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404화 (404/648)

404장: 왕성에 입성하다!

예상 선자가 말했다.

“두변, 지금 바로 나와 북명검파에 다녀와야 해요. 내가 의견을 내세웠지만 장로회 중에 당신을 죽여야 한다는 세력을 막을 수 없었어요.”

두변이 몹시 초조해하며 대답했다.

“내가 말했잖아요. 북명검파에 반드시 가겠지만 그게 절대로 지금은 아니에요. 당신도 이도진이 여여해에게 잡혀간 걸 보았잖아요. 그녀가 날 구하려고 이 위험한 곳에 들어섰으니, 나도 반드시 그녀를 구해야 해요. 게다가 여여해와 대염 왕성이 아직 건재하니, 여씨가 완전히 섬멸된 것도 아니고요. 한데 내가 어떻게 당신을 따라 북명검파에 가겠어요?”

예상 선자가 말했다.

“세속의 일은…….”

“내게 무슨 세속의 일이니 하는 말은 하지 말아요. 나는 바로 세속에 살고 있으니까.”

두변의 노기 어린 말에 예상 선자는 침묵했다.

이제 두변은 생사를 건 결단을 해야 했다.

첫째는 왼쪽으로 간다. 지금 바로 군대를 이끌고 백색성을 구원하러 가지 않으면 정말로 함락당할 것이다.

둘째는 오른쪽으로 간다. 여여해가 이도진을 잡아가며 그에게 준 시간은 닷새에 불과했다. 만약 두변이 닷새 안에 대염 왕성에 도착하지 못하면, 이도진의 온몸이 여여해에게 집어삼켜지고, 걸어다니는 시체로 전락해서 여여해의 소유가 된다.

시간이 많지 않으니, 반드시 즉시 결단을 내려야 했다.

여여해가 내려친 일장 두 번의 위력은 대단했다. 절세 지하성의 고수들과 성화교의 고수들은 비록 죽지 않았지만 대부분 혼절해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안에는 계표표도 포함되어 있었다.

지금, 부홍빙은 그의 왼쪽에 앉아 있었고, 예상 선자는 그의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두변은 눈을 감고 최후의 선택을 위해 명상에 잠겼다.

일각 후, 두변이 눈을 뜨며 말했다.

“명령을 내리겠다. 절세 지하성의 무사 2천 명은 수송 부대를 호송해서 부주성으로 향한다. 특히 화포 70대를 그곳으로 운반해야 한다.”

“예!”

부홍빙이 대답했다.

두변이 두 번째 명령을 하달했다.

“우리는 정식으로 병력을 나눈다. 부홍빙은 절세 지하성의 무사 1만, 성화군단 1만 5천 명을 거느리고 전속력으로 백색성에 돌아간다. 이문회 대인과 기세 소성주를 지원하며, 백색성을 함락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부홍빙이 놀라며 답했다.

“예.”

“나는 절세 지하성의 무사 1만 7천 명, 성화군단 3천 명을 거느리고 대염 왕성을 공격하겠다!”

그 말을 듣고 부홍빙이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주군, 여씨의 주력 대군 30만이 비록 전멸하다시피 했지만 대염 왕성에도 10만 대군 가까이나 있습니다. 게다가 여씨가 10년간 건설한 끝에 대염 왕성은 더할 나위 없이 견고해졌습니다. 심지어 대염 왕성은 계림성과 남녕성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견고합니다. 주군에게는 파멸의 화살이 고작 한 대뿐이잖습니까. 고작 2만 대군을 믿고서 대염 왕성을 함락시킨다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대염 왕성은 또 다른 지구의 역사에 존재하지 않는 성이었다.

성의 규모는 심지어 계림부를 넘어서는 데다, 성의 인구가 30여만이었다. 성벽 둘레는 30리 가까이에 달했고, 성벽 높이는 12미터, 두께도 10미터 정도였다.

왜냐하면 이곳이 왕성이기 때문이었다.

이런 왕성은 자체적인 방어시설만으로도 3, 40만 대군의 공격을 막을 수 있게 된다.

하물며 대염 왕성에는 여씨의 10만 대군이 남아 있었다.

10만 대군이 이렇게 견고한 성을 지키면, 40만 대군이 포위하며 공격해도 한 달 이상을 버틸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두변이 2만 대군만으로 그 왕성을 공격하러 갈 줄이야.

게다가 여여해가 두변에게 닷새밖에 주지 않았으니, 화포를 가져갈 수도 없었다.

“내가 이끄는 2만 대군은 열흘 치 식량과 화약 5만 근만 지니고,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습니다.”

“예, 명을 따르겠습니다!”

부홍빙이 놀라서 대답한 후, 어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말투로 물었다.

“전장에 여씨의 군대 4만여 명이 있습니다. 저들은 이미 실성한 듯이 줄곧 바닥에 무릎을 꿇고 움직이지 않습니다. ‘하늘이 보우해주셔서 사신 두변 대인이 이미 나를 용서해줬구나!’ 하고 중얼거리기만 하는데, 저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두변이 잠시 생각한 뒤에 답했다.

“저들의 무기를 전부 노획하고, 제 이름으로 그들에게 대룡보에 남아서 지키라고 명령하세요. 또 그들에게 사흘 치 식량을 남겨주면 됩니다.”

“예, 알겠습니다”

두변이 여전히 대룡보 밖에서 무릎 꿇고 있는 여씨 군사 4만 명을 향해 말했다.

“너희는 이곳에 남아서 매일 두 끼씩 밥을 먹어라. 며칠 뒤, 내가 와서 너희를 데려가겠다.”

“예!”

그들은 그제야 해방이 된 기분이었다. 두변 대인이 마침내 우리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은가! 이건 우리가 용서받았다는 뜻이겠지?

전장에서 살아남은 그 4만여 명은 가장 말을 잘 듣는 포로가 되어버렸다.

그날 밤.

무사 2천 명이 대규모 수송 부대를 호송해서 대룡보를 떠나 부주성으로 향했다. 특히 그중에 화포 70대가 가장 중요한 호송 물품이었다.

이어서 부홍빙은 2만 5천 대군을 이끌고 대룡보를 떠나서 백색성을 지원하러 가장 빠른 속도로 동쪽으로 전진했다.

마지막으로 두변이 2만 대군을 거느리고 대룡보를 떠났다. 화약 5만 근과 열흘 치 식량을 지니고서 위풍당당하게 300리 밖에 있는 대염 왕성으로 돌진했다.

두변의 2만 대군은 대단히 뛰어난 정예병이고 하루에 여섯 시진이나 행군한 덕에, 300리 여정을 고작 이틀 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틀 뒤 새벽녘, 두변의 2만 대군은 대염 왕성 밑까지 쳐들어갔다.

그는 고개를 들어 대염 왕국의 왕성을 바라봤다. 대단히 웅장한 거성(巨城)으로, 계림성, 남녕성보다도 훨씬 웅장해 보였다. 그런 웅장한 성벽 앞에 선 두변의 2만 대군은 몹시나 작아 보였다.

성벽 위에는 선명한 색상의 갑옷으로 완전무장한 여씨 왕국의 마지막 10만 대군이 빼곡하게 서 있었다.

이런 큰 성을 2만 대군이 공격하고, 10만 대군이 지키다니, 몹시 터무니없는 이야기처럼 들리긴 했다.

두변의 계획은 화약을 사용해서 성벽을 터뜨리는 것이었다.

물론 마지막 남은 파멸의 화살 한 대로 대염 왕성의 성문을 완전히 사라지게 만들 수도 있었다. 그런 뒤, 2만 대군이 공성전을 펼쳐서 여씨의 10만 대군과 상대하는 것이다.

사상자가 엄청날 것 같지만 이번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백마 두 마리가 쏜살같이 다가왔는데, 한 명은 예상 선자였고 또 한 명은 뜻밖에 기란정이었다. 영도현 아내의 조카, 예상 선자의 사형이자, 또 다른 대종사급 고수였다.

명목상 여씨에게는 왕성 외에도 수십만 킬로미터의 영지와 성 십여 개가 남아 있었다. 하지만 두변이 이 대염 왕성을 함락시키기만 하면 여씨의 대염 왕국은 멸망하는 셈이었다.

다른 수십만의 영지는 여씨가 미처 관리하지 못한 탓에, 대염 왕성이 함락되기만 하면 그 성의 기회주의자들이 즉시 배반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눈앞의 이 10만 대군이 여씨가 보유한 마지막 군대이기도 했다.

숨을 한번 깊이 들이마신 두변은 파멸의 화살을 꺼내서 대염 왕성의 성문을 완전히 없애버리려 했다. 그런 후 2만 대군에게 성을 공격하라고 명령을 내리려 했다.

바로 그때, 대염 왕성의 성문이 천천히 열리더니, 국왕 여여해의 목소리가 두변의 귀를 찢을 듯 울렸다.

“두변, 성을 공격할 필요 없다! 나는 왕궁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겠다!

왕궁에는 단 두 명, 나와 이도진뿐이다. 그날, 내가 사정을 봐준 덕에 이도진의 부상은 이미 많이 나았다.

네 곁에도 북명검파 고수 두 명이 있겠지? 예상 선자와 기란정 귀하? 거기에 이도진까지 더하면 대종사 세 명이 있다. 두변, 너까지 합치면 네 명이 되지.

우리의 최후의 결전은 무도로 해결하자꾸나. 우리 양쪽이 결전을 벌이자.

너희 네 사람이 나 여여해 한 사람과 대적한다!

내가 지면 두변, 넌 당연히 죽어야 하니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

나 여여해가 지면 당연히 나도 죽겠지! 한데 우리 여씨는 근 10만 대군이 있고, 내 아들 여담도 있으니, 그들은 전부 두변, 너에게 투항하겠다.”

두변은 완전히 놀라서 자신이 들은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여담!”

여여해가 외치자 포로로 잡힌 여담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부왕!”

“만약 최후의 결전에서 내가 죽으면, 너는 여씨 가문을 거느리고 두변에게 충성을 바쳐야 한다. 두변이 죽지 않은 한, 너는 여씨를 배반해서는 안 된다. 만약 배반한다면 우리 강여 가문의 선조들이 18층 지옥에 떨어져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우리 강여씨의 후손은 남자는 대대손손 노비가 되고, 여자는 창기가 될 것이다.”

여담이 필사적으로 머리를 조아리며 울부짖는 탓에 이마는 이미 피범벅이 되어버렸다.

“아닙니다, 아니에요. 부왕, 우리는 아직 궁지에 몰리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아직 서역 성화교에 의탁할 수 있습니다!”

왕태자 여담이 큰소리로 울부짖으며 말하자 여여해가 답했다.

“어제, 이 아비가 이미 그 제안을 거절해서 서역 성화교의 고수들은 전부 떠났다. 너는 즉시 맹세해라. 그렇지 않으면 내 아들이 아니다.”

왕태자 여담이 계속 울부짖자, 여여해가 소리쳤다.

“너는 우리 강여 가문이 어떻게 지금까지 생존했는지 잊었느냐?”

왕태자 여담은 손바닥을 깨물어 피를 내서는 그 피를 자신의 얼굴에 바르며 통곡하면서 말했다.

“나 여담은 맹세한다! 만약 부왕께서 전사하시면 나는 여씨의 나머지 세력을 거느리고 두변에게 충성을 바친다. 만약 이 맹세를 위반하면 강여 가문의 선조들이 18층 지옥에 떨어져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것이며, 우리 강여 가문의 후손인 남자는 대대손손 노비가 되고, 여자는 창기가 될 것이다!”

대염 국왕 여여해가 말했다.

“어떻냐? 두변, 너는 여전히 대염 왕성을 공격하는 걸 선택해도 된다. 내가 교활하게 계략을 써서 너를 속여 왕궁 안에 들인 뒤에, 매복을 해놓고 너를 죽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네가 왕궁에 얌전히 들어와서 나와 생사를 건 결전을 벌이는 걸 선택해도 된다. 네가 이기기만 하면 나는 죽고, 대염 왕국도 멸망한다. 우리 여씨의 마지막 남은 세력은 완전히 너에게 충성을 바치겠다.”

두변은 또다시 생사를 건 결단을 내려야 했다.

이건 함정이 아닐까?

아니, 만약 함정이 아니라면 이도진, 예상 선자, 기란정이라는 대종사 세 명에 두변까지 네 명이 더해지면, 여여해의 상대가 될까?

그건 진정 생사를 건 결전이자, 목숨을 두고 도박을 하는 결정이었다.

바로 그때, 두변의 머릿속에서 시스템의 목소리라 울렸다.

‘새로운 임무, 옛 왕의 막이 내리고, 새로운 왕의 궐기가 시작된다!’

‘임무 목표: 여여해를 죽여라!’

‘임무 포상: 대염 왕국을 완전히 멸망시키며, 여씨 가문의 최후에 남은 세력의 충성을 획득한다.’

두변이 물었다.

‘시스템, 이건 여여해의 음모는 아닙니까?’

‘아니다.’

‘만약 내가 이 임무를 거절하면 어떻게 됩니까?’

‘너는 여전히 대염 왕성을 공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도진은 죽고, 여여해는 가문을 지속시키기 위해 서역 성화교로 향하겠지.’

‘만약 내가 이 임무를 받아들이면 여여해를 죽일 확률이 얼마나 됩니까?’

시스템이 침묵했다가 입을 열었다.

‘63퍼센트.’

‘그럼 이 임무를 받아들이겠습니다!’

“우리 들어갑시다!”

두변이 예상 선자를 보며 말하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기란정이 두변을 바라보는 시선이 좋지는 않았지만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두변, 예상 선자, 기란정 세 사람이 천천히 성문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들은 아무런 제지 없이 대염 왕성에 진입했다.

거리에는 모든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수많은 눈이 창문과 문틈 사이로 두변 등 세 사람을 복잡한 시선으로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세 사람은 성의 중앙 도로를 따라서 웅장하고 휘황찬란한 대염 왕궁으로 걸어갔다.

왕궁의 궁문은 열렸으나 그 안에는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왕궁 안으로 들어가자, 여여해가 말했다.

“두변, 과인은 중앙의 염룡대전(炎龍大殿)에서 너를 기다리겠다. 그리로 오너라!”

이 왕궁은 대단히 위풍당당하고 웅장했다.

10분 정도 걸었을까, 대전을 한 채씩 연달아 가로지른 뒤, 거대한 광장 두 개를 가로질렀다. 그런 뒤 아흔아홉 계단을 오르니, 마침내 중앙에 있는 염룡대전이 나타났다.

궁전 대문이 천천히 열리자, 비길 데 없이 아름다운 여자의 얼굴이 드러났다. 바로 이도진이었다.

대전 안의 왕좌에 여여해가 왕포를 입고 앉아 있는데, 호랑이가 웅크리고 있는 기세였다.

“두변, 왔나? 그럼 우리 바로 생사가 걸린 전투를 시작하자꾸나!”

대염 국왕 여여해가 담담하게 말했지만 왕궁과 대전 전체에 놀라운 기세가 뒤덮였다.

하늘에 먹구름이 짙게 드리우고 천둥소리가 세차게 일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