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6장: 여여해의 죽음 二
“안심해라. 주인이 약해지기 전까지 우리 여씨는 몹시 충성스럽다. 게다가 가장 쓰기 좋은 충견이라서 누굴 물으라고 하면 그를 물어뜯어 버리지. 대녕 제국의 태조는 우리가 눈에 차지 않아서 우리 일족 8할을 죽여버렸고, 우리의 영지를 8할이나 가져갔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더할 나위 없이 충성을 바쳤다. 대장군 영우(寧宇)가 반란을 일으켰을 때, 우리 여씨는 태조의 충견으로서 가장 먼저 달려가 그를 물어뜯었다. 그 결과 가문의 군대가 태반이나 전사했다.
물론 우리 여씨 가문이 의탁하게 하려면 적어도 네가 천명을 받은 주인이라는 걸 완전히 증명해야 한다. 나는 절정의 무공을 가진 반면, 두변 너는 무공이 극도로 약하다. 만약 우리 쌍방이 생사를 건 결전을 벌였는데 네가 죽지 않고, 도리어 내가 죽는다면 그건 네가 그 천명의 주인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여담은 여씨 가문을 거느리고 네 철저한 충견이 될 것이다. 만약 네가 천명의 주인이 아니라면 내 앞길을 막지 말고 으스러지며 죽거라!”
말을 끝낸 뒤, 여여해가 왕좌에서 일어나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됐다, 얘기는 끝났다. 전투를 시작하자꾸나!”
이것은 두변이 이 세계에 오게 된 뒤에 당면한 진정한 최고봉 간의 전투일 것이다.
“생사를 걸고 결전을 벌이자. 내가 승리하면 두변 너의 시체를 밟고서 서남의 패왕으로 불릴 것이다.
내가 패배하면 두변 네가 나의 시체를 밟고서 서남의 패왕으로 불리겠구나.
너희는 한꺼번에 덤빌 테냐, 한 명씩 덤빌 테냐?
북명검파 너희 셋은 안심하거라. 너희 셋은 죽이지 않겠다. 두변 한 사람만 죽일 것이다.”
지금의 여여해는 절대적으로 온 천하를 깔보듯이 패기가 하늘을 찔렀다.
예상 선자가 잠시 침묵했다가 입을 열었다.
“이도진, 당신이 먼저 가요.”
그 뜻은 몹시 명확했다. 이도진더러 여여해의 내력 진기를 소모하라는 뜻이었다.
이도진이 두변 앞으로 걸어가서 그의 입술에 깊게 입술을 맞췄다.
여여해가 더할 나위 없이 복잡하고 이상한 눈빛으로 그 장면을 쳐다보았다.
깊은 입맞춤이 끝난 뒤, 이도진이 검을 뽑아서 전신의 모든 내력 현기를 모았다.
휙!
사람이 포탄이라도 된 듯이 여여해를 향해 포격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자신이 여여해의 내력을 소모하기 위한 화살받이라는 걸 알았다.
쾅!
크나큰 포탄이 폭발하는 듯, 큰소리가 울려 퍼지고. 대전 안의 모든 유리등이 전부 가루가 되었으며, 창문의 모든 유리도 가루가 되어버렸다.
바닥의 도금한 벽돌 조각이 전부 바닥에서 솟구쳐서는 공중에서 산산이 부서졌다.
그와 동시에 이도진의 몸은 종이연처럼 100미터 밖으로 날아간 뒤, 바닥에 쓰러져서 피를 왈칵 쏟고는 혼절해 버렸다.
왕좌에 있는 여여해를 보니 여전히 무탈했다.
다만 그의 발이 조금 이동했을 뿐이다.
대종사급 고수 한 명이 여여해의 발을 미세하게 이동하게 만들 뿐이라니.
그가 가볍게 소매를 털면서 말했다.
“두 번째!”
영도현 부인의 조카, 북명검파 대장로 기천구의 아들, 대종사급의 고수 기란정이 천천히 앞으로 나왔다.
그는 한 걸음씩 계단을 올라 왕좌 앞으로 가서 여여해와 마주 보았다.
그런 뒤, 기란정은 손바닥을 뻗었고, 여여해도 손바닥을 뻗었다.
두 사람의 손바닥이 한 뼘도 안 되는 간격을 두고 마주한 뒤, 두 사람은 내력 현기를 모았다.
예상 선자가 말했다.
“기란정 사형, 사형이 두변에게 생각이 있다는 걸 알아요. 한데 사안이 중대하고 그는 확실히 북명 선조께서 예언한 사람이니, 반드시 전력을 다해주세요.”
“알겠다.”
기란정이 담담하게 대답하고는 온몸의 모든 내력 현기를 모았다.
그에 비해 여여해는 얼마나 내력을 써야 할지 헤아렸다. 그는 기란정을 확실히 패배시킬 정도의 내력만 사용해야 했다.
여여해가 말했다.
“됐다. 시작해라!”
이윽고 기란정과 여여해 두 사람의 손바닥이 천천히 가까워지더니 한곳에서 가볍게 부딪쳤다.
몹시 우아한 장면이라서 결투하는 게 아니라 바둑을 두는 것 같다고나 할까.
그렇지만 화성이 지구에 충돌한 것처럼, 쾅, 하고 강한 기운이 세차게 폭발했다.
쾅, 쾅, 쾅.
대전 전체와 더할 나위 없이 견고한 궁전의 담장이 한 조각씩 산산조각나 버렸고, 지붕의 모든 기와가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버렸다.
지진이 온 것처럼 대전의 지면 전체가 갈라지고, 하늘 가득 연기와 먼지가 날렸다.
기란정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서 있었지만, 잠시 후 왈칵 피를 뿜으며 곧바로 바닥에 쓰러졌다.
여여해는 한 걸음 비틀거리며 입술을 훔칠 뿐 여전히 무탈했다.
이어서 그가 소매를 가볍게 휘두르자, 기란정의 몸이 살짝 날아가서 10여 미터 밖의 바닥으로 떨어졌다.
“세 번째!”
예상 선자가 앞으로 나왔다.
“예상, 당신은 올해 스물여덟이오?”
“실제 나이는 스물아홉입니다.”
“그럼 어째서 무공이 그렇게 높은 거요? 기란정은 당신과 같은 나이처럼 보이지만 이미 마흔도 넘었소. 한데 당신의 무공이 도리어 그보다 고강하오. 당신의 나이에 그렇게 고강한 무공을 가진 건 비정상적이오.”
기란정은 절세 지하성의 기족 사람이다. 그러니 마흔이라는 그의 나이는 평범한 남자의 서른에 해당하니, 당연히 젊을 수밖에.
예상이 잠시 침묵했다가 입을 열었다.
“몇 년 전에 기연을 만났습니다. 게다가 어떤 이가 자신을 희생해서 저를 지켜주었습니다.”
“그랬군! 내가 일생 동안 만난 사람 중 최강의 고수가 뜻밖에 서른도 안 된 여자일 줄이야.”
대염 국왕 여여해는 몹시 정중한 표정인 데다 심지어 온몸을 살짝 굽히기까지 했다.
예상 선자가 두변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당신은 북명 선조께서 예언한 사람이에요. 당신은 사명을 받은 사람이죠. 나는 전력을 다할 뿐 아니라, 아끼지 않고 모든 걸 쏟아부을 거예요. 여여해는 이미 내력을 상당 부분 소모했지만 나도 그를 어찌할 수 없다면…… 그럼 진정 천명을 받은 사람은 없다는 의미겠죠. 당신은 죽게 될 테니까요…….”
“내 생각해둔 바가 있습니다.”
예상 선자가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계단을 올라 여여해의 왕좌 앞에 도착했다.
“시작하시지요!”
“시작하지!”
여전히 온화하고 우아해 보이는 장면이었다.
예상 선자가 검을 뽑았고, 여여해도 검을 뽑았다. 이 대결에서 처음으로 검을 뽑는 순간이었다.
예상 선자는 전신의 모든 내력 현기를 필사적으로 끌어모았다.
그녀의 아름다운 눈이 새빨개지고, 비길 데 없이 아름다운 얼굴에 이상한 홍조가 돌면서 피가 스며나올 것만 같았다. 그녀의 몸에서 피 안개가 퍼져나왔다.
여여해의 안색이 변했다.
“예상 선자, 나는 북명검파의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 했소. 한데 당신은…… 진짜로 목숨을 걸 것이오?”
“사명을 위해서라면, 다른 선택지가 없습니다.”
예상 선자의 목소리마저 이상하게 변했다. 여러 목소리가 중첩된 것 같기도 했고, 무한한 여성성이 가득한 목소리 같기도 한 것이 매력적이면서도 두려웠다.
그녀는 줄곧 자신은 선자(仙子)가 아니라고 했고, 선자라는 별호는 남들이 붙여줬다고 말해왔다.
두변이 그녀를 못된 년이라고 욕해도 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았을 것이다.
혈기(血氣) 한 가닥이 예상 선자의 몸에서 튀어나와 곧바로 하늘까지 치솟았다.
지금은 예상 선자가 손에 든 검까지 새빨갛게 변해서 맹렬한 불길처럼 보였다.
그녀는 사공(邪功)을 사용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생기와 무공을 과도하게 쏟아붓고, 모든 걸 다 걸고서라도 여여해를 죽여버리려 하고 있었다.
대염 국왕 여여해의 몸이 더욱더 활처럼 굽어졌다. 더할 나위 없이 위험한 기운을 느낀 그의 눈동자에서 기이한 초록빛이 뿜어져 나왔다.
예상 선자가 큰소리로 외쳤다.
“두변, 나는 전력을 다해서 모든 걸 쏟아부을 거예요. 나머지는 천명에 따라요. 북명의 사명을 위해서!”
쾅!
예상 선자의 불처럼 새빨간 일검이 여여해를 힘껏 내려쳤다.
순식간에 대전의 모든 벽이 가루가 되어버리고 모든 기둥이 무너졌다.
지면에 있는 모든 흙과 벽돌이 미친 듯이 휩쓸려 올라가는 모습이 태풍이나 다름없었다.
여여해 뒤에 있던 왕좌가 힘차게 날아가서 공중에서 완전히 가루가 되어버렸다.
왕궁의 모든 게 전부 가루로 변했다.
공간의 모든 것이 먼지로 뒤덮이면서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왕궁 밖에서도, 무언가 힘차게 폭발한 뒤 대전 전체가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난 걸 뚜렷하게 볼 수 있었다.
두변은 내력으로 온몸에 교룡의 비늘을 세우면서 여전히 무탈했다.
지금 그는 결과만을 신경 쓰고 있었다.
여여해는 죽었을까?
한참이 지난 뒤, 결과가 드러났다.
예상 선자는 온몸이 피범벅이 된 채로, 폐허 속에 누워서 미동도 하지 않았다.
여여해는 여전히 그곳에 서서 움직이지 않으면서 복잡한 시선으로 예상 선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죽지 않았다.
푸악!
여여해는 피를 한 모금 토하고 소매로 입가의 피를 닦다가 왕포가 다 찢어진 걸 발견했다.
“예상은 예전엔 너의 적이었지 않나?”
여여해가 묻자 두변이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한데 이 순간 너를 지키기 위해서 심지어 목숨까지 걸려고 하는군. 이것이 설마 천명을 받은 주인이란 의미인 것이냐? 그 명분만 있으면 수많은 이가 그 사람을 위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달려들 수 있단 말이냐?”
“그녀는 사명감이 대단히 강한 사람입니다. 그녀가 보기에 제가 설령 어중이떠중이였더라도 북명 선조께서 예언한 사람이라면, 사명을 받은 사람이라면, 그녀는 모든 걸 내걸려고 했을 겁니다.”
“정상적인 사람 같지 않군.”
여여해는 얼굴을 찡그리더니, 또 피를 한 모금 토했다.
다시 입가의 피를 닦으면서 여여해가 입을 열었다.
“그녀는 모든 걸 내걸고 모든 것을 쏟아부었지만 여전히 나를 죽이지 못했다.”
여여해가 천천히 두변에게 걸어가며 말했다.
“내 내력은 아직 3할 정도가 남아 있으니, 평범한 대종사를 눈 깜짝할 사이에 죽이고도 남는다. 네 무도 수준은 무엇이지, 두변?”
“2품 무사입니다.”
“그래, 그럼 손톱 하나로 눌러도 죽일 수 있겠군.”
“이치대로라면 그럴 겁니다.”
여여해가 계속 두변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어쩌면 애초에 천명을 받은 주인 같은 건 없을지도 모른다. 애초에 그런 건 없을지도 몰라. 내가 이토록 강하니, 어쩌면 네 시체를 밟고서, 서남 전체를 제패하고, 바둑알에서 기사 자리에 오를지도 몰라.”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습니까?”
“너에게는 한 가지 방법이 더 있다. 그건 바로 지옥불을 사용해서 네 그 무시무시한 비밀 무기에 불을 붙이는 것이지. 그렇게 하면 수십 장(丈) 안에 있는 모든 것이 지옥불에 뒤덮일 것이 아니냐. 내가 절정의 무공을 가졌지만 지옥불을 만나면 마찬가지로 연기로 사라질 테지만 너는 무사할 것이다.”
좋은 방법이긴 했다
직경 100미터 안의 모든 것이 지옥불에 휩싸이면서 그 안의 모든 것이 사라지겠지만, 두변 자신은 무탈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 방법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여여해는 진작 그에 대한 대비를 했을 테니까. 또다시 지하로 파고들 수도 있고.
반면 이곳에 있는 예상, 이도진 등은 도리어 지옥불에 타죽을 것이다.
“너는 그렇게 하지 않을 셈이냐?”
“그렇습니다. 그건 소용없을 겁니다.”
“넌 2품 무사의 수준으로 나 같은 천하 고수에게 도전할 테냐?”
“아마도 그럴 겁니다.”
“내 나머지 3할의 내력만으로도 대종사를 순식간에 죽이기 충분하다. 네가 죽으면 아무도 내가 서남을 석권하는 걸 막을 사람이 없다. 황제도 끝장난다.”
“그럼 천명의 주인이라는 제가 거짓인지 아닌지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여여해가 오른손을 뻗으며 말했다.
“좋다! 네 번째, 와라!”
젠장!
두변은 파멸의 화살을 꺼내서 그 위에 암흑 물질이 담긴 정석 관을 떼어내고 밀봉된 부분을 비틀어서 열었다.
그 순간, 암흑 물질의 기이한 기운이 대전 전체에 가득 찼다. 사람이 질식할 정도의 두려울 정도의 기운이었다.
“내가 거짓인지 아닌지는 지금 밝혀지겠지.”
이윽고 그는 관 안에 든 암흑 물질 1밀리미터를 단숨에 마셔버렸다.
기음음을 제외하면 암흑 물질을 마신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처참하게 죽었다.
이제 모든 건 운명에 맡길 수밖에.
눈 깜짝할 사이에, 두변의 몸이 갑자기 무너지며 움츠러들더니, 사람이 순식간에 해골 모양으로 변한 것 같았다.
그런 뒤.
펑!
더할 나위 없이 강한 암흑 기운이 그의 온몸에서 솟구치면서 그의 몸이 끊임없이 팽창하기 시작했다. 키가 2미터, 2미터 50, 3미터가 되었고, 몸무게가 300근, 400근, 500근, 600근으로 늘어났다.
순간, 두변은 암흑의 왕과도 같았다.
두변이 계단이 있었을 곳을 따라 한 걸음씩 다가갔다.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지면이 움푹움푹 파였다.
여여해의 앞에 선 두변은 도룡검을 뽑아 여여해를 겨누고 세차게 내리쳤다.
여여해는 거인처럼 변한 두변을 바라보며 마지막 한마디를 내뱉었다.
“젠장!”
쾅!
순식간에 여여해는 목숨을 잃었다.
한 세대의 효웅이자, 천하의 절정 고수 여여해가 완전히 죽어버렸다.