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395화 (395/648)

395장: 횡재

장정 3천 명을 죽인 뒤에야, 두변은 손을 들어서 멈추라고 명령했다.

그때 살아남은 자들이 그대로 털썩 주저앉았다. 사지가 후들거리고 아무런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수만 명의 백성들이 더욱더 하늘이 떠나갈 정도로 울부짖었다.

두변이 그 사람들을 보고 말했다.

“나는 너희가 지금은 죽을 지경으로 두렵다는 걸 안다. 한데 두려움이 지나가면 다시 뼈에 사무치는 원한으로 바뀌겠지. 하지만 상관없다.

다음번에 전투를 치를 때, 여전히 명을 거스르는 사람이 나오고, 전투가 벌어지는 순간 뛰쳐나와서 방화와 약탈을 벌이는 사람이 있다면 나머지 장정들을 전부 죽여버리겠다.”

두변이 담담하게 계속 말을 이었다.

“내가 위급한 상황을 틈타서 소란을 피우고 싶거든, 내가 정말로 궁지에 몰린 게 확실해지고 나서 해라.”

이어서 두변이 명령을 내렸다.

“온 성을 수색해서 모든 식량을 전부 찾아내고, 모조리 우리 군대에 있는 식량 창고 안으로 옮겨라!”

수만 명이 놀라서는 다시 울부짖었다.

“대인, 저희 식량을 뺏으면 안 됩니다!”

“대인, 살려주십시오. 먹을 밥이 없으면 죽을 겁니다!”

“대인, 다신 그러지 않겠습니다! 제발, 식량을 뺏지 말아주십시오!”

이윽고 수많은 이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 필사적으로 머리를 조아렸다.

이건 무슨 뜻일까?

식량이 목숨보다 더 중요하다는 뜻이었다.

꿈속 시스템이 말했다.

‘적격한 통치자가 되려면 너는 아직도 많은 걸 배워야 한다. 한데 너는 이미 충분히 천부적인 자질이 있다. 절대로 천윤제에게 배우지 말아라. 너에게 그는 아주 좋은 군주일지라도, 그는 사실 좋은 제왕은 아니다.’

이어서 두변의 군대는 성안으로 들어가서 모든 식량을 전부 빼앗아갔다. 대부호의 집이든 평범하고 가난한 가정이든, 식량이라면 한 톨도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빼앗아서 전부 식량 창고 안에 넣어두었다.

이제 식량 창고 안에는 각종 식량이 오히려 수백만 근이나 늘었다.

원래도 식량이 부족하지는 않았으니, 빼앗아온 식량이 눈에 차지는 않았다. 그가 식량을 빼앗은 이유는 단지 사람들이 소란을 피우지 못하게 통제하기 위해서였다. 정확히 말하면 그들에게 죽을 짓을 자초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두변이 말했다.

“오늘부터 너희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매일 하루에 양식을 석 냥씩 받는다. 너무 배불리 먹어서 난리를 피우는 걸 피하기 위해서다. 매일 오전에 한 시진씩 지주 관아를 개방해서 식량을 수령한다. 다른 어떤 시간에, 어떤 이도 거리에 나타나서는 안 된다. 전부 가만히 집 안에 있도록 하고 위반하는 자는 가차 없이 사살한다!

다들 들었나?”

두변이 큰소리로 물었다.

수만 명이 통곡하면서 알겠다고 대답했다.

광서 경원부(慶遠府).

선성후 육전이 큰소리로 울부짖고 있었다. 새하얀 상복을 입고, 필사적으로 머리를 땅에 박은 탓에 이마가 피범벅이 되었다.

몇만 대군은 질서정연하게 줄지어 서서 그들의 주장이 울부짖는 걸 바라봤다.

“아버지, 어머니!

두 분은 너무 억울하게 돌아가셨습니다!

개 같은 황제, 혼군 같으니라고. 내가 먼 길을 마다하고 남하해서 너를 위해 반란을 평정하는데, 너는 내 일가를 죽이고, 내 아들, 딸과 부모님을 죽이다니.

개 같은 황제, 혼군, 폭군아. 나는 너와 같은 하늘에서 살아갈 수 없다!

천하가 무도해지면 우리 충신과 뛰어난 장수들이 군왕 옆의 간신을 몰아내고, 주살해야 한다!

백색성에는 대단한 간신 하나가 있다. 그의 이름은 두변이라고 한다.

두변은 올해 겨우 열아홉에 환관인 데다, 아무런 공을 세운 적이 없다. 한데 너희는 지금 그가 무슨 관직에 있는 줄 아느냐?

백색 총병, 여경사의 우제독, 진서 백작이다.

어째서? 무슨 근거로 그 자리에 오른 것이냐? 여기 있는 너희들은 제국을 위해 피를 흘리며 희생을 했는데 너희는 무슨 관직에 있느냐? 백호, 천호도 아니다. 너희가 그렇게 많은 걸 내놓았는데 황제는 그걸 알더냐? 그에 비해 두변, 그 환관 놈은 황제가 후련하도록 시중만 들었을 뿐인데도 백작이 되고, 총병 자리에 올랐다.

이게 공평한가?”

선성후 육전이 큰소리로 외치자 몇만 대군이 소리 지르며 화답했다.

“불공평합니다!”

“제국의 서남에서 반란이 일어나자 황제가 내게 군대를 거느리고 남하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나 육전은 제국에 충성을 바치는 자이니, 두말없이 군대를 거느리고 남하했고, 군비 한 푼도 받지 않았다. 결국 나는 가산을 융통해서야 식량과 마초를 조달해서 남하할 수 있었다.

제국을 위해, 황제를 위해, 나는 가산을 쏟아부으며 탕진했다!

한데 황제는 추호도 감격하지 않고, 도리어 내 일가를 죽여버렸다!

오는 길에 너희들은 어떤 밥을 먹었나? 옥수수밥조차 배부르게 먹지 못했고, 밥에는 겨까지 들어있어서 기름기라고는 조금도 없었다. 너희의 그런 모습을 보니 나는 마음이 아프구나. 너희는 모두 내가 데려온 병사들이 아니더냐.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황제가 은자 1냥도 주지 않고 나에게 출병하라고 압박한 탓에, 내가 가산을 탕진해도 너희들에게 그 정도밖에 해줄 수 없었다.

그에 비해 간신 두변은 어쩌고 있나? 백색성에서 온갖 맛있는 요리를 먹으며 백성들의 고혈을 얼마나 빨아먹었는지 모른다. 대녕 제국의 서남부가 어째서 이렇게 빨리 함락됐더냐? 바로 두변 같은 간신이 미친 듯이 탐욕을 부리며, 가난한 백성들을 착취하기 때문이 아니더냐? 어째서? 그는 무엇을 믿고 그럴 수 있나?”

정말 빌어먹을 노릇 아닌가. 두변은 제국의 대업을 위해 수백만 냥의 돈을 도리어 보태기까지 했는데 그걸 백성들의 고혈을 착취했다고 말하다니.

반대로 육전 이놈은 백만 냥을 제 뱃속에 집어넣었으면서 그걸 제국을 위해 가산을 탕진했다고 말할 줄이야!

선성후 육전이 큰소리로 외쳤다.

“제국의 서남부가 함락된 원흉은 두변이다. 그의 백색성에는 그가 긁어모은 수백만 냥의 돈이 쌓여 있는데, 우리는 변변치 못한 식사를 하고 있다. 이게 공평한가?”

“불공평합니다!”

“그렇다, 불공평하다! 군왕 곁의 간신을 몰아내고 주살하자. 두변을 죽이자!”

“지금 백색성 안에 두변 놈의 군대는 고작 3만밖에 없다. 게다가 다 그놈이 잡아온 백성들로 수를 채운 것이다. 백색성을 함락하고 나면 두변이 횡령한 백성들의 고혈을 모조리 너희들에게 나누어주겠다!”

그 말을 듣자 몇만 대군이 사기가 고조되어 크게 외쳤다.

“군왕 곁의 간신을 몰아내고 주살하자. 두변을 죽이자!”

그때, 건장한 사내 마흔 명이 상자 열 개를 들고 왔다.

육전이 힘차게 발로 차서 열자, 그 안에는 새하얀 은자가 들어있었다.

육전이 바닥에 무릎 꿇고 큰소리로 울부짖었다.

“여기에는 총 21만 냥의 백은이 들어있다. 내가 조상의 모든 토지를 팔아서 마련했다. 선조들이시여, 자손이 불효했습니다. 한데 저는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제국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이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형제들이여, 너희 한 사람당 은자 세 냥이다. 가져가서 나눠라! 나머지 더 많은 돈은 백색성에, 두변 환관 놈의 곳간에 있다. 우리가 그것을 뺏으러 가자!”

눈앞에서 부자가 될 수 있으니, 몇만 대군은 피가 들끓어서 더욱더 미친 듯이 소리쳤다.

“군왕 곁의 간신을 몰아내고 주살하자. 두변을 죽이자!”

물론 이 은자 21만 냥도 방계가 준 것이었다. 어제 새로 운반해온 돈이 총 30만 냥이었는데 육전이 그중 이미 9만 냥은 떼어먹었다.

출병한 이래, 그는 전투 한 번 치르지 않고도 벌써 백만 냥에 가까운 돈을 벌었다. 앞으로도 그렇게 쉽게 돈을 벌겠다고 전략적 방침을 세운 참이었다.

몇 시진 뒤, 선성후 육전의 7만 대군이 구호를 외치면서 위풍당당하게 백색성으로 돌격했다.

“군왕 곁의 간신을 몰아내고 주살하자. 두변을 죽이자!”

전주성(田州城).

“원 제독, 선성후 육전이 이미 구호를 정했다고 합니다. ‘군왕 곁의 간신을 몰아내고 주살하자. 두변을 죽이자!’라고 말입니다.”

두쟁의 말에 원천조가 고개를 끄덕였다.

두쟁이 말했다.

“은자로 병사들을 격려해서 그의 대군은 속도를 더 올렸으니, 얼마 안 돼서 곧 백색성에 도착할 겁니다.”

“두변 쪽에서 어떤 정보라도 왔소?”

원천조의 물음에 두쟁이 고개를 저었다.

“두변이 어디에서 매 수십 마리를 가져왔는지, 우리쪽 까마귀를 모조리 쪼아 죽였습니다. 보낸 척후병들도 웬만해서는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아마도 두변이 부주성을 공격하고 있다는 것만 알고 있습니다.”

“대군이 속도를 올리고 있으니, 확실히 두변이 부주성을 함락시키기 전에 백색성을 함락시켜서 그놈을 집 잃은 개로 전락시키겠군.”

그때, 원천조의 정예 5만 대군은 행군 속도를 더 올리면서 백색성을 향해 질주하는 중이었다.

총 12만이 대단한 기세로 백색성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부주성.

절세 지하성의 낭기병 한 무리가 쏜살같이 달려왔다.

척후병이 두변 앞에 재빨리 무릎을 꿇으며 아뢰었다.

“주군, 긴급한 군사 정보입니다. 부홍빙 대인께서 기병들을 거느리고 서역 용병 군대를 추격하던 중 방대한 대열을 마주쳤습니다. 그들이 엄청난 물자를 실어 나르고 있었습니다. 지금 부홍빙 대인께서는 이미 그 물자 수송 부대를 통제하셔서 크나큰 수확을 거두었습니다!”

두변이 그 말에 놀라 물었다.

“물자 수송 부대라고? 그건 여씨의 부대인가, 아니면 아포사 성화교군의 부대인가?”

척후병이 답했다.

“아포사 성화교군의 물자 수송 부대입니다. 수천 명이 다 서역 사람입니다.”

두변은 즉시 거대 늑대에 올라타고 서남 방향으로 쏜살같이 달렸다.

반 시진이 넘은 뒤, 부주성에서 160리 떨어진 곳에서 마침내 더할 나위 없이 방대한 물자 수송 대열을 만날 수 있었다.

성화교의 거한 천 명에, 낙타 수레 수천 마리도 있었다. 검은 천이 젖히는 순간, 검고 두껍고 커다란 것이 드러났다.

화포! 12방(磅)짜리 대형 화포였다.

두변은 흥분해서는 숨 쉬는 것마저 잊을 지경이었다.

횡재했구나, 큰 횡재를 했어!

어떤 말로도 두변이 지금 느낀 흥분을 설명하기 어려웠다. 설령 막씨의 구세력인 악룡채에서 수백만 냥의 은자를 노획했더라도 지금만큼 흥분하지 않았다.

부홍빙이 흥분하며 말했다.

“무려 70대입니다. 전부 이렇게 큰 녀석들입니다.”

“화약은?”

부홍빙은 화약이 뭔지 몰랐지만 두변은 알고 있었다.

그가 세어보니 꼭 20만 근의 화약이 있었고, 12방 무게의 쇠공 포탄이 5만 발이 넘었다.

쇠공 포탄뿐 아니라 뜻밖에 유산탄(榴散彈)이 장장 수천 발이나 있었다.

이건 정말 대단한 무기라 할 수 있었다. 수백 미터 안에 유산탄 한 발이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적군을 쓸어버릴 수 있었다. 설령 당신이 갑옷을 입고 있다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화포와 유산탄 외에도 기름 수십만 근과 식량 백만 근, 포도주 10만 근이 있었다.

아포사는 정말이지 사치스럽구나!

만 리를 행군하면서 이렇게 많은 포도주를 가지고 다닐 리 없으니, 분명히 이곳까지 오는 길에 있는 영주와 국왕 등이 선물한 것이리라.

이 비대한 수송 부대가 이제 전부 두변 수중에 떨어졌다.

두변은 사실 좀 불안해하고 있었다. 파멸의 화살 개수가 제한적이니 다 써버리고 나면 방법이 없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여씨 수십만 대군과, 원천조, 선성후 육전의 군대를 합한 12만 대군을 더해서 50여만 명을 없애 버리는 건 도무지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이제 화포 70대까지 생겼다. 12방 화포는 2천 미터를 쏠 수 있고, 유효 사정거리도 근 1천 미터 가까이 된다.

그 화포들은 야전에서든 수성전에서든 모두 대단한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

운송 부대에 무려 수천 명이 있는데 건장한 사내 천 명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노예였다.

이들 중 가장 진귀한 건 당연히 포사수 수백 명이었다.

지금 그 포수들이 두변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두변이 말했다.

“아포사의 군대는 내게 모조리 죽임을 당했다. 용병 수장 달로기는 나에게 자신을 고용하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를 무시하는 오만방자한 말을 내뱉으며,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르며 흥정하려고 들어서 그도 죽여버렸다!”

두변이 수급 하나를 그들 앞에 던졌다. 그건 바로 아포사의 수급이었다.

순식간에 포수 수백 명이 놀라서 온몸을 덜덜 떨었다.

그들은 모두 기술 병과에 있어서 개인의 전투력은 약했고 용맹하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너희에게 두 가지 선택지를 주겠다. 나에게 충성을 바치거나, 죽어라!”

두변의 말에 포수 수백 명이 일제히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대인께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너희는 한 사람당 매달 얼마나 받았지?”

두변이 묻자 포수 한 명이 대답했다.

“은화 다섯 냥입니다!”

역시나 기술병답게 급료가 높았다.

은화 다섯 개면 은자 4냥에 가까운 돈이었다.

두변이 말했다.

“오늘부터 너희 모두에게 매달 은화 열 개씩 주겠다.”

그 말을 듣자 포수 수백 명이 순식간에 필사적으로 머리를 조아렸다.

“감사합니다, 대인. 대인, 만세, 만세!”

“저희는 절대적인 일류 포수입니다. 절대로 당신을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화신께서 당신을 찬미하실 겁니다.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군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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