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397화 (397/648)

397장: 결전의 준비

두변이 거느린 대열은 거대 늑대를 타고 있어서 속도가 몹시 빨랐다. 고작 한 시진여 만에 부주성 안에 진입했다.

“무사 2천 명은 부주성을 지키도록 남겨둔다!

기억해라. 중요한 건 식량 창고를 지켜야 한다는 점이다. 매일 오전 한 시진만 사람들이 식량을 받으러 오도록 개방한다. 나머지 시간 동안 누구든 거리에 나오면 가차 없이 사살한다.

여씨 대군이 병력을 나눠서 부주성을 공격하러 오면 너희 무사 2천 명은 즉시 물러나서 전속력으로 백색성으로 돌아간다.

성안 사람 가운데 감히 소란을 피우는 자가 있으면 가차 없이 사살하라!”

두변이 일련의 명령을 내리고는, 절세 지하성의 소성주 한 명이 남아서 부주성을 진수하도록 했다. 소성주가 즉시 한쪽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삼가 주군의 뜻을 받들겠습니다.”

이윽고 두변은 4만 3천 대군을 거느리고 위풍당당하게 부주성을 떠나서 150리 밖에 있는 대룡보로 향했다.

36시간이 지난 뒤.

두변이 거느린 4만 3천 대군은 대룡보에 들어왔다. 부홍빙이 거느린 기병 4천 명은 수송 부대를 이끌고 몇 시진 전에 대룡보로 들어왔다.

지금 대룡보 전체는 거대한 공사장으로 변한 상태였다.

노예 수천 명이 군영의 목채를 수리하고 있었고, 거한 천 명은 한창 벌목중이었다.

두변은 군영의 목채에 올라서 최고로 중요한 작업을 시작했다. 바로 화포를 배치하는 일이었다.

필요하다면 정말로 군영의 목채에 임시 포대(砲臺)를 만들어야 했다.

대룡보에 12방 화포 70대를 마침 5, 60미터 간격으로 배치하면 딱 적당한 편이었다.

두변은 6방 화포 130대 전부가 망가진 게 가슴 아팠다. 그렇지 않았으면 화포 200대로 공격하면 더욱더 대단한 위력을 보였을 것인데.

곧 두변은 임시 포대로 만들 지점 일흔 곳을 정했다. 이어서 만 명을 동원해서 군영의 목채 위에 임시 포대 일흔 곳을 만들었다.

대룡보라는 거대한 군영 보루가 맹렬한 기세로 움직이고 있었다. 두변은 몇만 대군을 거느리고 최후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두변은 목채 위에 서서 저 멀리 대규모 광활한 평지를 내려다보았다. 며칠 뒤, 이 거대한 평지는 여씨의 수십만 대군으로 가득 채워질 것이다.

부홍빙이 말했다.

“주군, 이쪽 지세는 너무나 광활해서 수십만 적군이 진형을 펼치기 충분하니, 우리가 방비하기에 몹시 불리합니다.”

그렇다. 수십 제곱킬로미터가 넘는 평지였다. 예전에 막씨가 병사를 훈련시키고, 군대를 주둔시키기 위해 특별히 고른 장소다웠다.

두변이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 한데 시간이 없으니 부주성에서 결전을 치를 수는 없습니다. 그나마 이런 대형 군영이 있는 게 야전을 벌이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군영의 목채 앞에 도랑을 파고, 장애물을 쌓아놓아야 할까요?”

일전에 여완완과의 전투에서 백색성 앞에 쌓아둔 장애물이 꽤 많은 도움이 되었었다.

잠시 생각하더니 두변이 고개를 저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이대로 말이 마음껏 달릴 수 있도록 남겨둡시다.”

적군에게 최대의 파괴력을 발휘하는 건 산탄인데, 장애물과 도랑이 있으면 적에게 좋은 일을 시키는 셈이었다. 그곳에 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두변의 대군은 1분 1초를 다투며 임시 포대 일흔 곳을 만들고, 목채를 수리하고, 전투 물자를 준비했다.

이들이 너무 긴장한 나머지 공기가 굳어버릴 지경이었다.

여씨 주력 대군 30만의 야영지.

군영이 수십 리에 걸쳐 늘어져 있어서 한눈에 다 들어오지도 않을 정도였다.

왕태자 여담은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사실 운남과 광서라는 지방은 수십만 규모가 행군하기 부적절한 곳이었다.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국왕이 친히 정벌전에 나섰으니, 반드시 대단한 위세를 보여줘야 했다.

게다가 이번 전투를 통해 두변의 주력 대군을 없애버릴 뿐 아니라, 부주성과 백색성을 탈환하고, 광서의 절반을 점령해야 했다.

여여해는 줄곧 이런 말을 했다. 두변은 막 산에 모습을 드러낸 어린 호랑이라서 전력을 다해서 그를 없애버려야 한다고 말이다.

그러니 30만 대군을 출동시키는 건 진정 닭 잡을 때 소 잡는 칼을 쓰는 격이었다.

관례에 따르면 군주와 태자 중 한 명은 왕성에 남아서 지켜야 했다. 하지만 여여해는 아주 독특한 성정이어서, 그렇게 하지 않고 자신의 아내더러 남아서 왕성을 지키라고 했다.

국왕의 막사에 들어간 여담은, 부왕 여여해가 손에 밀서 한 통을 들고서 몹시 의외라는 표정을 하고 있는 걸 발견했다.

왕태자 여담이 물었다.

“부왕, 무슨 일입니까?”

여여해가 그 밀서를 건넸다.

왕태자 여담은 그걸 받아 슬쩍 보고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쉰 소리로 물었다.

“두변 그자가 진정 미친 겁니까? 어렵사리 손에 넣은 부주성을 지키고 있지 않고 주력 대군을 거느리고 대룡보로 들어가다니요?”

여담으로서는 정말로 그런 일을 상상할 수도 없었다.

“부주성은 견고해서 지키기 쉽고 함락시키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두변 그놈은 그곳에서 우리와 결전을 치르기를 기다리지 않고, 도리어 자발적으로 튀어나와서 대룡보에서 싸우자고요? 그곳은 지세가 평탄하고 광활해서 우리 같은 대규모 군대가 진형을 펼치며 공격하기에 가장 적절합니다. 더군다나 그곳은 10년 가까이 황폐해진 군영이자 보루가 아닙니까? 보루의 담벼락도 진흙과 나무로 만들어졌고, 높이도 낮지 않습니까.”

대염 국왕 여여해가 고개를 끄덕였다.

“부왕, 도대체 왜입니까?”

“선성후와 원천조의 12만 대군이 지금 쏜살같이 백색성으로 돌진하고 있다. 두변은 우리와 결전을 앞당겨서 치르고 싶은 것이다. 그래야만 백색성을 구하러 돌아갈 충분한 시간이 생기니 말이다.”

“그놈이 우리 30만 대군을 이기겠다고요? 그자는 미쳤습니다. 완전히 돌아버렸습니다.”

“태자 전하, 여여룡과 아포사 모두 패배했습니다.”

옆에 있던 한 노인의 말에 왕태자 여담이 말했다.

“아포사의 5만 대군이 대패한 건 완전히 자초한 일이요. 그자가 가진 화유가 폭발한 거 아니오. 그 때문에 큰불이 붙어서 군대가 전부 불타 죽은 것이오. 두변은 그 틈을 타서 그를 없애 버렸고 말이오.

대사제, 당신은 설마 우리 30만 대군이 두변의 고작 4만여 대군을 없애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시오?”

그 노인이 말했다.

“그건 십중팔구 확실한 일입니다. 다만 우리에게 더할 나위 없이 크나큰 우세가 있더라도, 태자 전하께서 너무 적을 얕보지 말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을 뿐입니다.”

여여해, 여담, 또 이 대사제까지, 그들은 애초에 두변을 없앨 수 없는 이유 같은 건 떠오르지도 않았다.

우선 두변의 대군은 이미 격전을 두 차례나 겪은 데다, 이어서 백여 리를 행군했다.

가장 관건은 굳건한 성에서 수비하지 않고 도리어 허름한 군영이자 보루에서 결전을 치르는 걸 선택했다는 점이었다. 좋은 시기와 지리적 우세를 여씨에게 바친 격이었다.

30만 대 4만여 대군이라.

두변이 아니라 설령 신선이 내려온다고 해도 두변을 구하지는 못하지!

“부왕, 병력을 나눠 부주성을 공격해서 두변의 퇴로를 차단할까요?”

왕태자 여담이 묻자 여여해가 고개를 저었다.

“그자에게 아직도 물러설 곳이 있겠더냐?”

다음날, 여여해가 명령을 내렸고, 30만 대군은 주둔지에서 출발해서 대룡보를 향해 돌격했다.

사흘 뒤, 백색성 성벽.

쿵, 쿵, 쿵, 쿵.

대지가 또다시 흔들렸다. 저번 대전이 끝난 후로 겨우 석 달 남짓 지났건만, 백색성은 또다시 흉악한 적군을 맞이하게 되었다.

선성후 육전의 7만 대군이 위풍당당하게 성 밑까지 쳐들어왔다.

“군왕 곁의 간신을 몰아내고 주살하자. 두변을 죽이자!”

대룡보 안은 정적에 휩싸였다.

사방 수십 리 안의 짐승들은 죄다 흔적도 없이 도망쳤다. 그것도 아니면 자신의 굴 안에 숨어서 벌벌 떠는 짐승들도 있었다.

임시 포대 일흔 곳을 다 만들어서 12방 무게의 화포 70대가 전부 포대 위에 놓였다. 각 화포에는 포수 다섯 명과 무사 열 명이 붙어 있었다.

최정예 무사 1만여 명이 4천여 미터의 목채 위에 서 있었다. 나머지 3만여 무사들은 질서정연하게 목채 뒤로 줄지어 진형을 갖췄다.

비록 몇만뿐이었지만 아무도 소리 내는 이가 없었다. 심지어 기침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숨 쉬는 소리와 심장이 뛰는 소리는 어떻게 해도 멈출 수는 없었다. 심장이 뛰는 소리와 숨 쉬는 소리가 더 또렷하게 들리는 탓에 공기마저 더욱더 고요하고 답답하기까지 했다.

오늘은 날씨도 좋지 않아서 어두침침하고 습도가 매우 높아서 지독히 무더웠다. 이곳의 9월 날씨는 아직도 이렇게나 무더웠다.

콰과광!

갑자기 하늘에서 묵직한 천둥소리가 몇 번 울려 퍼졌다. 두변이 하늘을 보니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서 태양을 가려버렸다.

비가 내리면 안 돼!

하지만 먹구름에서는 물방울이 뚝뚝 떨어질 듯했다.

보루 위에 선 무사 1만여 명은 그럼에도 여전히 꼿꼿이 서서 미동도 하지 않았다.

포병 수백 명이 소리 없이 포신을 닦으며 화약을 거듭 검사했다.

그때 갑자기 두변이 흠칫 떨면서 눈매가 가늘어졌다.

왔구나!

검은 용 한 마리가 저 멀리 나타났다.

여씨의 주력 대군 30만이 드디어 나타났다.

쿵, 쿵, 쿵, 쿵.

온 대지가 흔들이고 전율하기 시작했다.

까악까악!

갑자기 새 수천 마리, 아니 수만 마리가 수풀에서 튀어나와 새까맣게 하늘을 가득 채우더니, 찰나 사이에 흔적도 없이 도망쳤다.

조금전까지 둥지에 숨어서 차마 소리도 내지 못하던 것들이, 지금 여씨의 수십만 대군을 보고는 무서워서 전부 도망친 것이리라.

여씨 대염 왕국의 30만 대군이 암흑의 괴수처럼 끊임없이 가까워졌다.

하늘의 먹구름도 점점 더 낮게 드리웠다.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고, 바람 한 점 불지 않았다.

콰과광.

연달아 천둥이 울려 퍼졌다.

세 시진 뒤.

여씨 대염 왕조의 30만 대군이 정말로 대룡보 앞에 도착했다.

두변으로서는 처음으로 30만 대군의 장관을 보게 되는 순간이었다. 대군은 검은 망망대해처럼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다.

지면이 전부 군대로 새까맣게 뒤덮여 있었다.

30만 대군의 면적은 심지어 4천 묘 크기의 대룡보를 훨씬 넘어섰다. 더할 나위 없이 거대한 암흑 거수가 한입에 대룡보를 집어삼킬 것만 같이 보였다.

하늘을 가리고 땅을 뒤덮어버리는 장관은 대염 국왕인 여여해도 처음으로 목격하는 셈이었다.

이전에는 집결을 하든 행군을 하든, 몇 개 군단으로 나뉘어서 진행했다. 30만 대군이 전부 한 곳에 집결하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그는 내심 더할 나위 없이 호쾌해졌다.

“밀어라, 밀어, 밀어!”

만 명 이상의 장사들이 필사적으로 큰 소리로 외치면서 대형 투석기 200대를 밀고 있었다.

장장 반 시진이 지난 뒤, 대형 투석기 200여 대는 대룡보 보루와 400미터 떨어진 곳까지 다가갔다.

“대군, 전진하라!”

명령이 떨어지자 깃발 수십 개가 펄럭였다.

여씨의 수십만 대군은 백여 개의 방진을 이루고서 질서정연하게 전진했다.

“멈춰라!”

최전방에 있는 대군이 대룡보 보루와 430미터 거리에서 멈춰섰다

수십만 대군이 검은색 원호(圓弧) 모양으로, 대룡보를 물 샐 틈 없이 포위했다.

왕태자 여담이 국왕 여여해 앞에 와서 한쪽 무릎을 꿇었다.

여여해가 검은색 화염이 그려진 영기(令旗)를 왕태자 여담에게 직접 건넸다.

여담은 영기를 받은 뒤, 나무로 만든 십여 미터 높이의 높은 단 위에 올라서 큰소리로 외쳤다.

“모든 투석기는 준비하라!”

명령이 떨어지자 대형 투석기 200여 대가 전부 펼쳐졌다.

대룡보 보루 위, 두변도 높이 영기를 들어올렸다.

“모든 화포는 준비하라!”

그는 내심 더할 나위 없이 감격했다.

대형 12방 화포가 처음으로 대녕 제국의 전장에 나타나는 순간이었다.

대형 12방 화포 70대가 포수 수백 명의 조작 하에 첫 번째 조준을 끝냈다.

왕태자 여담이 큰소리로 외쳤다.

“던져라!”

휙, 휙, 휙, 휙, 휙, 휙.

투석기 200여 대가 미친 듯이 포효하며 100근의 석환을 힘차게 쏘아냈다. 석환이 휙휙 소리를 내며 대룡보를 향해 매섭게 날아갔다.

두변이 큰소리로 외쳤다.

“쏴라!”

콰과과과광.

화포 70대가 갑자기 울부짖었다.

이 순간, 진정 경천동지할 장관이 펼쳐졌다.

쇠공 포탄 70발이 매서운 속도로, 검은 번개처럼 여여해의 대군을 향해 내리쳤다.

순식간에 여여해의 대군이 썩은 나무가 꺾이듯이 무너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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