없이 시스템의 명령을 거부한 탓에 말살되어버렸다. 그때 남은 얼마 되지 않은 초화감유는 두변이 다 써버렸고.

성화교가 가진 화약은 이미 또 다른 지구의 그 당시 화약 지식을 넘어서서, 이 세계가 독자적으로 가지고 있는 정석 분말을 첨가했다.

비록 그건 고미산도, 초화감유도 아니었지만 위력이 몹시 강해서 흑색화약을 훨씬 뛰어넘었다. 게다가 연기가 적은 장점도 있었다.

그렇게 되니, 몇만 근이나 되는 화약이 폭발하는 위력은 가히 짐작할 수 있었다.

천지가 다 흔들리는 것 같을뿐더러, 부주성에서도 심한 진동을 느낄 수 있었다.

콰과과광.

한 번만 폭발한 게 아니라 놀라운 일련의 폭발이 일어났다.

거기에 화유에까지 불붙으면서 하늘을 찌를 듯한 불덩이가 연달아 솟아오르는데, 순식간에 태양의 빛까지 모두 가릴 정도였다.

성화교군의 주장 아포사는 심지어 한마디 말을 남길 새도 없이 죽어버렸다.

화포 진지 후방에 있던 몇만 대군, 무려 스물다섯 개의 방진이 순식간에 놀라운 폭발에 의해 완전히 무너지고, 매서운 화염이 수많은 병사를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아아악!”

비록 그들이 아무리 방화 군포를 입었다지만 미친 듯이 활활 타오르는 큰불 속에서 오래 버틸 수는 없었다. 짙은 연기와 두려울 정도로 높은 온도가 그들을 무참히 구워삶을 수도 있었다.

수많은 서역 성화교군이 극도로 처참하게 비명을 질렀다.

조금 멀리 떨어져 있는 서역 성화교군은 만 근 정도 되는 거대한 망치에 매섭게 얻어터지는 것 같은 끔찍한 충격파를 온몸으로 받아야 했다. 근골이 부러질 뿐 아니라 내장이 으스러져서 지푸라기처럼 날아간 뒤, 입에서 빨간 피를 마구 뿜으면서 죽었다.

콰과과광.

마치 계주라도 하는 것처럼 끔찍한 폭발이 계속되면서 일파만파 생명을 거두었다.

성벽 위, 두변의 군대는 마음속의 전율을 억제할 수 없었다.

이게 바로 새로운 전쟁인 건가.

이토록 끔찍하고, 이토록 파괴적일 줄이야.

부주성 안의 식량 창고.

슉, 슉, 슉, 슉, 슉.

식량 창고를 지키던 무사 2백 명이 끊임없이 활을 쏘았다.

뛰어든 폭도 수천 명이 짧디짧은 순간에 백 명이나 죽고 다쳤다.

이어서 바깥에서 놀라운 폭발이 일어나면서 성안의 지면까지 격렬하게 떨리고 수많은 사람이 그대로 쓰러졌다.

갑자기 어떤 이가 큰소리로 외쳤다.

“우리가 식량을 뺏지 못하면, 두변 환관 놈의 군대도 먹을 생각을 말아야 해. 식량을 불태우자, 불태워!”

이윽고 폭도들이 일제히 횃불에 불을 붙여서 식량 창고와 수비군을 향해 힘껏 던졌다.

순식간에 불길이 치솟았다.

식량 창고 수비군은 즉시 두 무리로 나뉘어서 백 명은 눈에 보이는 모든 불을 껐다.

나머지 백 명은 검을 뽑고는 폭도 수천 명을 향해 돌진했다.

“여 대왕이 하늘의 뇌신을 끌고왔다. 들리냐? 바깥에서 뇌신이 번개를 내리치며 두변의 군대를 전부 죽이고 있다!”

“저들이 지금 백 명밖에 없으니, 우리 수십 명이 저들 한 명을 때리고, 한 번씩 침을 뱉어도 저들을 익사시킬 수 있다! 달려가서 저들을 모조리 죽여버리자!”

“우리가 두변 환관 놈의 군대를 죽여버리면 여 대왕께서 반드시 우리에게 포상을 주실 것이다!”

부주성의 폭도 수천 명이 괭이와 칼 등을 들고, 식량 창고를 지키던 두변의 수비군 백 명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식량 창고를 지키는 수비군 백 명은 줄지어 대열을 이룬 뒤, 검을 올렸다가 아래로 내리는 동작을 반복했다.

그 폭도들은 아무래도 떠돌아다니는 무뢰한에, 일부 평범한 백성들로 이루어졌다. 아무리 청장년들이라 해도 두변의 완전무장한 병사들과 견줄 수나 있을까.

비록 수천 명 대 백 명이라고 해도 서로 맞부딪칠 때 양쪽의 인원수로도 그다지 현저한 결과를 낼 수 없었다.

그러니 일방적인 도살이 펼쳐질 수밖에.

짧디짧은 몇 분 만에 폭도 4, 500명이 횡사해서 바닥에 시체가 가득했다.

나머지 폭도 2, 3천 명은 마침내 마음속의 공포를 참지 못하고, 일제히 손에 든 엉망진창인 무기를 버리고 놀란 새떼처럼 흩어져서 사방으로 도망쳤다.

부주성 밖. 경천동지할 폭발이 마침내 끝이 났다.

아포사가 거느린 5만 대군 중 폭발로 죽거나 불에 타 죽은 병사가 1만이 넘었고, 중상을 입은 병사들도 1만이 넘었다.

나머지 3만 명은 수장도 잃었고 투지도 전무했다. 설령 폭발로 죽지 않았다고 해도 끔찍한 충격파 때문인지 눈앞이 흐릿해지고 멍한 상태였다.

쿵, 쿵, 쿵, 쿵.

그때 두변이 기병 4천 명을 거느리고 힘차게 돌진했다.

불타는 땅을 돌아서 재빨리 서역 성화교 대군 3만의 뒤로 달려들었다. 3만 대군이라고는 하지만, 대부분이 아직도 바닥에 엎드려 있어서 단번에 일어서기가 힘든 자들이었다.

“일어나라, 일어나!”

“진형을 갖춰서 적군을 맞이하라.”

“우리는 자랑스러운 성화 군단이다! 우리는 고귀한 군단이다! 절대로 전장에서 저들 원숭이에게 타협해서는 안 된다!”

지금 서역 성화교군은 뚜렷하게 두 부분으로 나뉘었다.

일부는 진정한 성화교군이었고, 나머지 일부는 여러 왕국에서 소집해온 용병 군대였다.

진정한 서역 성화교군은 고작 1만에 불과했다.

그들은 방금 전 대폭발의 영향을 받아서 지금도 조금 머리가 어지럽고 귀가 윙윙거렸다. 하지만 상관이 휘두르는 깃발에 빠른 속도로 대열을 지어 진형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너희의 전투력이 5분의 1도 남지 않은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그 정도만으로도 저 뒤떨어진 것들을 모조리 죽여버릴 수 있다!

성화교의 영광을 위해, 적군을 죽여라!”

성화교의 군관이 큰소리로 외쳤다.

따그닥, 따그닥.

1초 뒤, 두변의 기병 4천 명이 미친 듯이 달려들었고, 수많은 성화교군이 그들과 충돌하고는 그대로 날아갔다. 이어서 미친 듯이 짓밟는 시간이었다.

기병들이 검을 휘두를 때마다 사방에 시체가 가득 쌓이고, 가는 곳마다 적군이 무너졌다.

솔직히 말하면 서역의 성화교군은 몹시 강했다. 그들은 이미 직업적인 군대가 되어서 그들을 지탱하는 건 더 이상 신앙이 아니라 긍지였다.

그들의 신체적 소질과 개개인의 전투력은 심지어 여완완의 성화교군보다 더 강했다.

하지만 경천동지할 폭발을 겪은 데다 귀에서 아직도 윙윙 소리가 울리고, 눈도 잘 보이지 않으니, 전투력이 남아 있을까.

그들이 상대해야 하는 건 두변의 최정예 기병들이었다.

그러니 완전 일방적인 도살이 펼쳐진 것이다.

두변의 기병들은 미친 듯이 돌진하면서 적군을 깔아뭉개고 참살했다.

그와 동시에, 부홍빙이 무사 2만 명을 거느리고 그곳에 도착했다.

짧디짧은 30분 동안, 뛰어난 서역 성화교군 1만 명이 모조리 죽임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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